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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엉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via 관련 첫 번째 메모

하나의 작품이 고귀한 목적을 통해 피어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작인 <장미의 이름> 같은 경우, 움베르토 에코는 ‘수도사를 한 번 독살시켜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지요(이 대목에서 참 할 말이 없어지는군요. 저런 단순한 목적에서 출발해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대작을 턱 써내는 에코 교수님......).

제가 <via>라는 글을 쓰게 된 최초의 이유는 전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냥 이것저것 주워듣고 책에서 긁어 모은 이런저런 것들을 죽 인용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형편없는 글솜씨를 가지고 있어서 독자분들 보시기에 모자라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몇 가지를 설명하고자 이런 메모를 적게 되었습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3장 : 바비에카와 로시난테의 상관관계. 그리고 도노소


 <시드의 노래>를 장식하는 명마 바비에카와 <돈 키호테>의 말 로시난테의 상관관계는 이미 <돈 키호테> 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돈 키호테>가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시 중에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주책스러운 시인 도노소가 로시난테에게


 나는 저 위대한 바비에카의

 이름난 증손인 로시난테.

 볼품없이 야윈 탓에

 돈키오테라는 이의 소유가 되었네.

 게으름 피우긴 했지만

 두발의 말발굽이 닳도록 달린 덕분에

 주인은 내게 먹이를 주었네.

 이것은 장님에게서 포도주를 훔쳐 먹기 위해

 보리 빨대를 들이댄

 라사리요에게서 배운 요령이라네.


 (세르반테스, <돈 키호테>, 박철 옮김. 25쪽.)


 이런 시도 있습니다.


 바비에카와 로시난테의 대화


 바비에카 : 로시난테, 자네는 왜 그렇게 야위었는가?

 로시난테 :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일하기 때문이죠.

 바비에카 : 그럼, 보리나 짚도 먹지 못했단 말인가?

 로시난테 : 제 주인은 단 한 입 거리의 식사도 주지 않더군요.

 바비에카 : 허참, 여보게, 자네는 버릇이 없군.

               주인을 헐뜯는 혀는 당나귀와 똑같으니 말일세.

 로시난테 : 누구든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당나귀와 똑같은 법이죠.

               궁금하신가요? 그 증거로 사랑에 빠진 사람을 좀 보세요.

 바비에카 : 사랑을 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말인가?

 로시난테 : 그다지 현명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바비에카 : 자네는 형이상학적이군.

 로시난테 :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래요.

 바비에카 : 종자를 원망하게나.

 로시난테 :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차요.

 주인과 종자가

 로시난테마냥 그렇게 야위었다면

 어떻게 내가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같은 책. 29쪽.)


 <돈 키호테>를 통해 바비에카와 로시난테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 이후로, 저는 두 가지를 엮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말의 이름은 명마 바비에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생김새를 살펴보면 영락없는 로시난테의 형상이죠. 그리고 말을 관리하는 사육사의 이름은 앞에서 나온 도노소입니다. 저는 한 번 이러한 형태의 연결을 지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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