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강령술과 강령술의 격돌
6-8
상처가 먼저, 통증은 잠시 후에 찾아왔다. 너무나 깔끔하게 베어버려서 베인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왼손을 뒤덮고 있는 얼음들이 조금씩 불게 물드는 것을 보면서 그제야 나는 상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마라, 상처는 냉기로 쉽게 지혈이 가능하니까.’
셀 레온은 그렇게 말하고 여자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까 속으로 카운트를 해본 결과, 여자가 라이트 스피어를 사용하고, 다시 준비하는데 까지 약 20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이트 스피어를 막아낸 그 다음부터 나는 조용히 숫자를 세고 있었다.
‘20, 19, 18, 17, 16, 15, 14…’
처음 나와 여자의 거리가 약 20미터 정도를 두고 있었다면, 셀 레온이 빠르게 다섯 걸음을 달려서 12미터 까지 거리를 좁혔다.
셀 레온이 오른손을 펼치자 허공에 20개 정도 되는 작은 얼음 덩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받아라!”
‘8, 7, 6…’
얼음 덩어리들이 여자를 향해 날아가는 순간, 여성이 눈을 감았다가 부릅뜨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뮤니티 필드(Immunity Field)”
이 목소리는 프레스티지라던 남자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 본인의 목소리였다.
여성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의 눈동자를 보아도, 그렇게 강렬한 붉은 빛은 볼 수 없었다.
여성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던 얼음 덩어리들이 순간 그녀의 몸에서부터 생겨난 붉은 장막과 충돌하면서 지면으로 사라져 녹아버렸다.
붉은 장막은 일회성 인 듯 곧바로 사라졌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저것이 보고서에 적혀있던, 마도사관의 적성을 막아내는 능력 이라는 것인가.’
나 역시 셀 레온의 말에 동의했다.
‘그런 것 같네요.’
셀 레온은 다시 네 걸음 정도 나아가 여성과 근접전을 펼칠 수 있는 자리까지 도착했다.
여성도 라이트 스피어를 근접전에서 준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듯 그녀의 바로 앞에 50센티가 넘어 보이는 주먹 두 개를 만들어 셀 레온과 근접전을 시작했다.
셀 레온이 양 손에 힘을 더 쏟아 넣기 시작하자, 점점 기운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는데, 그가 누누히 말했던 것처럼 빙결 무투술은 힘든 적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 같았다.
셀 레온이 레프트와 라이트 원, 투를 꽂아 넣었는데, 첫 번째 레프트가 여성의 몸에 닿을 뻔 했지만, 가볍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피해버렸고, 두 번째 라이트는 여성이 손으로 주먹을 받아내는 모습을 취하자, 허공에 떠 있는 손이 셀 레온의 공격을 잡아내었다.
“그렇게 간단한 공격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프레스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셀 레온은 오른손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건 옛 말이고.”
셀 레온이 허공에 떠 있는 손에 자신의 냉기를 주입시키자, 불투명하던 손이 셀 레온의 주먹과 닿아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얼어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프레스티지가 한 발 더 물러서자 셀 레온 역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거리를 주게 되면, 라이트 스피어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적성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지만, 근접전을 한다면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셀 레온이 허공에 얼음 덩어리들을 만들어내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빙결 무투술을 제대로 사용할 만큼 체력상태가 좋아보이지는 않는구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계속 말했다.
‘방금 같은 경우는 힘에서 내가 밀렸지만, 임기응변으로 상대방의 주먹을 얼려내면서 힘의 차이를 억지로 감추려했고 성공했지만, 두 번째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너와 내가 이기는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셀 레온이 거리를 좁혀놓은 상황에서 다시 거리를 벌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거리를 벌리게 된다면 다시 라이트 스피어를 사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서로 정면만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 통로에서의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성이 앞으로 걸어오면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점점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주먹들의 반응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았는데, 점점 셀 레온이 막아내기에 버거울 정도로 공격이 빨라지고 있었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거리를 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없다.’
‘그러면 제가 잠시 생각난 것이 있으니 제가 하겠습니다.’
‘알겠다.’
감각이 점점 돌아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약 3초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셀 레온의 주도권이 사라지면서 팔의 얼음들이 녹아 흘러내리고 상처를 감싸고 있던 한기도 녹아내리면서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상처를 얼음으로 봉하면서 나는 아이스 트리거를 만들어 그대로 벽에 박아버렸다.
한 걸음씩 뒤로 걸어가면서 양쪽의 벽에 아이스 트리거를 계속해서 박아 넣고 있었는데, 여자는 그것이 신기한 것인지, 아니면 나와의 거리를 벌리고 싶지 않은 것인지 계속해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도망가서는 영영 거리를 벌리지 못할 텐데.”
프레스티지가 나를 조롱하듯 말했다.
약 열 다섯 걸음정도 뒤로 움직이면서 아홉 개의 아이스 트리거를 벽에 박아놓은 상태였다.
허공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아이스 트리거로 되받아치면서 프레스티지를 내가 원하는 장소로 이끌었다.
아직까지 셀 레온과 상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하기 때문에 나는 셀 레온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님, 제가 지금 말하는 대사를, 잠시 후에 말해달라고 하면 제 입을 통해서 말해주시면 되요.’
‘알겠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단어만 아니라면 뭐든 따라해주지.’
셀 레온 역시 내가 어떤 작전을 계획했는지 짐작만 하고 있을 뿐, 확신은 없었기 때문에 나의 의견을 들어주려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시면 됩니다. 이것마저 막아낸다면, 박사의 신변에 대해 말하겠다.’
‘그렇게 말하면 되나.’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프레스티지는 나를 따라오면서 점점 내가 사용한 아이스 트리거들이 몰려있는 자리에 진입했고, 나는 계획했던 작전을 사용하기 위해 여자를 바라보면서 말하려 했다.
‘선배님 지금입니다!’
셀 레온이 목소리를 깔면서 진지하게 말하는 척 말했다.
“이것도 막아내면, 박사의 신변에 대해서 말하지.”
셀 레온은 마치 최후의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준비하는 것이 적성이라면 결국 박사에 대해서 말하게 될 텐데.”
프레스티지는 못 막아낼 것이 없다는 것처럼 말했다.
나는 눈속임을 시킬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아이스 트리거를 만들어내었다. 크기는 클지 모르지만, 내부가 텅 비어있는 미끼상품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아이스 트리거를 보더니, 그는 아무런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나는 남이 커다랗게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쓰러뜨리는 걸 좋아했지. 이유가 뭔지 아나?”
그의 말에 대응하지 않으면서 나는 이 아이스 트리거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시늉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수는 게 더 재미있거든. 그 사람이 그걸 만들 때 사용한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좋아. 그래서 내가 악당을 계속 자처하는 거지. 안 그런가? 셀 레온.”
“그건 당해보셔야 알겁니다.”
나는 그를 향해 말하면서 아이스 트리거를 날렸다.
- 작가의말
음.. 계획보다 조금 늦어지긴 했는데
아마 한동안 개인적으로 바쁜일이 하나 생겨서 이번주는 3~5회 정도 연재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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