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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0,978
추천수 :
682
글자수 :
1,298,011

작성
22.12.14 12:14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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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31. 쑥쑥 자라렴

DUMMY

"감시라..."


유날 육번대 대장은 죽은 칠번대 부대장을 감시하는 이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 역시 곳곳에 정보원을 심어두고 있으니 그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곳 집무실은 물론이고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수상한 사람은 없었어요... 혹시 율름 부대장을 죽인 사람이 감시역인 것은..."

"그럴 수도 있고."


넷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호위군의 대원이 왜인지는 몰라도 넷의 명령을 거슬렀을 가능성도 있다.

육번대 그녀의 말대로 감시역이 이번 살인을 저지르고 이미 모습을 숨겼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아니면 살인을 목격하고 감시를 지시한 넷에게 보고하러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혹은 진짜 범인에 의해 감시 역시 살해 당했거나.


감시를 찾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경우의 수는 다양하고 그 무엇 하나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면 되려 시야만 좁아질 뿐이다.


"우선 넷... 대현자님께 확인해 봐야겠네요. 감시를 지시한 이가 돌아왔는지 아닌지."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지만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것이 유드바의 생각이었다.

감시의 증언에 따라 이후 일의 향방이 결정되겠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육번대의 의심에서 혁명단과 트리아트 가문이 벗어났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여태 호위군이 예비 대현자에게 보인 모습을 보면 그들이 예비 대현자에게 악의를 품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감시가 무사하다는 전제 하에, 별 다른 일이 없다면 감시를 찾은 이후의 일은 더욱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다.


"넌 가서 대현자님께 연락을..."


육번대가 부하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찌릿


묵직한 기운이 집무실에 있는 이들에게 엄습했다.

굳이 감각이 날카로운 이들이 아니어도 곧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기운을 뿌려대는 곳은 건물 바깥이었다.

유드바와 육번대의 눈이 자연스레 건물 밖을 향했다.


"하... 거참."


유드바는 묵직한 기운을 뿌려대는 사람을 보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마 그가 느끼고 있는 이 기운은 현재 그들이 있는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을 것이다.


"확실히 어린 애들이 성장이 빠르단 말이야. 눈 한 번 깜빡하면 크고, 깜빡하면 크고."


기운의 주인은 트리아트 넷, 예비 대현자였다.

그가 듣기로 성전에서 하는 훈련이라고는 육체 훈련뿐이라고 했는데 언제 이렇게 강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그가 느끼는 박력은 전대 대현자에게서 느꼈던 기운만큼 힘이 있었다.

엄밀히 말해 전대의 것에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전대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넷이 뿌리는 기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녀는 더 강해질 것 아닌가.


육번대가 말했다.


"따로 알아보러 가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러게요. 아무래도 감시는 대현자님께 돌아가지 않았나 봐요."


호위를 대동하여 이쪽으로 오고있는 넷은 굳이 보지 않아도 화가 나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분별없이 흩뿌리는 기운이 쩌릿하게 몸을 찔러대고 있었다.


이내 트리아트 넷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건물의 모든 사람이 그녀 앞에서 예를 갖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대 대현자였던 뵈나 이트나는 감금된 상태다보니 예비라고는 해도 이미 사람들은 그녀를 대현자로 대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싸움을 걸었던 정규군 대원들이 압도적인 힘에 패배한 이후에는 누구도 그녀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넷은 자연스레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이전 경연에서만 해도 사람들에게 인사 받는 것을 어색해 하더니 금새 적응한 모양이었다.


"소식을 들었습니다. 범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넷은 말하는 데에도 이제 제법 요령이 생겼는지 말에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유드바가 앞으로 나섰다.


"범인은 아직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 문제로 대현자님께 여쭐 것이 있습니다."

"감시원 말씀하시는 거죠?"


집무실에 오기 전부터 불편한 심기를 마구잡이로 드러냈던 것이 감시원의 행방 때문이 맞았는지 넷은 고개를 저었다.


"답신이 끊긴 상태입니다."


그녀는 감시원과 신호를 주고받는 데에 쓰던 마법석을 꺼내들었다.

동그랗게 세공된 호박은 그녀의 말대로 잠잠했다.


"혹시 여기서 발견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제게 그의 행방을 묻는 것을 보니 여기서도 찾지 못했나 보군요."

"네. 이건... 그리 좋지 않네요."


본래대로면 진작 연락이 왔어야할 감시가 조용하다는 것은 좋지않은 징조였다.

그나마 마법석이 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마법석, 이 조그마한 단서라도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라진 감시원을 찾는 것보다는 더 수월할 테니 말이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마법석이 아직 감시원의 품 안에 있을 때의 얘기지만.'


만약에 사라진 감시원이 살인을 벌이고 도망친 것이라면 품에 추적의 단서가 될 수도 있는 마법석을 여태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대현자님. 간밤에... 그러니까 여기 칠번대 부대장이 살해당한 것이라 추정되는 시간에 감시원에게서 따로 긴급한 연락은 못받으신 겁니까?"

"네.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살해현장을 목격했다면 바로 신호를 보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다.


"감시원은 행방불명, 그 와중에 이상 신호 역시 없었다는 것은..."


감시원이 살인을 저질렀거나.

혹은 감시원이 신호를 채 보내기 전에 순식간에 당했거나.


그의 말에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한 층 더 무거워졌다.

침묵을 깬 것은 유날 육번대 대장이었다.


"유드바 치안군 부대장님."

"응? 아니 네?"

