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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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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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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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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98,011

작성
22.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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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29. 발

DUMMY

떼르 이시아, 임시 집행관은 건물을 벗어나자 마자 바람으로 몸을 띄워올렸다.

뒤따라 나온 부하들이 서둘러 그녀를 따라 붙었다.

평소와 다르게 거칠기 그지 없는 바람에 그녀의 몸이 일순 휘청였지만 이를 악물고 공기를 재차 터트려 속력을 낼 뿐이었다.


보고 받은 문장은 단 한 문장.


'세유 율름, 칠번대 부대장이 칠번대 대장의 집무실에서 살해 당한 채 발견됨.'


문장을 읽고 있자니 가시라도 삼킨 것 처럼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 닥쳐라! 비겁한 혁명단놈들아!


칠번대 부대장이 혁명단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딜람과의 경연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의 발언에 딱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굳이 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혁명단을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있었으니까.


다만 칠번대 부대장처럼 정신을 못 차릴정도로 혁명단에 대한 증오의 깊이가 깊은 사람은 드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패배할 여지가 없는 경연에서 형편없이 패배한 것만 봐도 그가 정상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자들은 잘못된 선택을 내리기 마련이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런 자들을 제뜻대로 휘두르려 한다면 파고들 여지가 너무 많았으며.


'이런 좋은 먹잇감을 파편이 놓칠 리가 없지.'


가장 오래된 파편이 살아있다는 것은 오르디나 이레와 더불어 이후 찾아온 신비에 의해 확실시 된 상태.

온갖 술수란 술수는 다 가져다 쓰는 파편이 살아있는 이상 혁명단원들의 주의가 칠번대 부대장에게 집중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혁명단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는 이시아 본인만 하더라도 파편이 무슨 짓을 벌이지 않을까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보내는 상태다.

다른 혁명단원들은 오죽할까.


당장 넷만 봐도 그렇다.

그녀는 딜람과 칠번대 부대장의 경연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칠번대 부대장에게 가려고 했다.


'듀시아, 그 애가 막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나도 크게 났겠지.'


넷이 과민하게 반응하기도 했지만 그 반응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불안한 것이다.


파편에게서 극적으로 벗어난 이후, 잠에서 깬 이시아는 항상 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파편에게 몸을 빼앗겼던 사건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괴로운 순간이었다.

잠에서 깨어나고 보니 제 손으로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죽일 뻔했단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한데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파편에게 시달렸던 넷이라면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할 리는 없었다.

넷이 느낄 불안함이 이해가 갔기에 넷이 칠번대 부대장을 감시할 호위군을 붙인다는 의견에 이시아를 비롯한 다른 단원들이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칠번대 부대장이 죽었다.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살해 당했다.


이로써 칠번대 부대장이 혁명단을 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셈이지만 이시아는 상황이 오히려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시기가 좋지 않아.'


정말이지.

하필 일이 터져도 최악의 시기에 터졌다.

사람들에게 혁명단의 신뢰를 사기 위해 시작한 경연이 되려 혁명단의 신뢰도를 깎아먹었으며 그 결과 사사로이 오르내리던 혁명단에 대한 비난이 이제는 반혁명파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혁명단을 증오하던 사람이 살해 당했다.

누가 봐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이로써 혁명단은 사람들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시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칠번대 부대장의 죽음으로 혁명단에게 찾아올 여파를 최소화 하는 일 뿐이었다.


"부디..."


부디 혁명단의 사람들이 이번 폭풍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


정규군 부대에 도착한 이시아와 그녀의 부하들은 입구에서 떼르 유드바 부대장, 그녀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카밀로테의 치안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상 치안군이 개입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처음에는 트리아트 율레 대장, 그가 오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칠번대 부대장의 죽음이 수상하다는 것은 굳이 현장을 확인하지 않아도 명백했고 이런 일에는 율레 대장보다는 독사에서 활동했던 유드바 그가 더 적격이라며 유드바가 오게 된 것이다.


"일단 서두르죠."


부부는 칠번대의 집무실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은 저들의 직위를 밝히며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부대 입구를 지나려 했다

하지만.


"두 분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대원에 의해서 막히고 말았다.


"집행관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예요?"


이시아의 꾸지람에도 대원은 요지부동이었다.


"집행관이 아니라 임시 집행관이시죠."

"하! 지금 그런 이유로 저를..."


이시아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일개 대원에 불과한 그의 방자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을 뚝 끊어내며 그가 껴들었다.


"세유 율름 부대장님의 살해 현장에 혁명단 분들은 한 사람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유드바가 물었다.


"누구의 명이지?"

"펠페림 유날 대장님의 명이십니다."


육번대 대장, 그녀의 명이라니.

아무래도 그녀는 이미 이번 사건의 범인을 혁명단으로 특정한 듯했다.


"이 이상 지시를 따르지 않으신다면 곧바로 구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이시아는 한발 물러났다.


"그렇다면 여기 두 사람은 들여보내줘. 집행처 소속 마법사들이지만 혁명단은 아니니 문제는 없을 거 아냐."


이시아는 저를 따라온 부하 둘을 가리키며 말했지만 이것도 소용 없었다.


"두 사람이 혁명단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 들여보내 드리겠습니다."

"혁명단 명단은 이미 공개되었을 텐데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작은 용 사건 이후 혁명단에 누가 속했는지 적힌 명단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었다.

누군가는 만나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사람을 익히기 위해 누군가는 카밀로테를 구원한 자들의 얼굴을 익히기 위해.

