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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15 23: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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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7,640

작성
22.12.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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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2. 낚시

DUMMY

감시역을 맡은 호위군은 베네빅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의 이력은 꽤나 특이했다.


처음 정규군에 들어갈 때에는 턱걸이로 겨우 들어갈 정도의 애매한 실력이었다.

어중간한 실력으로 어중간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던 그에게 변화가 생긴다.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것.


8월 마을 사람들끼리 부르는 말로는 '특이 체질' 이라고 하는, 나셴드 가문에게도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한 재능이 베네빅 출신인 그의 몸 속에서 뒤늦게 개화한 것이다.

특이 체질이란 동물과의 감각을 공유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그들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으로 보통은 동물들과 밀접한 삶을 사는 나셴드 가문에서 발견되는 재능이다.


그의 이 재능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그의 삶을 이끌었다.


나셴드 가문에서 수백 년간 진행한 연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룡을 길들이는 것.


연합전에서 인간 연합이 상대하는 적들은 하나같이 잔인하고 끔찍한 존재들이지만 그 중에도 가장 성가신 존재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아룡들이다.

용이야 당연히 죽일 수 없는 존재니 논외.

광신도들을 이끄는 자인 제사장이란 존재도 인간 연합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상대할 정도로 강하기는 하지만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단장들이 나서서 그들을 상대한다면 제사장에게 인간 연합이 받는 피해는 그 강함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수준.


하지만 아룡은 다르다.

있는 것이라고는 살육 본능 뿐, 이성이 없는 짐승에 불과하지만 수만 마리의 아룡들에 인간 연합이 입은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 비늘에 억세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도 문제지만 정말로 성가신 것은 그것들이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수백 년의 시간, 십수 번에 달하는 전쟁을 거치며 사람들은 아룡을 상대할 대비책을 준비했다.

나셴드 가문의 아룡을 길들이기 위한 연구는 이런 흐름 가운데에 시작된 연구였다.

아룡을 길들여 적의 아룡을 상대하는 데에 쓴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나셴드는 연합전에서 생포한 아룡들을 가지고 훈련을 시작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먹이를 가지고 훈련을 시키자니 아룡은 뭘 먹지 않아도 사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반복적으로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았고 장기간 사람과 접촉하게 해서 정을 붙이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아룡은 사람에게 제 발톱이 닿는다면 사람을 찢었고 제 이빨이 자유롭다면 사람을 집어 삼켰다.


이들이 말을 듣게하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특이 체질을 가진 마법사들이 감각을 공유해 아룡을 조종하는 것 뿐이었다.

사실 아룡의 특징을 보면 저게 과연 생명체가 맞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동물과 감각을 공유하는 특이 체질들의 능력이 아룡에게도 통한다는 것이었다.


특이 체질을 통해 연구의 돌파구를 찾은 줄 알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아룡과 감각을 공유한 마법사들은 모두 오래지 않아 미쳐버리고 말았다.

더러는 자결하였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마법사들도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결국 이를 기점으로 공식적인 연구는 폐지, 가주를 비롯한 소수의 마법사들만이 대외비로 아룡을 길들이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베네빅 출신의 애매모호한 정규군 대원이 특이 체질을 각성했다는 소식은 이들의 귀에도 들어갔고 이들은 은밀히 그와 접촉했다.

아룡을 제어하는 것을 성공한다면 아룡을 그에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유례가 없던 창공의 영웅.

아룡을 길들인다면 그 모든 영광이 그의 것이라는 허황된 사탕발림에 그는 넘어갔다.


결론만 말하면 그는 아룡을 제어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다른 마법사들처럼 미치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제어하는 아룡들이 오래지 않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백 년, 이백 년, 그 이상을 지내도 죽지 않던 아룡들이었다.

그런 아룡들의 마지막은 허무하리만큼 별 것이 없었다.


미치지 않고 버틴 그는 아룡을 모조리 죽여버려 나셴드에서는 퇴출 당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아룡 제어 이후 그는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어중간한 실력은 온데간데없었으며 선임 중 고참에 속하는 자들은 물론 조장까지도 손쉽게 이기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모두가 강해진 비결을 물었지만 그 역시 일어나고 보니 강해져 있던 것이기에 별다른 말을 해줄 수 없었다.


이 특이한 이력이 전대 대현자의 눈에 띄었고 그는 호위군으로 발탁,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


"뭐라고?"


유드바가 감시원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칠번대 부대장님이 집무실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제가 고양이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아니. 지금 내가 그쪽 말을 못들어서 다시 물은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왜 다시 물으신 겁니까?"


유드바는 물론 주위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정적인 단서까지는 아니어도 실마리 정도는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 꽝이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거야 진작 알고 있었다.

만약 저 맹탕이 범인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봤다면 이렇게 살려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상대방이 꽤나 뛰어난 듯하니 아무것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문제는 그런 게 아니었다.


"당시 기억을 되살려 보시죠. 소리, 냄새, 그 밖에 뭐든. 살인범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 좋으니 생각해보세요."

"예... 예."


이트나 학교장이 드물게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다그쳤다.

옆에 있던 유드바도 거들었다.


"그쪽이 혼자 픽하고 쓰러지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그쪽을 제압하고 옮기기 위해서는 살인범이 그쪽에게 무슨 짓을 했을 테니 그 방법을 좀 떠올려 보라는 거지. 독을 마셨든 마법에 당했든."

"끄으응. 진짜로 아무 기억이 없어요... 흐어엉. 죄송해요."


