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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음악

웹소설 > 작가연재 > 팬픽·패러디, 현대판타지

김현우
작품등록일 :
2015.04.16 13:27
최근연재일 :
2015.06.01 17:02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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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6
글자수 :
4,296,480

작성
15.05.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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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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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글자
10쪽

마음을 울리는 음악 시즌2 제12화

DUMMY

“……영, ……니야! 티파니!”

“앗! 으, 으응?”

깊은 상념에 빠져있던 미영은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목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리니 유리가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뭘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는 거야? 우리 응원하러 왔다면서?”

“미안.”

“뭔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만.”

손사래를 치면서 괜찮다고 말을 하니 유리로서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지만 이내 제 신색을 회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큰일 날 뻔했어.’

눈치 빠른 유리에게 들킬 뻔한 미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창현에게 샌드위치가 든 도시락 통을 들켰다가는 어떤 짓을 당할지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시락 통은 가방에 꽁꽁 숨겨두었기에 애써 뒤지지 않는 한 들일 킬은 없었다.

남은 것은 숙소에 돌아갈 때까지 잘 감추는 것뿐.

‘힘내자!’

끝까지 도시락 통을 지켜내서 반드시 숙소에서 승자의 만찬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는 사이, 유리가 미영에게 질문을 던졌다.

“리허설 어땠어?”

“잘하던데? 이제 완전 MC 같았어!”

“에헴! 우리가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하지. 원래 기본 중 기본 아니었어?”

“수영이 너 말고 유리랑 막냉이가 많이 늘었는데?”

“뭐? 그럼 나는?”

의기양양하던 수영의 기세가 순식간에 꺾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입가에 미소를 그린 미영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잘했잖아.”

“그렇지? 내가 좀 잘하긴 해.”

“응응.”

기세가 산 수영을 필두로 이야기를 받는 유리와 조곤조곤 주장을 펼치는 주현은 이미 준비된 MC들이었다. 흐뭇한 표정을 지켜보는 미영의 눈길을 알아차린 유리가 한 마디했다.

“그런데 넌 응원해준다고 하더니 뭘 그렇게 넋을 놓아? 좋은 일이라도 있어?”

“창현이가 와서 그런 거 아냐?”

수영이 말했지만 미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그런 것도 있고. 우리 멤버가 MC를 하니까 인기가 많아진 것 같아서 좋아.”

“…….”

한순간 숙연해진 분위기. 자신의 말 때문이란 걸 알아차린 미영이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미, 미안.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니야, 괜찮아. 어려움을 견뎌내고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게 사실인데, 뭘. 안 그래?”

유리의 물음에 수영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당황할 필요 없다고.”

“지금까지 노력해온 성과에요. 당황하지 않아도 돼요, 언니.”

“응, 그렇지.”

그들의 반응에 미영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이곳까지 올라왔다는 뿌듯함과 함께.


***


같은 그룹 멤버들을 응원하러 왔지만 자연히 무대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고,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후배 걸그룹과 보이그룹, 솔로들로 이어지는 순서를 보며 흥에 겨워하고 응원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마지막 무대를 관람하는 미영의 눈은 멍하니 풀려 있었다.

<쇼! 음악중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바로 창현이었다.

5집 정규앨범 수록곡 <질주>는 흥에 겨운 리듬 속에서 자유롭게 음정을 조절하는 기교가 녹아있는 노래였다.

특정한 장르를 구분 짓기 어려울 만큼 곡예에 가까운 창현의 노래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른느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이라도 음악을 공부한 사람이 보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저히 간격을 채울 수 없는 사이를 오가면서 기교를 펼치고 있었고, 그 속에 깃든 질주 본능은 마치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 보라는 제스처가 느껴지는 듯했다.

“와아!”

들을수록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로 미영은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다 노래를 부르던 창현과 눈을 마주친 그녀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주친 그의 눈동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고, 미영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흥에 겨워 몸을 흔들거렸다.

<질주>가 끝나고 두 번째 무대인 <걸음>이란 곡을 불렀다.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걸음>은 담담하지만 확고한 목표가 서려있는 행보를 의미하고 있으며, 듣는 사람이 저도 모르게 몸을 멈추고 자세를 바로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딱! 딱! 딱! 딱!

귓가를 규칙적으로 울리는 박자에 사람들은 단체 군무를 하는 것처럼 일정한 박자로 몸을 흔들며 움직였다.

와아아아!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함성을 터뜨리며 감격에 겨워했다.

“오늘 정말 잘온 것 같아.”

박수를 치는 미영의 얼굴에는 짙은 감격이 드리워 있었다.


***


멤버들끼리 간략하게 회포를 풀고, 집으로 돌아온 미영은 007작전을 수행하는 요원 부럽지 않은 민첩한 몸놀림으로 숙소에 스며들었다.

딸칵.

“……성공이야.”

문까지 잠그는데 성공한 미영의 얼굴에 환희가 번졌다. 방안에는 잠을 자고 있는 순규 뿐, 문하고 창문이 잠겨 있으니 이곳을 열고 들어올 이는 아무도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미영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도시락 통을 꺼내들었다. 혹시나 주위로 쏠릴까 싶어 애지중지했던 샌드위치는 처음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바스락바스락.

조심스럽게 꺼내든 미영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제대로 된 맛을 느끼기 위해 저녁 먹는 자리에서도 필사적으로 인내하며 음식 섭취를 줄이던 그녀였다.

