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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0 16:21
연재수 :
243 회
조회수 :
10,940
추천수 :
681
글자수 :
1,293,406

작성
22.11.30 12:02
조회
46
추천
2
글자
12쪽

123. 내 성탄목아 별처럼 빛나 줘

DUMMY

상대 조장은 딜람에게 있어서 꽤나 성가신 마법사였다.




딜람의 어깨에 엷은 상처가 생겼다.

동시에 후끈한 열기에 상처가 지져지는 생경한 고통이 뒤따랐다.

상대 조장이 휘두른 제다카 칼날에 생긴 상처였다.


"끄윽."


한발 늦게 딜람은 그녀가 들고 있는 제다카로 칼날을 튕겨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상대 조장이 들고 있는 제다카 끝의 칼날이 늘어나 있다는 것은 굳이 딜람이 들고 있는 제다카와 비교하지 않아도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것이었다.

전투 지팡이로 만들어진 제다카는 근접전에서 최소한의 전투를 할 수 있도록 그 끝에 두 개로 나뉘어진 칼날이 달려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종의 창처럼 정규군은 제다카를 휘두르거나 찌르는 최소한의 훈련을 받는 것이고.


하지만 상대 조장의 제다카는 좀 달랐다.

두 칼날은 뱀이라도 되는 것인지 길게 늘어져 공중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더군다나 칼날은 전체적으로 빨갛게 달궈져 있는 상태.


그녀가 따로 은우에 의뢰해서 특별 제작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건 그녀의 마법이었다.

철을 다루는 마법.


"이거 되게 성가시네. 진짜!"


멀리서부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두 개의 칼날을 보며 딜람은 뒤로 크게 물러났다.

그러자 그녀가 있던 곳을 덮쳐들던 칼날은 금방 방향을 틀어 딜람을 쫓았다.

딜람은 이를 악물며 손에 쥔 제다카로 두 칼날 중 하나를 쳐냄과 동시에 다른 하나로는 성벽 마법으로 칼날을 막았다.


두 칼날 모두 막아낸 것처럼 보였지만 딜람의 얼굴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성벽 마법에 막혔어야 할 칼날은 중간에 방향을 틀어 딜람에게 짓쳐들어오고 있었으며 제다카로 막은 나머지 칼날 역시 잠깐 멈칫했을 뿐 다시 그녀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파아아앙


결국 그녀는 그러고도 한참을 도망치면서 집광을 해야했고 그렇게 모은 바람을 한 번에 터트려 칼날을 날려버리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경연도 연애도. 둘 다 완벽히 해낸다고 하지 않았던가?"

"허억... 헉."


상대의 비아냥이 들려왔지만 화가 나기는 커녕 지금으로서는 비아냥 댄다고 공격을 잠시 멈춘 것에 고마운 마음이 더 큰 상태였다.

그 사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철을 다루는 마법, 정확히는 강철을 다루는 마법은 마법사들에게 그리 각광받지 못하는 마법이다.

바위보다 강철이, 강철보다 다이아몬드가.

굳기가 단단한 물질을 다룰수록 마법의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만들어내는 것도 그렇고 만들어낸 것을 원하는 형태로 바꾸는 작업도 그렇고 모든 측면에서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카밀로테의 마법사들은 마법으로 강철을 만들어내는 대신 미카에 있는 철광에서 철광석을 캐와 재련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전투에 나서는 마법사들은 일정 굳기 이상의 물체를 마법으로 재현하는 것을 꺼려한다.

힘의 소모도 문제지만 이를 재현하는 속도도 만만치 않게 느리기에 차라리 더 무르더라도 바닥에 있는 흙더미를 뭉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시도때도 없이 순식간에 단단한 강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전투 지팡이인 제다카 끝에 괜히 무겁게 칼날을 붙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게 분명 일반적인 상식인데 말이야...'


그런데 상대 조장은 굉장히 특이한 방법으로 철 마법을 다루고 있었다.


이미 존재하는 제다카 끝의 칼날을 길게 늘이는 방법.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강철의 모양을 변형하는 것이 더 쉬운 법이며 얇게 펼쳐 팔랑거린다면 그걸 다루는 것은 더 쉬운 일이니 말이다.


