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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700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19 17:15
조회
417
추천
8
글자
12쪽

129.

DUMMY

산 중턱에서 길을 꺾으니 양갈래 길이 나왔다.


하나는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쪽은 오르막이다. 그가 내리막길로 눈을 돌리니 조금 떨어진 길 양옆으로 구덩이들이 패여 있었다.


‘싸우고 쫓기면서 여기까지 왔다. 두 길 중에 당연히 내리막길을 택했을 것이고. 그리로 접어들 때 길 양옆에서 매복이 덮친다’


그는 눈을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로 향했다. 매복 공격을 당한 곳에서 그쪽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땅이 파인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뭇가지 몇 개가 부러진 것도 보였다. 길이 아닌 곳으로 올랐기에 몇몇 흔적들이 남아 있다.


‘공격을 받아내고 저 곳을 찍고 돌아서 반격을 한다. 한번 더 장력을 날리고 다시 땅을 차고 저 길로 내려선다’


위진성이 추리하며 똑같이 행동하자 남겨진 흔적들과 딱 들어 맞는다.


“흠~..”


그가 오르막길에서 뒤돌아 매복용 구덩이들을 내려다봤다. 절로 침음성이 났다.


‘미리 다 계획되었던 건가?’


매복이 있다는 건 그리로 올 걸 예상하고 미리 준비했다는 말이 된다. 아니면 그렇게 토끼몰이 하듯 몰았거나.


‘누가, 누가 그랬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이런 계략을 준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정말 몰라서 이렇게 되뇌이는 게 아니었다. 왜, 무엇을 위해서 그 자는 번거롭게 이랬단 말인가?


궁리하던 위진성이 오르막 길을 올려다봤다.


‘황보형’


안타깝지만 그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 길이 계속 그를 따라오게 유혹했다. 여기서 더 흔적을 추적해 산 정상으로 가는 건 누군가의 의도대로 행동하는 느낌이란 말이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지 않은가? 그는 입 안이 썼다. 자신이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인식을 하니 썩- 기분 좋지 않았다. 농락 당한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분하고 열불이 났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그는 오르막 길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대지를 박찼다.




정상까지 가는데 가파른 급경사 말고는 별다른 흔적이 있진 않았다. 그래서 그는 빠르게 오를 수 있었다.


산자락의 정상은 사방 십 장 정도의 작은 평지였다. 정상에 오르자 한 가지 말고는 별난 건 없었다. 그가 오른 길 맞은 편이 제법 깊은 절벽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위진성이 주위를 살펴보니 싸운 흔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뿐이다. 땅에 자잘하게 파인 자국들이나 흙덩이가 쌓여 있는 등의 자국들은 있는데 그걸 만든 장본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절벽 끝에 섰다. 밑을 내려다보니 절벽 뒤쪽은 거친 암벽이 드러나 있고 꽤 깊다. 절벽 밑은 수풀이 무성해서 그 안을 볼 순 없었다.


위진성이 절벽가를 꼼꼼히 관찰하자 발자국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니 이곳은 사람이 오를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러니 찍힌 발자국 중 많은 게 황보헌의 것이 맞을 거다.


얇고 깊게 새겨진 발자국들을 비교해보니 황보헌이 절벽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해석됐다. 거칠게 패인 걸로 봐선 상처를 입고 튕겨진 것 같다. 그렇다면 목숨을 부지하기는 힘들다.


‘황보헌···’


그는 죽은 자를 애도하면서 잠시 생각을 되짚어 봤다.


사마륜을 쫓고 돌아와서 팽진, 황보헌이 도주한 방향으로 향했다. 중간중간에 싸운 흔적과 시신들이 있었고 결국 팽진의 주검을 마주쳤다.


그리고 황보헌을 쫓아 산자락 정상까지 왔지만, 우려대로 위진성은 그의 죽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어떤 이의 의도한 바라면 왜, 뭣 때문에 그러는 거지?’


이게 아까부터 그의 마음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사마륜을 놓치고 돌아오고 나서 왜 그를 정해진 길로 가게끔 떠밀었나? 만약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일단 팽진의 시신을 수습하고 의심스런 녹림도 시신을 확보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나서 시신들을 안전한 곳에 숨기고 대룡채로 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내가 증거를 수습하지 못하게 하려고 이런 거라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번개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위진성은 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 갔다.


