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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로 님의 서재입니다.

아론 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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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로
작품등록일 :
2020.09.09 19:29
최근연재일 :
2020.09.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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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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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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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5화

DUMMY

지하실에서 다시 1층 거실로 돌아온 우리들은 소파에 앉아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방금 전에 일어난 일들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일어난 사건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보기로 했다.


우선, 제임스 씨가 아론 씨의 방문 앞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아론 씨가 응답하지 않자 난처해진 제임스 씨는 내게 도움을 청했고, 내 조언으로 문을 따고 들어간 우리는 아론 씨가 없어진 사실을 알아차렷다.


그리고 우리들은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외부로의 연결이 끊어져 직접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만, 마당의 센트리건에 가로막혀 불발되고 만다.


다시 돌아온 우리들은 제임스 씨가 범인인지 아닌지 씨름하다가 헤어진다. 나와 제임스 씨는 다시 아론 씨의 방으로 가서 조사해보기로 하고 다시 아론 씨의 방으로 간다. 방에는 아론 씨의 시체가 다시 나타나 있었다.


그러니 범인은 내가 전화기를 찾으러 1층에 내려갔던 때와 나와 제임스 씨가 다시 증거품을 찾으러 갔던 동안 시체를 옮겼다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따지자면 삼남매와 제임스 씨도 똑같이 수상하다. 제임스 씨는 관제실 이전의 알리바이가 없고, 삼남매는 관제실 이후의 알리바이가 없다. 제임스 씨는 아론 씨를 살해할 수 있을지언정 시체를 옮길 수는 없다.


그리고 삼남매들은 만능열쇠가 없으니 애초에 아론 씨의 방 안에 들어가 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임스가 문을 잠그지 않고 관제실로 갔으니 그 순간 시체를 옮기는 일은 가능하다.


일어난 2가지 일 가운데 각각 1가지 일만 가능하다는 모순. 거기다 센트리건의 조작문제까지 겹치면 더욱 일은 커진다. 비밀번호를 우리 중 누군가가 아는지 모르는지 확증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부외자가 범인인 걸까. 그걸 분별하기 위해서는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제임스 씨가 준 회색 밴드 말입니다만, 정말로 센트리건을 무효화시키는 게 맞는 겁니까?”


두 번째 날에 제임스 씨는 내게 1층의 주류저장고에서 센트리건을 무효화시킨다며 회색 밴드를 건낸 적이 있었다. 제임스 씨는 내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아한 듯 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 말대로입니다. 제임스 씨는 어제 아침 제게 이 회색 밴드를 주면서 센트리건을 통과할 수 있는 센서라고 했습니다. 이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전에 여기 오신 손님들도 그 회색 밴드를 미리 준비해드렸습니다. 이 밴드는 센트리건을 설치한 회사에서 준 밴드입니다. 효과는 저도 시험해 봐서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이 회색 밴드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센트리건을 통과하는데 문제없다는 말이 되는군요. 이런 말씀인가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습니다.”


내 말을 듣던 로자가 손을 들어 말했다.


“잠깐만요. 그건 말이 안되지 않나요? 아까는 당신이 그 회색 밴드를 차고있었는데도 아무 효과 없었잖아요?”

“그게 중요한 겁니다. 이 밴드가 효과가 있는 이상, 누군가가 고의로 아론 씨의 방에서 센트리건 조작패널에 손을 댔던 게 틀림없어요. 접근하는 자는 누구나 쏘라고 말이에요.”


내가 찬 회색 밴드가 가짜라면 누군가가 센트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나 제임스 씨에게 확증까지 받은 이상, 결국 아론 씨의 방에서 누군가 센트리건을 조작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로자 씨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아버지와 아주 친한 사이겠네요. 아니면 아버지 자신이거나요.”

“아론 씨가 자살했다는 말입니까? 그러면 시체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문제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저는 범인이 이 저택 외부에서 온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아버지는 범인을 밖에서 부를 수가 없어요. 만약 범인이 탐정님이 차고 있는 것과 똑같은 회색 밴드를 차고 있었다면 센트리건에게 똑같이 가로막혔을 테니까요. 그리고 만약 센트리건을 모두 기능 정지시켰다면 우리는 지금쯤 밖으로 나와서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겠죠.”


