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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설 속 악역으로 빙의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선비한호
작품등록일 :
2022.06.22 01:07
최근연재일 :
2022.07.22 00:37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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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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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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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004_주인공이 없는 세상(5)

DUMMY

0.

에릭 크리스는 용병 출신이었다.

그의 친부는 그가 태어난 지 채 100일이 되기 전에 죽음을 맞이했고, 그는 조부의 손에서 자라났다.

그의 나이 열셋. 조부가 죽고 산속 생활을 정리하고 처음으로 향한 곳이 바로 용병 길드였다.

이스틸 공작가 산하, 영지 아렌달 용병단.

그곳에서부터 조부에게 알게 된 자신의 가문을 찾아 헤맸다. 열세 살에 세상에 의지할 것 없이 혼자가 됐던 남자.

삶의 목표도 아무것도 제시될 수 없던 남자에게 유일하게 제시된 삶의 목표가 바로 그것이었다.


‘유스틸란테.’


생소한 가문의 이름이었다.

원래 에릭은 자신이 평민의 출신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조부가 말하길 ‘푸른 매’와 연관되어있는 잊으면 안 되는 가문의 출신이 바로 본인이라 말씀하셨다.

그래서 에릭은 자신의 재능을 백분 발휘해 푸른 매라는 용병단을 만들고 용병계의 전설이 되어 공작가의 기사단장 자리까지 꿰찬 것이었다.

다만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는 바람에 최초의 목표는 잊고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최근에 만난 디오 레오니다스 덕분에 실마리를 찾은 와중이었다.


‘마냥 믿을 수는 없지만···.’


디오 레오니다스.

개국공신(開國功臣), 고결한 ‘하진 레오니다스’의 후손. 그리고 대외적으로 감춰진···. 단순한 헛소문으로 취급할 정도 마녀(魔女)의 자식.

그 모든 것이 에릭이 함부로 헛소리 취급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아카데미에 오기 전까지 패악질을 부리고 여자와 술을 가까이하는, 무려 대귀족의 재산에 유의미한 피해를 준 망종이었지만 실제로 에릭이 본 디오는 달랐다.


‘모습을 숨긴 것이든. 마녀의 피가 깨어난 것이든···. 걸어볼 만하다.’


디오는 자신의 목표를 밝혔고, 무작정 믿을만하진 않겠지만 제 조부부터, 어쩌면 그 위에서부터 몇 세기 동안 잊고 있던 가문의 혈통을 알려주었다.

마녀의 능력이든, 레오니다스 가문의 정보이든, 어쩌면 디오 자신만의 정보이든···. 같은 대귀족의 기사단장까지 됐음에도 그가 알아낸 것은 없었기에 믿어볼 만했다.


‘그렇지만 저 모습은···.’


차마 함부로 말을 꺼내기 두려운 모습이다.

마치 한 마리의 악귀(惡鬼).

멀리서 바라봄에도 불길하고 두려운 기운이 느껴진다. 부교수로서 대련을 빙자한 괴롭힘을 막아야 했지만 지금 에릭은 움직일 수 없었다.

아직도 디오를 신뢰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오히려 이번 기회에 지켜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학생들의 일이다.’


에릭 크리스는 디오가 펼친 ‘허세세계(虛勢世界)’의 맹점 중 하나인, 그가 한 거짓말. 은연중에 마왕에게 혼을 팔았다는 그 사실을 전혀 믿고 있지 않았기에 디오의 힘이 더 약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에릭을 제외한 모두가 그 사실을 믿고 있기에 고유능력이 유지될 뿐.

에릭은 상황을 조용히 관망했다. 어차피 이 정도 불길한 기운이라면 현 학생회장이 절대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라우라 드 레네바헨···. 그리고 현 제국의 황녀님···.’


마의 대척점. 용사의 후예이자 솔라, 테라를 아울러 학생회장인 존재.

다른 명칭으론, 교내 랭킹 1위.

레네바헨의 피를 이은 그녀가 이런 강력한 마의 기운을 모를 리가 없었다.

마침 에릭이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맹렬하고 찬란한 기운과 함께 라우라가 등장했다.