"... 부대장께서 이전에 활동하던 독사 말입니다. 만약 독사라면 정규군의 부대장과 호위군, 두 사람을 소리 소문 없이 죽일 수 있나요?"


그녀의 질문에 유드바가 고개를 저었다.


"최근에 보인 부대장의 상태를 보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많은 인원과 재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애초에 독사는 한 명을 확실히 죽이면 죽였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죠."


정규군 부대장 한 명을 죽이는 것도 신경을 써서 해야할 일인데 거기에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 불리는 호위군까지 동시에 죽이려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진다.


"그렇다면 역시 감시역을 맡고 있던 호위군이 부대장을 죽인 것일까요?"


유드바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을 동시에 죽이는 것보다야 그쪽이 더 현실적이긴 하지만 이 역시 확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감시를 맡았던 자를 찾아야 하는 겁니다."


유드바의 말에 넷이 입을 열었다.


"아직 그가 마법석을 가지고 있다면 이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녀가 손에 쥔 호박에 힘을 불어넣으니 노란 빛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감시가 갖고 있는 마법석이 신호를 받았다는 표시로 빛이든 소리든 낼 것이었다.

그걸 찾아 가면 된다는 뜻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넷이 가지고 있는 마법석과 다르게 감시원의 마법석은 빛이나 소리를 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은밀히 감시하는 사람이 품에 소리를 내거나 빛을 흩뿌리는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저 미약한 불빛이 깜빡거린다고 하니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마법석이 보내는 신호로 사라진 감시원을 찾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걸 알고도 마법석 이야기를 꺼내신 거면..."


본인 입으로 문제점을 말한 것을 보니 넷에게는 이를 해결할 방법도 함께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네. 있어요. 마법석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넷이 그 방법이라는 것을 설명하려는 순간이었다.

방 안으로 환한 빛무리가 들어찼다.


"왔네요."


공간 이동 마법으로 나타난 사람은 듀시아와 이트나 학교장이었다.

이트나 학교장을 보자마자 유드바는 그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빛의 결정을 볼 정도로 '잘 보는 사람'이라면 마법석과 마법석이 서로 주고받는 신호도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트나 학교장은 이미 설명을 듣고 왔는지 짤막하게 넷에게 예를 갖춘 뒤 그녀가 쥐고 있던 마법석을 건네 받았다.


그가 눈에 힘을 집중하자 신호를 보낼 때마다 호박 안에서 맺혔다 사라지는 빛의 결정이 보였다.

조금 더 힘을 집중하니 마법석의 상황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빛의 결정이 터지면 빛으로 된 가느다란 실이 호박에서 흘러나왔다.

실이라고 말은 했지만 너무 가늘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은 정도의 얇기다.


빛의 결정이 터질 때마다 실이 흘러나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실을 따라가던 이트나의 시선이 머문 곳은 의외로 여전히 집무실 안이었다.


"저기로 이어지네요."


그가 가리킨 곳은 집무실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책장이었다.

육번대가 슬쩍 눈짓하자 대원들이 책장을 뒤집기 위해 다가갔다.


"잠시만요."


이트나는 그들이 대책없이 책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는 깨닫고는 곧바로 그들을 멈춰세웠다.


"원래 좀 있는 사람들은 비밀 금고 정도는 만들어 두는 법이죠."


특히 상인의 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세유 출신 마법사라면 제 재산을 보관해 둘 곳을 신경써서 만들었을 것이 뻔했다.


"이 책장도 비밀 금고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책장일 겁니다."


건축과 더불어 가구를 만드는 유스 가문.

유스에서는 고객의 의뢰에 따라 이런 식으로 비밀 금고를 만들고는 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특수한 가구에는 이런 저런 함정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이라 잘못 건드리면 되려 건드린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다.


"보통은 인식 마법을 각인한 마법석을 쓰지만 문제라고 한다면 마법석에 인식되어있는 당사자가 이미 죽었다는 것이죠."


마법석에 제 힘을 인식시켜 둔 세유 세슐 칠번대 대장은 이미 죽었으니 이 책장 뒤에 숨어있는 공간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뜻이었다.


"범인이든 감시원이든... 혹은 둘 다든. 여기를 어떻게 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저희는 그 방법을 모르니 함정 채 부수고 들어가야겠네요. 유드바 부대장님?"


이트나의 말에 유드바가 불의 창을 만들어냈다.


화르륵


이트나가 가리킨 곳을 향해 크게 불의 창을 여러번 휘두르니 곧 책장이 불에 타며 갈라졌다.

뭔가 덜컥 거리며 소리가 났지만 별 문제는 없는 것이 유드바가 제대로 함정을 부순 듯 했다.


끼이이익


쿠구궁


나무 책장 치고는 무너지며 내는 소리가 묵직했다.

책장은 두꺼운 철문과 붙어있었으며 철문이 쓰러지고 나니 사람 한 명 정도 겨우 들어갈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 깊지 않은 공간 양 옆으로는 돈이나 보석 등등이 쌓여있었으며 그 가운데에 사지가 결박된 채로 호위군이 서있었다.


의식이 없는 감시원은 서있던 그를 지탱하던 문이 사라지자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죽은 겁니까?"


이트나가 다가가 감시원을 살펴 보았다.

다행히도 그는 정신만 잃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일단 다행이네요."


그들은 오번대 대원을 불러 감시원의 상태를 살피게 하였고 오래지 않아 그는 무사히 깰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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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7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9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7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8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7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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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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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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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8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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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7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7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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