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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최강 최악 구원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선
작품등록일 :
2022.02.14 13:55
최근연재일 :
2022.05.20 22:3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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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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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94,550

작성
22.02.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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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자칭 최강 최악 구원자(2)

DUMMY

“하, 하하, 하하하하!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도 죽지 않는 녀석이 있잖아? 대박!”


두려움을 느낀 건 사르페돈뿐만이 아니었다. 불사의 권능을 가진 자신을 처음으로 소멸에 이르게 할 뻔한 최악의 구세주의 부활에 마스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가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가 아레스의 대행자라는 점이었다.


[권능: 전장을 헤집는 전차]


마스는 남은 신력을 쥐어짜내 두 마리의 검붉은 말과 전차를 구현해 고삐를 잡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오른손에는 도끼를 치켜들고 왼손에는 고삐를 움켜쥔 채 구원을 향해 달려드는 마스의 형상은 그야말로 광기 그 자체였다.


“기다려라 마스!”

“흥분되는걸! 부활한 너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마스라고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숨은 서서히 가빠오고, 그의 육체는 온 힘을 다해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마스는 도망칠 수 없었다.

도망치는 방법을 모르기에.

평생을 전쟁 속에 살아온 그의 삶에는 전쟁 외의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았기에 마스는 기꺼이 두려움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까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마스의 도끼날이.


***


나는 개인적으로 이세계 전생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예 안 보지는 않지만 뭐랄까, 내가 본 이세계물은 원래 세계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마치 포커판에 유X왕 카드를 쓰고 이겼다고 기세등등한 모습이 꼴불견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거 정작 당사자가 되니 기분이 썩 나쁘진 않네.’


신.

초자연적 힘을 지니고 인간들의 믿음을 먹고 살아온 신성한 존재. 인간은 결코 도달할 수 없고, 도달해서도 안 되는 영역의 존재. 그런 존재를 직접 마주했기에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요약하자면 여러분들이 신이란 말이죠? 그것도 사방신?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니? 얘, 너 청력은 멀쩡하니?]


새빨간 닭이 날개로 귀를 톡톡 건드리는 시늉을 했다. 내 인지에 알맞은 모습으로 구현됐다고 하는데, 하는 짓으로 보나 말투로 보나 도저히 사방신 중 남쪽과 불을 관장하는 주작으로 보이지 않았다.


[캬캬캬! 이봐, 닭대가리! 신력으로 만든 공간인데 청력이 무슨 상관이야? 겉모습만 닭이 아니라 대가리도 닭이 됐나 봐. 안 그래?]

[그래.]

[네 거북 대가리는 그렇게 잘나서 할 줄 아는 말이 그래밖에 없다 그죠?]

[아니거든? 다른 말도 잘하거든? 안 그러니 꼬북아?]

[그래.]

[똑같잖아!]

[억양이 다르잖아! 전에는 경상도식 이번에는 충청도식! 들으면 몰라?]

[내가 알겠냐고!]


저 덤앤더머 거북뱀은 북쪽과 물을 관장하는 현무.


[저기, 나 자도 돼? 다 끝나면 깨워줘.]

[뚱냥이 너는 수호신으로서의 책임감도 없냐!? 20년 동안 돼지처럼 처먹고 처자니까 살이 뒤룩뒤룩 찌지!]

[이거 살 아니거든? 겨울이라 털갈이해서 그런 거거든?]

[지랄! 무슨 놈의 털이 턱밑으로 흘러내리냐?]

[수염이야.]


식빵 자세로 꾸벅꾸벅 졸고있는 흰 줄무늬의 돼지가 서쪽과 철을 관장하는 백호.


[영감! 애들 기강 좀 잡으쇼! 이젠 뒤졌다고 다들 아예 배째라 시전하잖아! 수호신이 이래도 되는 거요?]

[괜찮으이. 우리 똥강아지들 여태껏 고생한 걸 생각하면 좀 쉬어도 되지 않겠는가?]

[다 죽어! 다 불타 죽어버려 그냥!]

[따뜻하니 좋구먼.]


불닭이 내뿜은 장판에 몸을 녹이고 있는 도롱뇽이 동쪽과 나무를 관장하는 청룡이란다. 거짓말이라기엔 성의가 없고 또 진실이라기엔 기대하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려. 젊은이. 생각은 좀 정리됐나?]


도롱뇽이 가는 눈을 뜨며 내게 물었다.


“네. 뭐. 그냥저냥. 대충 저한테 힘을 주신다는 뜻이죠?”

[비슷하지만 다르다네. 우리가 자네에게 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닐세. 자네가 우리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지.]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요.”