쐐애액----


한 마리 물찬 제비가 산속을 달리듯 쏜살 같이 날아갔다.


팽진, 팽진의 시신이 저 모퉁이를 돌면 있을 것이다.


파라락


헌데 없다.


아까 그곳에 내려섰지만, 팽진의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진 후였다. 빠르게 일대를 조사한 그가 더 찾을 게 없다 생각되자 다시 재빠르게 달렸다.


그렇게 경공을 펼쳐 처음 싸움이 시작됐던 곳에 다다랐다. 신형을 멈춰 세우는 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여기까지 오면서 곳곳에 있던 시신들이 마경일을 포함해 모두 사라졌다. 무기들까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이곳도 마찬가지.


싸운 흔적들은 뚜렷한데 사람과 병장기들은 모두 없다.


‘왜 이랬지? 내가 시신들을 챙기면 어찌되기에 굳이 이런 수고를 하나?’


제자리에서 곰곰히 생각을 하던 그의 뇌리에 뭔가 번쩍했다.


‘그렇구나! 이 모든 게 무림맹과 녹림을 싸움 붙이기 위한 것이다!’


처음에 광룡채주 마경일의 정보를 비선당에 흘려서 그를 빼돌리게 했다. 그리고 위진성이 일행과 멀어지자 제3의 세력이 나타나 함께 비선당을 공격했다. 그 와중에 마경일은 싸늘한 주검이 됐고.


그런데 제3의 세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어떻게 대룡채와 협력을 하게 됐을까? 사전에 얘기가 된 것인가?


위진성은 순전히 감으로 그건 아닐 거라 짐작했다. 이걸 모두 설계한 자의 수완으로 대룡채에서 믿게 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누가, 어디가 가장 이득을 보는가? 그건 어렵지 않았다. 바로 알 수 있다.


‘그건,. 사마륜. 마교다!’


그렇다. 무림맹과 녹림이, 아니 군림맹이 서로 싸우게 되면 마교가 가장 이득을 보게 된다. 나중에 어부지리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이렇게 확신에 가깝게 생각이 들자 제3의 세력도 대충 감이 왔다. 그들은 무막일 것이다. 만약 무막이 맞다면···


이런 전개도 가능하지 않을까?


사마륜이 무막을 군림맹으로 믿게끔해서 그들이 지원을 왔다하면, 대룡채는 바로 협력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진성을 움직이게 하면서 시신들을 치워서 증거를 없앤다.


‘참, 빈틈 없군’


톱니바퀴 맞듯 계획들이 맞물려 돌아갔다. 그중에 하나라도 예상과 다르면 어긋나게 된다.


“아닌가? 변수가 생기면 또 그에 맞춰 따로 준비한 게 있으려나?”


어찌됐든 위진성의 추리가 맞다는 전제하에 대단한 기획력이고 실행력이다. 과감하고 빈틈이 없다. 또 끝인가 하면 연속되는 집요함도 갖췄다.


그는 새삼 자신이 누구와 싸우는지 환기를 시켰다. 마교는 척군영, 하나가 아니었다. 그만 상대하면 될 줄 알았는데 사마륜도 있고 소수마녀도 있다.


괜히 천년 마교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위진성은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음 할 일을 생각해 봤다.


‘그럼.. 우선 대룡채로 가볼까?’


일단은 그들을 만나서 자신의 추리가 맞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다시 이쪽으로···’


위진성은 뒤돌아 다시 취암봉으로 향했다.



#



오대산 남쪽 끝자락에 오봉이라는 시가지가 있다. 오대산의 남쪽으로 오르기 전에 필수적으로 들르게 되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오봉은 산에서 나는 약초나 동물의 고기, 가죽 등을 거래하는 시장이 발달해 있다. 그 시장에서 오가는 금액의 상당량이 오봉에 재투자 돼서 기루나 객잔들이 생각보다는 잘 되어 있다. 그래서 외지 사람들이 오봉에 오면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에 놀라곤 한다.


