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주님, 저 왔어요!"
"그래, 다이비즈 왔구나! 추석은 잘 보냈니?"
"네. 이번 연휴에 계속 근무를 서고 있어요."
"저런~! 힘들지는 않니?"
"이런 경우가 그동안 제법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지금은 그러려니 해요. 누군가는 해야할 일인데, 제가 억지로 고집을 피워서 쉴 수도 있지만 그냥 지금은 여기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을 거스르지 않고 따를 생각이거든요."
"그래, 다이비즈 너의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네. 모든 일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 다른 일은 없고?"
"아직 제출해야할 서류가 있어서 오늘과 내일은 그걸 작성하느라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오늘은 공주님과 아내가 원래 여기로 올 생각이었는데, 그냥 좋은 곳에 놀러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했어요. 저는 근무 중이니까 여기 와도 딱히 공주님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할 만한 것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요즘은 거의 매주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구요."
"그래. 오늘도 성경을 읽었니?"
"네. 누가복음 16장을 읽었는데요."
"그래."
"앞 부분은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말이 안되는 얘기가 적혀 있어서 그냥 넘겼어요."
"그랬구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없고?"
"예수님이 율법과 선지자는 요한의 때까지고, 그 이후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전파될 것이라고 말해요."
"이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니?"
"그냥 제가 만약 예수님 입장이라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떤 의미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니?"
"혁명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대중을 설득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예수님은 거기에 성공을 한 것이고, 만약 실패했다면 오늘날까지 그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겠죠."
"그렇구나."
"기존의 패러다임을 따랐다면, 그냥 기존의 바리새인이나 서기관들과 같은 위치의 한 사람으로 기득권 속에 머물렀겠죠."
"그래."
"다른 내용은 없니?"
"부자와 거지의 비유를 통해 부자는 지옥에, 거지 나사로는 천국에 간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다이비즈 너는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니?"
"부자는 악하고 거지는 선하다는 당시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예수님도 이렇게 생각하셨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니?"
"네. 저도 지금 비록 경제적으로 큰 부자는 아니지만, 굳이 부자가 반드시 악하고 가난한 사람이 반드시 선하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해야 하잖아요."
"그렇지. 부자 중에도 선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가난한 사람 중에도 악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네. 저는 지금도 보통 사람이 부자가 되거나 성공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예수님은 과연 이 방법을 아셨을까 궁금하네요."
"그렇구나!"
"참, 며칠 전에는 처남을 오랜만에 만나서 모처럼 많은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나 보구나."
"네. 서로의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응원도 나누고 했어요."
"그래, 잘했구나! 그런데, 요즘은 네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구나!"
"아직 여기로 옮겨 와서 완전히 마음이 자리를 잡은 게 아닌가 봐요. 주님께서 알고 계시듯이 책은 그동안 많이 읽었는데, 최근에 읽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와 같은 책들을 통해 저의 연구가 또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함을 느끼기도 해요."
"그래. 아직 다이비즈 너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 네가 넉넉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모양이로구나!"
"네, 그런 면도 있구요."
"다이비즈, 언제나 얘기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말고 항상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려무나~!"
"네, 주님! 주님이 저를 언제나 행복하고 즐겁게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심을 알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마음이 번잡할 때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구요."
"그래. 그럼, 다이비즈 오늘 남은 시간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려무나~!"
"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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