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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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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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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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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98,011

작성
22.1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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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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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DUMMY

넷은 듀시아를 끌고 그늘진 곳으로 향했다.


"뭐하는 자들이지?"


누가봐도 수상한 차림의 사람들이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인지 복면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그들 옆에는 묵직한 가죽 포대가 놓여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3월 마을에 고정되어있어 무엇인가 일을 꾸미는 기색이었는데 그게 무엇이든 좋지 못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정황상 트리아트 가문을 대상으로 한 음모를 꾸미는 것이 명백한 상황임에도 넷은 그들에게 당장 뛰쳐나가지 않았다.


"가까이 가보자."


오히려 상황을 면밀히 살피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최근 상태를 생각하면 분노에 성급히 일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좋은 신호처럼 보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듀시아는 넷의 눈에 깃든 분노를 놓치지 않았다.


"넷. 침착해."

"난 그 어느때보다 침착해."


그녀는 자신과 듀시아의 몸 주변으로 차음막을 두르더니 몸을 띄웠다.

두 사람의 몸이 부드럽게 떠올라 1월 마을 철책에 붙어서 이동하였다.

이내 수상한 차림의 사람들의 머리 위에 도착한 넷과 듀시아.


차음막을 믿으며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으... 가까이 가기 싫은 몰골이야. 가면 냄새 나겠지."

"불평은 그만 하고 이제 움직이지. 마을 주변에 이걸 다 심어놓으려면 슬슬 시작해야한다."


무리의 지도자로 보이는 이가 가죽 포대를 열어젖혔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법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잘한 크기의 싸구려 보석.


이미 이것에 크게 덴 적이 있는 넷은 마법석의 출처가 어디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뭐... 반혁명파 주장대로 정규군이 썩었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네."


군용 마법석, 그것도 빨간 놈들로만 골라서 가죽 포대를 채울 정도의 양이 마을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넷이 12월 마을에서 겪었을 때보다 그 양이 더 많았다.

듀시아가 보기에도 이번 사태는 심상치 않았다.


어떻게 저 정도의 양을 꺼내왔는지는 나중 문제다.

폭발 마법이 각인된 마법석을 저렇게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게는 저들을 제압할 명분은 차고 넘쳤다.


"우선 마법석부터 빼앗고..."

"듀시아 잠깐."


마법을 재현하려는 그의 손을 넷이 잡아세웠다.

수상한 무리는 각자 마법석을 한 무더기씩 떠안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왜 그래? 지금 막아야지."

"조금만 기다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며 넷을 쳐다보는 듀시아.

그를 향해 그녀가 꼿꼿이 말했다.


"네 말대로 아직 저들이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어."


아직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니.

그는 곧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깨달았다.

이전에 넷은 혁명단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이제는 죽은 칠번대 부대장에게 경고하려 했고 그런 넷을 듀시아는 막아섰다.


그때 그가 한 말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가서 협박한다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기다려야지. 저들이 우리에게 확실히 적의를 품고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는 현장을 포착할 때까지."

"넷! 너 정말. 내 말은 그런 게 아니었잖아."


그가 했던 말은 힘으로 함부로 사람을 억압하지 말라는 말이었지 적을 처단할 확실한 명분을 얻기 위해 미리 막을 수 있는 사태를 손 놓고 보고 있자는 말은 아니었다.


"네 가문 사람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야."

"알아. 하지만 괜찮아."


넷은 자신이 있었다.

저 수상한 무리가 3월 마을을 공격할 준비를 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막을 자신이 있었다.


"하... 너 이거 나중에 얘기해."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설득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미 사방으로 퍼진 사람 중에서 몇몇은 저주받이꽃 무리 사이에 마법석을 숨겨두고 있었다.

넷이 바라는대로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저들을 막으려면 지금 움직여야 했다.

수는 총 열 명.


그의 손 끝으로 파란 집광체가 맺히기 시작했다.

빛나무가 내뿜는 빛보다 더 밝은 집광체가 어둑한 밤을 밝혔다.


"뭐... 뭐야!"


난데없이 떠오른 빛덩이에 수상한 무리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쐐애애액


물줄기가 공기를 가르며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습격이다! 막아!"


