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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15 23:58
연재수 :
242 회
조회수 :
10,931
추천수 :
680
글자수 :
1,287,640

작성
22.12.08 11:54
조회
50
추천
2
글자
11쪽

128. 한 대만 제발 한 대만 때리게 해줘

DUMMY

조별 경연이 끝이 났다.

남은 4조에서는 조장끼리 붙었는데 마지막까지 접전이었다고 한다.


1조에 사번대 부대장인 펠페림 유람.

2조에 펠페림 세슈람.

3조에 떼르 딜람까지.


이로써 최후의 4인이 정해졌다.


결과적으로 경연에 참가한 세 명의 부대장 중 최후에 4인에 오른 부대장은 겨우 한 명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을 꺾은 자들이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마법사라고 하니 일부 사람들은 정규군의 인선 체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좀 더 과격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정규군을 아예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정규군은 썩었습니다!"


치료소 앞에서 넷이 대현자가 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무리에 사람들이 추가되었다.

넷의 대현자 즉위에 반대하던 이들은 정중하게 의견을 표명하였었지만 이들이 추가된 이후로는 덩달아 표현이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가문이라는 이유로 자격도 없는 이들을 부대장으로 세우고 조장으로 세운 결과를 보세요!"


달라진 점은 하나 더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넷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치료소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목청을 올리고 있었다.


"겨우 졸업도 못한 학생에게 형편없이 깨지는 꼴을 보라는 말입니다."


나약한 정규군은 연합전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남은 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규군이 썩은' 이유로 그들은 혁명단을 꼽았다.

정확히 말하면 오르디나 이레를 탓하고 있었다.


100년 전 연합전.

카밀로테에서 출정한 정규군 대부분이 이 전쟁에서 죽은 이후로 카밀로테의 군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생환한 십여 명의 사람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에서 겪은 충격과 상실의 아픔으로 곧바로 은퇴를 하였다.

남은 이는 두 사람 뿐이었다.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고 쓰러진 대현자를 대신해서 용을 무찌른 떼르 율은 역대 대현자 중 가장 어린 나이로 대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 덕에 실질적으로 전쟁을 겪은 정규군은 오르디나 이레 한 명이었다.


그녀는 유일한 대장이 되어 정규군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은퇴한 다른 대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군을 키워나가기는 했지만 전쟁을 겪고 겪지 않고의 차이는 컸다.

실질적으로 군을 이끄는 사람은 결국 이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말에 기존의 규칙이 바뀌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었다.


그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오르디나 이레가 정규군을 망쳤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오르디나 이레의 영향력은 너무 거대해져 있습니다. 이미 정규군 내에서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데 이번 경연은 물론 이후 예정대로 2와4사이월의 '셋'이 대현자가 된다면 그때는 대현자를 넘어서는 절대적인 권력이 혁명단에 넘어가게 되는 셈입니다!"


최후의 4인 중 두 사람이 혁명단이다.

혁명단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번대 부대장 역시 혁명단인 사번대 대장과 가까운 사이니 언제 혁명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거기에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저주받은 마법사의 이름을 물려받은 2와4사이월의 셋이 대현자가 된다?

그때는 이제 누구도 혁명단을 막을 수 없었다.


"혁명단이 과연 믿을만한 사람들입니까? 저주받은 마법사를 따르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혁명단이 가주 회의에서 했던 주장도 건드렸다.


"저주받은 마법사가 용을 세상에 풀어놓은 악독한 마법사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바보입니까? 사실도 아닌 말이 2000년간 아무런 반대 의견 없이 이어진 것이 말이 되냐는 말입니다!"


이런 식이었다.


며칠 지나더니 이들은 저들 모임에 이름도 붙였다.

반혁명파.


반혁명파는 꾸준히 시위를 이어갔고 처음에는 그들이 하는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며 웃어 넘기던 사람들도 하나둘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전히 시끄럽네."


저녁 때가 지난 시간, 큰빛이 진 지 오래인데도 시위는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창문을 닫았는데도 들려오는 반혁명파의 시위 소리에 넷은 얼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빡세지는 훈련 때문에 죽겠는데... 훈련 끝나고 편히 쉬지도 못하네."


그녀의 푸념에 옆에 있던 듀시아가 얼른 차음막을 펼쳤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그때 그냥 넘어가면 안 되었다니까?"

"넷. 그날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났잖아?"


넷이 말하는 그때란 조별 경연 마지막 날을 말하는 것이었다.

칠번대 부대장과 딜람의 대련 중 칠번대 부대장이 한 말이 문제였다.

그의 발언을 생각해 보면 그가 혁명단에 유감을 느끼는 것이 분명했고 이에 대해서 넷은 어설프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며 정색을 했었다.


- 잠깐 그 사람 좀 만나고 와야겠어.


굳은 표정에 차가운 말투로 칠번대 부대장을 만나러 간다는 넷.

그녀를 이대로 보내면 일을 내도 큰일을 낼 것이 분명했다.

딜람의 머릿속으로는 당장 그녀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표정을 굳힌 그녀의 낯선 모습이 딜람에게는 퍽 당황스러웠고 선뜻 그녀를 막아 세울 수 없었다.


다행히도 듀시아가 넷을 붙들었다.


