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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호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백하팔인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소문호
작품등록일 :
2021.10.08 02:05
최근연재일 :
2021.10.11 23:07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964
추천수 :
44
글자수 :
27,788

작성
21.10.08 02:18
조회
427
추천
8
글자
9쪽

2화 : 내 이름은 김춘식

DUMMY

내 이름은 김춘식. 43세.

서해안의 한 섬에 위치한 염전농장의 성실한 일꾼이다.


변변치 못한 대학 졸업후 할 줄 아는 일 없이 나이만 먹다보니 어디에도 취업이 불가능했던 탓에 결국 이 섬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월급 150만원.

최저임금 위반은 물론, 일에 비해 턱도 없는 임금이지만 큰 불만은 없다. 어디를 가도 나같이 실패한 놈을 이렇게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또 나는 사장님 내외의 신임을 얻어 나름 반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는 같이 일하는 춘재가 맡았던 것인데, 한번 도망가려다가 걸려서 개작살이 난 뒤에는 자연스레 내가 맡게 되었다.


멍청한 놈. 도망간들 갈 곳이 어디있다고.


반장의 특권은 작업량을 기록하는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고물인데다가 인터넷도 안되지만, 게임 몇가지를 돌리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특히 대학시절 즐겨했던 삼국지 게임이 용케도 깔려있었는데, 하루의 피로를 잊기에는 이만한게 없었다.


그날도 그렇게 나는 습관적으로 삼국지를 켰다.


“뭐야? 엄백호가 쳐들어 왔어? 아나, 미친놈. 어딜 손책한테 덤벼.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군주는 손책. 환경설정으로 수명을 99세로 조정해 놓은 덕에 난이도는 아주 쉬운 편이었다. 현실이 너무 고된 나는 이를 잊고자 삼국지에서만큼은 항상 조조, 유비, 손책 등 강한 세력만을 플레이 하곤 했다.


“어디보자···짜라쿵짜짜. 엥? 왜 태사자가 엄백호한테 있어? 이건 못참지. 태사자. 등용!”


장수를 등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능력이 하나라도 특출난 자들은 천하의 인재를 모으듯 공손히 대했으나, 어떤 능력치도 채 70이 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등용을 누르지도 않고 가차없이 죽였다. 등용해봤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포로로 잡아봤자 유지비만 축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엄격. 근엄. 진지한 기준으로 엄백호군의 포로를 처리하던 중 나는 한 장수를 발견했다.


“조표? 서주에 있어야 할 애가 왜 여기에 있지?”


조표는 서주 도겸의 신하이자, 유비를 배신하고 여포에게 붙었다가 비참하게 죽은 그렇고 그런 장수였다. 아마 하비에서 배를 타고 오를 공격하는 뻘짓을 하다가 엄백호에게 등용됐던 모양이었다.


“와!! 세상에 능력치 썩은거 보소. 실화냐? 사형!”


조표의 능력치는 총합이 채 100도 되질 않았다. 통솔력과 무력, 지력, 정치력, 그리고 매력의 합이 채 100이 되지 않는 삼국지의 공식 쓰레기 클럽. 이른바 백하팔인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더러운 능력치를 본 나는 눈이 덩달아 썩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노숙이 괄목상대를 한거야, 아무리 쳐다봐도 믿을 수가 없거든. 백하팔인이라니···시파.”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다리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춘.식.」

“우···우왓!!!”


컴퓨터가 있는 곳은 아무도 없는 컨테이너 박스 안. 당연히 누가 들어왔을리가 없었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의자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말하는 너의 능력치는 얼마인가.」

“뭐, 뭐···아니 누구냐?!!”


내가 놀라서 되묻자 그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크게 들려왔다.


「너의 능력치를 말하라.」

“······.”


오금이 저릴듯 무섭고 복수심이 느껴지는 목소리. 언뜻 듣기에도 마치 지옥에서 돌아온 조커가 15년 동안 갇혀서 복수심을 기른 뒤 출소했는데,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줬던 해바라기 식당 아주머니의 외동딸 희주가 퍽치기를 당했을 정도의 원한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더 이상 질문하면 신상이 위험해질 것을 느낀 나는 내 능력치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무력 : 그 힘들다는 염전에서 일하는 체력이니. 한 80?

지력 : 반장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지. 70.

정치력 : 사장님 비위 맞추는 걸보면 타고난 듯. 80.

통솔력 : 반장하면 통솔력이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80.

매력 : (뱃살을 출렁이며)이건 좀 그렇네. 50.

도합 360, 평균 72의 준수한 능력치였다.


약간 과한 감이 있긴 했지만, 내 이름으로 삼국지 신장수를 만들 때 보통 정했던 수준이었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능력치를 그대로 말했다.


