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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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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관해] 타인의 글을 보다보면

분명히 잘 썼는데, 감탄이 아니라 경쟁심 또는 자괴감이 드는 경우가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아니면 말고. 여튼 이런 감정이 드는 경우라면 내 기준으로 원인은 하나다. 그 사람이 쓴 글의 진행 방향이, 그가 추구하는 것이 내가 가는, 내가 쓸 글의 길과 상당부분 일치 할 경우. 예전에 아주 글을 못 쓸때야 그런 감정이 드는 일은 전혀 없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지 십 년이 가까워질 무렵부터 슬슬 심상에 검은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다행이라면 그런 감정이 드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는 거고, 불행이라면 느껴야 했던 자괴감이 깊디 깊었다는 것. 물론 그대로 포기했더라면 이미 옛날에 날이 선 비평을 보고 접었을 것이고, 나는 그정도로 섬세하고 여린 심성의 소유자가 아니라, 끈덕지고 지저분한강건한 심성의 소유자였기에 언젠가 넘어서주겠노라 전의를 불태워왔다. 아직까지 그 당사자들을 넘었다고 말은 못하겠고, 설령 그들을 넘어서는 날이 오더라도 그 위에 또 누군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을 것이니, 나의 도전은 글을 쓰는 한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암담하진 않다. 게임을 즐길 때, 엔딩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진짜 재미는 엔딩까지 가는 과정에 있는 법이니. 지저까지 뚫린 터널의 끝자락에서 이제 간신히 지표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높은 하늘에 노니는 분들의 발목을 잡아채서라도 올라서고 말리라.


댓글 2

  • 001. Lv.11 로넬리

    13.02.14 19:57

    와 방문자 타고다니다 왔는데, 보물같은 글귀 읽고 갑니다.

    근데 왜 게시판에는 추천이 없는걸까요 ^^;

  • 002. Personacon 큰불

    13.02.15 01:49

    그러게 말이죠. 기타 블로그들 처럼 이웃 등록 같은 것도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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