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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730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24 17:15
조회
406
추천
6
글자
11쪽

136.

DUMMY

반풍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위진성을 주시했다. 아까 펼치던 희안한 보법도 그렇고··· 처음엔 그도 사술인줄 알았다.


처음 보는 장면에 그게 보법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보법에 저런 검술이라니···


‘저런 놈이 일개 전령이라고?’


반풍은 무림맹의 의도를 가늠하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물고채주는 안도감과 수치스러움이 동시에 들었다. 처음엔 죽는 줄 알았다. 꼼짝없이 머리가 갈라졌다 생각했으니.


그런데 피부가 베이는 정도였다. 피가 많이 났지만 흉터 남는 것 말고는 대수롭지 않다. 그건 다행인데 자신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일개 전령에게 당하자 수치스럽다.


더구나 한쪽에 채주와 호위대장이 빤히 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상대 무공이 높다 이런 건 생각나지도 않는다. 저런 어린 놈과 주고 받은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렸으니···


대머리가 지혈을 하고 다시 기세를 피워올렸다. 죽든 말든 이대로 물러서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잠깐, 물고채주.”


힐끗


“껴들지 마라, 호위대장.”

“그만했으면 됐으니 이만 멈추게.”


무시하고 달려들려던 그 앞에 호위대장의 커다란 몸이 막아섰다.


“이거 뭐야? 안 비켜?”

“이만하면 됐어. 저런 고수에게 졌다는 건 수치가 아니야.”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네 놈부터 구멍을 뚫어줄까?”


호위대장이란 자가 대머리에게서 반풍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물고채주. 그만해.”


반풍의 말이 있자, 대머리는 마지못해 돌아섰다.


쾅!


그래도 분이 삭히지 않는지 그는 거칠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의 누구라고 했었지?”

“용각 소속 위진성이오.”

“용각이라··· 과연, 무림맹이군. 일종의 위협인가?”


“아까 대표단이 올 거라 했는데, 누가 언제 온다는 말인가?”


호위대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오. 곧 토벌대에서 대표단이 올 것이오.”


그러니 놀라거나 공격하지 말란 말이다. 그래서 미리 전령을 보내는 것이고.


“전령이라면서 모르는 게 많군?”

“대표단이 온다는 게 중요하니 서둘렀소. 조금이라도 더 일찍 알리려고.”


호위대장은 반풍을 쳐다봤다.


“갑자기 대표단이 와서 뭐라할지 궁금해졌어. 협박을 할지 협상을 할지···”

“반채주, 더 할 말이 있습니까?”

“가서 뜻은 잘 알겠다고 전하게.”


위진성은 느닷없는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말을 전했으니 그의 일은 끝났다.


위진성은 가볍게 포권을 하고 돌아섰다. 그가 나갈 때까지 반풍도 호위대장도 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위진성은 운대산을 떠나 낙양을 목표로 발걸음을 빨리 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되도록 빨리 가는 게 좋겠단 예감이 들었다.


위진성은 부지런히 다리를 놀려 낙양으로 향하면서 머리로는 생각에 잠겼다. 진도채에서 염탐했던 내용이 계속 떠올랐다.


군림맹에 녹림, 천혈사란 곳까지 엮여서 무슨 사업을 한다는데 그게 뭘까?


저들의 언행이나 태도, 또 기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면 대단히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무슨 수수께끼 하듯 말하던 천혈사의 본거지에 관한 것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게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건가?’


어느 곳의 사찰인지만 알면 천혈사란 곳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중원 천지에 사찰이 한, 두 개여야 말이지···


그가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길을 나선지 며칠만에 낙양 인근에 도착했다. 고개를 하나 넘으니 저 멀리 시가지가 있다는 걸 알겠다.


그는 청룡표국과 함께 낙양 근처까지는 갔었었다. 그곳에서 돌아섰는데 이번엔 경험할 수 있겠다. 듣기로 낙양은 장안 못지 않게 큰 대도시라 한다.