그리고 그 노력을 배반하지 않았는지 샌드위치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맛있어.”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먹어야 할 샌드위치는 많이 남아 있었고, 미영은 쉬지 않고 오물거리며 자신을 위해 준비해준 창현의 선물을 만끽했다.

아삭하게 씹히는 양상추와 상큼한 토마토, 고소한 베이컨과 감칠맛을 더하는 소스는 환상의 앙상블이었다.

노래만큼 요리 또한 만점, 지영에게 조언을 해준 것이 이렇게 돌아온다는 사실이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야 이런 맛이 나지?”

정신없이 먹던 미영이 이성을 되찾았을 무렵에는 한 조각의 샌드위치만이 남아 있었다.

문득 자신의 요리 실력을 떠올린 그녀는 샌드위치의 맛 비결이 궁금해졌고, 살며시 빵을 제거하고 안의 재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재료는 평범한 샌드위치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시중에서 파는 것과 별다를 것 없는 채소들.

“……소스가 비법은 아닌데.”

입가에 맴도는 소스 또한 흔하디 흔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먹은 샌드위치는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미영의 머릿속으로 한 줄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게 손맛? 손맛이었어!”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맛이 나올 수 없었다.

자신도 비슷한 레시피로 만들었지만 먹은 사람들의 반응은 최악이었으니 말이다.

“흥! 어디 창현이가 만든 샌드위치 레시피를 맛보고 그런 반응을 보이나 보자고.”

요리를 못한다면서 자신을 구박했던 멤버들을 떠올리며 콧방귀를 뀐 미영은 수첩과 펜을 가지고 와서 샌드위치 안에 있던 재료를 적었다. 그리고 행여나 실수할까 싶어 재료의 순서는 물론, 소스가 뿌려진 위치와 양까지 세세하게 적어놓았다.

이렇게 완벽하게 적어놓은 레시피라면 절대 실패할 리 없다.

“완벽해!”

“언니?”

“으, 으응?”

스스로 자화자찬하던 미영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뻣뻣하게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서는 부스스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윤아가 있었다.

“오늘 잘 다녀왔어요?”

“자, 잘 다녀왔지. 일어났어?”

“네, 그런데 언니 뭐 먹어요? 그거 샌드위치죠?”

“……응.”

꼼짝없이 윤아에게 걸린 미영의 얼굴이 흙빛으로 바뀌었다. 레시피 탐사를 마치고 마지막 한 조각을 먹어치우려고 했는데 걸려버린 것이다.

“저녁도 못 먹어서 그런데 먹으면 안 돼요?”

“그게 그러니까…….”

마음 같아서는 넘겨주기 싫은 미영이었다. 하지만 저녁을 먹고 샌드위치까지 잔뜩 먹은 자신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든 윤아를 생각하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뻔했다.

‘다이어트!’

뒤늦게 덮쳐온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은 미영의 이성을 앗아갔다.

“윤아 너 먹어.”

“고마워요!”

창현이가 만들어준 특제 샌드위치였지만 다이어트에 굴복한 미영은 눈물을 머금고 윤아에게 건넸다.

환하게 미소를 지은 윤아는 입을 크게 벌린 뒤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미영.

자신의 마지막 행복이 윤아의 입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맛있지?”

“……우윽?”

미영의 대답에 돌아온 것은 처참하게 구겨진 윤아였다. 목을 감싸며 괴로워하던 윤아는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도시락 통을 발견하곤 집어들곤 샌드위치를 뱉어냈다.

“아, 안 돼!”

창현이 직접 준 도시락 통이 음식물 찌꺼기 통으로 바뀌자 미영의 얼굴이 울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녀는 원망을 터뜨릴 수 없었다. 그 전에 울분에 찬 윤아의 외침이 귀를 울린 것이다.

“이거 언니가 만든 거죠!”

“으응?”

“내가 미쳤지, 아무리 잠이 덜 깼어도 파니 언니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다니. 내가 미쳤어…….”

망연자실한 윤아의 표정.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미영의 표정도 황당하게 바뀌었다.

창현이 만들어준 샌드위치. 그 어떤 것보다 맛있는 역대급 샌드위치였다.

너무 맛있어서 레시피까지 직접 기록할 정도였는데.

과연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은 미영의 미각이 특이한 걸까.

아니면 샌드위치를 다시 만든 미영의 손이 저주받은 걸까.

이미 답은 나왔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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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마음을 울리는 음악 시즌2 제4화 +7 15.04.24 3,978 89 10쪽
40 마음을 울리는 음악 시즌2 제3화 +6 15.04.22 4,425 82 10쪽
39 마음을 울리는 음악 시즌2 제2화 +9 15.04.20 4,515 91 11쪽
38 마음을 울리는 음악 시즌2 제1화 +10 15.04.17 7,375 95 10쪽
37 ▲▲▲▲▲시즌2 시작!▲▲▲▲▲ +5 15.04.17 5,425 65 1쪽
36 마음을 울리는 음악 106장-108장 +8 15.04.16 6,414 106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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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음을 울리는 음악 13장-15장 +5 15.04.16 14,535 297 237쪽
4 마음을 울리는 음악 10장-12장 +8 15.04.16 13,737 352 171쪽
3 마음을 울리는 음악 7장-9장 +10 15.04.16 14,552 362 142쪽
2 마음을 울리는 음악 4장-6장 +11 15.04.16 16,835 421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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