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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로 님의 서재입니다.

아론 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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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로
작품등록일 :
2020.09.09 19:29
최근연재일 :
2020.09.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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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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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882

작성
20.09.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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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4화

DUMMY

제임스 씨가 자기가 처한 상황도 잊고 아래층으로 삼남매를 부르려고 달려가는 동안, 나는 아론 씨의 방을 조사했다. 아론 씨의 시체를 밀반입했을지도 모르는 비밀통로의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론 씨의 시체는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만 해도 이곳에 없었다.


방은 완전한 밀실이었다. 창문은 안쪽에서 잠겨있었고 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창문과 문을 제외하고는 방 안으로 출입 가능한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그 방문은 제임스 씨가 가진 열쇠로만 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같이 있었을 때 제임스 씨가 방문을 열었을 리가 없다.


헐레벌떡 달려오는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제임스와 삼남매가 방 안에 들어왔다. 아론 씨의 시체를 본 그들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탐정님, 이게...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께서 다시 살해 당하시다니....”

“아버지.... 정말로 돌아가셨군요. 아아, 이게 무슨 일이람...”

“로자 누나! 정신 차려요!”


아무래도 삼남매들에게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론 씨를 싫어하는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아버지와 자식 간의 정이란 게 있으니까.


“저도 이 시체를 제임스 씨와 방금 발견한 참입니다. 시체를 발견하자마자 제임스 씨는 아래층으로 달려가셨고, 저는 이 방을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수색이요? 왜 말입니까?”

“시체는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체를 밀반입할 비밀통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편리한 장치는 없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은 시체를 어딘가 숨겨놓았으리라는 가설이다. 아론 씨의 신체는 크다. 키가 족히 2미터에다 폭도 넓다. 이런 거구를 이런 좁은 방 안에 숨겨놓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아직 결정하기는 이르다.


내가 딴생각에 빠져있을 무렵 삼남매는 제임스 씨를 거세게 추궁하고 있었다. 관제실에서 도망간 이유가 뭐니, 우리가 센트리건에 벌집이 될 뻔한 무렵 뭘 하고 있었는지 대해서였다. 제임스 씨는 혼신의 힘으로 대답하고 있었지만 삼남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명백했다.


“그러니까 계속 말했지 않습니까, 저는 결백합니다. 애초에 관제실에는 센트리건을 움직일 장치가 없어요. 이건 모함입니다!”

“하지만 그걸 증명할 수도 없지 않소? 설사 관제실에 그런 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지. 당신은 그저 약간의 거짓말만 더하면 되는 것 아니겠소?”

“저는 이 저택의 집사입니다! 저는 주인님을 제 반생동안 모셔왔습니다. 설사 억만금을 주더라도 제가 그런 끔찍한 일은 못 합니다! 아니면 당신들이 유산을 노리고 주인님을 살해했을 수도 있죠!”

“감...감히...! 낳아주신 분을 죽였다고 말하는 건가!”


나는 곧 몸싸움으로 번지려 하는 제임스와 크라우스를 가로막았다. 제임스는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고르고 로자와 루돌프에게 끌어당겨진 크라우스는 거칠게 잡힌 팔을 빼내고 어깨를 돌렸다. 그래도 둘은 진정하는 분위기였다.


“자, 자, 서로 싸워보았자 좋을 것 없습니다. 크라우스 씨, 관제실에 센트리건 스위치가 없다는 건 제가 확인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제임스 씨. 제가 잠깐 착각을 했던 모양이군요. 아, 탐정님. 계속하시지요.”


크라우스의 뺀질거리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따지고 들 때가 아니었다.


“센트리건의 스위치에 대해서 아론 씨는 이 센트리건을 마당에 설치할 정도로 외부의 위험에 민감했습니다. 만약 센트리건을 설치했다면 그 스위치는 자기 방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서 찾읍시다. 루돌프, 로자, 우리도 그 스위치를 찾는 걸 돕자. 뭔가 수상한 게 있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고.”

