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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유시인은 이세계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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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주
작품등록일 :
2022.07.31 23:59
최근연재일 :
2022.08.07 21: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93
추천수 :
69
글자수 :
41,477

작성
22.08.02 19:21
조회
136
추천
10
글자
13쪽

투자는 직감이다

DUMMY

세빌은 비틀거리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두근거려 제대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신가요?”


오필리아 코미어가 걱정스럽다는 듯 세빌을 바라보았다. 세빌은 이 땅에 태어난 이후 그녀만큼 예쁜 사람을 처음 보았다.


이런 외모를 가지고 갑옷을 입은 채 전장에 나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얗고 작은 얼굴이 자신을 향하자 세빌은 호흡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말씀을 낮춰 주십시오. 저는 농노 출신 병사입니다.”


세빌은 그녀의 호의가 부담스러웠다. 그녀처럼 신분이 높은 이가 존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농노로 16년을 살다 보니 그는 어느새 자기 신분에 익숙해졌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그의 말을 듣던 오필리아 후작 영애는 살포시 웃더니 입을 열었다.


“비록 당신의 신분이 비천하다고 해도 당신이 고귀한 결정을 내렸다는 건 사실이에요. 저 좁은 협곡에서 기습을 당했다면 저분 중 몇몇은 다치거나 죽었겠죠. 하지만 당신의 그 결정으로 인해 이렇게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잖아요? 그러니 당신은 제게 귀한 대접을 받아 마땅해요.”


“아니, 그런...”


세빌은 살짝 감동했다. 이 땅의 귀족 중 그녀와 같은 이는 정말로 드물었다.


검을 든 사람치곤 매우 예의 바르고 조곤조곤한 말투였기에 갑주만 입지 않았더라면 기사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괜찮으세요? 당신이 배신한 게 알려지면 저들은 당신의 가족을 해칠 거에요.”


“아, 괜찮습니다. 저는 고아라서.”


“...그런데도 그렇게 고귀한 품성을 지녔다니.”


후작 영애는 세빌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물론 나쁠 게 전혀 없는 오해였다.


“고귀하다뇨.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처럼 생각할 겁니다.”


물론 아니었다. 전쟁에 흥분에 휩싸인 기사와 병사들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별 망설임 없이 죽일 터였다.


특히 그 민간인들이 적군의 약점일 경우에는 훨씬 더 잔인한 짓도 할 수 있을 게 뻔했다. 그 사실을 세빌도 알고 오필리아 코미어 또한 알았다.


“저, 그런데 괜찮으신가요? 이렇게 되면 저희와 같이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아뿔싸.’


생각해 보니 그랬다. 배신을 선택한 이상 그는 후작 영애의 일행과 함께 움직이거나 혹은 아일한드 백작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만큼 먼 곳으로 떠나야 했다.


잠깐 고민하던 세빌은 어색하게 웃어 보인 뒤 입을 열었다.


“이곳에 제 자리가 있겠습니까?”


오필리아 코미어는 환하게 웃었다.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요. 조금 먼 길이 되겠지만 괜찮으시겠어요?”


“어디로 가십니까?”


세빌의 질문에 오필리아는 팔을 들어 남쪽을 가리켰다.


“저 남향의 거대한 숲까지요.”


순간 세빌은 했던 말을 물러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했다. 남쪽의 거대한 숲이라면 그가 아는 한 아즈나 숲뿐이었다.


그곳까지 가는 데 적어도 이 주는 걸린다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온갖 신화적인 괴물과 신비한 종족이 사는 것 또한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곳에 용이 산다는 것이었다. 브리티안 왕국 사람이라면 그 숲에 용이 산다는 이야기 정도는 다들 알았다.


세빌은 얼굴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걸 느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했다.


“혹시 용이 산다는 아즈나 숲을 말하는 겁니까?”


오필리아 코미어는 세빌의 표정을 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아즈나 숲에 계신 분께선 난폭한 용이 아니세요. 숲에서 수천 년을 살아오신 분이시고, 모든 요정과 신수의 수호자시죠. 코미어 가문의 상징이 왜 푸른 용인지 아시나요?”


“아, 설마?”


“바로 아즈나 숲에 살고 계신 그분을 본딴 상징이랍니다. 그분께선 저희 가문에 매우 호의적이시니 절 도와준 일을 말한다면 그분께서 자그마한 선물을 주실지도 몰라요. 혹시 이전부터 당신을 괴롭히던 문제가 있다면 그분께 한 번 의논해 보는 게 어떨까요?”