「······.」


너무 자신있는 목소리였나? 나의 대답에 무서운 목소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네가 방금 죽인 조표는 1,200년만에 처음으로 열매맺은 용의 씨앗이었다.」

“네? 용의 씨앗이요?? 그게 뭔데요??”


목소리는 나의 질문에는 대꾸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조표를 시작으로 총 8개의 씨앗이 차례로 발아했으나, 결국 한데 모이지 못해 용이 될 수 없었지. 이들 씨앗은 겉보기엔 형편없어 세간에서는 백하팔인이라는 멸칭으로까지 불리지만 결코 그렇게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백하팔인?

생각지도 않은 단어가 무서운 목소리의 입에서 나오자 나는 하마터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만약 이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만 있다면, 8개의 씨앗은 그 진가를 발하며 용으로 부활한다. 하지만 이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 뛰어난 인물 1만명을 과거로 보냈음에도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

“1만명을···과거로 보내요?”

「반복되는 실패 끝에 결국, 우리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들과 가장 유사한 능력치를 지닌 인물을 과거로 보내는 것이다.」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나의 질문에 목소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그 적임자가 바로 너다.」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평균 능력 72라면 어딜가도 환영받을만큼 우수한 자원인데, 내가 백하팔인과 가장 유사하다니? 사장님에게 신임받고, 반장까지 하는데다 컴퓨터를 쓸 수 있는 특권을 지닌 내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군. 구체적인 것은 차차 알게될 것이다. 다만 지금 너의 능력치는 너무나도 쓰레기이기 때문에 그대로 파견됐다간 단숨에 저잣거리에 효수될 위험이 크다. 그럼 용의 씨앗을 모을 시도조차 못하게 되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보고 쓰레기라니.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얘기를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이에 그런 위험을 없애고자 특별히 한가지 조건 하에 아까 네가 말한 능력치로 회귀시키고자 한다.」

“뭡니까. 그 조건이라는게.”

「능력치의 총합인 360은 유지하되, 한 가지 능력만큼은 반드시 1로 배분해야 하는 것이다. 용의 씨앗들과 통하려면 하나 정도는 부족함이 있어야 한다.」


나는 목소리가 하는 말에 고민에 빠져들었다. 저말에 따른다면 통무지정매, 이 5가지 능력중 하나를 완전히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순차적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통솔력? 용의 씨앗들을 모으려면 필수적인데 1은 안되겠지···.

무력? 이게 약했다간 용의 씨앗을 찾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다.

지력? 정치력? 마찬가지다. 이 능력들을 버릴 순 없지.


결국 고민하고 고민하다보니 남은 선택지는 매력 하나였다. 게임상에서 매력은 사실 인재를 등용할 때만 필요할 뿐 거의 필요없는 능력치였다. 또 무엇보다 다른 능력이 뛰어나다면, 매력에 의존하지 않고 세치 혀로 설득하거나 쥐어패서 말을 듣게 만들면 될 일이었다.


‘시파···. 인생 뭐 있나. 매력으로 가자.’


나는 장고 끝에 매력을 골랐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 제안을 내가 반드시 수용해야하나?

거절하는 건 당연히 내 자유 아닌가?

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질문했다.


“근데, 혹시 제가 삼국지 시대로 회귀하면 얻을게 뭔가요? 또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거죠?”

「만약 용의 씨앗들을 모두 모아 용을 부활시키게 된다면, 너의 현실 능력치는 전부 99가 되고 그 즉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다만, 거절하거나 임무에 실패하게 되면 그 즉시 죽게된다.」


나의 질문에 목소리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근데 내용만 간결할 뿐이지 거절하거나 실패하면 죽는다니. 어이가 없었다.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하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또 어차피 경찰에 신고해봤자 이유도 모른채 춘재처럼 개작살이 날 것을 알고 있었다.


“휴, 이렇게 죽.는.건.가. 크큭. 내 안의 흑.염.룡.을 깨울줄이야.”

「뭐냐 그 해괴한 말투는」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


목소리의 말이 없어지자, 불안해진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할게요!! 하죠 뭐. 까짓거. 1로 배분할 능력치는 매력으로 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해볼만한 일이었다. 능력치가 출중한 태사자 같은 이도 손쉽게 등용했었는데, 백하팔인 같은 멍청이들을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닐 터였다. 게다가 현실세계에 모든 능력치가 99인 상태로 돌아온다면? 세계지배를 한다고 해도 끄덕거릴 일이다.


「좋다···. 1만 1번째 회귀자여, 그대에게 용의 부활이 달려있나니···.」


시종일관 무서웠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아득하게 들리기 시작하자, 나는 그만 정신을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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