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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호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백하팔인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소문호
작품등록일 :
2021.10.08 02:05
최근연재일 :
2021.10.11 23:07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971
추천수 :
44
글자수 :
27,788

작성
21.10.09 15:31
조회
218
추천
4
글자
9쪽

4화 : 나의 삼국지는 이렇지 않아!

DUMMY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주연이 울먹거리고 있었다. 아마 혼자서 기괴한 표정을 짓는 내가 무서웠거나 불쌍해보인 듯 했다. 미안한 마음에 주연을 달래던 나는 불현듯 묘수가 떠올랐다.


‘주연은 훗날 오나라의 도독이 된다. 나보다는 훨씬 매력이 높겠지. 다행히 형제이기도 하니 매력과 상관없이 내말을 어느 정도 따라줄 터, 이 아이를 나의 첫번째 동지로 삼아야겠다!!’


서둘러 얼굴을 찡그려보니 눈 앞에 주연의 능력치가 바로 떠올랐다.


통솔력 : 79

무력 : 69

지력 : 71

정치력 : 60

매력 : 75


과연 주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한나라의 도독을 맡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야말로 만능형 장수였던 것이다. 특히 매력이 75라는 사실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말이 75지, 나의 75배에 달하는 것이다.


“연아, 네가 나의 장자방이구나!!”


“응? 무슨 소리야 형?”


이미 미친사람 보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주연에게 나는 어떻게 도와달라 얘기를 꺼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주연의 능력치가 사라지면서 눈앞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70이 넘는 능력치가 있습니다. 등용이 불가합니다.」

「70이 넘는 능력치가 있습니다. 등용이 불가합니다.」

「70이 넘는 능력치가 있습니다. 등용이 불가합니다.」


“악!! 이건 뭐야 또??!”’


정체불명의 오류 메세지에 당황한 내가 소리를 지르니 주연은 더는 못견디겠다는 듯 도망가 버렸다. 주연이 사라지자, 오류 메세지도 따라 사라졌다.


“이런 시파(施巴)!!!”


나는 내 이름을 크게 한번 외치며 절망했다. 오류 메세지에 따르면 삼국지 게임에서 나의 등용기준이었던 능력치 70은 역리미트로 작용하고 있었다. 어떤 능력치도 70이 넘지 않는 장수를 잡게될 경우 아무런 고민없이 죽여버렸던 나의 과거가 업보처럼 발목을 잡게된 것이다.


이 조건이 절대적인 것이라면, 결국 모든 능력치 중 단 하나의 능력치라도 70이 넘는 장수는 원천적으로 등용이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항상 쉽고 쾌적한 조건에서만 플레이를 했던 내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사실이었다.


‘이런 미친···. 천하통일이 목표도 아니고, 좋은 장수는 등용할 수도 없다니!! 이건 내가 알던 삼국지가 아니잖아!! 나의 삼국지는 이렇지 않아!!!’


당황과 절망이 함께 찾아오자 또다시 바보처럼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우는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보니···. 스스로도 가관이라고 느낄 정도로 못생긴 얼굴이 보였다.


“에이 시파(施巴)!!!”


다시 한번 우렁차게 나의 본명을 외친 나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대론 안된다···. 백하팔인을 모두 모으지 못하면 단순히 현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게 아니라 목숨을 잃게 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또다시 순유급 두뇌를 돌리기 시작했다. 70을 넘기는 능력치가 있진 않지만, 어중간하게 쓸만한 장수. 아니면 적어도 매력이 60후반대인 장수. 지금의 내게는 그런 인재들이 필요했다.


리스트업을 하다보니 다행히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었다. 삼국지 매니아라면 그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전설의 이름, 간손미였다.


간옹!

손건!

미축!


마치 도원결의를 맺은 유관장처럼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 이름! 설레는 마음으로 이들의 능력치를 기억해봤다.


먼저 맏형(?)인 간옹.

분명 사람만 좋은 캐릭터로 기억됐지만, 어쩐지 그의 지력과 정치력은 70이 넘는 것 같았다. 특히 그에게 부여된 특기가 무려 ‘논객’이었음이 생각났다. 패스.


다음으로는 손건.

손건은 존재감이 제일 없지만, 미친 외교능력으로 유비를 번번이 구해냈던 인물이었다. 정치력이 80은 가뿐히 넘길 공산이 컸다. 역시 패스.


마지막으로 미축.

미축은 확실히 간옹이나 손건에 비해 잘난 구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서주의 대부호로 유비를 도운 것이나 그 여동생이 유비의 아내가 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적어도 매력만큼은 70이 넘을 것 같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매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70을 넘는다면 등용이 불가하니 미축도 있으나마나다.


“망했다.”


간손미의 면면을 따져보니 그 어느 때보다 높아보이는 그들의 위용에 절망감이 느껴졌다. 제갈량과 방통 같은 화려한 네임드에 가려서 그렇지 이들은 적어도 2티어에 가까운 명신들이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몰랐던 어린시절, 하버드나 옥스퍼드 중에 어디로 진학할지 고민하다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 성적을 받았을 때 느꼈던 초라함이 오랜만에 PTSD로 다가왔다.


