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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15 23:58
연재수 :
242 회
조회수 :
10,930
추천수 :
680
글자수 :
1,287,640

작성
22.1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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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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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0. 이게 다 얼마야

DUMMY

육번대 대장의 욕설에 이끌려 부대 내 사람들이 입구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은 디율 사번대 대장이었다.


"오 디율이도 왔네. 안녕하세요. 사번대 대장님?"

"저 정신나간 인간..."


전 직장 동료의 행패에 디율은 골치가 아파왔다.

저 인간은 정규군 부대를 둘러싼 경계막과 방어막을 다 찢어놓고도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다.

옆에서 씩씩대는 육번대의 마음이 이해도 갔다.


사번대는 우선 부하들을 시켜 정신나간 인간이 재현한 불기둥을 끄게 하였다.

여럿이서 뿌려대는 물줄기에 불기둥이 차차 사그라들었다.


치이이이익


달궈진 철이 식는 소리를 끝으로 당장 눈에 거슬리던 불기둥이 사라졌다.

괴상한 모양으로 휘어진 철책은 12월 마을의 거리 한 귀퉁이에서 뒹굴고 있는 이름 모를 예술가의 괴작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를 갈며 지켜보던 육번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친 겁니까?"


당장 유드바를 찢어 죽일 것처럼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번대가 택한 것은 의외로 대화였다.

사번대 뿐 아니라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초인적인 인내심에 내심 박수를 보냈다.


"이번대... 아니. 치안군 부대장께서는 아직도 본인이 정규군의 대장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럴리가요~."


으득


육번대가 입을 연 이후로 대원들은 숨 쉬는 것도 조심스레 쉬고 있었기에 그녀가 이를 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 역시 미친 게 맞네요."

"아~니요. 머리도 멀쩡하답니다."


도대체 저 인간은 뭘 믿고 저렇게 깝죽대는 것일까?

육번대 화난 게 안 보이나?

까딱 잘못하면 죽을 텐데.


디율은 그가 깝죽대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의 머리가 멀쩡하다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부대 방비를 위해 깔아놓은 마법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중죄에 해당한다.

정규군 대장이 손을 대도 처벌을 피해가기 어려울텐데 정규군과는 거리가 먼 치안군이 손을 댄 것이다.


"제가 지금 여기서 부대장을 죽여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그것 역시 압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기는 했지만 분노로 없는 죄를 물거나 과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디율은 이쯤해서 끼어들기로 했다.

정신이 나갔든 평소에 별로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않은 사람이든, 어느쪽이든간에 명색이 같은 혁명단 단원이다.

그러나 그가 나서려는 것을 유드바가 슬쩍 손을 들어 막았다.

유드바가 말했다.


"육번대 대장님?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할 말이 있는데... 죽기 전에 좀 해도 될까요? 그래도 명색이 전 이번대 대장이었는데 이대로 아무 말도 못하고 죽으면 저를 따르던 이번대 소속 애들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그럴 리가.

육번대가 이번대 부대를 돌아보니 대원들은 하나같이 '왜 갑자기 우리는 끌어들이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아내인 이시아 임시 집행관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 웃기지도 않는 부탁을 들어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우선 들어보기로 했다.


"해보시죠."

"제가 여기 정규군 부대를 남들 몰래 드나들었던 게 얼마나 될 거라 생각하세요?"

"... 할 말 있으면 하랬지 질문하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만."


거 되게 빡빡하게 구네.

유드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그녀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꽤 되니 이건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래요 뭐... 이제와서 고백하건데 제가 독사로 활동하던 시절에 남들 모르게 이 철책을 넘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죽기 전에 신에게 죄를 고백하려는 것은 아닌 거 같고.

굉장히 꿍꿍이가 가득한 서두였다.


"보초들도 모르게 다녔다는 말은 제게 이 철책에 둘러진 경계막을 들키지 않고 넘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죠."


분노로 가득하던 육번대의 표정에 살짝 변화가 생겼다.


"이쯤하면 이런 생각이 들겠죠. 몰래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왜 굳이 철책을 무너트리려 난리를 피운 것인가?"


새삼스럽지만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세유 율름, 칠번대 부대장의 의문이 가득한 죽음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혁명단이라는 이유로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악수다.


"궁지에 몰린 혁명단이 정규군을 습격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저기 사번대 대장님도, 제 옆에 임시 집행관님도 가만히 있잖아요?"


그의 말대로 습격이 목적이었다면 제대로 사람을 모아서 행했을 것이니 습격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규군의 방비 마법을 찢고 철책에 손상을 가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 답은 간단했다.


"제가 철책을 무너트린 것은 '제가 철책을 무너트리고 있는' 그 모습을 육번대 대장님께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유날 육번대 대장은 그가 하는 말의 요지가 무엇인지 이미 이해한 눈치였다.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습니까? 이번 사건의 범인이 혁명단이 아니다? 그거 말하려고 지금 철책을 망가뜨린 겁니까?"


칠번대 부대장이 살해 당한 채 발견되었다는 말은 그가 발견된 시점이 이미 그가 죽은 이후라는 말이다.

만약 간밤에 칠번대 부대장과 전투가 벌어졌다면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챘을 것이니 칠번대 부대장은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암살을 당한 것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부대장이 감히 저항도 못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한 마법사가 범인이라는 뜻이다.


그게 어느쪽이든 몰래 숨어들어와 아무도 모르게 칠번대 부대장을 죽인 사람이 뒤처리에 소홀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것도 혁명단이 범인이라고 확신할 정도의 흔적이라면 더더욱.