로자의 말이 맞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틈은 우리가 현관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아주 짧은 틈. 센트리건을 부분적으로 정지시키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범인이 외부인이라 가정하면 그 짧은 시간 내에 아론 씨를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가정해야 한다.


로자 씨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론 씨를 살해한 범인은 우리 중 한 명이라고. 그리고 나조차 믿을 마음이 없다는, 그녀만의 선언이었다.


로자 씨의 말은 옳다. 하지만 내부인이 범인이라고 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살인과 시체유기를 동시에 하는 게 불가능하고 외부에서는 아예 출입불가능이다.


“로자 씨는, 우리들 중에서 범인이 있으리라고 믿습니까?”


차라리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로자 씨는 내 기대를 배신하고 단답했다.


“네.”


------------------------


우리들은 어색한 분위기로 계속 1층 거실에 모여있었다. 초식동물들은 위험이 닥쳐오면 서로 둥글게 뭉쳐 무리를 보호한다고 했던가. 우리도 미지의 범인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서로 뭉쳐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서로를 감시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나를 포함해 우리는 아직, 우리 사이에 범인이 있을 거라는 의구심을 못 버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우리들은 어딜 갈때마다 두 사람씩 짝지어서 갔다.


제임스 씨가 간단한 주전부리를 가져오겠다고 말하며 내게 눈짓을 해 보였다. 나는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한 크라우스와 루돌프를 지나쳤다. 로자만은 예외여서 의심쩍은 눈초리를 내게 떼지 않았다.


1층의 식료품 실에 가자 제임스 씨는 내게 머리를 숙였다.


“모리건 씨,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 누명을 벗겨준 건에 대해서요. 탐정님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렸을 겁니다.”

“아, 아닙니다. 전 그저 탐정으로써 의무를 다한 것 뿐입니다. 이제 사태가 해결되면 경찰이 와서 정리하겠죠. 누가 범인이고 누가 아닌지는 그때 정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그때까지만 버티시면 됩니다.”


제임스 씨는 웃다가 표정을 싹 굳히고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탐정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범인에 대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내부자와 부외자 모두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퍼즐이 맞지 않습니다.”

“탐정님, 저는 저 삼남매가 공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언젠가 이 말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었지만, 직접 듣는 감상은 새로웠다. 제임스 씨 입장에서는 유산을 노리고 찾아온 삼남매가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보이겠지.


“저 배은망덕한 놈들이 유산을 노리고 주인님을 살해한 게 분명합니다. 저놈들이 먼저 선수치기 전에 우리들이 손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복도의 감시카메라에는 아무도 안 찍혔지 않았습니까? 제임스 씨께서 직접 아론 씨는 실종 전날에는 아무도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만.”

“그거야...그건...”


삼남매도 삼남매지만 제임스 씨도 충격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거의 10년을 모셔온 주인님이라고 하니까. 그러니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탐정 된 이상 추측과 증거는 가려내야 했다.


“깜빡하셔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임스 씨께서 관제실 트렁크에서 나오실 때 했던 말씀이니까요.”


확실히 목을 박자 제임스 씨는 풀이 죽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되겠지 싶을 때, 제임스 씨가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


“그....저택 밖에서 들어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네?”

“아니.... 그냥 생각입니다만, 이론적으로 저택 바깥에서 들어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감시카메라는 복도 안쪽에만 설치되어 있으니 사다리를 쓰거나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어깨 위에 올라서 창문을 열어서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론 씨의 방은 밀실이었습니다. 방문이고 창이고 모두 안에서 잠겨있었어요.”


제임스 씨와 함께 몇 번이고 확인했던 사실이었다. 시체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날 때까지 누군가가 밖에서 들어오기란 불가능했다. 제임스 씨는 미심쩍었는지 뒷머리를 긁었다.


“...죄송합니다. 괜한 실언을 했군요. 그 대가로 벌주를 준비해가도 되겠습니까?”

“술을 마실 생각입니까.”

