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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글에 관해


[글에 관해] 글로 돈을 번다는 건

어렵다. 정말로 어렵다.

일단 많은 라이벌들이 있다. 영화, 게임, 드라마, 만화, 다른 서적들. 이 모두를 이겨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최소한 이들과 견줄만 하거나, 이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여겨질 만큼의 글을 써야한다.
작품성을 떠나서 게임과 견줄만한 재미를 만드는 것부터가 험난하다.
글을 쓰기는 쉽다. 이야기의 진행도 어렵지 않고, 완결까지 가는 길이 길고도 험하지만 이 역시 아예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으로 독자의 지갑을 열게 한다? 글쎄.
먼저 대여점이 있다. 대부분은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사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글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 빌려 볼 가치라도 있다고 여겨지는 건 다행이다. 돈 들이기 아깝다고 토렌트 등으로 한 권이 십원 도 되지 않는 가격에 돌아다니는 걸 보면 가슴 한 켠이 욱신거린다.
기실 나 역시 글에 돈 들이는 일이 손으로 꼽을 정도이니만큼 남들의 소비형태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는 게 웃기는 노릇이고,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만큼 독자들이 돈을 안써! 글러먹었어! 이런 말을 하기는 어렵다. 사실 이게 독자 탓만 있겠는가. ‘어머, 씨발. 이건 사야 해!’라는 말이 나오는 글을 쓰지 못하는 내 잘못이 더 크겠지.
시장이 어쩌구, 독자가 어쩌구, 출판사가 어쩌구, 불법 다운이 어쩌구.
모두가 맞는 말임과 동시에 틀린 말이다. 진짜 닥치고 재미가 있다면, 그리고 질질 끌어 늘이지 않고 완결이 제때 난다는 신뢰가 깔린다면 시장이 어쨌거나 대박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했다는 건 독자를 공략은 했으나, 지갑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는 말이겠지.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쓸모 없는 지문을 지우고,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생각하고, 인물들의 성격을 가다듬으며 독자들의 지갑을 열겠노라 다짐에 또 다짐한다.
어째 앞 길이 암담하지만 남의 돈 빼먹는데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쓰고, 쓰고, 또 쓰다보면 내 죽기 전에는 한 번쯤 거하게 남의 지갑을 열어보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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