[껄껄, 단박에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지. 한 가지만 명심하게. 자네 자신을 믿게. 자네의 신체에 깃든 신력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네.]

“믿음이라, 여기서 점쟁이가 하던 말을 또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혹시 아름이가 무사하다면 한 가지만 전해줄 수 있겠나?]


***


까놓고 말해 믿고 자시고 애초에 현실감이 전혀 없다. 딱 봐도 악당같이 생긴 놈들이 있길래 주인공이나 할 법한 대사를 떠들어 본 게 전부였다.


“삼만 삼천 원. 그 돈이면 뭘 할 수 있는지 알아?”


마스라는 놈은 고삐를 돌려 또다시 나를 향해 돌진했다. 모르긴 몰라도 전차로 날 깔아뭉갤 생각이겠지.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집 근처 치킨집에 후라이드 한 마리 포장하고 편의점에서 맥주 네 캔을 살 수 있는 돈이야.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깨끗하게 씻고 나온 뒤 냉동실에서 반쯤 살얼은 맥주와 치킨을 먹으면서 시작하는 새해는 상상만 해도 최고지. 내가 본 점괘는 새해 최고의 행복과 맞바꾼 점괘야.”

“아까부터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주문이냐? 아니면 저주? 뭐든 상관없다! 죽일 기세로 덤벼라!”


[권능: 현무귀간(玄武龜干)]


“히힝!”


무식한 속도로 돌진하던 마스는 모래를 뚫고 솟아오른 방벽을 피하지 못하고 에 부딪혔다. 큰 충격을 받은 마차는 검붉은 입자로 흩어지고 마스가 공중에 뜬 순간 나는 방벽을 거뒀다.


“믿으라고? 당연히 믿어야지! 새해 최고의 행복과 맞바꾼 점괘인데! 억지로라도 이루어지게 만들지 않으면 수지가 안 맞잖아!”


[권능: 백호호환(白虎虎患)]


사방신의 힘이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백호의 신력이 주먹에 깃드는 과정이 근육이 당겨지는 감각만큼 확실히 전해져온다. 태산같은 무게와 무쇠같은 단단함이 담긴 주먹이 마스의 얼굴을 강타해 바닥에 내리찍었다.

마스가 모래사장과 충돌하자 바닥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다. 철벽도 무너뜨릴 주먹을 정통으로 맞은 마스는 이빨 하나를 뱉고선 내 얼굴을 붙잡았다.


“고작 이게 전부냐?”

“그럴 리가.”


나는 등줄기에서 붉은 날개를 펼쳤다. 주홍색의 깃털을 가지고 불씨를 퍼뜨리는 주작의 날개. 당장이라도 심장을 불태울 것 같은 뜨거운 신력을 엄지와 중지에 집중시킨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권능: 주작작렬(朱雀炸裂)]


화염을 발산하는 깃털과 불씨는 드높은 불기둥이 되어 구덩이 안에 있는 존재를 거침없이 불살랐다. 마스가 불타 죽는 모습을 확인한 나는 불의 기운을 날개 삼아 구덩이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왔다.


[권능: 천뢰(天雷)]


구덩이 밖으로 나오자 맑은 하늘에서 나타난 벼락의 창이 나를 향해 내리쳤다. 신의 힘으로 생성된 벼락은 자연법칙에 구애받지 않는다. 구름이 없어도 내리칠 수 있고, 피뢰침에도 유도되지 않는다. 오직 적을 불태운다는 목적만을 위해 탄생한 벼락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인과를 발휘한다.


“다행히 이쪽도 번개를 다룰 줄 아는 도롱뇽이 있어서 말이야.”


내리치는 황금빛 벼락을 붙잡은 나는 또 다른 신의 힘을 벼락에 덧씌웠다. 팔을 타고 뻗어오던 황금빛 벼락은 새하얀 색의 벼락으로 변해 한층 길고 날카로운 창의 형태를 갖췄다. 순백의 벼락을 집어 든 나는 혼자서 고고한 척 팔짱을 끼고 있는 금발의 남자에게 벼락을 던졌다.


[권능: 청룡백뢰(靑龍百雷)]


“먹고 떨어지셔!”


쿠르르릉!!!!


금발의 심장에 정확히 꽂힌 청룡백뢰는 우레 소리를 내며 스파크를 튀겼다. 두 명의 적을 쓰러뜨린 나는 사뿐히 모래사장에 발을 디뎠다.


“대충 정리됐나? 신의 힘도 별거 없네. 팔 휘두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야.”


청룡이 했던 조언이 무슨 뜻인지 조금 이해됐다.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 내가 생각한 이미지에 맞춰 신력이 권능으로 구현됐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기능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현무의 방벽은 전차를 막는 시점에서 사라졌고, 백호의 주먹도 마스의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시점에서 풀렸다.

