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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건영(建榮) 님의 서재입니다.

패국통천가(覇國通天歌)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드라마

건영(建榮)
작품등록일 :
2021.05.12 10:33
최근연재일 :
2021.06.25 1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2,441
추천수 :
390
글자수 :
249,672

작성
21.06.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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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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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개유주(開幽州) -1

DUMMY

“호오오오. 호오오. 도칠, 이거봐.”


실내에 들어선지 한참이건만 적휘의 입에서 김이 솔솔 나왔다.


이곳 개유주(開幽州)는 상청주보다 더 추웠던 것이다.


절기로 보자면 아직 여름의 끝자락에 불과했고, 추운 북방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만 이상 기후는 계속 되고 있었다.


사도칠은 얼굴을 팍 구기고 입을 크게 벌렸다.


“하아아아아아.”


김을 모락모락 뿜는 사도칠의 모습에 적휘는 참지 못하고 쿡쿡 거렸다.


“증말 말세여, 말세. 지난번에는 심양현에서 너댓 명이나 사라졌다는데···”


“너댓 명? 아니, 이거 세상이 어찌될랑가 이러나. 무서워서 밖에 나다니겄나?”


“밤에만 조심하면 돼야. 아직도 달밤에 기어 나가는 종자들이 문제여.”


허름한 객잔 내부에 놓인 작은 화롯불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추위에 모인 것이고, 시작된 한두 마디가 장황한 이야기로 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외지인으로 보이는 상인 하나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그 백청귀가 뭐요? 들어나 봅시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아낄 뿐, 대답하는 자는 없었다.


물었던 상인이 무안해지려는 찰나, 상황을 지켜보던 노인 하나가 나섰다.


“개유주엔 초행길인가?”


“그렇소. 지나오다 백청귀 백청귀 소리는 들었는데 제대로 알려준 자는 아무도 없었소이다.”


“제대로 본 자가 없으니 어쩌겠나. 그 귀신같은 요물이 나타난 것이 벌써 일 년 남짓 되었네. 그때부터 열흘이나 보름에 한번씩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 처음엔 사람들이 없어진 영문을 몰랐었지. 흔적이 없는데 어찌 알겠나. 살기가 힘들어 이곳을 떠났거니 하는 수 밖에··· 헌데 실종된 사람의 수가 점차 많아지니 모두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어. 가출이 아니라 납치라면? 납치에 그치지 않고 살인이라면? 그런 찰나에 그것을 봤다는 사람이 나왔네.”


“그것? 그게 뭡니까?”


“어르신!”


사내 몇명이 도끼눈을 뜨고 노인을 만류했다.


“왜 그러나?”


“허튼 풍문에 불과하니 외지인에게는 알리지 말라는 것을 못들으셨소?”


“허허. 이게 왜 허튼 소리인가? 자네들도 들었으니 조금 전까지 그 얘기를 한 것 아닌가. 그리고 이자가 이 얘길 못듣고 밤길 나서다 목숨이라도 잃는다면, 그 마음의 짐은 자네가 질텐가?


이제는 화롯불에서 떨어져 있던 사람들의 관심도 노인의 입으로 쏠렸다.


사도칠 일행도 귀를 기울이고 있음은 당연했다.


끝까지 노려보던 사내들도 한숨을 푹 내쉰 후 더이상 노인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들을 바라본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아무렴 목숨보다 중한 것이 있을까. 자네는 잘 듣게. 그리고 혹시 다른 외지 분들도 꼭 들으시오. 해가 지면 바깥 출입을 삼가하시는 것이 좋을게요.”


“어르신. 아까 그것이라 하셨는데, 그것이 뭐요?”


“꼭 사람처럼 생겼다는데 또 사람이 아니더라는 게야. 사람일 수가 없다는 얘기지.”


“아니. 알아 듣게끔 설명을 해줘야 알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게 뭐란 말입니까?”


상인의 독촉에 노인은 주변을 살폈다.


아는 이들은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대다수가 집중하고 있었기에 노인은 흡족하게 입을 열었다.


