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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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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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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32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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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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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재대결 (3)

DUMMY

“이거 유명인을 만난 기분이...”


파몬드의 말을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제이드는 단숨에 다가가 가차 없이 검을 휘두른다.

그가 서 있는 자리가 일그러지며 족히 열 걸음은 떨어진 공간으로 순간이동 했다.


“참나 성질 한번 고약하다니까...”


하지만 제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번 파몬드를 베어 지나간다.

이번에는 잔상이 일그러지며 다섯 걸음 위치에 등장한다.


“휴.. 말 좀 하자. 어차피 너 나 못 잡거든?”


깜짝 놀랐는지 파몬드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항의했는데.

그가 불만을 말하자마자 베어진 로브의 앞섬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


파몬드는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들었고, 파랗게 빛나고 있는 제이드의 살벌한 눈과 마주쳤다.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벼려진 눈동자.

파몬드는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야, 이거 안 되겠다.”


그리고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위험하다는 것을 바로 파악한 듯싶었다.


“너나 가! 나는...!”


로먼은 어깨에 얹은 파몬드의 손을 털어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뼈만 남은 듯 비쩍 마른 팔뚝 때문에 도저히 뿌리치지 못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끝을 보겠다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네가 선택한 거야.”


푹-.

파몬드의 손이 로먼의 등을 파고들어 간다.

견갑골을 꿰뚫고 살을 헤집고는 심장을 붙잡는 데 성공.


“파몬드...?”


순간 로먼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뭐라 묻기도 전에 그의 심장을 끄집어낸다.

추욱 늘어지는 로먼을 붙잡으며, 파몬드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천천히 감겨가는 눈과 달싹이는 입술이 왜 이랬는지 묻고 있었지만, 의문을 풀어줄 시간이 없었다.


“뭐하는 짓이냐.”


수상한 행동을 감지한 제이드가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파몬드는 이동하면서 재빨리 적출한 심장을 투명한 용기에 담았다.


“으아, 좀 기다려주면 덧나냐? 나 절친한 동료를 내 손으로 죽여야 했다고!”

“...”


제이드에게 있어 중요한 건 파몬드의 사정이 아니다.

로먼이 죽고 그가 걸었던 저주가 확실히 풀린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거 내놓고 가라.”


제이드는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저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딱히 상관은 없는데.”


파몬드는 심장이 든 용기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손목에 힘을 빼고 좌우로 흔들었다.

현재 그에게 주어진 명령도 혹시 모를 로먼을 확인 사살하는 것.


“갑자기 그러기 싫어지네?”


파몬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제이드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로먼의 육체에서 흩어지는 저주의 흔적이 심장에 집약되고.

심장에서 문양이 빛이 나며 저주의 부활을 알렸다.


“너도 조금은 나의 기분에 동조해주라.”


올라가는 입꼬리와 고약한 눈웃음.

파몬드의 수작으로 아그네스에게 걸린 저주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제이드는 고함을 지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흔들며 도망치는 파몬드를 향해서 전력으로 달려가서 베었다.

서걱-.


“...”


홀로 남은 제이드의 곁에는 앙상하게 변해버린 로먼의 시체, 그리고 누군가의 오른팔 팔꿈치 아랫부분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


어두운 배경의 적막한 장소.

파몬드가 애용하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 그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끄응...!”


주변에 널린 피에 절은 붕대와 솜.

절단된 팔뚝을 끈으로 동여맨 파몬드가 혼잣말로 한탄했다.


“아, 씹. 그냥 주고 올 걸 그랬나.”


붕대로 꽁꽁 감싼 오른팔을 보자 살짝 후회가 되었다.

괜한 짓을 했나 싶었지만, 이렇게라도 복잡한 심경을 풀고 싶었다.


“그러게 적당히 몰입했어야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자신의 친우, 로먼.

끝없이 펼쳐진 천장을 바라보면서 그의 일을 회상한다.


로먼이 함정을 준비하는 동안, 드리머 소속 간부들은 자신의 손을 빌려서 중요자원들을 몰래 빼가고 있었다.

사명감에 파묻혔던 그는 조직의 행적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에 안 들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저 약간의 반항심. 그것이 로먼의 심장을 가져온 이유였다.

겨우 치료를 마친 파몬드는 근처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서둘러 심장을 숨겼다.


“누구... 컥!”


별모양의 귀걸이와 시뻘건 머리칼.

갑자기 등장한 메리가 순식간에 파몬드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내가 경고했지. 일 키우지 말라고.”

“큭, 잠깐!”


막강한 마력을 내뿜으면서 파몬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당장 그거 내놔. 죽여버리기 전에.”


메리는 파몬드가 로먼의 심장을 뽑아왔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파몬드는.


“메리, 난 로먼처럼 말로만 하는 협박은 안 통해.”


모양새는 볼품 없었지만, 짐짓 여유롭게 말을 받아친다.


“그래? 그러면 클레인을 죽이겠다고 말하면 좀 협박이 되려나?”


메리의 말에 파몬드의 얼굴이 굳어진다.

불꽃 튀듯이 눈싸움을 벌인 끝에 입을 연 것은 파몬드였다.


“에휴, 그래 내가 졌다.”

“빨리 안 꺼내고 뭐하냐.”


파몬드의 항복선언에도 메리는 거칠게 흔들며 윽박질렀지만.