유드바가 몰래 부대에 숨어들어갈 능력이 되면서도 굳이 철책을 공격한 이유는 살해 현장에 남아있는 흔적이 혁명단을 모함하기 위해 조작된 흔적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제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혁명단원이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육번대 대장님께서 믿을 만한 사람과 함께 해도 좋으니 적어도 저희가 살해 현장을 볼 수 있게 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유날 육번대 대장은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 그들을 들이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가 확신했던 증거가 미심쩍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혁명단 중 한 명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물론 거기서 하는 모든 일은 제 허락을 받아야 하고요."


사번대 대장과 임시 집행관, 거기에 뒤늦게 온 디넷 오번대 대장까지.

그들은 모두 유드바를 들여보내는 데에 동의하였다.

현장에 들어갈 사람이 정해지자 육번대 대장은 유드바를 데리고 살해 현장으로 향했다.


"아."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중요한 것을 퍼뜩 떠올린 육번대는 제 부하를 부르더니 휘어진 철책을 가리켰다.


"내가 다시 올 때까지 저거 다시 세워 놔. 방비 마법도 다시 설치해두고."

"..."

"대답."

"네. 알겠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명령에 눈앞이 막막해진 부하는 육번대 뒤를 따르는 유드바가 건네는 성의 없는 사과에 주체할 수 없는 살의가 솟았다.

다만 두 사람 중 누구에게 덤비든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얌전히 꼬리를 말 뿐이었다.


"당연하지만 철책과 방비 마법 보수에 대한 모든 비용은 유드바 부대장께서 전부 부담하셔야 합니다."

"네. 그러죠."


다행히 유드바는 쌓아둔 돈이 많았다.


한편.

철책 보수와 방비 마법 설치에 드는 비용을 들은 이시아 임시 집행관은.


"유드바... 유드바... 이 화상."


이를 갈며 제 남편의 이름을 뇌까리고 있었다.


***


칠번대 대장의 집무실.

정가운데에 반듯이 놓인 책상 위로 검붉은 액체가 찐득하게 고여있었다.

죽은 부대장의 피였다.

넘친 피는 책상을 벗어나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나름 사람이 죽은 곳인데 집무실의 상태는 깔끔했다.

책상에 고인 액체가 피라는 것을 모르면 여기가 살해 현장이라는 것을 모를만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가 된 모습이었다.


칠번대 부대장은 발견 당시 목이 반쯤 잘린 채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고 한다.


"혁명단이 범인이라 확신하게 한 증거는 뭡니까?"


육번대는 현장을 지키고 있던 부하를 불러 무엇인가 가져오게 시켰다.

그건 빨간 머리카락이었다.

길게 뻗은 빨간 머리카락 한 가닥.


"이건..."

"책상 아래에 떨어져 있었어요."


유드바가 혁명단이 범인이 아님을 확신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상 아니라는 것이었지 실제로 어떤 식으로 증거가 남아야 그 증거가 혁명단을 가리킬 수 있을지는 도무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피로 남긴 경고?

우리를 거스르지 마라.

뭐 이런 허접한 협박을 죽은 사람의 피로 적어 놓았다면 애초에 육번대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머리가 좀 달린다고 말은 했지만 대놓고 보여주기 식의 살인이라면 과연 혁명단이 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의 머리는 되는 사람이다.

의심이 되었다면 혁명단을 불러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그녀가 발견했을 증거는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어디까지나 '범인이 실수로 남긴' 증거여야 했다.

유드바가 머리를 짜내 떠올린 증거는 범인의 피였다.

혹은 피처럼 그를 통해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범인 신체의 일부분.


'빨간... 머리카락이라니.'


결과적으로 그의 추측은 반만 맞은 셈이었다.

증거가 신체 일부이긴 했지만 증거가 향하고 있는 것이 꼭 혁명단은 아니었다.


"제가 의심하던 건... 정확히 말하면 혁명단이 아니라 트리아트 가문이었어요."


그 중에도 특히 의심이 되는 것은 혁명단임과 동시에 트리아트 가문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위 조건에 부합하는 자는 총 세 사람이었다.

이제 곧 대현자가 될 넷.

넷의 엄마.

그리고 율레 치안군 대장.


"대현자님께서는 직모가 아니라 일단 배제했고 나머지 두 사람을 조사해 볼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쪽이 말한대로..."


처음에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유드바의 말을 듣고 나니 좀 이상했다.


칠번대 대장은 생전에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었고 그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집무실 역시 한점 흐트러진 물건이 없었다.

그가 죽은 이후로 그의 집무실은 깔끔했던 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를 따랐던 자들이 여전히 집무실을 치운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었다.


이번에 죽은 부대장을 발견한 사람 역시 집무실을 치우기 위해서 들어왔다가 발견한 것이라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공격당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처럼 칠번대 부대장은 저항 없이 죽었어요."


그만큼 집무실 상태 역시 깔끔했고 말이다.


"이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낸 사람이 집무실을 떠나기 전에 자기 흔적이 남아있나 확인해보지도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에요."


그녀는 이제 되려 유드바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혹시 누가 한 것인지 짐작가는 바가 있어요?"

"... 일단 확인해 볼 사람은 있죠."

"그게 누군데요?"


칠번대 부대장의 앞으로의 행보를 염려한 넷이 붙여 놓은 감시가 있었다.

그것도 꽤나 실력이 뛰어난 호위군의 대원이었으니 그가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본 게 있을 것이다.

혹은 그가 범인이거나.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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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으악 24.04.13 6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5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8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6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7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6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5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6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6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6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9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0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7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9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7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7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6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6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215 215. 꺼져가는 등불 끄지 않는 24.01.29 6 1 11쪽
214 214. 눈을 떠라 눈을 떠라 24.01.25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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