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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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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15 23:58
연재수 :
242 회
조회수 :
10,906
추천수 :
680
글자수 :
1,287,640

작성
23.02.08 12:01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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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47. 따끔해요

DUMMY

붉은색의 기운에 노출된 나무 줄기는 안에서 실시간으로 쪼개지는 중이었다.

평범한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기사들, 그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히펠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디르앤은 나무가 토막이 나든, 가루가 되든 개의치 않았다.

어디서 등장한지 모를 이단들을 심판할 때까지만 제 역할을 다해주면 되었다.


목표는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두 마법사의 심장.

그녀가 던지는 즉시 히펠을 두른 나무 줄기는 그대로 이단들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었다.


"흐으읍!"


숨을 크게 들이 쉰 그녀가 나무 줄기를 든 팔을 크게 휘둘렀다.

줄기가 막 그녀의 손을 벗어난 순간.


"칫."


디르앤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이쪽을 알아챘다고?'


그녀가 던지는 순간 마법사가 품에 있는 여자를 들고 몸을 틀었다.

이대로라면 남자는 죽고 여자는 살아남을 판이었다.

디르앤은 자신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단을 쫓을 방법을 강구하였다.


그 사이 나무 줄기는 빛살처럼 뻗어나갔다.


우웅


"!"


낯선 소리와 함께 디르앤의 시야에 잠깐이지만 묵색의 기운이 어렸다 사라졌다.

아주 잠깐동안 등장했다 사라진 묵빛의 기운은 붉은 흔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격의 궤도를 아주 미세하게 틀어놨다.

궤도가 틀어진 공격이 이단들을 덮쳤다.


콰아앙


디르앤이 던진 나무줄기는 이단 중 누구도 죽이지 못하고 그들을 떠받치고 있던 반투명한 덩어리를 깨부수는 것으로 끝이었다.


"페트라!"


디르앤은 화가 나 페트라를 돌아봤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페트라.

하지만 그의 커다란 눈동자는 티 나게 흔들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바본 줄 알아?"


몸에서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히펠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 속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힘을 이용해 히펠을 만들어낸다는 소리였고 이는 단순히 노력으로 닿을 수 없는 순전한 재능의 영역이었다.

거기에 묵색의 히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요엠가움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


"나.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하...!"


정말 그녀가 듣지 못했고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히펠을 일으킨 기사의 오감은 한층 더 예민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꼴을 보고 있자니 화가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설령 그녀가 페트라의 히펠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말이다.

저런 어설픈 연기가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 연기가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페트라가 본인 연기 실력에 대한 객관화가 되어있는지가 아니었다.


"지금 이 일을 정식으로 문제 삼으면 너 죽어. 어떤 이유로든 이단 심문관의 행사를 방해하면 그 사람 역시 이단과 함께 처형된다는 거 몰라?"

"... 그러니까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데도."

"하... 도대체..."


디르앤은 정식으로 문제를 삼으면 죽네 마네 하며 페트라에게 엄포를 늘어놓긴 했지만 그가 정말 죽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그녀의 오랜 소꿉친구였다.


굳이 협박조로 이야기 한 것은 그가 보인 행동이 그녀가 알고 있던 평소의 그와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가 누군가 다치는 것을 병적으로 기피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행동까지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게 정당한 행사라면 더더욱 말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지금은 그걸 파고들 시간이 없었다.


"너 이거 나중에 얘기해."


결국 그녀는 그를 채근하는 것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이단이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 했다.




"...!"


뒷덜미에 느껴지는 강한 충격과 함께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


"앤!"


페트라는 제 손날에 맞고 기절한 디르앤을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일단 급한 마음에 그의 최후의 수단인 손날치기를 디르앤에게 사용하긴 했는데 혹시나 자기가 너무 세게 때리지는 않았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얼른 그녀의 몸에 손을 올려 그녀 몸에 제 히펠을 흘려보냈다.

묵색 기운이 부드럽게 그녀의 몸에 스며 들었다가 다시 돌아 나왔다.

그녀는 정신만 잃었을 뿐 몸에 별 문제는 없었다.


"휴... 다행이다."


사실 힘을 조절하는데 그만큼 능숙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부산을 떠는 것은 그가 염려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항상 최악을 상상하는 그는 항상 이런 식으로 상대방이 무사한지 확인을 해야했다.


바닥에 쓰러진 디르앤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그는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사들을 찾기 위해 나섰다.

묵색 히펠이 그의 몸을 감쌈과 동시에 그의 거구가 훌쩍하고 숲 속을 가로질렀다.

디르앤의 히펠을 본 다른 단원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보다 먼저 정체불명의 마법사들을 확보해야 했다.


'카밀로테의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그가 저들을 카밀로테의 마법사라 확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페트라 역시 이단 심문관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그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단들의 경지는 항상 비슷했다.


'조금 신기한 재주를 부릴 줄 아는 사람.'


이단은 방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사들처럼 하늘 높이 날 수 없었다.