해가 기울어 어두워진 저녁나절


오봉의 중심거리에 한 사내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발을 내딛을 때 발끝이 털럭털럭하는 게 힘이 빠져 보인다.


터벅터벅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골똘히 걷던 그는 눈에 띄는 아무 객잔에나 들어갔다.


털썩


가까운 빈 자리에 앉은 그는 되는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따라놓고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며 탁자를 두드렸다. 그는 그렇게 음식이 나올 때까지 차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잠시 후 점소이가 놓고 간 간단한 소면과 야채볶음 한 접시. 젓가락으로 한웅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맛이 괜찮았지만 맛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게 소면이 그럴 정도로 괜찮은 건 아닌지, 아니면 입맛이 없는 건지 위진성은 잘 모르겠다.


다시 한 젓갈 떠서 먹어봤다. 맛은 괜찮았다. 그가 마음의 힘이 없어서 맛을 음미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상하게 지치는구나’


위진성은 대룡산채에 갔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대채답게 산채는 크고 잘해 놨다.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헌데 그 넓은 곳에 개미 새끼 한마리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일견 생각하기엔 무림맹에서 자신들을 치기 위해 오고 있으니, 산채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 생각할 수 있다.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무림맹과 싸우려 하진 않을 테니까.


그렇게 헛걸음 하고 산채에서 이곳, 오봉으로 오는데 힘이 들었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지쳤다.


‘사마륜, 오늘은 당했지만 다음엔 오늘 것까지 쳐서 받으마!’


오늘은 그 답지 않게 이리저리 휘둘렸다.


자신이 장기의 말이 된 것처럼 타인이 의도한대로 움직였다. 이게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언제나 당당하고 주도적이던 위진성으로선 생경하고 불쾌했다.


‘그나저나 대룡채는 어디로 간 거야?’


그때 객잔 문이 왈칵 열리며 한 장한이 뛰어 들어왔다.


“여보게-, 여보게나~!”


“응?”

“뭐야?”


“자네는 칠식이 아닌가?”

“어, 엉. 나야. 헉-허억--”


칠식이란 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격한 숨을 몰아쉬었다.


“왜? 누가 쫓아오나?”

“그게 아니고.. 지금 양천에서 오는데··· 그 근방에서 대규모 싸움이 났다는 거야, 싸움이-.”

“싸움이라니?”


이제 객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칠식이란 자를 주시했다.


“아-, 글쎄.. 왜, 알지? 무림맹에서 대룡채 잡겠다고 온 토벌대가 양천 근처 여홍까지 왔다는 거.”

“어, 들었어.”

“거기서 대룡채하고 토벌대가 큰 싸움이 났대.”

“뭐어?”


“뭔 소리야?”

“싸움이라니?”


수군수군


객잔 내에서 술렁임이 일어났다. 칠식이 말한 얘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위진성은 쎄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이보시오. 자세히 좀 말해 보시오.”

“맞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얘기나 들어 봅시다.”


“나도 오며 길에서 들은 건데, 대룡채에서 토벌대를 급습했다 합니다.”

“대룡채가?”

“말도 안돼!”


사람들은 이게 더 큰 충격인가 보다. 비록 대채이지만 산채가 무림맹 토벌대를 공격하다니··· 선뜻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정말이오?”

“나도 처음엔 안 믿었는데.. 그리 말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소.”


“허어~ 말세네, 말세야. 녹림 산채가 무림맹을 공격하다니···!”

“그러니까. 요새 세상이 하 수상하더니 무슨 이런 일까지 일어나지?”

“진짜 무림에 혈풍이 부는 거 아니야?”


웅성웅성


‘대룡채에서 토벌대를 공격한다고? 왜??’


위진성이 보기에 대룡채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토벌대를 친다는 게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고 설령 기습이 성공했다 해도 그들이 얻을 게 뭐란 말인가? 명예? 산적들에게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녹림의 총표파자(총채주)를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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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255. 23.05.22 154 4 11쪽
254 254. 23.05.21 174 4 11쪽
253 253. 23.05.20 15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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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23.05.10 19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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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23.05.08 18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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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239. 23.05.06 20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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