“아주 약간이면 됩니다. 적당량의 음주는 두뇌회전을 촉진 시킨다고 하죠. 저 밉살스러운 삼남매가 독살 운운하면 탐정님이 나서시면 됩니다.”

“만약 저도 공범이라는 소리가 나오면요?”

“그러면 저도 어쩔 수 없지요. 후후. 센트리건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어디 도망이나 가겠습니까?”


그때,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내 척추에 파고들었다. 왜지? 내가 뭐 놓치고 있는 거라도 있나?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센트리건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한 회색 밴드가 있어도 저택에 접근은 불가능하다. 아론 씨나 누군가가 센트리건을 조작했다 해도 회색 밴드가 있는 우리가 막힌 이상 외부에서도 들어온 범인도 마찬가지다.


내 머릿속에서 퍼즐이 차곡차곡 맞춰갔다. 범인이 어떤 식으로 아론 씨를 살해했는지, 그 전말이 보였다. 설마...설마... 그랬을 줄이야.


나는 술잔을 든 제임스 씨의 뒤를 따랐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


제임스 씨가 와인 글라스와 술과 함께 돌아오자 삼남매는 처음에 극구 거부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마시자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로자는 여전히 잔을 꼼꼼히 검사했지만 이상한 뭔가는 찾지 못했다. 결국 그녀도 잔에 입을 댔다.


확실히 술이 들어가자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잔이 비워지고 다시 채워졌다. 이제 모두가 충분히 풀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손뼉을 짝 쳤다.


“여려분, 잠시 제 말 좀 들어보시겠습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내 어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운을 뗐다.


“오늘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론 씨의 상실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들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저택 바깥으로의 모든 통신은 차단되고 우리들은 이 저택이라는 거대한 밀실에 꼼짝없이 갇힌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내가 잠깐 말을 멈추자 침묵이라는 수의가 이 공간을 지배한 듯 방금까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단번에 싸늘해졌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아론 씨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야 합니다. 정황증거를 분석한 결과 저는 범인의 대략적인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내 입에서 정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거실은 소란으로 가득 찼다. 크라우스와 루돌프는 말이 안 되는 소음을 만들고 있었고, 로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내 눈을 응시했다. 제임스 씨는 은근히 안절부절 못해보였다.


“우선 우리들을 계속 괴롭히는 센트리건 문제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센트리건의 방어를 돌파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범인이 완벽한 방탄장비를 입었더라도 총소리로 바로 눈치챘겠죠. 그런데도 범인은 우리가 현관에 간 틈을 타 아론 씨를 살해하고 유유히 도망쳤습니다.”

“맞소. 그 문제 때문에 지금도 골치 아프오. 어떻게 범인이 그런 기상천외한 일을 저지를 수 있겠소?”

“간단합니다. 범인은 오늘 저택에 들어온 게 아닙니다. 아마 어제나 어저께에 들어왔겠죠. 그때는 센트리건도 정상작동 하고 있었으니 회색 밴드가 있었더라면 문제 없을 겁니다.”


내 설명에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 저택은 큽니다. 어떻게든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갈 방안은 있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저택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니, 이 저택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합니다. 스케쥴이며 그런 것들이요. 예를 들어서 아론 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다 말은 되오만, 그러면 여기의 모두가 용의자에 해당되지 않소? 탐정님은 이 저택에 최소 3일간 있었고, 제임스는 아버지의 집사요. 그리고 우리들은 아버지의 자식들이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여러분들이 범인이 아니라고 추궁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범인이 아론 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하려는 겁니다. 처음에 저는 아론 씨가 모종의 수단을 써서 저희가 현관에서 센트리건에 겨눠지는 동안 범인을 다른 쪽에서 들어오게 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센트리건의 사격을 회피할 유일한 수단인 회색 밴드가 지금 무용지물인 이상 그것도 불가능하겠죠.”

“확실히, 만약 범인이 센트리건의 사격을 피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러나 범인은 여전히 저택 안에 들어와 아론 씨를 살해했습니다. 이게 무얼 뜻하는 걸까요?”


모두들 생각에 잠겼다. 그때 로자가 나지막히 대답했다.