과연, 낙양은 어떤 곳일까?





낙양성을 가로 지르는 큰 도로가 있다. 문성대로다. 그곳에서 주로 고관대작이나 부호들이 머무는 북동쪽으로 갈려면 몇 개의 길을 지나 장보가를 거쳐 가야 한다. 쉽게 말해, 장보가는 부촌 인근에 있는 고급 상업지구란 말이다.


길따라 쭉 늘어선 크고 으리으리한 객잔과 기루, 반점들 중에 하나가 영관루이다. 영관루는 장보가에서도 수준 있는 기루로 알려져 있다.


지금 위진성은 그걸 눈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뭔진 모르지만 고급스런 소재로 장식된 기루를 올려다보며 예스러움에 연신 감탄하는 중이었다.


많이 크지는 않았지만, 건물 구석구석까지 고급스러웠다.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쓴 티가 많이 났다.


“들어가 볼까?”


영관루 안도 밖에 못지 않게 고급스럽다. 대리석 기둥들에 바닥은 번들거리는 검은색 목재가 깔려 있었다. 걸어다니는 통로에는 발목까지 파묻힐 푹신한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과연, 이 정도는 되니 부호들이 오는 거겠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위진성의 복장이 기준 미달인지 점소이의 태도가 떨떠름하다.


“기루에 왜 왔겠소? 기녀를 만나러 왔소.”

“그렇지요. 기루에 오는 이유야 그런데 이곳은 평범한 기루가 아니니 묻는 겁니다.”


점소이가 눈을 위아래로 내리훑으며 비아냥 거렸다.


“평범하지 않은 곳인지 알고 왔으니 선향을 불러 주시오.”

“선향? 선향을 알고 계십니까?”

“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요?”

“선향은 이곳에서도 상급 기녀입니다. 손님이 선향을 만나려면 기본적으로 따로 지불되는 게 있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해?’


“선향한테 옥세공사와 약속된 사람이 왔다 전해주시오.”

“? 그리 전하면 되겠습니까?”


끄덕


점소이는 불만을 숨기지 않으며 돌아섰다. 그래도 더 토를 안다는 걸 보니 선향이 평범한 기녀는 아닌가 보다.


그러고 그가 넓은 일층 이곳저곳을 눈여겨 보는데 계단에서 종종 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사박사박


“저 분입니다.”


아까 그 점소이가 손을 모아, 공손한 태도로 위진성을 가리켰다.


“공자님이 선향을 찾으셨나요?”

“그렇소.”

“안녕하셔요? 천첩이 선향이랍니다.”


그녀가 날아갈 듯 우아한 자세로 인사를 했다.


“난 위진성이란 사람이오. 옥세공사와 약속이 있어 왔소이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선향이 한 옆으로 비켜서며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그 점소이도 엉겹결에 따라했다.


위진성은 선향이 뻗은 손길을 따라 걸었고 그녀는 재빨리 반 발 앞에서 계단으로 안내했다.


멍하니 보던 점소이는 목과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 숨을 몰아 쉬었다.


“좆될 뻔 했네!”


검을 차고 있으니 무림인일 것이다. 무림인은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사항을 모를리 없는 그다.


이렇게 간혹가다 잊곤하는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선향의 태도를 보아하니 자신 하나 쯤 없어진다고 그 검객에게 어떤 영향도 없을 듯했다.


‘십년 감수했네’




선향은 그를 삼 층의 밀실로 안내했다. 방안에 또 방이 있는 실내는, 놓여 있는 게 간단했다. 탁자와 의자, 벽에 걸린 족자가 다였다. 선향은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나갔다.


예상대로 장우극은 낙양에서 한가로이 지내는 게 아닌 것 같다. 영관루에서 숙식한다는데 어제도 안 들어 왔다고 하니 무슨 일이 있긴 하다.


좀 기다려야 할 듯해 위진성은 운기행공에 들었다. 마침 이곳이 번잡스럽지 않아 안성맞춤이었다. 행공에 들자 금새 의식 깊숙이 가라앉았다.