“으,응. 루돌프. 가서 찾자.”

“아, 알겠어.”


수색이 시작되고 나서 1시간쯤 지났을까, 로자가 이상한 스위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수색을 그만두고 전부 로자 곁에 모였다. 로자는 아론 씨의 침대 바로 옆을 가리키고 있었다.


“침대 뒤에 있어서 찾기 어려웠어요. 잘 때마저도 센트리건을 돌리고 싶었나 봐요. 역시 진짜 우리 아버지가 센트리건 같은 수단을 동원했을 리 없어요. 오빠도 아시잖아요. 우리들을 내버렸지만 그래도 자상한 분이셨어요.”


크라우스는 로자를 노려보았지만 모두가 모여있는데 화를 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분을 삭였다. 내게 있어서는 천만다행이었다. 가뜩이나 심난한데 말다툼할 기분은 아니었다.


로자의 손가락 끝의 붉은 스위치는 마당에서 저택을 보여주는 작은 화면 아래에 있었다. 송출되는 화면은 역시 마당의 센트리건에서 보여주는 화면이었다. 손가락을 화면에 놀려보니 터치스크린이었다.


“터치스크린에도 다른 버튼은 안 보이니 일단 이 붉은 버튼을 눌러보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다른 선택지도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합시다. 너희들도 괜찮겠지?”

“네! 어서 이 지긋지긋한 곳을 나가고 싶어요!”

“로자 누나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주인님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우선 이 저택을 나가서 신고부터 하는 게 우선입니다. 누르시죠.”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나는 화면 아래의 붉은 버튼을 눌렀다. 삑 하는 소리가 나더니 화면에 1부터 9까지 번호가 떴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표시였다.


“...혹시 이 비밀번호가 뭔지 감이 잡히시는 분 있습니까? 생일이라던가.”

“비켜보시오. 내가 한 번 해보겠소.”


크라우스는 쭈그려 앉아 아론 씨의 생일인 듯한 일련의 번호를 화면에 입력했다. 거절의 빽 소리가 났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크라우스는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치며 일어났다.


“도저히 모르겠소. 생일이며 전화번호며 다 입력해보아도 먹통이오.”

“크라우스 오라버니... 그렇다는 건 역시 이 센트리건은 아버지께서 조작한 걸까요?”

“그렇겠지. 우리들도 모르는 비밀번호를 다른 사람이 알고 있을 리가 없어.”


크라우스는 그렇게 단언하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확신이 서지를 않았다. 아론 씨는 자기 자식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자식들을 제외하고 아론 씨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집사인 제임스 씨겠지만, 그건 너무 뻔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우리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까지는 살아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역시 제임스가 수상하지 않소?”

“형님, 탐정님께서 제임스 집사는 결백하다고 증명해주셨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우리들도 모르는 비밀번호를 제임스가 알고 있을 리 없어요.”

“그거야 그렇지, 루돌프. 하지만 그건 센트리건 문제였어. 집사는 만능열쇠를 갖고 있으니 우리가 밖에 있었던 동안 아버지 방으로 달려가서 죽였을지 어떻게 알아?”


제임스 씨는 안절부절 못하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바지를 털고 일어서서 대답했다.


“크라우스 씨. 이제 제임스 씨를 의심하는 건 그만두시지요. 이 집의 복도에는 감시카메라가 있습니다. 만약 제임스 씨가 아론 씨를 살해하러 갔다면 복도의 카메라에 찍혔을 겁니다.”

“이 살인이 충동적 살인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제임스는 이 집의 집사요. 미리 감시카메라에 손을 써놓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예를 들어서 가짜 영상만 송출되게 할 수도 있지. 자기가 살해를 거행하는 동안 말이오.”

“그렇게 따지자면 끝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밖에서 센트리건과 마주하고 있었을 동안 2층으로 달려가서 아론 씨를 살해하고 다시 관제실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로자 씨. 우리가 밖에서 센트리건에게 겨눠지고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로자는 내 갑작스러운 질문에 얼떨떨해 보였지만 그래도 성실히 답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길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 2~3분 정도일까요?”

