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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499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26 17:15
조회
389
추천
7
글자
11쪽

139.

DUMMY

“조각들도 다양하군요. 용, 호랑이, 뱀, 원숭이, 학도 보이고 태양, 달, 별 등. 참 여러 가집니다.”

“그게 시대별로 다르게 만들어져서 그렇소. 문양뿐만 아니라 조각하는 방식도 조금씩 차이가 있소. 여기 보면-”


“아미타불~.”


멀리서 불호소리가 대화에 껴들었다. 보니 중년의 승려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경진스님 아니십니까?”

“나무 관세음보살! 그렇습니다. 오랫만이군요, 장시주.”

“오~! 이런, 이런.. 위형, 잠시만 보고 계십시오.”


오랫만에 반가운 이를 만났는가 보다. 장우극은 잰걸음으로 경진이란 승려에게 갔다. 위진성은 다시 부도들을 감상했다.


‘사찰에서 별을 볼 줄은 몰랐는데?’


한 부도엔 별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특이하달 수 있다. 보통 사찰에서 불교 전승 말고 볼 수 있는 건 사천왕이나 코끼리 등이다. 별은 잘 다루지 않는다. 위진성은 한 발 더 다가갔다.


‘특이하긴 하네. 그런데 이건 뭐지?’


단순히 별들을 조각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헌데 가까이서 보니 별들의 여러 모양들이 그려져 있다. 산에서 자라면서 별들을 친구라 부르는 그에게는 낯익은 모양들이었다.


‘금성이고 북두칠성과 북극성이구나.. 이건 천랑성, 저건 삼형제 별이네. 그리고 양자리와 황소자리 성좌고 .. 이건 뭐지?’


그가 부도에 조각된 별들을 하나씩 부르며 가다가 딱 막혔다. 이 별이 끝이다. 맨 마지막에 있는 별은 양자리와 황소자리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다른 별들보다 더 크고 섬세하게 조각된 마지막 별.


분위기로 봐선 찬란하고 영광스러움을 조각으로 나타내려 한 모양새다. 다른 별들은 모두 음각인데 이것만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더해서 그 별만 조각이 세밀하고 컸다. 게다가 별 모양 주위에 빛을 뿜는 듯한 빗금들까지 표현되어 있었고···


‘저건 이름이 뭘까?’


좀 인상적이어서 위진성은 가까이서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그렇게 보니 별 안에 아주 작은 별들이 양각되어 있는 게 보였다.


오랜 풍상에 깎여 희미해진 별들이.. 하나, 둘··· 일곱 개다. 위진성이 고개를 외로 기울이는 게 재밌다 생각하는 듯하다.


‘소군은 알까?’


피식


무림에 박식하다고 천문에도 밝으라는 법은 없다. 아마도 천문에 관해선 그가 그녀보다 더 많이 알 것이다. 자주 보던 친구들였으니까.


그는 찬찬히 걷다가 멈추고 다시 부도들 전체를 조망했다. 인적이 드문 너른 곳에 수십 개의 돌탑이 있고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고개 돌리면 잔잔히 흐르는 이하강과 양쪽으로 절벽에 석굴들이 있다. 한가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만에 느껴 보는가? 산을 나서고부터 그의 삶은 점점 빨리지고 격해져만 갔다. 그러다 오랫만에 이런 분위기에 젖자 만족감이 높았다. 문득 황악산이 그리웠다.


‘허-어··· 내가 그곳을 그리워하다니?’


황악산은 그에게 즐거움보단 외로움이 더 컸던 곳이었다. 그래서 산을 나서면 다시는 생각나지 않을 줄 알았다. 헌데 떠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떠오르다니···.


그는 쓰게 웃고는 고개 돌려 다시 강과 석굴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앞에 새겨져 있는 거북이와 뚜꺼비 부도를 지나 학이 조각돼 있는 부도 앞에 멈춰섰다.


‘학을 크게도 새겼구나!’


정면에서 옆면까지 하나의 학이 길게 그려져 있었다. 그는 끄덕끄덕하며 옆으로 돌아 학의 꼬리와 다리 부분까지 봤다.


학이 날아갈 듯 세공이 잘 된 부도였다. 더구나 뒷 배경에 강과 절벽이 있자, 진짜 학 한 마리가 훨훨 날아가는 것처럼 생동감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림이구나~!”


