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프로젝트 엘리스
4-3
최 소령님을 깨우기 위해 소령님을 애타게 불렀지만, 그녀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멍청한 놈아, 그린라이트잖아. 그린라이트.’
내 몸에 계신 식객선배님은 나에게 그린라이트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선배님?’
‘왜.’
‘선배님은 오늘만 보고 살죠?’
‘지금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냐?’
‘근데, 저는 내일도 보고 살아야 되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지 않는 최 소령님 머리아래 베게까지 놓아드리고는 방문을 닫고 나왔다.
딱히 친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방을 같이 쓸 남자사관도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방을 나오기는 했지만, 잘 곳이 없어서 1층 로비에 있는 소파위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이봐요, 일어나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내 몸을 툭툭 건드리면서 나를 깨웠다.
“으…음…”
부스스 눈을 비비자, 전투복을 입은 남자가 나를 깨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여기서 자요? 숙소로 올라가서 편하게 쉬세요.”
내가 처음 보는 남자여서 나는 반사적으로 물었다.
“누구… 세요…?”
하지만 남자는 이미 나를 깨우고 올라간 다음이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새벽 세 시였고, 아무런 생각 없이 숙소 문을 열던 도중 갑자기 내 방에서 자고 있을 최 소령님이 생각이 났다.
다행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령님은 아직까지도 주무시고 계셨고 나는 따로 잠을 청할 공간이 없어 바닥에서 예비용 모포를 덮고 다시 잠을 잤다.
얼마 후 시계 알람소리에 맞추어 일어난 나는, 최 소령님이 먼저 일어나서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소령님이 ‘미안 술주정은 안 부렸지?’라고 적어 놓은 쪽지를 남긴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제1권역 전투사령부 전승 5주년을 맞이하여 휴식일로 지정이 되었지만, 아주 공정한 절차에 의하여 내가 당직 근무를 위해 사무실에 대기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어제 못 다 쓴 보고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셀 레온이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약물 처방을 받아야하니?’
‘네? 무슨 약물이요.’
‘음, 거 있잖아 비알굴라 라던가, 그런 거.’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충분히 건강합니다.’
‘근데 왜 계속 그렇게 도망 다니는 거야?’
‘선배님의 관념과 저의 관념이 차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책임지지 못할 일은 벌이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다음에 시간나면 아우구스 사슴 녹용가루를 사서 먹어봐, 아주 그냥 효과가 끝내준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나는 그 후로 계속된 셀 레온의 스태미나 특선요리 컬렉션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면 작성할수록, 내가 글로, 그리고 말로 배웠던 연방군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사관학교에서 배웠던 연방군의 모습은 연방을 수호하는 수호자로서의 모습이었지만, 실전에 나와서 보게 된 연방의 또 다른 모습에 다른 방향으로의 목적의식이 생겨나고 있었다.
‘연방이란게 다 썩어있는 거 같으면서도 안 그렇고, 안 그런 것 같은데도 속은 썩어있는 그런 거야.’
셀 레온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내가 생각했던 연방과는 다른 모습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나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그래서 말의 의미가 뭐에요?’
‘그러니까 그 알리스타에서 있었던 일들이 연방 전체로 치면 수십 수백 건은 더 있을 것이라는 말이지. 그런데도 연방은 망할 기미를 보이지는 않으니까. 유지가 되고 있고.’
‘그러면 만약에 제가 그 모든 부정과 부패를 잡으면 해결이 될까요?’
셀 레온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그러면 또 어디선가 새로운 부정이 생기겠지.’
‘선배님은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세요?’
‘나 또한 백 년 전 너 같은 시절 때부터 해왔던 일들이고, 생각했던 일들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계속 연방군이 유지가 되는 거죠?’
‘너만 생각을 하는 게 아니야. 연방을 좀먹고 있는 벌래들 역시 어디까지 파먹어야 하는지 선을 알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벌래가 사라지면 또 다른 벌래가 그 집을 차지하는 거고.’
그렇게 셀 레온과 대화하는 동안,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이 열리는 쪽을 바라보았고,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검푸른 빛을 띠는 머리카락을 한 소령계급장을 단 남자였다.
남자는 내 책상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더니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경례를 했고, 남자가 경례를 받아주었다.
“새로 부임한 감찰관 J. 바네스 대위입니다.”