거기에 다른 이유 한 가지 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이단은 지팡이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우선 카밀로테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지팡이를 제작하지 않으니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요엠가움에서 돌아다니는 지팡이는 카밀로테와의 무역 과정에서 이뤄지는 밀매를 통해서 들어온 것들로 그 용도는 모두 희귀 수집품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단은 그들의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안다.

그 와중에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을 죽여달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결론.

저들은 카밀로테의 마법사들이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합전을 위해 출전하기 전에 요엠가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건 그에게 있어서 천금과도 같은 기회였다.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마법사들이 떨어진 장소라 생각되는 곳에 다다른 그는 히펠을 잘게 쪼개어 사방으로 넓게 펼쳤다.

그리 오래지 않아 마치 공기처럼 퍼진 그의 기운에 무엇인가가 걸렸다.

분명 떨어질 때만 해도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마법사들은 어느새 움직이고 있었다.


바스락


소리를 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갔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몸을 보호할 최소한의 히펠만을 남기고 그는 양손을 들어올려 자신이 무해함을 알렸다.


"당신들을 공격할 의도는 없어요."


기척이 걸린 곳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히펠은 마법사들이 이곳에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단이 아닌 카밀로테의 진짜 마법사들은 다양한 마법을 부릴 줄 안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페트라는 기척이 감지되는 곳을 직시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제 이름은 페트라 으누어. 요엠가움의 기사입니다. 저는 그저 당신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에요."


한 발 한 발 마법사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던 그는 문득 땅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눈앞의 숲 속 풍경을 뚫고 갑작스레 두꺼운 나무 줄기가 튀어나왔다.


쐐애액


나무 줄기가 무서운 기세로 몰아쳐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흐음..."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페트라는 일단 막기로 했다.

그는 나무 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콰아앙


나무 줄기와 페트라의 손이 충돌하며 낸 소리였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법의 위력이 더 강했다.

실제로 이 정도 마법에 직격하면 어중간한 히펠을 두른 기사들은 속절없이 당할 것이었다.

다만 페트라는 어중간한 기사가 아니었다.


쿠구국


그의 손에 막힌 나무 줄기가 제 힘을 못이겨 저 스스로를 우그러뜨리고 있었다.

모습을 숨긴 마법사들은 확실히 썩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격이 막혔다고 생각되는 순간 마법사는 곧바로 사방에서 더 많은 줄기를 쏟아냈다.


콰과과강


판단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리라 이미 결론을 내렸는지 연이은 공격을 쏟아내자 마자 마법사는 빠르게 그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마법사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자마자 빈 숲을 보여주던 장면이 흔들거리더니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들리지 않던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유용한 마법들이 많네.'


정신을 차린 마법사는 남자쪽이었다.

그는 여자를 품에 안고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었다.

호흡소리가 거친 것이 이미 꽤나 지친 모양이었다.


저렇게 기를 쓰고 도망치는 것은 이단 심문관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나 이미 출정한 카밀로테의 군에서 불의의 사고로 떨어져 나온 것은 아닐까?'라는 마지막 가능성도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들은 카밀로테에서 모종의 이유로 쫓겨났거나 도망친 모양이었다.


묵색의 기운이 그의 발에 어리는가 싶더니 또 다시 훌쩍 그의 몸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크으윽!"


마법사가 힘겹게 손을 휘저었다.

또 어떻게 알았는지 남자 마법사는 그가 다가오는 곳을 향해 정확하게 날카로운 바람을 쏟아냈다.

상태를 보면 힘은 진작 다한 것 같은데 놀라운 정신력이었다.


카각


페트라가 굳이 바람을 막을 필요도 없었다.

날카로운 바람은 그의 피부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에 마법사는 발악하듯이 페트라를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흠..."


이대로면 끝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페트라는 조금 더 거친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가 커다란 손을 뻗자 묵색의 히펠의 남자의 사방을 점거하였다.

히펠은 곧 마법사의 몸을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붙잡고 보니 마법사들의 나이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렸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스물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 자신보다 최소한 열 살은 더 어리다는 말이었다.


"끄아아악!"


몸부림 치며 빠져나가려고 하는 어린 마법사를 향해 페트라가 다가가 말했다.


"잠시만! 이단 심문관 때문에 이러는 거 알아요. 제가 기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전 당신들을 해할 생각이 없어요!"


기사의 명예까지 걸었는데도 마법사는 잠잠해질 줄 몰랐다.


"제발! 지금 다른 기사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정말로 위험해 집니다. 그러니 제발 제 말 좀 들어...!"


페트라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흉포한 기세를 흩뿌리며 그의 부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중에는 페트라의 피부가 저릿거릴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단순히 강력한 기운이 아니라 잔뜩 화가 난 듯한 기운이었다.

누구인지 의문을 표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였다.

아무래도 디르앤이 깨어난 모양이었다.


"... 어쩔 수 없나."


하루에 두 번이나 최후의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니.

페트라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지만 이대로 두면 이 어린 마법사들은 죽을 판이었다.


"잠깐 실례할게요. 좀 아플 거예요."


묵빛의 기운이 어린 손날이 세슈람의 뒷덜미를 가격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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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14. 눈을 떠라 눈을 떠라 24.01.25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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