호흡을 따라 진기가 전신 곳곳을 도는 게 느껴진다. 막히거나 못 가는 곳 없이 도도히 흐른다. 전신이 풀리면서 부드럽고 유연해진다. 그러자 활력이 생겨났다.


‘이제 환신단은 거의 흡수가 됐다. 공력도 백십 년을 넘어섰고’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는 천고의 영약인 환신단을 대부분 흡수해 가고 있다. 그러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는 잘 해오고 있다.


이런 그를 사부가 본다면 뭐라 그럴까? 대견하다 하지 않을까?


위진성은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꼈다. 여기서 멈춘다해도 사부를 만날 때 적어도 할 말은 있다. 자신은 열심히 했다. 물러서지 않고 힘을 다해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쓰러진다해도 누구에게도 낯부끄럽지 않다. 이만큼 했으니···


‘그런데 나는 어디까지 와 있나?’


위진성은 현재의 자신을 점검해 봤다. 공력은 백십 년을 넘어 이 갑자를 앞두고 있다.


풍백비검의 성취는 육 성의 끝자락에 이르렀다. 이제 하나의 장벽만 넘으면 칠 성에 진입할 것이다. 그 하나 넘기가 지난하겠지만···


금적보문검결도 완전히 손에 익었다. 검결에 있는 특유의 공력들로 새로운 걸 창안하기까지 했으니 본인 것이 된 것이다.


산경화보도 며칠 전 깨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생각치 못했었는데 이제는 싸우면서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게 됐다.


물론 공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주작신보처럼 펼칠 순 없다. 허나 산경화보는 그에게 새로운 싸움 방식을 제공할 것이다.


벌써 그의 뇌리엔 산경화보를 밟으며 풍백비천을 날리는 게 그려진다. 이런 새로움은 그에게 즐거움이고 자극과 활력을 준다.


훌륭했다. 그가 보기에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만큼 척군영과의 거리가 좁혀졌을 터. 언제 붙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게 다다.


위진성은 한동안 호흡에 집중했다. 쇠털처럼 부드럽고 가는 호흡에 따라 그의 생각도 밀밀해졌다. 호흡에 집중하던 그의 의식이 요새 부쩍 느끼고 있는 무리에 가 닿았다.


근자에 싸우면서 자신도 의도치 않은 이치를 보고 그걸 해보이면서 싸움을 종결지었다.


왜 자꾸 이런 것들이 보이는가?


생각해 보면 장안의 어느 공터에서부터였다. 그때 모처럼 전력으로 무공을 펼치고 고요함에 들었었다.


그리고 그 특별한 순간이 왔다. 살면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방식, 길.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러나 허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그걸 본 그날 이후. 그와 같은 것들이 근자에 계속 보였다.


이건 과연 뭔가? 풍백비검이 칠 성을 앞두면 원래 이런 건가? 아니면 소천심공이 깊어지면 찾아오는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닐 것이다. 어디 물어볼 데도 없지만, 그는 더 이상 답답해하지 않았다. 자신은 멈추지 않고 나아갈 뿐이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건 감사히 받으면 된다.


‘척군영을 만나면,··· 싸우면 어찌 될까?’


그의 상념이 척군영에 가 닿았다. 지금 그와 싸운다면?


아마도 지겠지. 위진성이 만났던 대단한 무인들이 한결 같이 천외천임을 말하지 않았던가? 어느 정도 차이일까? 그가 전력으로 풍백비천을 펼치면 척군영은 과연 타격을 받을까? ···.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는 예전에 떠올랐던 영감이 다시 생각났다. 금적보문검결의 공력들은 소천심공과 결합해 펼치게 됐다. 둘이 결합되자 상승효과가 생겨 더 위력이 높아졌다.


그러면 초식은? 금적보문검결의 초식들을 풍백비검의 초식들과 결합하게 된다면 어떨까? 과연 결합이 될까? 그의 머릿속에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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