‘왔군.’


에릭은 팔짱을 끼고 관망하던 자세를 고쳤다.


1.

긴 속눈썹이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라우라의 눈동자가 감긴다.


“디오 레오니다스. 그러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혐오스러운 기운들은 뭐라는 거지?”


라우라 드 레네바헨.

계승권에 매우 근접한 황녀. 그렇기에 그녀를 지지하는 수많은 가문도 많았고 권력의 중심은 물론이거니와, 일신의 무력마저도 이미 ‘영웅’의 수준에 근접했다.

디오는 천천히, 또 괘념치 않게 말을 꺼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순전히 오해입니다.”


말이 통하질 않는다.

라우라는 지금의 상황을 그렇게 느꼈다. 단순한 이치다.

단순히 구두로 그의 죄를 인정하게 하려면 그는 당연히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은 그녀의 피에 잠재된 강렬한 본능에 이끌려 이곳으로 왔지만, 막상 디오의 앞에 서니 확신이 들지 않았다.

저것이 과연 진짜 마기인가.


“귀족의 도리로서 제 실추된 명예를 되찾았을 뿐입니다. 하찮은 평민들답게 뒤에서 가벼운 입을 놀리고 다니더군요. 어찌 이게 마왕 숭배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과한 발언입니다.”


디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남은 마력을 가늠한다.


“그렇다 한들. 손속이 과하다. 단순히 마왕 숭배자라는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학생회장으로서 괄시할 수 없는 일.”

“학생회장이라 하셨습니까?”


라우라의 틀린 적 없던 본능은 디오의 앞에 서자 저것은 마기가 아니라고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그가 마왕 숭배자가 아님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 본녀는 이 아카데미에서 본신의 무력으로 당당히 학생회장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런 논란에 개입할 자격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군요. 손속이 과하다라···.”


디오는 긴 손가락을 까딱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망가졌으나 전과 크게 변함없어 보이는 구닥다리 훈련장.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 쓰러진 이들이 보이지만 디오의 입장에선 크게 다쳐 보이지 않는다. 뭐, 뼈 한두 개야 부러졌을지 모르지만···.

무릇 영웅이 되는 길이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고통을 수반하는 일. 정신적, 육체적. 모든 것이 괴로운 일.

허나 그것을 방지한 채 온실 속 화초처럼 강해지려 한다. 그랬기에 이 세상은 멸망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솔라 아카데미의 현실이다. 아니 더 아울러 나가 이 시대의 현실이었다.

강력한 국력은 사전에 전쟁을 차단해 300년이란 시간을 한 왕조가 평화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애초에 마도 공학의 총집체인 솔라의 훈련장과 다른 테라 아카데미 모습의 자체가 그녀에겐 이 상황을 크게 만든 것이리라.


“학생회장님, 학생회장님은 이 아카데미의 설립 이념을 아십니까?”


디오 레오니다스.

작중에서 일회용 악역으로 나오는 사내.

그런 사내가 되어 디오는, 아니 500화를 넘는 용마전기의 애독자였던 디오는, 오래전부터 이 소설의 처음을 봤을 때부터 말하고 싶던 말을 꺼냈다.


“그건···.”

“단 하나의 용사가 아닌, 수많은 영웅이 이 세상의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레닌 드 레네바헨, 초대 건국 군주님께서 말씀하신 겁니다.”

“... 그래서 지금 그게 어쨌다는 거지?”


들숨. 날숨.

디오는 두 번의 호흡 끝에 말을 잇는다.


“이게 희망이란 말입니까?”


고작, 이딴 게?

디오는 지금 최고의 권위를 가진 라우라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느 학생은 단순한 출세를 위한 길로. 어느 학생은 생계, 미래를 위해. 또 어느 학생은 가문의 뜻대로···. 이게 그 희망입니까? 이게 아카데미의 진정한 의미입니까? 귀족의 눈치가 보여 외부 실습은 취소되고, 실전과 같은 훈련은 취소된다. 귀족이니까 더 나은 솔라로, 평민이니까 낙오자들이 모이는 테라로. 그것을 누가 정했다고 생각합니까?”