“모리건 탐정! 내 누이는 방금의 일 때문에 아직도 충격을 받은 상태요! 그런 누이에게 우리가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던 기간이 얼마인지 물어보다니!”

“그래서 물어본 겁니다. 로자 씨는 센트리건 사태 때 우리들 가운데 가장 패닉 상태였습니다. 사람은 패닉 상태애 빠질 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고 하죠. 실제로는 2~3분보다 더 적었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아마도 1분 30초 정도일까요.”


관제실과 아론 씨의 방은 2층에 있으니 우리들이 밖으로 나가는 걸 감시카메라로 확인하자마자 달려가서 살해한 다음 다시 관제실로 돌아왔다면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을 맞출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론 씨를 굳이 살해하고 싶었다면 꼭 삼남매가 왔을 때를 노릴까?


“아마도 범인은 아론 씨를 이 시간대에 꼭 살해해야 하는 동기가 있는 사람일 겁니다. 만약 제임스 씨가 범인이라면 꼭 굳이 저택에 다른 사람이 있는 도중에 살해할 이유가 없죠. 저택에 아론 씨와 자기밖에 없을 때 살해하고 도망치면 그만입니다.”

“맞...맞습니다! 제가 주인님을 살해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만약 제가 주인님을 살해한다면 왜 당신들이 있는 이 시간에 살해하겠습니까? 저는 주인님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삽니다. 만약 당신들 말대로라면 제게는 언제나 기회가 있는데 왜 타인을 이 저택에 가두면서까지 살해를 거행하겠습니까?”

“....크라우스 오빠, 아무래도 제임스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역으로 생각해 보자면 범인은 반드시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살해해야 하는 이유라도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로자는 예리했다. 과연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범인은 삼남매 앞에서 아론 씨를 실종시키고 살해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우리들은 딱히 원한을 살 사람이 없소. 그리고 원한을 살 사람들은 이미 죽었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오.”


하지만.....하지만..... 아론 씨는 돌아올 것이다. 죽었는데도 다음 날이면 버젓이 살아 다시 이 저택에 올 것이다.


“잠깐만요. 아론 씨는 이미 정신을 유니넷에 업로드한 상태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다시 새로운 육체를 얻은 아론 씨로부터 누가 자기를 살해했는지 들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 질문에 제임스 씨는 얼굴을 어둡게 하며 대답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주인님이 자기를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 밝혀냈겠죠. 하지만 기억의 업로드는 무선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전용 의식전송 기계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그건 지하실에 딱 하나 있습니다.”

“지하실이 있다는 말은 안 해주셨습니다만.”

“....예, 주인님께서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지하실에 의식전송 기계가 있다는 말은 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그걸 말할 때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음 행선지는 정해졌다. 지하실로 가서 새로 태어난 아론 씨를 맞이하면 되는 일일까? 그렇게 일이 간단히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루돌프가 뭔가 생각났는지 질문했다.


“잠깐만요. 그렇다면 센트리건을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 조작했던 게 아닐까요? 비밀번호는 아버지가 입력했지만, 범인이 와서 조작한 거죠.”

“저희는 센트리건이 자동식인지 수동식인지도 모릅니다. 비밀번호를 모르는 한 알아낼 방법이 없겠죠. 잠깐만....”

“무슨 일이죠? 제가 맞는 말이라도 했나요?”


“우선 아론 씨가 비밀번호를 열어 센트리건을 조작했다고


”만약 그때 센트리건의 방어상태를 해제해 누군가를 불러들였다면 어떨까요?”

“누군가를 불러들였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롭니다. 아론 씨는 자기만 풀 수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해 센트리건을 조작했습니다. 그 센트리건은 우리들이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밖의 누군가를 저택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서였죠. 제임스 씨, 감시카메라는 복도 안에만 있죠, 제 말이 틀립니까?”

“아... 아닙니다. 감시카메라는 복도에만 설치되어 있습니다. 6일 전에 그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제 독단에 따라 설치했죠.”