오필리아 코미어는 세빌을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하나의 계시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버님께선 뜻하지 않은 도움을 준 사람을 받았을 땐 그 사람을 가까이 두라고 하셨어. 그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도 수천 명의 군대를 배신하고 우리를 도왔지. 이게 과연 보통 일일까?’


한편 세빌은 그녀의 말에 이미 넘어간 뒤였다. 그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졌다.


사실 그는 어떤 한 문제 때문에 평생 괴로움을 겪어야 했는데 어쩌면 아즈나 숲에 산다는 그 용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걸 고치지 못하면 정신병에 걸리고 말 거야.’


“그게 사실입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비밀스러운 지식도 그분께는 비밀이 아니고, 또한 수천 년을 살아오신 만큼 끝없는 지혜를 지니고 계시죠.”


“오오...”


세빌은 감탄했다.


‘그렇게 지혜롭다는 용이라면 내 악몽 정도는 해결할 수 있겠지.’


그는 이 땅에 다시 태어난 이후 매일 반복되는 꿈에 시달려 왔었다. 딱히 끔찍한 악몽은 아니라 해도 자그마치 16년이나 반복되었다면 악몽이라 불리기엔 충분했다.


“가진 재주라곤 노래나 흥얼거리는 것뿐이지만 제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봉사하겠습니다. 영애님.”


세빌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맹세했다.


그때 협곡 쪽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뒤이어 전해지는 진동이 그 소리가 환청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만 같은 소리에 세빌마저도 기가 질려 잠깐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였다.


“삼촌!”


깜짝 놀란 오필리아 영애가 소리쳤다. 저쪽에서 일어날 일이라곤 그녀의 삼촌이 관계된 것밖에 없을 터였다.


그녀가 급히 말을 몰아 출발하려 하자 세빌이 그녀를 만류했다.


“잠깐만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네?”


“영애께서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시면 저들은 어떻게 한다는 말입니까? 제가 재빨리 다녀오겠습니다.”


오필리아는 잠시 갈등하더니 자신이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려 세빌에게 고삐를 내밀었다.


“제 말 레아를 타고 가세요. 삼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절대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레아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면 돼요.”


세빌은 그녀가 타고 있던 말에 올라탔다. 방금까지 앉았던 안장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오필리아의 말 레아는 총명함이 거의 사람에 가까울 정도였다. 천성적으로 순한지 말을 모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세빌이 고삐를 서툴게 당기는데도 싫은 내색조차 없이 그를 태웠다.


‘주인을 닮아서 그런가.’


감탄하며 말을 몰고 십여 분 정도 달리자 본래 세빌의 부대가 매복하고 있던 협곡이 나타났다. 세빌은 길을 빙 둘러 말을 몰아 협곡 위로 올라갔다.


그쪽에서 전투의 소음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끔찍한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


오필리아의 삼촌이라던 사내가 한 무리의 병사와 기사들과 대치하는 중이었는데, 놀랍게도 웬 로브를 입은 사내가 공중을 날고 있는 게 보였다.


‘...마법사인가?’


지팡이를 든 걸 보니 세빌이 말로만 듣던 마법사인 듯했다. 사람이 공중을 날고 있다면 그것밖엔 생각나지 않을 터였다.


“빌어먹을 주문쟁이 같으니라고! 거기서 내려오는 순간이 네 마지막일 줄만 알아라!”


오필리아의 삼촌은 매우 화가 난 듯 보였다. 그가 소리치자 공중에 뜬 사내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 끝에 불로 된 덩어리가 생겨났다.


“내가 정신이 나가거나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이 떨어지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거요. 마스터 길리언. 마나가 뇌수를 헤집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 유명한 달인 중 한 명에게 목을 내어주겠소?”


마법사로 보이는 사내가 비웃듯이 대답하더니 지팡이를 휘둘러 화염의 구체를 내던졌다.


오필리아의 삼촌은 제법 쉽게 그 공격을 피해냈으나 지상의 기사와 병사들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미 저런 불꽃에 한 번 당했는지 그의 몸에 그을린 흔적이 보였다.


“오늘 그 이름 높은 ‘은색 형제단’의 마스터가 내 검에 죽겠군. 당신의 머리통을 소금에 절여 백작께 바치겠소. 마스터 길리언.”