여러 사람이 재촉한 것이 서러웠던 것인지 그는 울음을 터트렸다.


"..."


다 큰 어른이, 그것도 호위군이라는 사람이 펑펑 우는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감시원은 그냥 사람 자체가 허술했다.

도대체 이런 허술한 사람이 어떻게 호위군이 되었으며 어떻게 지금까지 나가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지만 어쨌든 당장 중요한 사실은 그에게서 얻어낼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니 비난을 받을 사람은 감시원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넷에게로 향했다.

'이런 허술한 인간을 감시원으로 보낸 당신의 잘못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 아니. 전대 대현자님 때부터 정보를 모으는 일을 했다고 자신 있게 나서길래... 저도 당한 거예요! 저도 피해자라고요."


결국 수사는 원점.

살인범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육번대 대장은 물론 여기 있는 모든 자들이 현장에서 발견된 빨간 머리카락이 조작된 증거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점이었다.

이것만으로 혁명단은 한숨 놓을 수 있었다.


육번대 대장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건은 집행처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고 귀찮은 작업들이 수반되는 일인만큼 정규군에서 무턱대고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야 임시 집행관이 혁명단이라는 사실이 걸려서 조심했던 것이지 범인이 혁명단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육번대가 고집을 부릴 이유는 없었다.


혁명단을 휩쓸 거대한 파도인 줄 알았던 이번 사건은 이렇게 뒷마무리가 찝찝하게 끝이 났다.


***


콧속으로 흘러드는 공기가 뜨거웠다.

평소와 다른 감각에 넷은 잠에서 깼다.


'?'


잠기운이 가실수록 점점 그녀의 감각에 평소와 다른 자극들이 걸려들기 시작했다.

사방이 뜨거운 것에 이어서.


'이 비릿한 냄새는...'


피 냄새.

여기까지의 정보를 머리가 받아들이는 순간 퍼뜩하고 그녀는 근육을 긴장시켰다.


'습격인가?'


늦장을 부리던 뇌가 뒤늦게 회전하며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니.

비명에 가까운 곡소리였다.


습격이라면 싸우며 나는 소리들이 있을 텐데 그녀 귀에 들리는 것은 오로지 비명처럼 내지르는 곡소리였다.


그녀가 잠을 깬 곳은 3월 마을의 자신의 방이었다.

창밖을 살피려 했지만 창문 주위를 불길이 뒤덮고 있어 좀처럼 바깥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치료소의 특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불편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조심스레 집을 나섰다.


넷은 집 주변을 둘러싼 불길을 어떤 마법으로 없앨지 고민하면서 조심스레 집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그녀가 집문을 열자 주변을 집어삼키던 불길이 갈라지며 길을 냈다.

마치 그녀를 부르는 것 같았다.


불길이 갈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3월 마을은 처참히 파괴되어 있었다.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이런 짓을...'


마을의 참혹한 풍경에 넷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녀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길을 막고 있던 불길은 차례차례 갈라지며 그녀를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길 끝에 도착한 넷의 눈에 비친 것은 땅에 박힌 수십 개의 나무 기둥이었다.

나무 기둥마다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모두 그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부모님.

듀시아, 세슈람, 딜람.

혁명단의 단원들.

트리아트 가문의 사람들.

거기에 죽음의 숲 속 마을, 엑살라니스에서 만난 에우랄을 비롯한 무수한 셋들까지.


그들은 모두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무 기둥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그들 앞에는 또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지팡이를 들어 나무에 매달린 사람들을 겨누고 있었다.

카밀로테에서 오며가며 봤던 사람들이다.

정규군 칠번대 소속 대원들도 보였고 그녀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동기들도 보였다.

그 밖에도 카밀로테에 있는 사람들은 다 모인 것인지 그 수가 굉장히 많았다.


잠깐 잠이 든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인가?

넷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까지 자신이 태평하게 잠이나 자고 있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뿌득


분노에 이를 갈며 넷이 나섰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나에게 설명을 해야할 거야."


그러나 지팡이를 든 사람들은 물론 나무에 매달린 사람들까지 넷의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귀에 들리는 것은 그저 비명처럼 내지르는 곡소리 뿐.


"무슨 일인지 당장 설명하라고!"


그러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갑자기 지팡이를 든 무리 중 가장 앞에 선 이가 마법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누가봐도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 마법은 나무 기둥에 매달린 부모님을 향하고 있었다.


"당장 멈춰."


이번에도 그녀의 말을 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 역시 마법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키이이잉


불길한 소리가 증폭되자 넷은 침묵 마법을 펼쳤다.


"잠잠하라!"


키이이이이이잉


"?"


하지만 그녀의 침묵 마법에도 여전히 마법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잠하라!"


키이이이이이이잉


"잠잠하라! 멈추라고! 그만 하란 말이야!"


키이이이이이이이잉


비단 침묵 마법만이 아니었다.

넷의 손 끝에는 다른 마법들은 물론 가장 의지했던 빛의 검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콰아아아앙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을 향해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안돼!"


넷의 비명에 맞춰 나무 기둥에 매달린 사람들의 육체가 폭발했다.

흩날리는 피보라가, 비처럼 쏟아져 그녀를 적시었다.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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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으악 24.04.13 6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5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8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6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7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6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5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6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6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6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9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0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7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9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7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7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6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6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215 215. 꺼져가는 등불 끄지 않는 24.01.29 6 1 11쪽
214 214. 눈을 떠라 눈을 떠라 24.01.25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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