“범인은 훨씬 전부터 이 저택에 있었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아론 씨를 살해한 범인은 적어도 이틀이나 사흘 전부터 이 저택 안에 있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숨죽여 기회를 엿보면서 말입니다.”


이것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범인이 애초에 저택에 뛰어들어 아론 씨만 살해하고 시체를 옮긴 다음 바로 나갔다는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던 거였다. 애초에 범인은 우리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지금도 이 저택 안에 우리처럼 갇혀있다는 말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택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겠지요.”

“역시! 1층에 모인 건 좋은 선택이었소! 우리 다섯 명이 여기 있으면 범인도 어쩔 줄 몰라하겠지.”

“아니요. 범인은 우리들의 목숨을 노리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범인도 우리처럼 이 저택에서 하루빨리 탈출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내 단언에 크라우스가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건 이상하지 않나. 범인이야말로 이 센트리건을 조종해서 우리들을 이 저택에 가둔 장본인이 아닌가!”

“아닙니다.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오히려 자기 자신의 목을 조르는 꼴입니다. 범인이 범죄현장에 남으면 남을수록 그 꼬리가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지금처럼 말이죠? 모리건 탐정님의 추리로 지금 진실의 베일이 드러나니까요.”


로자의 자부심이 섞인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루돌프가 내 발언을 정리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아론 씨를 살해한 범인과 센트리건을 조종한 자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라는 말이군요.”

“예, 센트리건을 조종한 자의 정체는 모르지만, 아론 씨를 살해한 범인의 정체는 압니다. 아직까지도 그 정체가 믿기지 않지만요.”

“그래! 누군가! 그 사람이!”

“유리아 부인, 제 하숙집 월세 받는 사람입니다.”


내 말에 사위가 침묵에 잠겼다. 크라우스는 농담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로자는 엄지손가락을 딱딱 깨물었고, 루돌프는 어딘가 범인이 뛰어나오지 않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제임스는 얕은 탄식을 내저었다.


“어쩐지... 설마 그 유리아일 줄이야. 하숙집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나.”


제임스의 탄식에 크라우스가 손을 내저었다.


“잠깐, 우리들은 그 유리아가 누군지도 모르네. 설명해주게.”

“유리아 부인은 고지능 안드로이드로 며칠 전만 해도 여기서 가정부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탐정이라 나갈 일이 많다 보니 눈치를 못 챘고요. 그리고 제임스 씨에 따르면, 아론 씨가 첫 번째로 살해당한 후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케이티와 유리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이치가 맞았다.


“...사정은 알겠네. 그런데 왜 그 유리아 부인이 범인이라는 건가? 추측을 제외한 근거라도 있나?”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심증은 있습니다. 6일 전 아론 씨가 자기의 첫 번째 살인사건을 의뢰했을 때, 유리아 부인도 저와 같이 있었습니다. 의뢰가 시작되기 전에 바로 밖으로 나가기는 했지만 제 사무실 문은 부실합니다. 귀를 대도 다 들리죠 ”


제임스 씨가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유리아 부인에 대해 잊어버릴 뻔했다. 여기서 고용되었던 고용인이 더 있는지 안 물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다.


“그래도 고작 의뢰 때 같이 있었다는 걸로는 정황증거가 부실하지 않은가?”

“또 있습니다. 이 살인을 저지르려면 저택의 구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전직 가정부라면 이 저택의 구조에 대해 꿰뚫고 있을 겁니다.”


모두들 침묵에 잠겼다. 내가 한 말을 소화하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 기색이었다.


“잠깐만요. 설마 그 유리아가 아론 씨를 살해했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유리아 씨와 같이 일해서 잘 압니다. 비록 로봇이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런 악독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본인에게 들으면 됩니다. 유리아 부인, 이제 질렸다면 나와주시죠. 듣고 있는 거 다 압니다.“


복도 저편에서 또각, 또각 하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오자 모두 벌떡 일어나 그쪽을 바라보았다. 제임스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색이었고, 크라우스와 루돌프는 무기 대용으로 술병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때, 간드러지는 미성이 들려왔다.


”잘 했어, 모리건 씨. 어쩌면 하숙 월세를 10퍼센트 낮출지도 모르겠는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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