역시 제임스 씨는 범인이 내부에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일이 복잡해진다.


우리들은 아론 씨가 실종된다는 걸 알아차리고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으로 향했다. 도중에 센트리건에 가로막히기는 했지만 저택의 전원이 한 장소에 몇 분간 묶여있었다. 로자는 그 시간이 2~3분이라고 했다.


설사 그 절반의 시간이라도 누군가가 저택의 반대편에서 우리들의 시선을 피해 담장을 타고 넘어올 수 있다. 하지만 왜?


만약 아론 씨가 그 사람을 불려들였다면, 자기를 살해했을 가능성은 점쳐보지 못했을 것이다. 살인자를 스스로 불려들일리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아론 씨를 살해한 범인은, 아론 씨가 잘 알고 지냈던 사람이라는 말이다.


“우선 지하로 가서 그 의식전송기계를 찾아봅시다. 제임스 씨, 안내해주시죠.”


우리는 제임스 씨를 따랐다. 지하실로 가는 문은 뜻밖에도 주류창고에 있었다. 우리들을 주류창고로 안내한 제임스 씨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진열된 나무술통 하나에 꽂았다. 그러자 드르륵 거리며 전체 술통 선반이 안으로 들어갔다.


“저 이 장면 어렸을 적에 영화에서 많이 봤어요. 한 2백년 된 영화였는데. 제목이 뭐더라...? 그... 그....”

“아마 율리스 본드 008이었을 겁니다. 7편인 마피아 vs 율리스 본드에 비슷한 비밀문이 나오죠.”

“탐정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런 영화들을 다 기억하시죠? 한 200년은 된 영화들인데.”


새벽에 팝콘을 퍼먹으며 액션영화를 보던 기억을 가까스로 떠올려 말했던 것 뿐인데. 나는 로자 씨에게 어색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풀어지는 것 같아 좋았다.


제임스 씨가 앞장서서 어두침침한 계단을 내려갔다. 조명은 어두침침해서 계단을 내려가는데도 한 치 앞도 잘 안 보였다. 로자 씨는 내 팔꿈치를 잡으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디뎠다.


계단을 내려가자 좁은 방이 하나 있었다. 방 안에는 MRI기계처럼 보이는 흰색 덩치가 놓여있다. 제임스 씨는 그 기계의 계기판에 있는 버튼들을 만지작거리자, 쉭 소리를 내며 기계가 쫙 펼쳐졌다.


사람 2명이 족히 들어갈 만한 공간은 텅 비어있었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적어도 여기에 하나는 들어있어야 하는 말입니다!”


제임스 씨의 절규에 우리들의 고개는 홱 돌아갔다.


“제임스 씨?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본래 여기에는 뭐가 들어있어야 하는 겁니까?”

“주...주인님의 의체가 들어있어야 했습니다. 하나가 남아있어야 했는데...”

“조금만 진정하시죠. 너무 흥분했습니다.”


제임스 씨는 숨을 고르고 설명을 계속했다. 나와 삼남매는 제임스 씨의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네, 저희가 처음 이 기계를 저택에 들여놓을 때 원래는 2개의 의체가 있었습니다. 주인님께서 하나를 쓰시고 다른 하나는 예비용이었습니다. 본래는 하나가 이 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의식전송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아론 씨는 언제 의식을 마지막으로 이 기계에 업로드했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이 아닌 건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이 기계 안에 있었다는 거야? 아니, 이건 멍청한 가정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끝도 없다. 우선 이 방을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인 제임스 씨에게 정확한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다.


”저는 모릅니다. 주인님께서는 그 부분에 관해서는 굉장히 비밀스러우셨으니까요. 그저 주인님께서 보이지를 않으면 그저 지하실에 내려가셨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항상 관제실에만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아론 씨, 혹은 누군가가 여기에 있던 의체를 가져갔다는 말이 되는군요.“


이 저택에 제삼자가 있지 않는 이상 아론 씨나 제임스 씨가 의체를 가져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론 씨는 의체가 없으면 남은 의체를 숨길 수 없고, 아론 씨의 시체가 방에서 발견된 이상 남은 의체는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의체는 없어졌다.