물론 단순히 길게 늘어진 칼날이 펄럭거리는 정도라면 이 정도로 애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 칼날 위에 실시간으로 적히는 각인들이었다.

상대 조장은 강철의 모양을 임의로 변경해 칼날 위에 마법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각인된 마법으로 강철은 뜨겁게 열을 내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칼날은 어지간한 방어막은 푸딩 자르듯 쉽사리 파고들만큼 위협적이게 변해 있었다.


"내가 꽤나 야무진! 성격이라 이번에는 완벽하게 끝장을 내도록 할게."


상대 조장이 제다카를 쥔 팔을 크게 휘두르니 그에 따라 두 개의 칼날이 꿈틀거리며 딜람에게 날아들었다.


"되게! 속 좁은! 조장님이시네!"


딜람은 날아드는 칼날을 쳐내며 틈틈이 상대를 도발도 해보고 공격도 해봤지만 조장이라는 직책을 폼으로 단 것은 아닌지 동요도 없이 방어 마법으로 공격을 다 막아내는 것이었다.


'아니 왜 방어 마법 특화자가 저딴 마법을 배우고 있는 거야.'


의외로 그녀는 부대 지원 및 구원에 초점을 맞춘 오번대 소속의 조장이었다.

방어 마법이 탄탄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저 펄럭대고 있는 칼날... 막는 게 너무 까다로워.'


어지간히 두꺼운 방어막이 아닌 일반 방어막으로는 저 칼날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칼날을 막을 수 있는 마법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그녀의 성벽 마법이었다.


다만 이걸로도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했다.

방어막으로 칼날이 막히면 조장은 제다카를 휘둘러 곧장 다른 방향으로 칼날을 선회해서 그녀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딜람은 그녀 주위를 아예 성벽 마법으로 둘러싸기도 했지만 얇은 칼날은 성벽의 틈새를 파고 들어올 수 있었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다음으로 생각해냈던 방법이 칼날을 부러뜨리는 것이었는데 그것 역시 실패.


'강철의 단단함은 유지하면서도 제 의지대로 놀리기에 쉬운 나름의 적정선을 찾은 거겠지.'


일단 부러뜨리는 것부터가 힘들었고 설령 뭉그러뜨린다고 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어느새 칼날은 날카로운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카가가각


칼날이 성벽을 스치며 불꽃을 튀겼다.


'대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나야.'


상대방은 꾸준히 강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칼날의 길이가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길어지고 있었다.

대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팔 두 개 정도의 길이였던 칼날이 지금은 팔 네 개 정도의 길이로 늘어나 있었으니 확실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제다카 끝에 원래 붙어있던 두 개 말고도 조그맣게 자라난 칼날이 보였다.

길이는 충분하니 개수를 늘리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칼날 두 개로도 정신 없는데 하나가 더 추가되면...'


그 전에 승부를 봐야했다.


상대 조장의 마법이 까다로워서 이렇게 불리한 것이지 실력 자체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재현 속도도 위력도 엇비슷했다.

오히려 앞서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펼칠 기회가 없었을 뿐.


파아앙


다시 한 번 집광을 마친 바람이 칼날을 순간 날려보냈고 그 틈에 딜람이 상대방에게 뛰어들었다.

칼날의 길이가 긴만큼 거리를 좁히면 자신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몇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던 수였다.


"그거 안 통한다니까?"


역시나 조장은 딜람을 따라 거리를 벌리며 다시 한 번 제다카를 휘둘렀다.


쐐애애액


노골적으로 자신의 다리를 향해 날아드는 칼날에 딜람은 미리 발치에 맺어뒀던 바람 마법을 터트렸다.

또 다시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울렸고 딜람의 몸이 가속하며 칼날을 빠져나갔다.


"와. 어떡해. 이러다 잡히는 거 아니야?"


조금의 불안함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

조장은 딜람의 발 밑에 집광체가 맺히는 것을 놓치지 않았고 같은 마법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자신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딜람을 피해 조장은 옆으로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촤라락


칼날이 휘몰아치며 딜람을 덮쳤다.

