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연중을 거듭했습니다. 도망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또 도망쳤고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이 말도 이제는 꼴 보기 싫다 못해 신물이 나실 겁니다. 뭐라 더 말을 해도 화가 나실 것이니 이번엔 또 무슨 사유로 이런 파탄을 냈는지 변명을 해보겠습니다.
...뭐라 해야 할까요. 제 사는 얘기가 이쯤이면 뻥 아닌가 싶은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사람 사는데 큰 일이 왜 너에게만 그렇게 자주 몰려오느냐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지요. 다른 경우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내리막 길을 구르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이 추락하게 된다는 걸 온 몸으로 경험하는 중입니다.
제가 사업자 명의로 대출이 세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냥 대출. 두 개는 사업자용 마이너스 통장이었죠. 그 중 이천 짜리는 얘기가 잘 되어서 대출 전환이 되었습니다. 다달이 갚아 나가면 되도록 말입니다.
그 예가 있어서일까, 천만원 짜리 사업자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별 생각 없었습니다. 이것도 대출 전환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통보가 왔습니다. 전환도 연장도 해줄 수 없다더군요.
이제까지 그래왔듯 멘탈이 터졌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야 할까요. 하여튼 인생 정말 끝장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시일도 촉박하고, 돈 나올 구석도 없고. 이게 터져서 기존 빚들도 일시에 독촉이 들어오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차압 당해서 온 가족이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해결은 했습니다만, 빚은 당연하게도 더 늘었습니다. 이쯤에서 끝났더라면 괜찮겠는데... 도중에 이런 게 날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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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버지께 물려받아버린 빚이 5억이 조금 넘습니다. 근데, 생각도 못한. 정말 생각도 못한 이런 것까지 날아오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세상 망하거나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자살도 생각 해봤는데, 저 죽으면 남은 가족들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니까 제가 빚을 안고 가야했습니다. 사정하고, 빌고, 그래서 어떻게든 유예를 두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니 뭘 하질 못하겠는 겁니다.
그리고 별로 궁금하진 않으시겠지만 내리막도 모자라서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건지, 얼마전 비가 올 때 아버지 트럭이 빗길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났습니다. 궁하면 마음도 각박해진다더니,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아버지 건강보다도 짐이 파손이 된 건지, 다른 차를 들이 받은 건지, 수리비는 얼마가 나올 것인지 부터가 걱정 되더군요.
다행히 짐을 싣기 전에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거라 수리비만 나왔습니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비참했지만요. 뭐라도 해보려고 준비도 해봤지만 시원찮았습니다. 등에 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눈이 어두워 진 것이었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일로 준비하던 것이 파탄 났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어찌 흘러가게 될 것인지는. 일단 다시 돌아와 쓰고는 있지만 솔직한 말로 끊이지 않는 연재는 장담드리기 어려울 듯 합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모진 게 목숨이라 끊지는 못하고, 어떻게든 살아내야죠. 살아 있는 한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기다리다 지쳐 떠나가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글로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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