그리고 이 장소를 아는 사람은 아론 씨, 그리고 제임스 씨뿐이다. 제임스 씨는 알게 모르게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삼남매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묘하게 제임스 씨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제임스 씨, 삼남매분이 오시기 전에는 이 저택에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까? 당신이나 아론 씨를 제외하고요.“

”....그걸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저택에는 안드로이드가 고용되어 있었습니다. 인간 수준의 지성을 가진 상급품이었죠. 주인님은 가끔씩 안드로이드를 고용하는 게 인간 고용인보다 더 법적 문제가 많다고 말하시고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다른 객체가 있었던 건 사실이군요. 왜 진작 말하지 않았습니까?“

”주인님께서는 안드로이드를 고용하는 게 인간 고용인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를 살인에서 지키지 못하다니 없느니만 못하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해고했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자기 사업이라도 꾸리고 있겠죠.“


글리치 시티의 안드로이드들은 자기 권리가 보장된다. 내 하숙집을 소유하고 있는 유리아 부인도 그러한 안드로이드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 아론 씨가 저택에 처음 초대했을 때 그런 말을 했었다. 자기가 침대에서 첫 번째로 살해당했을 때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집에 있었다고 했었지.


애인인 소피아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아론 씨는 가정용 안드로이드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거북했으리라. 그러니 해고한 것도 이해는 갔다.


제임스 씨는 자기가 뭔가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에 기뻤는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안드로이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신가 보군요. 저야 기쁜 마음으로 도와드리죠.“

”예, 부탁합니다. 이름이나 특징 등 아무거나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수확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설사 그 안드로이드 가정부가 아론 씨의 첫 번째 살인에는 관여했을지 몰라도, 두 번째 살인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나는 그렇게 가정하고 있었다.


“예, 그 안드로이드들 이름이 분명 케이티와 유리아였습니다. 고성능 안드로이드라 청소며 설거지도 척척 해냈지요. 그녀들이 떠난 게 참 아쉽습니다. 제 일이 그때는 참 수월했는데요.”

“유리아?”

“예, 자기를 꼭 유리아 부인이라고 부르라고 고집을 부리더군요. 아론 씨도 그 고집에는 두손두발 다 들었었습니다. 지금은 뭐하고 지내나 모릅니다.”


설마 그저 내 하숙집에서 월세나 받아먹고 사는 줄 알았던 유리아 부인이 이곳에서 일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설마 내가 월세를 잘 못 내니까 아르바이트라도 했던 걸까. 안드로이드도 먹고사는 문제는 큰일인 모양이었다. 크라우스와 로자가 한마디씩 했다.


“아버지가 안드로이드를 고용할 줄은 몰랐소. 기술 공포증이던 아버지가 우리가 나가 있는 동안 안드로이들을 고용했었을 줄이야.”

“그러게요. 제임스 씨, 무슨 바람이 분 거죠?”


자식들의 질문에 제임스 씨는 잠깐 생각하다 답했다.


“아마도 애인이셨던 소피아 님의 입김이 분 모양입니다. 소피아 님과 교제하고 나서부터 집 안에...보다 현대적인 물건들을 들이기 시작했거든요.”

“허, 역시 사람은 사람이 있어야 바뀐다니까. 이제 모두 위로 올라갑시다. 여기서 찾을 단서는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크라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로자, 루돌프와 함께 올라갔다. 제임스는 나를 돌아보더니 뒤따라 올라갔다. 나는 서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감옥에서 사망한 소피아와 아론 씨. 그리고 밀실인 저택에서의 살인사건. 용의자는 날 포함해 다섯 명. 아직까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정리되면 달라질 것이다.


그 전에 결판을 내야만 했다.


나는 1층으로 올라갔다. 아무도 없었을 뒤쪽에서 작은 웃음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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