“...”


라우라는 말이 없었다.

충격을 받았다기보단 말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카데미는 국립 교육 기관이라 칭해지지만, 그 관리는 철저히 이사장의 소관이다.

그렇기에 라우라도 이곳에 입학하기 전까지 딱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었고 특히 계급제의 차별과 교육의 질 따위가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자세한 사실은 알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카데미는 충분한 교육과정을 밟고 모두에게 차별 없고 공평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뭡니까?”


라우라의 말의 맹점은 바로 눈앞에 있는 그들이었다.

명백한 차별을 받는 학생들. 적응을 위해 만들었던 테라라는 아카데미가 차별을 위해 이용되고 있는 명백한 증거들은.

부실한 훈련장과 훈련 도구들. 턱없이 적은 지원과 관심에서 밝혀진다.


“그런···. 그럴 리가.”


황녀가 제 생각에 빠져 당황하고 있을 때, 디오는 잠시 주위를 바라보았다.

상황을 지켜보는 에릭, 그리고 여전히 겁을 먹은 채 디오를 바라볼 테라 학생들.

테라 학생들은 속으로나 생각하고 있던 문제점들을 디오가 끄집어내며 말하자 당황스럽지만, 자신들을 위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대귀족의 자제가 계승권에 매우 근접한 제국의 빛 황녀에게. 당장 그 모습과 기세에 평민들은 절로 고개가 숙어지는데, 디오는 그것에 대고 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있었다.


‘흠. 아직은 착하게 굴 때가 아니다.’


디오는 그런 분위기가 달갑지 않았다.

테라 아카데미 자체를 옹호하는 발언은 황녀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나아가 아카데미를 바꾸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발언들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직 디오의 인상은 나쁜 녀석일 필요가 있었다.


“이딴 쓰레기들과 같은 취급을 받다니, 귀족으로서 수치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 이상의 조치가 없다면 가문을 통해 아카데미에 정식 항의하겠습니다.”

“... 이런 무뢰배 같은······.”


방금까지 깊은 상념에 빠져있던 라우라는 디오의 철 없는 발언에 질색하더니 이내 걸음을 돌렸다.

디오가 그저 그녀를 착각하게 만든 ‘마기’와 흡사한 기운을 보인 것이라는 점. 또 디오가 피해를 준 학생들의 정도가 디오의 발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는 점.

그 점들을 고려해 더 이상의 말을 섞지 않은 채 돌아가기로 한 것이었다.


‘흠. 곧바로 진지해지지 않아도 좋다. 그저 천천히, 적당히. 관심만 가지는 것으로 충분하니.’


원작에 그녀는 아카데미가 무너지는 마지막에서야 아카데미의 악폐습을 깨달았으니까.


{보유 포인트 : 2387.}


보유 포인트를 확인한 디오는 홀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여전히 망나니처럼 구는 것은 일건대 효율의 문제다.

나쁜 이미지로 유명한 상태에서, 나쁜 것으로 유명해져야 그 유명도에 따른 추가 포인트를 얻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포인트를 얻기가 더 요원한 것이다.

그렇게 포인트를 바라볼 때 순간적으로 기대했던 학생들의 눈에서 빛이 꺼졌지만, 아직 단 한 사람. 여전히 디오를 바라보는 한 사람의 눈에 빛이 꺼지지 않았음을 디오는 알지 못했다.


작가의말

생활 문제로 연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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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pisode003_숲 속의 기인(奇人)(2) 22.07.02 75 2 8쪽
7 Episode003_숲 속의 기인(奇人)(1) 22.07.01 76 2 9쪽
6 Episode002_폭풍의 입학생(5) 22.06.30 92 3 10쪽
5 Episode002_폭풍의 입학생(4) 22.06.29 95 3 10쪽
4 Episode002_폭풍의 입학생(3) 22.06.26 110 3 7쪽
3 Episode002_폭풍의 입학생(2) 22.06.26 122 4 13쪽
2 Episode002_폭풍의 입학생(1) 22.06.22 1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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