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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유시인은 이세계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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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주
작품등록일 :
2022.07.31 23:59
최근연재일 :
2022.08.07 21: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78
추천수 :
69
글자수 :
41,477

작성
22.08.06 00:34
조회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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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신을 찬양하라 #2

DUMMY

“...그게 사실입니까?”


세빌이 묻자 길리언이 나섰다.


“나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교회에서 불리는 찬송가에 그런 영적인 힘이 있다곤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그런 게 가능하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지.”


그는 정령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긴 네놈은 잘 모르겠지. 이봐, 내가 속한 집단인 ‘은색 형제단’에 대해서 알고 있나?”


“죄송하지만 잘 모릅니다.”


세빌은 고개를 저었다. 시골 마을 출신인 그는 이런 정보에는 약했다.


“우리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다. 어려서부터 온갖 신비를 배우며 괴물이나 악령과 싸우는 법을 배우지. 그중에서도 악령은 특별히 강력한 상대야. 검의 달인이며 마스터라 불리는 나조차도 혼자서는 맞설 수 없다.”


길리언은 그렇게 말하며 정령을 노려보았다.


“나와 내 형제들은 지금껏 교회를 도와 여러 악령을 퇴치했다.. 사제들? 그들은 결코 신앙심이나 기도문으로 악령과 맞서지 않는다. 대신 특별한 몇 명에게 허락된 주문을 이용할 뿐이지. 그건 기도도 뭣도 아니야. 찬송가로 악령을 쫓는다니 웃음밖에 나질 않는군.”


세빌은 침을 꿀꺽 삼키고 정령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그 커다란 아가리를 벌려 길리언을 물려고 들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데미르는 조금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화를 내는 대신 뭔가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택한 듯 반응이 없었다.


“길리언. 내가 데미르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말했잖니.”


대신 나선 건 필리아였다. 그녀는 슬픔이 담긴 눈으로 길리언을 빤히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길리언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필리아에게 대드는 대신 데미르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하도 어이없는 소리를 들어서.”


그러나 데미르는 그의 사과를 받는 대신 엉뚱한 말을 뱉었다.


-그런데 너희는 어느 신을 믿지?


그 시선이 향한 쪽이 오필리아였다. 그녀는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깜빡거리면서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느 신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신은 오직 한 분, 성신이자 창조주이신 드아룬 님 아닌가요?”


그녀는 동의를 구하는 듯 세빌과 길리언을 바라보았다. 그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살면서 다른 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다른 종교라는 게 존재했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저 먼 동방 제국이나 근처 프르뉴 왕국, 하물며 저 먼 밀림의 야만 부족 또한 같은 종교를 믿었으니 실제로는 모두가 같은 신을 믿는 셈이었다.


그 순간 세빌은 섬뜩한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모든 땅에서 같은 신을 믿는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파이론, 사르나, 블라힘을 모르나? 나는 지금껏 드아룬 같은 신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정령 데미르는 놀랍게도 그렇게 말했다. 세빌은 자신이 뭔가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들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나는 당최 모르겠군. 필리아 님. 당신은 혹시 알고 계십니까? 엘프들은 드아룬 신을 믿지 않잖습니까.”


길리언이 그녀를 바라보자 필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결국은 이런 날이 오게 되는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해. 길리언, 착한 아이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날 이해해 주렴. 나처럼 오랜 세월을 산 사람에겐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단다.”


-필리아, 나의 친구.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건가? 어떻게 인간들이 그 자애로운 신들을 알지 못할 수가 있는가? 태양과 불의 신, 파이론을 모른다고? 달과 어린 소녀들의 신인 사르나를 모른다? 내가 이 산에 틀어박힌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저기...”


진심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정령을 보던 세빌이 손을 들었다.


“일단 그런 문제는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한 뒤에 고민하면 안 되겠습니까? 저희는 지금 한시가 급합니다. 정령님, 부디 제게 그 노래를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곧 거대한 늑대가 고개를 치켜들고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달의 여신 사르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녀

그녀의 미소와 함께하니 나 어둠도 두렵지 않네

여기 달콤한 과일을 바치니

잠든 내 얼굴을 바라봐 주오


순결한 여신 사르나, 세상에서 가장 정숙한 숙녀

음흉하고 사특한 이들은 항상 그녀를 두려워하지

여기 불쌍한 아이가 있으니

예쁜 손으로 쓰다듬어 주오



데미르는 노래를 못 부르는 편이었으나 멜로디 자체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세빌은 이 노래가 만들어진 목적이 많은 사람에게 불리기 위함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에 어렵지 않은 가사도 그렇고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간당간당한 수준까지 음역을 맞추어 놓은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신에게 바치는 찬송가라기엔 유치한 노래이긴 했다. 이 노래는 교회나 제단보다는 술집이나 축제에서 불리기 좋았다.


세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필리아와 길리언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는지 멍한 표정이었고 필리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 지금과 같이 손님이 찾아오거나 악령 같은 적이 침입하지 않는 한 이 산의 안개로써 존재하기에 바깥 사정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너희를 보니 나조차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거대한 음모가 있었던 모양이다.


