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먼 산을 바라보던 노인이 물었다.
“협객이 아니라 자객이라는 말의 의미는 뭐였나?”
나는 노인의 회색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협객은 어려움에 빠진 타인을 돕는 일을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사람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든 자신의 안위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그만큼 고민해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은 것이 협객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대의를 위해 악과 타협해야 할 수도 있는 게 협객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협객이다.
나라는 인간은 타인을 위해 나의 행복을 버릴 만큼 정의롭지도 않을 뿐더러, 대의를 위한답시고 나쁜 놈들과 타협해야하는 복잡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끝까지 뒤틀린 세상에 분노하고 나쁜 놈들을 때려 죽이며 살고 싶다.
협객이 아닌 자객으로 살고 싶다.
“······제가 협객은 아닌 것 같아서요. 살수 주제에 무슨 협객입니까? 저는 그냥 자객이나 할랍니다.”
노인이 입가에 옅은 웃음이 떠올랐다.
“자네 말이 맞네.”
“뭐가요?”
“협객보다는 자객이지.”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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