- 진정해.

- 좀 놔 봐. 그냥 얘기 좀 하려는 거니까.

- 무슨 얘기를 할 건데?


넷의 얼굴에는 이미 짜증이 한가득이었다.

하려던 일을 말렸다는 이유로 저렇게 짜증을 내는 아이였던가?

거듭해서 보는 넷의 낯선 모습에 딜람은 슬슬 그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딜람은 조심스레 넷을 설득하는 데에 동참했다.


- 그래. 넷. 가서 뭐 우리를 미워하지 말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 하아... 저런 사람들의 특징이 뭔 줄 알아?


이후 넷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은 아마도 모두 맞는 말이었다.


- 우리는 카밀로테를 쥐고 흔들던 흑막을 밝혔고 그 흑막을 없앴어. 몸을 아끼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뭐? 구해준 은혜도 모르고 우리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다고? 저런 사람들은 우리가 한 일들을 아무리 저들에게 말해줘도 듣지를 않아. 왜? 이미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니까. 저 사람들만 희생했어? 우리는 뭐 놀고 먹으면서 이 짓을 하고 있냐고?


넷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한다.

그녀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더더욱.

눈앞에서 자신을 저주하며 누군가 자결한다고 생각해보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해는 간다.


- 저런 사람 그대로 놔두면 저 좋은대로 떠들고 다닐 거야.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은 이미 퍼지고 있어.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이런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 우리는 나쁜 놈들이 되어있을 거라니까!

- 그래서?


넷에게는 한없이 말랑말랑하던 듀시아가 드물게 표정을 굳혔다.


- 그래. 네가 저 사람을 찾아간다고 하자. 가서 뭐라고 할 건데? 어차피 '우리' 말은 듣지도 않을 거라며.

- 경고해야지.


경고?


- 딜람에게, 우리에게 허튼 짓 할 생각하지 말라고 할 거야. 만약... 만약에 그런 짓을 한다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고 경고할 거야.


딜람으로서는 넷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한 말이었다.

넷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닌만큼 지금의 넷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그녀의 행동은 과했다.


- 그건 경고가 아니라 협박이야.

- 경고든 협박이든 필요하면 해야지.

- ... 진심이야?

- 뭐!


넷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모르겠어? 저 사람들은 우리를 밀어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야. 제 목숨도 버려가면서 우리를 거부하는 자들이라고. 저런 사람들이 지금 그나마 우리를 받아들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혁명단이 카밀로테를 구했다는 감사함?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순진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며 넷이 코웃음을 쳤다.


- 힘이야. 우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저 사람들보다 우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 그래서 그 힘으로 사람들을 누르겠다고?

- 그게 뭐 어때서? 일이 터지고 나서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터지기 전에 힘을 쓰겠다고. 그게 그렇게 잘못된 생각이야?


고래고래 악을 쓰는 넷을 향해 듀시아가 차분히 말했다.


- 넷. 사람의 마음은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그 사람 마음은 내가 알 바 아니야. 그 사람 행동만 막으면 돼.

- 그 행동이 바로 마음에서 나오는 거야. 이런 식으로 억눌러봤자 언젠가는 터질 거야. 그것도 더 크게 터지겠지.


이번에 듀시아가 한 말은 효과가 있었는지 넷이 주춤했다.


- 저 사람이 먹고 있는 마음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저 마음을 무시하고 덮으려고 하면 덧날 뿐이라는 것을 말하는 거야.

- 그럼 어떻게 하라고... 그냥 이대로 지켜 보라고?

- 응. 대신 대비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넷은 그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함부로 사람을 억누르면 일이 더 크게 터질 것이라는 듀시아의 확신에 찬 말에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있었던 일 이후로 넷은 훈련이 끝나면 혁명단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나 확인하고 다니기 시작했고 호위군 몇 명에게는 아예 수상한 사람들에 대한 감시도 부탁한 모양이었다.

이 조차 못하게 하면 되려 넷이 불안함에 쓰러질 것 같았기에 듀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처지였다.


"그날 그냥 넘어가지 않고 그 사람에게 경고했다면... 그걸 지켜본 다른 사람들 역시 이런 식으로 주제도 모르고 우리를 공격할 수는 없었을 거야. 이게 다 우리가 얕보여서 그런 거야."

"누구도 우리를 얕보지 않아. 두려워한다면 몰라도."


그렇다면 더 두렵게 했어야 했다고 말하며 넷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근육 아저씨와 한 훈련으로 온몸이 쑤시고 있었다.

쑤시는 근육을 가볍게 문지르며 넷이 말했다.


"듀시아. 분명히 말할게. 지금은 네가 그날 한 말대로 지켜보겠지만 만약 저 중에서 누가 일을 벌인다면 그때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을 거야."

"... 그래."


듀시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창문 너머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을 시위 소리가 차음 마법에 막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지금 넷과 자신 사이에도 차음 마법과 같은 벽이 세워진 느낌이었다.


***


다행이라고 할지 혹은 불행이라고 할지.

일은 넷의 걱정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인이 죽고는 누구도 드나들지 않은 칠번대 대장의 집무실.

그곳에서 세유 율름, 칠번대 부대장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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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8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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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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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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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229. 재능 24.03.04 6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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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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