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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호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백하팔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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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호
작품등록일 :
2021.10.08 02:05
최근연재일 :
2021.10.11 23:07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972
추천수 :
44
글자수 :
27,788

작성
21.10.09 15:32
조회
208
추천
4
글자
10쪽

5화 : 인상적인 첫 만남

DUMMY

‘이런! 큰일났군. 첫 만남에 얼굴을 보여버리다니!’


정상적인 첫 만남이라면 당연히 얼굴을 보여야겠지만, 내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선의를 가지고 도와주려는 여성마저 욕하며 도망가게 만드는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소비와 눈이 마주친 나는 재빨리 다시 얼굴을 가리려 했다.


“왜 다시 가리는 것이냐? 천을 치우지 못할까?”

“···예?”


분명 얼굴을 봤을텐데도 소비는 전혀 흔들림 없는 어조로 다시 말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깜짝 놀라거나 욕을 한마디 던졌을 텐데 말이다. 결국 나는 원하는대로 나의 얼굴을 당당히 오픈했다.


“도적은 아닌 것 같군. 어디서 온 것이냐?”

“예, 저는 단양군 고장현에서 온 시파라고 합니다. 강하에서 만날 사람이 있어 이렇게 배를 빌려 오게 되었습니다.”


첫 만남부터 당신을 등용하러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소비는 내 얘기를 듣더니 자잘하게 난 턱수염을 쓰다듬는 척하면서 은근히 코를 막았다.


‘이런, 구취만큼은 참기 어려운 모양이군.’


그래도 사람 면전에서 욕을하거나 울먹거리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려 노력하는 소비의 모습에 호감이 갔다.


또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무를 엄정히 집행하려는 그의 모습은 과연 내가 택한 장수다웠다. 안면을 튼 김에 용기를 얻어 몇마디를 더 붙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하구독께서 여기 친히 나와 계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소비는 힐긋 쳐다보더니 무심한 투로 대답했다.


“요근래 장강 일대에 수적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로 강동에서 오는 배를 노린다는 말이 있어 감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용무가 끝났으면 그만 가보도록 하라. ··· 어, 어이! 거기!! 멈춰라!!”


대화중에 다른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는지 소비는 급히 달리며 소리를 질렀다. 멈칫하다가 말을 타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걸 보니 아마 소비가 말한 수적떼거나 강도인 듯 했다.


“이런 제길!! 부장, 혹 다른놈들이 있을 수 있으니 여기를 맡아라!!”

“예! 도독 어른!”

“이럇!!”


소비는 급히 말에 올라 추격에 나섰다.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나도 엉겁결에 말을 타고 소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기서 소비를 놓치면 끝장이다. 일단 따라가야겠다.’


소비는 수적들을 따라 숲으로 향했다. 내가 쫒아오는 것이 신경쓰이는지 뒤를 자꾸 돌아봤지만, 행여 저들을 놓칠까봐 속도를 늦추진 않았다.


‘그러고보니 처음 몰아보는 말인데도 익숙하군. 오히려 도망치는 자들이나 소비가 내 기마술에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자칫 내가 소비보다 앞서 저들을 추격하게 될까 조심하면서 완급을 조절했다. 그렇게 반 시간 가량 추격전이 이어졌을까? 수적들은 웬 낡아빠진 집 한채에 이르러 갑자기 말에서 내렸다.


“계획대로군. 자, 모두들 나와라!!”


수적의 말에 보이지 않던 적들이 집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어림잡아보아도 20명이 훌쩍 넘는 숫자였는데, 그 중에는 활을 든 자도 있었다.


“이, 이런!!”


당황한 소비가 말머리를 돌리려 하자 바로 화살이 말의 엉덩이에 꽂혔다.


히이이잉 -


깜짝 놀란 말은 발길질을 하더니 소비를 냅다 집어던지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적들은 바닥에 나뒹구는 소비의 모습을 보며 낄낄대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소비!! 이렇게 보니 반갑구나.”

“뭐냐, 이놈들!!”

“네놈이 설치고 다니는 탓에 요즘 하구항에서 도무지 먹고살 수가 없어서 말이지.”


천천히 다가오는 수적들에 맞서 칼을 뽑았으나, 너무 많은 적의 수에 소비의 다리는 이미 후들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걸 지켜보는 내 다리도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무력이 98이더라도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실전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긴장감이 엄습해왔다.


“네놈이 지은 죄, 네놈이 갚도록 해라. 얌전히 잡혀준다면 너를 황조에게 끌고가 몸값을 두둑히 챙기도록 하지.”

“크윽···.”


수적들은 소비를 생포해 황조에게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계획범죄에 걸려든 진퇴양난의 순간. 소비는 잠시 고뇌하는 듯했다. 자칫했다간 출세고 뭐고 단숨에 생을 마감하게 생겼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상황을 살펴봐야겠다!’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능력을 떠올리며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소비였다.


통솔력 : 69

무력 : 63

지력 : 66

정치력 : 62

매력 : 63


60대로 아름답게 수놓아진 그의 능력치는 과연 내가 택한 남자다웠다. 무력과 통솔력이 뒤바뀌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어차피 유의미한 차이는 아닌 듯했다. 나는 이어서 수적들을 훑기 시작했다.