그렇다.

간손미는 그토록 만만하게 봤지만 닿을 수 없었던, 대학으로치면 인서울 컷이었던 것이다.


거대한 장벽을 느껴버린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간손미 보다는 못하더라도 그와 유사한 장수가 필요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매번 아쉬움을 가지고 처형했던 장수의 이름이 떠올랐다. 모든 능력이 60을 넘었지만, 그 어떤 능력도 70이 되지 않았던 비운의 장수. 그랬기에 언제나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목을 베었던 장수.


바로 감녕의 친구 소비(蘇飛)였다.


기억을 좀 더 더듬으니 그의 능력치가 어렴풋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분명 무력이 조금 높은 만능형 장수였다.


‘소비라···. 간손미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애매한 친구지. 하지만 현 조건에서는 관중과 악의에 비해도 되겠군!’


나는 소비를 떠올린 내 자신을 마음껏 칭찬했다. 소비의 능력치가 보여주는 조그맣고 귀여운 오각형이 밤하늘에 아로새겨지는 듯했다. 나의 조조이자, 여포이며, 제갈량이자 순욱이고, 유비인 남자. 소비를 반드시 등용하여 내 사람으로 만들리라.



***



다음 날, 동이트자마자 아버지인 시운에게 인사를 올리고 길을 나섰다.


‘아마 이 길을 떠나면 두번 다시 고장현에 돌아오는 일은 없을테지···.’


시운은 실종된지 하루만에 길을 나선다는 내 어깨를 때리며 타박했지만, 굳은 표정에 서린 의지를 보고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매력 1의 형언할 수 없이 못생긴 추남을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지요.’


배웅길에 엉엉 우는 주연을 뒤로하고 힘차게 말을 몰았다. 어차피 등용할 수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소비의 근거지는 강하. 바로 그 유명한 손가의 원수 황조가 태수로 있는 곳이다. 172년생인 소비는 올해로 25살이 되어 황조를 위해 일하고 있을 것이다.


우선 배를 타고 하루라도 빨리 강하로 가 소비와 접촉해 보기로 했다. 고작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강하를 들렸다가 조표가 있는 서주로 가게되면, 이동하는 데만 꼬박 2개월이 넘게 걸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항구에는 지금 막 강하로 출발하려는 상선이 있었다.


“말과 함께 강하까지 갈것인데, 삯을 얼마나 주면 되겠소?”


상선에 올라 선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말을 건네자, 선장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사, 사람이오. 괴물이오?”

“······.”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것만, 선장의 반응을 보니 화가 솟구쳤다.


“사람이오. 괴물이 어찌 말을 하겠소.”

“···으으···.”


내가 가까이 다가가 말을하자, 선장은 코를 틀어 막았다. 나는 황급히 내 입냄새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스읍- 하아, 스읍- 이런 시파(施巴)!!’


내 입에서는 놀랍게도 소금 쩐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외모도 추악한데 염전에서 지겹게 맡아도 적응이 안됐던 악취까지 나다니. 어떤 의미로 진정한 매력 1을 온몸으로 고증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존경스러웠다.


선장의 인상을 보아하니 일언지하에 탑승을 거절할 것만 같았다. 타이밍을 보아 그가 코를 막아 말을 못하는 사이, 말없이 은자 한냥을 꺼냈다. 선장은 은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뭐, 일단 타시오. 최대한 다른 손님과 마주치지 않도록 되도록 아랫칸에만 계시고.”


나는 고개를 까딱하며 감사를 표하고 말과 함께 냉큼 상선에 올라탔다.



***



- 열흘 뒤 -


단양을 출발한 배는 쾌속 순항하며 금방 건업(말릉)과 여강을 거쳐 강하 하구항에 닿았다.


‘저곳이 하구항이로군.’


외모나 냄새로 괜한 시비가 붙을까 귀찮았던 나는 비록 한밤중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않게 얼굴을 가리고 배에서 내렸다. 말까지 무사히 내리고 나니 드디어 강하에 온 것이 실감났다.


“어이, 거기! 얼굴을 보여라.”


시선을 피하며 말에 오르려는 내게 건장해 보이는 사내가 횃불을 들이댔다. 붉은색 두건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이곳의 관리인 듯 싶었다. 괜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나는 조용히 은자를 꺼내 관리에게 쥐어줬다. 선장처럼 별 문제없이 넘어가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 네놈이 한낱 은자로 감히 이 하구독(夏口督) 소비를 능멸하려 하는 것이냐!!”


‘······어?’


갑작스러운 만남에 놀란 나는 그만 얼굴을 가린 천을 놓쳐버렸다.


작가의말

4,000자 체제로 전환하면서 겹치는 내용이 있습니다.

먼저 읽으신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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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내 이름은 김춘식 21.10.08 428 8 9쪽
1 1화 : 프롤로그 21.10.08 42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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