“백청귀에게 남편을 잃었다는 한 여인의 증언이 있었네. 어느 날 밤, 여인이 방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소피보러 나간 남편이 들어오질 않더라는 게야. 처음엔 뭐 별 생각이 있었겠나. 조금 있으면 들어오겠거니 했더랬지. 그런데 갑자기 늑대 울음소리 같은 것이 길게 울려 퍼졌어. 아주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더군. 그래서 웬걸, 냅다 밖으로 뛰쳐 나갔는데 마당엔 아무도 없었던 거지. 이상하지 않은가. 해도 진 마당에 남편이 어딜 가겠나.”


“그래서 어찌 되었소?”


“집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어찌됐든 찾아야 할 것 아닌가. 그때, 여인이 뭔가 발견했네. 그들이 살던 곳은 작은 초옥이었는데, 뭐 보잘것 없는 울타리가 있었겠지. 그런데 그 울타리 한 부분이 무슨 커다란 발톱같은 것에 짓이겨져 있었다는 게야. 여인은 곧장 집을 나섰네. 헌데 그 여인에게도 요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어. 울타리를 제외하곤 아무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데 뭣에 홀린 듯 발길 닿는대로 계속 걸었다는 거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더군. 그쪽으로 가야할 것 같은 요상한 느낌이··· 정신없이 걸어가던 여인이 마주한 것은 생전 처음보는 끔찍한 광경이었네. 크흠. 험험.”


노인은 얘기하다 말고 목 마른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야기에 취한 어떤 사내가 재빨리 노인에게 술을 따랐다.


잔이 아닌 그릇에 담긴 술을 냉큼 비워버린 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 그렇지. 털썩 주저앉아 버렸네. 그것은··· 꼭 사람처럼 생겼더랬어. 얼굴은 새하얀 것이······ 아니, 어디 새하얗기만 했겠는가. 푸르스름하기도 했다더라고. 아무튼 그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 같은 것이··· 하아··· 여인의 남편을 먹고 있었네.”


“먹어······?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고?”


“예끼 이사람아.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른다 하지 않았나. 그 얼굴색이 하도 요상하다 그래서 백청귀라고 대충 불러대는 게지.”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래서 그 여인은 어찌됐소?”


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낙도 안됐지. 눈 앞에서 남편이 뜯어 먹히고 있었다는데··· 그런데 그때, 고것이 여인을 발견하고 만거야. 허옇고 퍼런 얼굴에 눈은 시커먼 것이 입에 피를 뚝뚝 흘리면서 쳐다보기 시작하는데··· 자네가 생각해보게. 발이 떨어졌겄어? 아주 그냥 바짝 얼어 붙어 버렸지. 달아날 때 제일 중요한게 뭔가. 곧장 뛰기 시작하는 것일세. 이미 살기는 글러 버린게야···”


상인은 얼굴을 완전 구기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리면 그릴 수록 괴물의 모습은 더 끔찍한 형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은 상인은 재차 물음을 던졌다.


“죽지는 않았을 것 아니오. 어짜피 그 여인네 말을 들었담서?”


“어허. 끊지 말고 들어봐. 자, 그 요상한 것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출발이 늦었다고 안 뛸 수 있겠나? 여인이 뛰기 시작했지. 아마 죽을 힘을 다했을 거야. 그런데 뒤에서 ‘스아스아아’ 소리가 나더래. 정말 미치고 팔짝할 지경이 아닌가. 고것이 쫓아오는 소리가 그리 요상했다더라고. 그리고 그 요상한 소리가 거의 귓가에 다다른 그 순간!”


“그 순간?”


“거인이 나타났다더군.”


한참 몰입을 이어가던 상인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뭐요? 거인? 에라이. 이거 완전 점입가경이구만. 귀신에 거인에 나중엔 도술 부리는 영감까지 나오겠소? 거 적당히 하셔야지, 누가 그 말을 믿겠소.”


상인의 반발은 외지인이라면 이해 할 만했다. 허나 무슨 일인지 개유주에 사는 사람들은 조용히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적개심 어린 눈길에 당황한 상인을 노인이 나무랐다.