듀시아가 재현해낸 무식하기 짝이 없는 열 줄기의 물기둥이 순식간에 수상한 무리를 덮쳤다.


카가가각


거센 물줄기가 단단한 것을 갈아내는 소리.

수상한 무리들의 사람들은 어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는지 금방 펼친 방어막으로 듀시아의 물줄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넷은 이 상황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흠... 아쉽네."


조금만 더 놔뒀으면 확실했는데.


넷의 몸이 앞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엄청난 속도로 수상한 무리 한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너... 너는!"


그녀를 발견한 사람들의 안색이 파래졌다.

넷은 듀시아의 물줄기를 막아내느라 정신없는 자들을 슥 둘러보았다.


'군용 마법석 말고도 뭘 많이 갖고 있네.'


그들은 품에 이것저것 다양한 보석들을 치장하고 있었다.

듀시아의 마법을 막아낼 정도로 많은 마법석을 두르고 있는 것을 보니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돈이 많은 모양이었다.


"너희들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우선 일은 확실히 하자. 너희가 먼저 공격한 거야."


넷의 손끝이 저주받이꽃 무리를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꽃들 사이에 놓인 군용 마법석을 향한 것이었다.

우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콰아앙


폭발이 일었고 주변에 있던 이들이 그 충격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손짓 몇 번에 폭발이 연달아 일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넷의 행동에 듀시아가 공격을 멈췄다.


"이런 씨발! 공격해!"


틈이 생기자 수상한 자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지도자의 걸걸한 고함과 함께 무리들은 품에서 여러 마법석을 꺼내 힘을 불어 넣었다.

그 중 몇 개는 듀시아를 향했지만 대부분은 넷을 노리고 있었다.


"흠."


저에게 날아오는 마법들을 살핀 넷은 습관적으로 꺼내들었던 빛의 검을 흩어내었다.



쩌정


그녀 주변으로 폭발이 일고, 번개가 튀었으며 바위 조각이 튕겼다.

무수한 공격이 만들어 낸 연기가 넷 주변을 뒤덮었다.

이를 지켜본 듀시아의 눈이 화등잔이 되었다.


속절없이 마법에 직격한 넷을 본 그의 머릿속에는 반사적으로 넷에 대한 걱정이 들었지만 이내 공격에 당하기 전의 넷의 모습이 떠올랐다.

넷은 왜 빛의 검을 흩었는가?


'설마...'


의문에 대한 답을 내린 것은 그의 이성이 아닌 직감이었다.

동시에 엄습해오는 불안감.

그는 서둘러 넷을 향해 날아가려 했다.

하지만.


꾸구국


그의 몸을 띄우고 있던 힘이 이제는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넷! 멈춰! 제발 멈춰!"


넷 주변으로 일었던 연기가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공격에 당해 엉망이 된 넷이었다.

얼굴에는 그을음이 묻어있었고 팔뚝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여기저기 찢겨있었다.


옷이 찢긴 틈으로 검은 갑옷이 슬쩍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에게 선물한 흑갑이었다.

흑갑 덕분인지 팔 다리에 나있는 상처를 제외하면 몸에는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지는 않았다.


공중에 떠있는 그녀 주위로는 열 자루의 얼음 창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말... 말도 안돼!"

"괴물이다. 괴물! 이 괴물년!"


무수한 공격에도 자잘한 생채기 외에 멀쩡한 넷을 본 사람들이 겁에 질려 외쳤다.

그러나 넷은 그들이 아니라 듀시아를 보고 있었다.


"너와 한 약속. 난 지켰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은 모두 날 먼저 공격한 자들을 막기 위함인 거야."


그녀가 짓누르는 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법을 준비 중인 듀시아는 그런 그녀를 향해 거듭 안된다고 외칠 뿐이었다.

그 사이 지도자가 무리를 향해 재촉했다.


"뭐하고 있어! 이대로 죽고 싶은 거냐? 공격하라고!"


무리들이 재차 마법을 쏘아내기 전이었다.


쐐애애액


넷의 손짓에 맞춰 날아간 얼음 창이 무리들의 팔을 꿰뚫었다.

어떤 것은 손목을 끊었으며 어떤 것은 팔을 날렸다.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순식간에 팔을 잃은 무리 사이로 한발 늦게 반응이 찾아왔다.