수천 년을 산 정령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더니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사르나여, 나 안개의 정령 데미르가 직접 그대를 찬양함에도 그대는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구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이오? 그대들 선량하고 유쾌한 신들이여! 대체 천상에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세빌은 데미르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었으나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악령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그는 류트를 조율했다. 이런 노래에는 조금 높은 반주가 필요했으니.


양해도 구하지 않고, 세빌은 노래를 시작했다.



달의 여신 사르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녀

그녀의 미소와 함께하니 나 어둠도 두렵지 않네

여기 달콤한 과일을 바치니

잠든 내 얼굴을 바라봐 주오



경쾌하면서도 해학적인 목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곧 모든 사람과 정령의 시선이 세빌에게로 향했다.


세빌은 노래에 담긴 애정과 음악적 소양의 깊이에 전율이 이는 걸 느끼며 노래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이는 사르나라는 달의 여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노래를 마친 세빌은 데미르의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기억하는 신들은 노래를 좋아했지. 만약 네가 천 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이런 노래를 들었음에도 신들은 침묵하는구나.


오래된 정령은 한탄하더니 고개를 돌려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젠 방법이 없구나. 인간이 신을 잊고 신은 인간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으니 나는 내 존재와 목숨을 걸고 저 악령을 물리쳐야 할 터. 너희는 내가 싸우는 사이 이 산을 벗어나라.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한 듯 온몸의 털이 바짝 일어서 있었다. 꼬리를 꼿꼿이 세운 늑대가 걸음을 내딛으려는데 문득 오필리아가 소리쳤다.


“지금은 밤이라 악령이 더 강해질 시간이 아닌가요? 그랬다간 죽고 말 거에요!”


데미르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상냥함이야말로 그 오래 산 정령의 본성일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야, 내겐 의무가 있단다.


그리고 늑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안개 속에서 길잃은 자를 이끌겠노라 맹세하였으니 설령 신이라도 이 신성한 의무를 방해할 수 없다.


수천 년이 넘는 삶을 뒤로 한 채 그는 이길 수 없는 적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길리언이 발로 땅을 크게 찍었다.


“빌어먹을! 어쩔 수 없지. 모두 일어나시오. 지금 당장 산을 벗어나야 하니.”


숨죽인 채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던 엘프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길리언은 분통이 터지는 듯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분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 빨리! 서두르시오!”


오필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길리언을 바라보았다. 길리언은 어린 조카의 그 시선이 안타까웠으나 그녀를 설득하느라 시간을 더 버릴 이유가 없었다.


“여기 우리 목숨만 걸린 줄 아느냐? 이 엘프들은 아일한드 백작의 추격대에 붙들리면 평생 다시는 숲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사랑하는 조카야, 네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오필리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감당하지 않겠어요. 삼촌께선 엘프님들을 이끌고 아즈나 숲으로 향하세요. 전 정령님을 도울 테니까요.”


그녀의 단호한 말에 깜짝 놀란 길리언이 소리쳤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냐?”


“절 막지 마세요. 삼촌. 제가 없어도 엘프님들은 아즈나 숲에 도달할 수 있겠죠.”


그녀는 길리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땅을 박찼다. 그녀 또한 기사로서 훈련받은 몸이기에 그 속도가 제법 빨랐다.


“.....정말이지 사람 미치게 하는 건 아버지나 딸이나 매한가지군.”


길리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필리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고생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먼저 산을 내려가 계시면 저 망아지 같은 계집애를 잡아 뒤쫓도록 하죠.”


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애를 너무 나무라지 말려무나. 그 아이는 다만 너무 착할 뿐이란다.”


“...저도 압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세빌이 그제야 나섰다.


“그런데 저 아가씨께선 정령님이 어디로 향하신 줄 알고 쫓아간 겁니까? 아까 보니까 발자국도 안 남던데, 이 안개 속에서 길을 잃기라도 하면 큰일 아닙니까?”


어이가 없어진 길리언이 헛웃음을 뱉었다.


“그걸 지금 말하면 어쩌자는 거냐?”


“저도 방금 생각났습니다.”


세빌이 억울한 표정으로 변명하자 길리언은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또 뱉었다. 그리곤 세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일단 네놈도 따라와라. 혹시 그 노래에 정말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니.”


“...예?”


세빌은 진심으로 당황해 되물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길리언은 세빌을 짐짝처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어깨에 걸쳤다.


“어? 어어어?”


“만일 악령과 싸우게 되면 이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원망하지 말고 얌전히 따라오거라.”


‘이런 씨발.’


세빌은 욕설이 혀끝에서 맴도는 걸 느꼈다.


그러나 어차피 끌려갈 거라면 얌전히 끌려가는 게 더 나았다.


어차피 저들 없이 산을 내려가 봤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평생 톰슨 마을에서만 살아온 탓이었다.


작가의말

본업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잘 안 나네요 ㅠㅠ 어제 올라가지 않은 대신 오늘도 연참하겠습니다 ㅠㅠ 죄송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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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을 찬양하라 #2 +2 22.08.06 90 7 11쪽
5 신을 찬양하라 #1 +1 22.08.04 114 9 12쪽
4 호감을 얻는 법 +1 22.08.04 109 10 13쪽
3 투자는 직감이다 +2 22.08.02 135 10 13쪽
2 여정의 시작 +3 22.08.01 176 10 14쪽
1 프롤로그 +2 22.08.01 257 1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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