학이 강물을 차고 석굴에 앉았다. 그러다 뭐에 놀랐는지 푸드득 날아간다. 뭘까 보니··· 용? 용을 보고 놀랐구나! 학이 앉았던 곳이 하필이면 용머리였다.


“저건 정말 용 같은데?”


그가 보는 방향의 석굴들 수십 개가 합해져 꼭 용처럼 보였다. 저 쪽이 머리고 저건 다리, 그리고 저 석굴 하나씩은 몸통의 비늘이고 저 길쭉한 것이 꼬리 모양이고.


영락없는 용이 나는 형상 같다.


‘이래 보니 진짜 용의 비늘 같아서 부도 조각 못지 않게 잘 만들었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용을 음미하듯 바라봤다.


“음-???”


그런데 갑자기 벼락 한 줄기가 머리를 치고 갔다.



{우리가 있는 곳은 반채주도 알 테니 따로 말하진 않겠소. 본사를 드나들려면··· 마주 보이는 절에 학이 새겨진 부도가 하나 있소. 거기서 강을 내려다보면 왼편으로 용문양이 보일 것이오. 머리부터 해서 열세 번째 비늘에 들어가서 양눈에 동시에 공력을 주입하면 입구가 보일 것이오.}



“천혈사!!!”


그렇다. 그가 진도채에서 몰래 들었던 천혈사 출입 방법. 그때 엿들은 말과 똑같지 않은가?


‘아~~! 그때, 그게 향산사였고 용은 석굴을 말함이구나!’


딱 들어 맞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신기대가 우연히 보고 수상히 여기는 자들이 또 천혈사다! 공교롭다. 아니, 공교롭다고만 하기엔 부족하다.


운명 같다고 해야 할까?


그가 장우극의 요청으로 오대산에서 오면서 운대산에 들려 천혈사를 알게 됐고 드나드는 방법을 엿들을 수 있었다.


어디인지는 모른 채로 낙양에 왔더니 하필이면 신기대가 쫓는 곳이 천혈사였다. 장우극을 따라 용문석굴에 와서 향산사 부도지에서 천혈사 본거지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걸 단순히 운이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저 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졌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 둘, 셋 ··· 열셋. 저 곳이다!’


그는 눈으로 열세 번째 석굴을 찍었다. 때마침 장우극이 안부 인사가 끝났는지 경진스님과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위형, 오래 기다렸죠?”

“아닙니다. 부도를 본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소.”

“스님, 여기는 제 벗인 다의검 위진성, 위소협입니다.”


벗이라는 말이 듣기 좋았다.


“그리고 위형, 여기는 오래전부터 저와 교류가 있어 온, 향산사의 경진스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무림맹 용각 소속 위진성이라 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소승은 경진이라 합니다. 위시주를 알게 돼서 기쁘구려.”


위진성이 가까이에서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는 훨씬 나이가 있어 보였다. 피부가 탄력있고 팽팽해서 젊어 보였는데 가까이서는 세월을 속일 수 없었다.


“경진스님과는 왕래가 잦았었는데, 스님이 소림사에 가 계시면서 한동안 연락이 끊겼었소. 그런데 오늘 여기서 다시 뵐 줄이야···”

“노납도 그렇네. 돌아온지 며칠 안 됐는데 오늘 장시주를 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소림사에 계셨다고요?”

“위형, 경진스님은 오랫동안 무공을 연마해 온 무승이시오. 그래서 소림 출신은 아니지만 가끔 숭산에 가서 수련을 하고 오신다오.”

“아! 그런 게 있습니까?”


소림사는 중원에서 무공뿐만 아니라 선종의 본산이었다. 천축에서 온 달마대사가 창건하면서 중원 무학의 뿌리가 되었고 많은 선승들의 지혜가 쌓이면서 선종의 본산이 되었다.


당연히 다른 사찰들과 교류가 많았다. 그중에는 매우 드물지만, 다른 사찰의 승려가 소림사에서 무공을 닦는 경우도 있었다.


본인의 무공을 비무나 같이 연구하면서 갈고 닦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소림 무공을 배우기도 한다. 예를 들면, 향산사의 경진스님이 그 경우가 되겠다.


