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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무협이라는 것에 대한 소고.

뭐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무협의 한계이자, 넘어야 할 벽에 대한 생각이다.

이게... 보통 무협을 분류하자면 그 분류가 엄청 많아지지만. (정통, 기정, 추리, 괴기, 도색 등등등) 이 글에서는 실제 역사를 기반한 무협과 역사에서 유리된 가상의 세계를 다루는 무협으로 나누어보고자 한다.

과거 영웅문으로 무협에 입문한 사람이 많아서인지,(한국 무협의 역사는 그보다 길지만, 무협붐이라는 것이 분데는 80년대 고려원의 영웅문 시리즈 해적판 영향이 매우 컸다.) 실제 역사에 기반하여 무협식으로 풀어가는 스타일의 작품이 꽤 보인다. 특히 현 무협에서 자주 쓰이는 부분은 정난 지변 근처나, 그 후 환관들 설치다 토목보 얻어터지는 시대 정도다.

송나라 시대 역시 자주 사용되곤 하지만, 구파일방이 자리잡은 명 시대의 비중이 더 크다고 봐야할 것이다.

사실 이런 역사를 기반으로 하여, 팩션으로 전개하는 무협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팩션의 경우 어설프게 쓰면 국물도 없기에 작품의 퀄리티를 올리는데도 크게 일조하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무협은 본질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중화주의다. (애초에 김용 작품 자체가 중화주의의 절정이다보니...) 한족 입장에서 생각하며 주변 모두를 이민족 오랑캐로 생각하던 그 중화주의에 입각하여 소설을 쓰다보니, 가끔 이게 중국인이 쓴 건가 한국인이 쓴 건가 헷갈리는 지경의 글도 보이곤 한다.

특히나 고질적인 클리셰(그러나 고쳐야 할)인 서장 포달랍궁 문제라든가...

서장의 포달랍궁이 왜 중원으로 침공해 온단 말인가;;; 거기다 왜 그들이 마의 존재일까;;;

달라이 라마가 있는 동네거든요 거기;; 사실 이러한 피드백이 작가들 사이에서도 없는 게 아니다보니, 포달랍궁을 그대로 인용하기보단 가상의 단체나 이교 단체를 등장시켜서 그 역활(서장에서 중원을 노리고 침공해 오는 악의 무리)를 맡기곤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한족 중심의 중화주의에 입각한 마치 중국인이 쓸 법한 무협)작가들의 경우, 한국적 무협이라는 화두에 몰두하기도 한다.

혹자는 주인공을 동이계 사람이나 고려 사람 등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웃긴 것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설정이나 새로운 개념을 동원하면 독자들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한국적 무협이라는 화두를 위해, 한국을 배경으로 한 무협을 하려던 시도도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니...

어쨌든 무협에서 풍기는 중화제일주의의 냄새가 맡아질 때마다, 필자는 눈쌀을 찌푸리곤 한다.

그러다보니, 대안적으로 나오는 것이 무협 배경의 새로운 세계를 다루는 작품들이다.

현실 세계와 유리된, 무협 배경을 가진 새로운 세계... 이건 비유하자면 중세 역사와 유리된 중세 배경을 가진 환타지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거기에 기존의 구파일방과 오대 세가의 무림이 아닌 다른 형태의 무림을 그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필자 역시 후자를 선호한다. 단순히 중화주의를 깔고 가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가능성 때문이다.

갑자기 환타지 이야기를 드는 게 좀 그런데... 환타지라고 하는 장르가 가진 포텐은 매우 크다.

사실 내가 볼땐 거의 모든 장르를 환타지에 대입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 시도를 하는 작가가 손에 꼽아서 그렇지.

여하간 각설하고 무협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무협이라는 장르가 가진 확장성이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기에 필자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전작부터가 무협과 도박의 접목을 시도했던 작품이었다. ㅋ  출판되어 나간 시장에서 별다른 히트는 거두지 못했지만, 일부에서는 도박과 무협의 절묘한 융합이 인상적이다라는 평가도 들었으니... 이걸 위안이라고 해야 해 말아야 해 ㅋ

사실 자랑은 아니지만, 무협에서 도박이 곁다리로 나오는 무협은 많았지만 도박 그 자체를 주 소재로 무협에서 다룬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 한국 최초 아니었을까?

자랑하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 가지고 그러는 건 웃기는 거고...

다만, 그런 시도에서처럼 무협이든 환타지든 더 넓은 가능성, 더 다양한 확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 뿐이다.

내 자신이 아직 내세울만한 이름 있는 작가는 아니다. 글 쓴지 20년도 훨씬 넘었는데 이 모양 이꼴인 건 특유의 귀차니즘이 혁혁한 공헌을 한 탓이지만...

이야기가 좀 샜다. 두서없이 글이 길어지기만 하는 것이 이 정도에서 줄여야 할 듯 하다.

비축분 원고 쓰다가 내가 왜 이런 긴 뻘 글을 쓰게 되었지 ㅠㅠ?

여튼... 무협은 계속 진화할수 있다. 그러니 모두 노력합시다~ 로 정리하면 될 듯 하다.

............-_ㅠ

 


댓글 3

  • 001. Lv.11 싯벌건자두

    12.12.04 18:11

    동감입니다.
    저들의 중화주의를 꼬집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김용의 천룡팔부가 살짝 이런 맥락이기도 했죠.

  • 002. Lv.41 괴인h

    12.12.05 20:36

    김용의 중화주의는 녹정기에 이르러서 천하사해만민주의로 완성되었다고들 평하죠.
    현 중국의 입장- 이것도 저것도 모조리 중국 역사 ㄳ. 와 절묘하게 매치되는 사상 입니다.

  • 003. Personacon 윈드윙

    12.12.06 09:08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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