딜람은 침착하게 성벽 마법을 펼쳐 칼날을 막았지만.


촤락




중간에서 또 다시 방향을 튼 칼날이 결국 허벅지를 파고 들었다.


치이이익


"끄아아악!"


쿠웅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딜람이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바닥을 굴렀다.

살이 익는 끔찍한 고통에도 딜람은 가만히 쓰러져 있을 수 없었다.

연이어 날아올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딜람은 비틀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의외로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이제 그만 항복하지 그래? 다리를 다친 이상 나와 거리를 좁히는 것도 내 공격을 피하는 것도 다 힘들어졌어."


조장은 지금까지 비아냥 대던 얼굴 대신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충고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조장이고 상대는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수습이었다.

수습쪽에서 자신이 꽤 오래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찔러오는 통에 잠깐 흥분했고 그덕에 수습의 기를 좀 심하게 꺾어 놓았다.


그런데 미래의 꿈나무를 필요 이상으로 짓밟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주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 정도까지 몰렸으니 알아서 항복해주면 싶은 마음이었다.


"... 진짜 짜증나."


참나.

진짜 짜증날 사람이 누군데.

조장은 말을 속을 삼켰다.


이제 겨우 수습인 아이와 실력이 엇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달리는 부분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길어봤자 1년...'


혹은 그보다 더 빠르게 따라잡힐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으며 아마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이후에 딜람은 무리없이 대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오늘 이기는 것은 자신이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딜람을 보며 승리를 예감하던 조장은 이후에 이어진 발언에 얼굴을 굳혀야 했다.


"칫. 이건 나중에 4인 안에 들면 쓰려고 아껴뒀던 건데."


조장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저 비장의 수가 뭐든, 가만히 쓰게 놔두면 안된다는 것을.


쐐애애액


열기를 머금은 칼날이 딜람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딜람의 비장의 수는 이미 반쯤은 완성이 된 상태였다.



텅텅


딜람이 사방에 세워뒀던 성벽이 차례차례 그녀에게 날아왔다.

그냥 날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크기가 줄어들은 상태였다.


조장은 필사적으로 성벽들을 피해 딜람을 공격하려 했지만 그럴때마다 크기가 작아진 성벽이 칼날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텅텅텅


그 사이에도 착실하게 작아진 성벽은 딜람의 몸에 날아가 붙었다.


"... 젠장."


조장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딜람은 기어코 원하는 바를 이뤄냈는지 더 이상 움직이는 성벽은 없었다.


"..."


모습을 드러낸 딜람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관중들이 조용해졌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모습에 말을 잃은 것은 상대 조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쇳조각을 촘촘히 겹쳐만든 비늘갑옷처럼 딜람의 몸을 따라 줄어든 성벽들이 늘어져 있었다.

다만 비늘 갑옷과 다르게 각 비늘의 크기가 컸기에 그 모습은 갑옷보다는 차라리 거대한 솔방울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머리로 갈수록 뾰족해졌기 때문에 언뜻보면 나무를 보는 것도 같았다.


조그마한 솔방울 혹은 나무 언저리의 무엇이 된 딜람은 제다카를 내밀었다.


"흐아아아!"


그녀의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성벽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으로 빛을 내는 성벽.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에 조장은 다시금 칼날을 놀려봤지만 이전과 다르게 파고들 틈 따위는 없었다.


카가가각


그저 성벽을 조금 긁을 뿐 칼날은 속절없이 튕겨져 나왔다.


절대적인 방어!


거기에 성벽이 빛을 내면 성 안에 속한 자들은 이로운 효과를 얻는다.

그 모든 효과를 받으며 딜람이 마법을 공격을 준비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뿜으며 집광체가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공격!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콰아아아아앙


두껍디 두꺼운 벼락 줄기가 상대 조장을 향해 터져나갔다.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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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3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5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7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8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6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7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6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5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6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6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6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9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0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7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9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7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7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6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6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215 215. 꺼져가는 등불 끄지 않는 24.01.29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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