별동대의 지휘관인 티어니 경이 검의 날을 핥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본 세빌이 생각했다.


‘게임 참 뭣 같이도 하는군. 그나저나 저 아저씨 이름이 길리언이었나.’


마법사가 공중을 날아다니며 공격하고 아래에서는 기사와 병사들이 길리언을 압박했다. 제아무리 길리언이 초인적인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저런 상황이라면 매우 곤란할 터였다.


세빌은 자신이 뭔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단 목을 가다듬은 뒤 배에 힘을 모았다.


“찾았습니다!!”


자그마치 십 년을 넘게 단련한 성대와 단련된 배에서부터 마치 진군나팔처럼 커다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세빌은 급히 길리언을 바라보며 윙크했다. 도우러 왔다고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빌은 이 땅에서는 윙크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길리언의 얼굴에는 ‘저 새끼는 뭐지’라고 쓰여 있는 것만 같았다.


세빌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오필리아의 삼촌, 길리언은 제법 눈치가 빠른 사람인지 그것만으로 세빌의 의도를 눈치챈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이 잠깐 밝아졌다.


‘이런 멍청한! 저러면 당연히 상대가 눈치를 챌 텐데.’


다급해진 세빌이 급히 입을 열었다.


“티어니 경! 하록 경! 이럴 때가 아닙니다! 경들께서 이러고 있는 사이 오필리아 코미어가 숲에 난 비밀스러운 길로 탈출하려고 합니다! 즉시 움직이셔야 합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티어니 경이 급히 물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오필리아 코미어였지 ‘은색 형제단’의 마스터가 아니었으니.


“예, 사실입니다. 제가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놀랍게도 오필리아는 자신의 행적이 들킬 걸 예상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의심받지 않고 그들 사이에 섞였습니다만 일행의 경로가 예상과는 다른 걸 보고 급히 이곳으로 달려온 겁니다.”


세빌은 말을 늘어놓으며 왼손을 뒤로 돌렸다. 그의 뒤편에는 길리언이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을 펴서 위에 떠 있는 마법사를 가리켰다.


‘제발. 제발 알아차려라.’


자신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위에 떠 있는 마법사를 처리하라는 신호였다.


“지금 즉시 따라가지 않으면! 오필리아 코미어가 도망칠 테고! 그렇게 되면! 예? 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망하고! 사회가 무너지고! 예?”


더는 생각나는 말이 없어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고 있던 세빌이 식은땀을 몇 방울 흘렸다. 슬슬 티어니 경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시발. 망했군. 저 눈치 없는 양반 같으니. 갈아탄 지 삼십 분 만에 상장폐지는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이젠 정말로 천운에 천운이 따라야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빌은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억!”


그리고 그때 뭔가 털썩,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세빌이 숨을 삼키고 그쪽을 돌아보았다.


가슴에 검이 꽂힌 마법사가 땅에 처박혀 경련하는 게 보였다.


“...태어나서 너처럼 눈치 빠르고 영악한 놈은 처음 본다.”


길리언이 마법사의 가슴에 박힌 검을 천천히 뽑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느릿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 중 누구도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자, 날파리 같은 주문쟁이도 없어졌으니 이제 누가 내 목을 벨 테냐? 아까 내 목이 어쩌고저쩌고 지껄였던 놈은 누구냐? 여기 내 검과 목이 있으니 내 검을 뚫고 목을 취해 보라!”


길리언은 마치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그가 든 장검에서부터 희미한 빛무리가 생겨나더니 이내 선명해져선 검과 손잡이 전체를 뒤덮었다.


“소드 오러! 검의 달인이라더니!”


티어니 경이 놀라 소리쳤다.


검과 마법의 땅인 칼라브리아에선 수없이 많은 이들이 검을 수련하고 또한 죽어 나갔다.


그 수백 수천만의 검사 중 자신을 달인이라 주장할 수 있는 이는 고작 한 줌. 그 명성을 뒷받침할 최소한의 증거가 바로 저 소드 오러였다.


기사 셋과 서른의 병사들은 모두 죽음을 직감했다.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벌써 도망치는 병사가 다섯이 넘었다.


세빌은 감동으로 인해 흐른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인생을 걸고 한 투자가 대박이 난 사람 그 자체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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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는 직감이다 +2 22.08.02 137 10 13쪽
2 여정의 시작 +3 22.08.01 178 10 14쪽
1 프롤로그 +2 22.08.01 260 1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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