그의 무공에 대한 기본기와 수준, 자질이 뛰어나 소림사에서 직접 무공을 사사 했단다. 물론 소림 칠십이종절예는 아니다.


‘범상치 않아 보이더니···’


“그래, 위시주. 아까부터 눈여겨 보던데 부도들이 어떻습니까?”

“고즈넉하니 이곳 분위기가 좋습니다. 부도들도 조각들이 다들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고요.”

“그럴게요. 오랜 세월 하나씩 세워진 터라.. 혹시 궁금한 것이 있습니까?”

“음.. 저기 저 부도를 보면 특이하게 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디 봅시다. 아, 이거.. 그렇지요. 절에서는 보기 힘든 조각들이지요.”


장우극도 듣고 보니 궁금한지 눈을 반짝이고 봤다.


“이 부도는 삼백오십 년 전의 부정스님이라는 분, 사리가 들어 있다오.”

“부정? 스님이요?”

“부정스님은 뒤늦게 출가한 분이시오. 원래는 무림인이었지만 장년에 이르러 검을 놓고 불가에 귀의했지요. 그리고 평생을 이 향산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불도에 정진하다 입멸에 드셨다 합니다.”


“스님, 특이하군요? 무림인으로 살다 뒤늦게 출가를 했다니..”

“이건 노납의 추측인데 아마도 3차 정마대전과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


궁금한지 장우극이 재차 물었다.


“어떤 상관 말씀입니까?”

“스님이 출가한 시기가 대전이 끝난 시기와 비슷하니 그리 짐작한 것뿐이라오. 그리고 부도에 새겨진 별의 조각들은 모두 생전에 부정스님이 직접 판 것이라 하고.”


‘본인이 직접 팠다고?’


위진성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스님, 이런 경우가 많습니까?”

“없지요. 부도라는 건 후대 사람들이 스님의 덕을 기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니··· 무슨 곡절이 있었겠지요.”


위진성의 가슴에 곡절이라는 단어가 와서 새겨졌다.


‘무슨 곡절일까?’


“위형, 그만 갈까요?”

“그럽시다. 경진스님, 말씀 감사했습니다.”

“언제든지 오시구려.”

“그럼.”

“스님, 저도 가보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들르겠습니다.”

“장시주, 살펴 가시오. 나무 관세음보살.”


불호를 들으며 둘은 향산사를 벗어났다.




위진성과 장우극은 신중한 모습으로 용문석굴을 걷고 있었다. 위진성은 향산사를 나오면서 장우극에게 천혈사에 관한 얘기를 말했다.


장우극의 놀람은 컸다. 말한 이가 위진성이 아니었다면, 신중한 그의 성품상 쉬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장우극은 신기대에 연락을 했다. 둘이 열세 번째 석굴에 가까워질수록 신기대원들이 늘어갔다.


석굴에 도착하자 모일 사람들은 다 온 듯했다. 그 수가 오십여 명이나 되는 걸 보니.


장우극이 지시를 내리는 동안 위진성은 석굴을 살펴봤다. 옆에 있는 석굴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석굴이었다.


사람 둘이 나란히 들어갈만한 입구였고 안으로 깊게 파서 희미하게 석상이 있다는 걸 짐작할 정도?


“위형, 혹여 함정이나 위험이 있습니까?”

“글쎄요. 난 그 쪽으론 몰라서 여기서 봐선 모르겠소.”

“여기 이 친구들이 그쪽에 조예가 깊습니다. 맡겨 볼만 합니다.”


위진성이 물러섰고 안으로 세 명의 대원들이 들어갔다. 그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들이 들어가고 오십 번 정도 눈을 깜박였을까?



화르르


안에서 화섭자에 불 붙이는 소리가 나더니 환해졌다.


“대주, 들어오셔도 됩니다.”


둘을 위시해서 향주 다섯이 석굴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삼 장여 되는 깊이였고 생각보다 갑갑하지 않았다.


바로 앞에 강이 있지만 안은 눅눅하지도 않았다. 석굴 맨 안쪽에는 사람만한 크기의 석불이 있었고 앞서 들어간 셋이 석불을 에워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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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255. 23.05.22 154 4 11쪽
254 254. 23.05.21 174 4 11쪽
253 253. 23.05.20 15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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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251. 23.05.18 18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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