‘음, 평균 무력은 40대로군. 이 정도면 소비가 어느 정도 감당은 가능하겠어.’


내가 갖은 인상을 쓰며 자신들을 쳐다보자, 수적 중 한명이 거슬렸는지 소리를 질렀다.


“근데 저 면상은 대체 뭐야?! 어디서 저런걸 부하라고 데려온거지? 진짜 토할 것 같구만.”

“저런건 살려둘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먼저 죽여버리자.”


세상에 얼굴 때문에 욕먹는 것도 서러웠는데 목숨까지 잃게 되다니. 단전에서부터 분노가 차오르자 떨리던 다리는 자연스레 진정됐고, 외모지상주의에 쩌든 수적들을 참교육 시킬 생각에 놀랍도록 차분해졌다.


‘마침 시간도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잔인해질 수 있는 저녁 8시···. 누굴 끝장내도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 같아!’


허리춤에 매인 칼을 뽑아들려는 찰나, 소비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어서 도망치시오!!!”

“···에?”


갑작스런 말에 멈칫한 내가 쳐다보자 소비는 다시 적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무죄한 사람을 아무 이유없이 죽이겠다니!! 게다가 나는 조정의 녹을 먹는 관리이거늘, 어찌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려워 네놈들 같은 한낱 적패에게 고개를 숙이겠는가! 자, 덤비거라!!”


소비는 말을 맺자마자 자세를 바로잡으며 두손으로 칼을 거머쥐었다. 말도 안되는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택한 것이다.


내 무력에 대해 알고 있을리도 없으니 지금의 선택은 완전히 순수한 대의에 의한 것이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관리의 품격을 지키는 사람. 그가 바로 소비였다.


‘와, 겁나 카리스마 있어. 이러니까 감녕이 뻑이가지!!’


소비의 말에 수적들은 눈치를 보더니 젊은 놈부터 하나 둘씩 덤벼들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제대로 된 무기를 가진자는 대여섯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곡괭이나 낫같은 농기구를 들고 있었다. 본보기로 서넛을 잡아 목을 벤다면 나머지가 겁을 먹고 도망갈 확률도 있었다.


챙- 챙-


곧이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제일 먼저 큰 칼을 든 놈이 달려들었다.


소비는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놈의 보폭을 보더니 달려드는 순간에 맞춰 가볍게 몸을 피하곤 발로 차 넘어뜨렸다.


넘어진 놈이 고개를 들려는 순간, 예리한 칼날이 그 목을 순식간에 파고 들었고 붉은 피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마치 정형을 하는 듯한 깔끔한 솜씨였다.


바로 앞에서 동료의 죽음을 본 놈들은 더욱 주저하기 시작했다. 훈련된 무관의 솜씨와 막싸움의 실력 차가 생각보다 컸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나는 선전하는 소비의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제보니 입만 산 왈패들이었구나! 자, 뭣들 하느냐. 다들 덤비거라!! 제일 먼저 달려드는 놈만큼은 이 자처럼 고통없이 보내주겠다!!”

“에이이이 이놈!!”


첫 합을 무사히 넘긴 소비가 기세를 부리자 수적들은 거리를 두고 노려보며 저마다 소리만 질러댔다. 자칫 앞선 놈처럼 단칼에 죽을 수 있다는 죽음의 공포가 순식간에 엄습해 온 것이다.


‘솔직히 무력이 60대라 기대도 안했는데 꽤 쓸만한 실력이다. 알면 알수록 갖고싶다. 이 남자.’


그렇게 긴장된 대치가 이어지던 그때, 아까 말의 엉덩이를 쐈던 놈이 시위를 먹이는 것이 보였다. 근접 공격이 어려우니 멀리서 소비를 노리는 듯했다.


갑자기 분초를 다투는 위급상황에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칼을 빼들었다.


휘익 - 챙!!


순식 간에 소비의 앞에 파고들어 화살을 튕겨내자, 소비는 물론 적들도 모두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제일 놀란 건 몰래 쏘아댄 일격이 수포로 돌아간 활 쏘는 놈이었다. 나는 놈을 바라보며 외쳤다.


“얼마든지 쏴보거라, 다시는 활통에 손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만들어주마.”


운이라고 볼 수 없는 실력에 아까 나를 죽이겠다고 을러대던 놈들이 벌벌 떨기 시작하더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히익, 망한 것 같다. 그냥 튀자!”


한 두놈이 도망가기 시작하자 수적들은 저마다 꽁무니를 빼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불쌍한 자들이었다.


“휴, 덕분에 살았군. 고맙습니다. 대협.”


소비는 온통 땀으로 범벅된 칼을 집어 넣고는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 내가 가볍게 답례를 하자 소비는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한층 편안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헌데 아까는 정말 놀랐습니다. 어떻게 날아오는 화살을 창도 아닌 칼로 튕겨내셨습니까? 참으로 무예가 대단하십니다.”

“하하, 아닙니다. 감녕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예···? 흥패를 아십니까??”


아차.

나는 입을 감싸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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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내 이름은 김춘식 21.10.08 428 8 9쪽
1 1화 : 프롤로그 21.10.08 42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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