고통에 찬 비명.

두려움.

끈적하고 부정적인 힘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들을 무너뜨렸다.


수상한 차림의 사람들이 모두 두려움과 고통에 바닥을 기는 중에 지도자로 보이는 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우리는! 빨간 머리 괴물들의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 남은 팔로 폭발 마법이 담긴 군용 마법석에 힘을 불어 넣었다.

시뻘건 집광체가 향한 곳은 3월 마을 쪽이었다.


"흐음..."


그의 말을 잠자코 듣던 넷이 손을 가볍게 내저으니 폭발 마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네 목숨을 잃을 각오 역시 되어있다는 말이지?"


이어서 그녀 주위로 떠다니는 얼음 창이 그를 겨누었다.


"이번에도 네가 먼저 선을 넘은 거야."


쐐애애액


얼음 창이 그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갔다.


콰지지직


하지만 그의 심장을 꿰뚫으려던 얼음 창이 뚫은 것은 심장이 아닌 바위 벽이었다.

넷의 운동 마법을 이겨내고 날아온 듀시아가 지도자 앞에 세운 마법이었다.


"하아... 하아..."


바위 벽에 막혔음에도 날카로운 창 끝은 지도자의 가슴을 찌른 후였다.

고작 피부 정도에서 그친 상처라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 정도 위력이라면 듀시아가 막지 않았다면 저 사람은 죽었다는 뜻이었다.


"넷. 너 정말 선을 넘으려는 거야?"

"선을 넘다니?"

"몰라서 물어?"


냉소를 머금은 넷이 듀시아에게 쏘아붙였다.


"선을 넘은 것은 저들이 먼저야. 대현자인 나를 공격했으며 무고한 트리아트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어. 난 그저 그에 합당한 처벌을 했을 뿐이라고."

"그 전에 막을 수 있었어."


침묵 마법만 펼쳤어도 저들은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다.


"일부러 그런 거잖아. 지금 너."

"그럴리가. 난 그저 일을 확실히 처리하고 싶었을 뿐이야."

"왜. 그럴 거면 그냥 다 죽이지?"

"비약이 심하네. 난 나와 내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사람에게 똑같이 되돌려 줬을 뿐이야."


쳇바퀴 돌듯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대화에 듀시아는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좀 전에 죽을 뻔 했던 지도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검은 머리 애송아! 저게 저들의 본성이다! 사람을 죽이는 데에 망설임이 없는 괴물들이란 말... 크헉!"


듀시아는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아 그의 입을 다물렸다.

연달아 일은 폭발 소리에 3월 마을 사람들은 이미 난리통이 난 이곳에서 최대한 떨어져 있는 상태였으며 다른 사람들 역시 모여드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더 시간을 끌어봤자 좋은 꼴은 못보겠다 싶었기에 그는 넷과의 대화는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는 입과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습격자의 지도자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이따가 다시 얘기 해."

"아니."


하지만 넷은 그럴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 사람은 놓고 가. 본보기야."

"너 정말 안되겠다."

"너가 아니라 대현자님. 그리고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싫다면?"

"그렇다면..."


넷은 말을 늘이더니 손에 밝은 빛의 집광체를 맺기 시작했다.

듀시아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어떻게 네가 공간 이동을..."

"대현자에게만 허락된 고대 마법을 대현자인 내가 배우고 있다는 게...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천년서고에 보관되어있는 마법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넷이 그것들을 배우는 것을 따로 본적은 없었다.

항상 그녀 옆에 붙어있었는데도 그가 모른다는 것은 그녀가 그도 모르게 비밀리에 배웠다는 뜻이었다.


환한 빛이 사그라들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위군이었다.

고작 두 사람 뿐이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공간 이동 마법을, 그것도 데클락 정상에서 이곳까지 장거리의 마법을 그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것이다.


"명을 내리시죠."


호위군 대장과 대원 한 명이 넷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 번에 많은 힘을 쏟아 숨을 헐떡거리는 넷은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명을 내렸다.


"저를 해하려한 습격자들 모두. 제 앞에 데려 오세요."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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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NEW 9시간 전 1 0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4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6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7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8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6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8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7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6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6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6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6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9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0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7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9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7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7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6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6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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