사람마다 명단을 찾는 목적은 달랐지만 확실한 것은 그 명단이라는 것이 꽤나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나중에 혁명단에 들어갔을 수도 있죠."

"차라리 들여보내주기 싫다고 말을 하지 그래요?"


혁명단이 다른 마법사와 외적으로 도드라진 차이를 갖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 머릿속을 들여보는 것이 아니고서야 그들이 혁명단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대기는 불가능하다.

그의 말을 달리 말하자면 결국 그 누구도 들이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결국 부부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부대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은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혁명단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엮였다고 해도 범인에 대한 발표를 하려면 집행처를 거쳐야 할 텐데."

"육번대의 성격이면 자신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부르려고 하겠지."

"유날씨가 혁명단을 싫어하는 쪽이었어?"


유드바가 고개를 저었다.

펠페림 유날이 혁명단에 갖고 있는 감정이 조금 복잡하기는 해도 부정적인 쪽은 아니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올곧은 사람이었다.

파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파편을 없앤 혁명단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리는 없었다.


"확실히 하려는 거겠지."


그가 살면서 배운 지혜가 있다면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설령 같은 뜻 아래 모였다고 해도 관점의 차이가 있으며 이런 사소한 차이로 인해 도달하는 곳이 때때로 극단으로 벌어지게 되는 경우는 꽤나 자주 관측되는 모습이었다.


"혁명단 역시 이 보편적인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요컨대 혁명단이라 해도 모두가 정의로울 수는 없으며 이에 대해 검증을 육번대가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육번대의 단호함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살해 현장에 남겨진 단서가 의심의 여지 없이 혁명단을 가리키고 있다는 뜻이었다.


"육번대가 몸 쓰는 것은 타고났지만 머리 쓰는 것은 아무래도 좀 부족하거든?"


머리가 그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 확신할 정도의 증거다.

그렇다면 정말 범인이 남긴 흔적이라기 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보는 편이 신빙성 있었다.


"안에 있을 다른 대장님들이 확인하는 것은 힘들까?"

"걔 성격이면 죽어도 비키지 않겠지."


끙.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 해명할 기회도 놓치면 정말 큰일이다.


아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드바가 말했다.


"아무래도 들어가서 현장을 직접 봐야겠어."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방법이 없으니 그렇지."


아내의 핀잔에 유드바가 슬쩍 고민을 하더니 돌연 몸을 풀기 시작했다.


"... 뭐해?"

"허락해줄 사람을 만날 수가 없으니 일단 불러내 볼까 하고."

"당신 뭔지는 몰라도 그거 하지마."


유드바는 슬쩍 웃더니 손을 쭉 뻗었다.

손 끝으로 일은 불꽃의 창이 온도를 높여감에 따라 밝게 색을 바꿔나갔다.

청백색으로 타오르는 불의 창을 본 이시아가 표정을 굳히며 그를 말렸다.


"지금 우리가 난리치면 사람들이 혁명단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할 지 몰라? 당장 멈춰!"

"어차피 이대로 가면 해명할 기회도 없어져."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불의 창을 재현한 반대 손으로 시뻘건 집광체가 일더니 서서히 크기를 불렸다.


"아 진짜!"

"당신 좀 떨어져 있다가 여차하면 몰래 숨어 들어가 볼래?"


저건 철이 없는 건지 대책이 없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머리가 없는 건지.

이시아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짚고 있으니 입구를 지키고 있던 대원들이 유드바가 재현하는 마법을 뒤늦게 보고는 달려왔다.


키이이잉


제다카의 정의의 숨결이 날아들었지만 유드바가 불의 창을 만들어낸 이상 정의의 숨결을 막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화르륵


뜨거운 열기에 붉은 광선이 잘려나갔다.

대원들이 엄포를 놓았지만 들을 유드바가 아니었다.


"당장 멈추...!"

"싫은데!"


악동같은 미소의 그는 여전히 한 손으로는 빨간 집광체의 크기를 키우면서도 다른 손에 쥔 불의 창을 고쳐 쥐고는 높이 뛰어올랐다.

바람을 타고 철책 끝에 다다른 그가 불의 창을 찔러넣자 철책을 덮고 있던 경계막과 방어막 십수 겹이 무참히 찢겨나갔다.


찌지지지직


그가 창을 꽂아넣은채 아래로 떨어져 내리자 철책에 덮여있던 마법들이 사라졌다.


경계막에 피해가 가자 부대 안으로 쩌렁쩌렁하고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땡땡땡땡땡


시끄럽게 울려대는 종소리에 부대 안에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하아... 저 화상."


이시아의 한숨을 신호로 유드바는 철책을 향해 지금껏 키워왔던 빨간 집광체를 터트렸다.

거대한 불기둥이 부대를 둘러싼 두꺼운 철책 한쪽을 덮쳤다.

거칠기 짝이 없는 불길에 철책이 녹아 내리기 시작할 찰나.


번쩍


멀리서 빛이 번쩍이더니 벼락 줄기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유드바는 불의 창으로 벼락 줄기를 베어냈다.


전기를 튀기고 불꽃을 날리며 유드바가 외쳤다.


"안녕하세요 육번대 대장님?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유드바의 뻔뻔한 낯짝에 육번대 대장이 뇌까리는 욕설이 부대를 가득 채웠다.


"이런 씨...!"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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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6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7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9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7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8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7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6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7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7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7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10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1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8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0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8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8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7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7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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