남자는 몇 번 들어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래, 나는 T. 엔리케 소령이야. 부서 최선임 감찰관이기도 하지. 내가 장기파견 가있는 동안 오자마자 한건 했다면서?”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네, 이미 한번 골로 갈 뻔했습니다.”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뭐 U.I.랑 만나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지.”
나는 그런데 남자가 휴일에도 출근한 것을 궁금히 여겨 물었다.
“그런데, 오늘 사령부 전투휴일 아닙니까? 출근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남자는 서류를 한 뭉텅이 자신의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아쉽지만, 나는 완전히 복귀한 것이 아니라 잠시 중간 경과보고 겸 보급도 받아야 해서 잠시 귀환한 것이거든.”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물었다.
“혹시 아까 새벽에 로비에서 자고 있던 것이 바네스대위였나?”
그가 그렇게 말하고 나를 쳐다보자. 나는 작게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왜 좋은 숙소 놔두고 로비에서 자고 있었나?”
나는 조용히 말했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남자에게는 다 사정이 있는 법이지.”
그렇게 나와 엔리케 소령님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던 와중, 사무실에 또 한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엔리케 소령님이 먼저 누가 왔는지 확인하고 말했다.
“어, 유라! 사복차림으로 웬일이야.”
뒤를 돌아보자, 최 소령님이 양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엔리케 소령님? 언제 오셨어요?”
“아까. 새벽에 도착해서 한숨 자고 나왔어.”
“잠시 만요.”
최 소령님이 그렇게 말을 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왜 그런지 봤더니,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사 오셨던 모양인데, 아마 엔리케 소령님이 계실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2인분만 가져오셨던 것 같았다.
5분쯤 지나서 최 소령님이 다시 한 봉지를 더 가져오셨는데, 나와 엔리케 소령님에게 말했다.
“이리 와서, 간단하게 드시고 하세요.”
봉투를 열고 무엇을 가져오셨는지 확인해보았더니, 포장되어 있는 왕만두들이 들어있었다.
엔리케 소령님은 그 만두를 보더니 말했다.
“휴일이라고, 또 밖에 나가서 만두 사왔구나?”
최 소령님은 먼저 하나를 집으면서 말했다.
“여기 있으면서 제 유일한 낙인데요. 우리 바네스 대위한테 어제 빚진 것도 있고. 그래서 사왔어요. 엔리케 소령님도 계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더 들고 오는 건데.”
‘음 그래 그게 좋겠다.’
나에게 먹을 만두를 진지하게 지시하는 셀 레온이었다.
만두소가 붉은 것이 있는 만두를 집어 입에 넣어보자, 통 새우가 들어 있는 만두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셀 레온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지.’
엔리케 소령이 만두를 먹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빚진 것이라니 뭐야?”
최 소령은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평소에는 맥주 한 캔 정도로는 안 취하시는 거 알잖아요. 근데 어제 긴급파견 갔다가 힘을 많이 썼더니 피곤했었나 봐요, 맥주 한 캔 마시고 바네스 대위 방에서 자고 있었지 뭐에요.”
엔리케 소령이 상황이 파악된 듯 말했다.
“그래서 바네스 대위가 로비에서 자고 있던 거군.”
그러자 최 소령님이 놀라서 말했다.
“어? 바네스 대위 밖에서 자고 있었어?”
엔리케 소령이 말했다.
“내가 새벽 2시쯤에 아오조라 스테이션 도착해서 3시 조금 못 되어서 숙소에 도착했는데. 로비에 누가 새우잠을 자고 있더라고, 그래서 새로 부임한 부사관이 TV 보다가 졸고 있었나 싶어서 들어가서 자라고 깨웠지.”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랬더니 어…음… 하더니 올라가는 것 같더라고.”
“어… 그 후로는 들어가서 방에서 잤습니다.”
최 소령님이 말했다.
“일어나 보니까, 바네스 대위가 방구석에 누워서 자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모포 하나 더 덮어주고 조용히 나왔죠.”
엔리케 소령이 만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래서 사과 대신해서 만두를 사왔군.”
“오자마자 후배가 고생이 많아서, 휴일이기도 했고 저만 먹는 특식을 사왔죠.”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만두를 먹은 다음 보고서를 마무리 짓고 저녁 시간에 맞추어서 퇴근할 수 있었다.
- 작가의말
이제 MXM 하다가 롤드컵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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