내 믿음에 기반해서 움직이는 힘이기에 내가 이 이상은 하지 못한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 시점에서 신력이 사라져버린다.


“아직 믿음이 부족하다는 소리겠지. 연습이 필요하겠어.”

“아저씨. 사방신님의 대행자세요?”


두 사람이 사라지자 웅크리고 있던 아이가 일어나 내게 물었다. 이제 고등학교나 들어갔을 법하게 생긴 아이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비비고선 나를 올려보았다.


“사방신님이 저를 지키라고 시키셨나요? 어디서 오셨어요? 다른 곳도 이곳처럼 습격받은 건 아니죠?”


내 팔을 붙잡은 아이는 대답할 새도 없이 이것저것 물어봤다. 팔은 육체의 고됨에 기대듯이 붙잡은 상태였고, 충혈된 눈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짐작하게 했다.

나는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선 청룡이 부탁했던 말을 전했다.


“고생이 많구나. 아름아.”

“네? 아, 청룡님이 저에 대해 알려주셨겠구나. 아니에요. 저 때문에 또 사람들이 죽었는데 아무것도 못했는 걸요. 기껏 가이아의 신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쓸모없죠?”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자기 비하. 아름이의 쓸모없다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저려왔다. 청룡이 전해달라는 말은 방금 그 말이 전부였지만, 나는 복받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푸른 바다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밤하늘을 장식하는 별에서 꿈을 찾지 못해서는 안 된다.


“네가 책임을 질 필요는 없어. 그저 힘을 가진 채로 태어났을 뿐인 네가 져야 될 책임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치만···.”

“세상이 너에게 저주를 안겨준다 해도, 상황이 너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든다고. 그걸 네 탓으로 돌리지 않아도 돼. 너는 아직 어리잖아.”


충혈된 눈을 길게 감은 아름이는 반박하는 대신 내게 기대는 쪽을 선택했다. 눈물은 짜내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목은 쉴대로 쉬어 소리조차 지를 수 없지만, 아름이는 있는 힘껏 울었다.

나는 아름이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아름이가 가장 원하는 달콤한 말을 건냈다.


“약속할게. 올 한해는 네 주변의 누구도 죽지 않을 거야.”


너같은 아이는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어떤 불행과 고난이 닥치더라도.


“나도 내상이 생각보다 상당했군. 아버님의 벼락을 청룡따위에게 빼앗기다니. 있을 수 없어. 있어서는 안돼.”


[권능: 제우스의 벼락]

[사르페돈의 육체가 제우스의 벼락에 휘감깁니다!]


분명 심장이 꿰뚫린 금발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백뢰가 꽂힌 장소를 바라보았다. 적을 집어삼키던 벼락은 오히려 금발의 심장부를 중심부로 그의 육체를 휘감아 황금빛으로 빛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아주 마음에 들어! 갑자기 스타일을 바꾼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게 뭐람!”


죽지 않은 건 금발 뿐만이 아니었다. 불기둥에서 뼈와 살가죽이 엉겨붙은 채 기어 나온 마스를 중심으로 아까보다 훨씬 많은 검붉은 기운이 모였다.


[권능: 끝나지 않는 전쟁]

[부산의 사기(死氣)가 마스에게 흡수됩니다!]


“이 죗값은 네 피가 아니면 씻기지 않겠구나. 최악의 구세주.”

“어딜 벌써 가려고? 자칭 최강!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제우스의 대행자 사르페돈이 전신(電神) 상태에 돌입합니다!]

[아레스의 대행자 마스가 전신(戰神) 상태에 돌입합니다!]


둘의 신력이 방금과 비교도 안 될만큼 상승했다. 둘의 상태는 최고조에 달한 것에 비해 나는 아직 신의 힘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상식적으로 따지면 도망이야 말로 이 난제를 해결할 유일할 방법이었을 것이다.


“어떡할까? 저 두 사람”

“약속했잖아요. 제 주변의 누구도 죽게 두지 않겠다고.”


하지만 지금 나는 최강의 구원자.


“저 둘을 다시는 누구도 죽이지 못하게 만드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님!”


최강이 가고자 하는 길이 곧 최고의 길이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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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데우스 엑스 마키나(3) 22.02.23 35 0 12쪽
6 데우스 엑스 마키나(2) 22.02.20 44 0 14쪽
5 데우스 엑스 마키나(1) 22.02.17 54 0 16쪽
4 자칭 최강 최악 구원자(4) 22.02.15 47 0 14쪽
3 자칭 최강 최악 구원자(3) 22.02.14 48 0 12쪽
» 자칭 최강 최악 구원자(2) 22.02.14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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