“그런 소리하지 말게. 내가 아까적에 일 년이 지났다고 했지. 그럼 지금까지 몇 명이나 실종됐을거 같나? 서른? 마흔? 상황이 이런데 지금 농지꺼리를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나?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개유주엔 어느정도 소문이 돈 얘기고, 이 근방에 사는 사람도 가족을 잃은 이가 있을 것이야. 그러니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노인의 말에 상인도 어색한 미소를 자아냈다.


“내가 실언을 했소. 아무튼. 그래. 거인이 나타났소. 그 다음엔?”


“여인이 말하기를, 자신이 살면서 그리 큰 사람은 처음봤다더군. 그 거인이 커다란 장병을 들고··· 뭘 들었는 지도 모르겠대. 아무튼 길고 큰 무기를 들고 자신을 지나쳤는데···”


“그래서요?”


“그 뒤는 모른대.”


“그게 끝이요?”


“그럼, 뒤를 돌아볼 겨를이 어디 있었겠나? 죽음이 귀때기를 거의 잡을 뻔 했는데? 어찌됐든 거인이 지나간 뒤로는 그 요상한 소리가 나질 않더라는거야. 여인은 다행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뭐 한숨도 못잤지. 어찌 자겠는가. 누워있는데도 그 소리가 나는 것처럼 부시럭부시럭 했다는데. 그리고 다음날에 그곳으로 돌아갔지. 남편은 찾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곳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는거야. 정말 티끌만한 흔적도 없었어. 남편의 시체도 핏자국도 그 무엇도 없었지. 더 웃긴건 뭔줄 아는가? 전날 망가졌던 울타리도 멀쩡하더라는거야.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이지. 그길로 관아에 달려가서 허구헌날 문을 두드렸지만 이상한 꿈을 꾼 미친년 취급을 해대니 돌아버리지 않고는 못 배겼을게야.”


여기까지 들은 상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배어있었다.


“그 여인네 사정이 참으로 딱하게 됐소. 앞으로 살 길도 막막하겠고···”


“그 여인은 아주 잘 살고 있다네.”


“엥? 어찌 그렇소? 부군이 죽었는데.”


“왜긴 왠가? 여인의 사정을 들은 건영회에서 위로금을 주었고, 여인이 할 만한 일자리까지 주선해 주었네. 모르긴 몰라도 그 아낙네는 건영회주께서 계신 곳만 알았다면은, 매일 그 방향으로 절을 일백번도 더 했을 걸세.”


“아니, 그 건영회 말입니까?”


“그럼 그 건영회지. 패국에 다른 건영회도 있는가? 사실 이 지방에서 이곳만큼 건영회 지부가 큰 곳도 드물거든. 다 우리 개유주 사람들의 홍복인게야. 안그랬다면 이런 지랄같은 여름의 엄동설한에 우리가 버티고 살 수 있었겠는가.”


“옳소!”


“건영회 만세!”


개유주 사람들은 노인의 말에 박수까지 쳐가며 동조했다.


그들의 얼굴엔 건영회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이 뚝뚝 묻어났다.


그때, 그들에게 들려온 작고 거친 쇳소리가 그들의 분위기를 얼려버렸다.


“얼어죽을. 개코나 홍복이지. 그 썩을 놈들 꿍꿍이 속을 누가 알까?”


객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당연 사도칠이었다.


참을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그가 악감정 가득한 건영회에 얘기가 나오는데 참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느낀 공분은 상상을 넘었다.


모두가 분노를 숨기지 않고 사도칠을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뭐라고 하셨소!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다간···”


“들렸나? 네놈들 들으라 지껄인게 아니니, 모른척 넘어가거라. 괜히 후회할 짓은 하지말고.”


“뭐요!”


개유주 출신 중에 나름 몸집이 큰 사내 두 명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것을 본 사도칠이 손을 움직였다.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손으로 욕을 날린 것이다.


다가오던 사내들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고 그들의 거친 걸음은 점차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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