위협에도 그는 물건을 넘겨주지 않고, 오히려 다른 것을 제시했다.


“좋은 걸 알려줄 테니. 넘어가 줄래?”


대답은 없었지만 파몬드는 메리가 들어보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참을 뜸들여서 메리의 인내심이 바닥났을 때 즈음.

파몬드가 조심스럽고 빠르게 말했다.


“제이드가 예언서의 주인공이야.”


메리는 한순간 손에서 힘이 빠져 멱살을 놓칠 뻔했다.


“...정말이냐?”


파몬드의 결백을 주장에도 그녀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지만.

내심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노력 중이었다.


“...그런 거 모른다고 했었잖아.”

“당연히 거짓말이지.”


메리의 말에 파몬드는 어깨를 으쓱였고, 그녀는 곧바로 손을 놓아버렸다.


“아야. 살살 좀 놓지.”


덕분에 엉덩방아를 찧은 파몬드는 엉덩이를 살살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설마 제이드한테 가는 건 아니지?”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눈빛.

메리는 파몬드가 부탁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내가 미쳤다고 그러겠냐. 수련하러 간다.”


일단 조용히 지켜볼 생각이다.

일선에서 물러난 메리가 갑자기 활동을 시작한다면 그녀의 스승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간만에 죽여야할 상대가 나타났군.’


예언서의 주인공인 제이드가 대륙의 주역으로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메리는 그때를 기다리며 단련할 생각이었다.


“휴우.”


메리가 모습을 감추자 파몬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굉장한 비밀을 알려준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게 딱히 손해는 아니다.


‘어차피 알려줄 거였으니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클레인은 아직 죽으면 안 돼.’


연합 왕국 쪽에서 곧 있으면 성과가 드러날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 폭탄을 터뜨릴 열쇠였는데.


‘안되면 억지로라도 해야지.’


파몬드는 별일 없이 부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생각을 마친 그는 균열을 열어 아직 남아있는 로먼의 본거지를 염탐했다.


“어디 보자, 벌써 갔어? 하여튼 빠르다니깐.”


숨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에녹이 입구로 당당히 들어온다.

전투요원으로도 못써먹을 피라미들은 에녹의 상대가 되지 못할 터.


“볼 것도 없지. 미리 해놓길 잘했네.”


제이드와 다투기 전에 준비를 마쳐서 다행이었다.

파몬드는 제국이라는 괴물의 아가리에 물려줄 먹이를 두고 왔고, 그들은 적당히 던진 먹이를 물고 일단 물러나 줄 것이다.


‘소화할 때까지 다른 먹이에 눈을 돌리지 않겠지.’


상부에서 내린 모든 임무를 마무리한 파몬드는 지쳤다는 기색으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쉬운 길을 선택했지만, 이게 정말 좋은 선택일까.

이런 자신과 달리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행동했던 로먼.

파몬드는 그나마 마음이 통하고 유일한 동료였던 그를 위해 눈을 감고 잠시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


제이드 일행은 휴식을 취하면서 일단 에녹을 하루 동안 기다려보기로 하고.


“이거 더럽게 질기네!”

“음!”

“힘 좀 써요.”


무스타바와 제이드는 클로에의 주도하에 곰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박제해서 박물관 짐승 분류에 전시하겠다나.

그리고 피노는 클로에의 배려로 그 역할에서 벗어났다.


“~”


오랜만에 혼자서 즐기는 여유로운 산책.

피노는 기분이 이끄는 데로 마음껏 활개치고 다니는데.

어느덧 해가 질 무렵까지 놀아 버렸다.


“!”


돌아가려는 피노의 눈에 보이는 파묻힌 흔적.

그는 홀린 듯이 그 무덤을 파 내려갔고, 곧이어 앙상한 시체가 모습을 드러나고.

불현듯 허기가 느껴진다.


“?”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 직접 느껴본 적은 없었던 배고픔.

닫혀있었던 얼굴의 입구멍이 열리며 뼈만 남은 손을 입가에 가져간다.

손가락 끝 부분을 씹어대자 으깨지면서 핏물이 배어 나온다.


“!!!”


너무나 달콤하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미각.

피노는 손가락 마디를 으적으적 씹어서 미친 듯이 피를 섭취했다.


“피노, 어디 있어요!”

“어디까지 놀러 간 거야.”


멀리서 들리는 예민한 음성들에 피노는 정신을 차렸다.

허겁지겁 흙으로 덮은 뒤 가장 가까운 강가로 향해 뛰어들었다.

첨벙-.


“뭔 물놀이야. 나와.”


곧바로 등장한 제이드가 피노에게 손짓했다. 아무래도 해가 진 탓에 마중을 나왔나 보다.

끼이익.

피노는 평소보다 훨씬 뻣뻣한 움직임으로 제이드를 따라나섰다.


“내일부터 에녹 찾으러 가야...”


앞서가던 제이드는 돌연 말을 멈추더니 피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머리 위에서 땀처럼 흘러내리는 물방울.

긴장한 피노에게 제이드가 입을 열었다.


“피노, 너 머리가 변했다?”

끼릭.


그 소리에 피노가 머리를 만지자, 한 쌍의 새싹이 피어났던 정수리에 덥수룩하게 큰 잎이 자라나 있었다.


“성장기였어?”


제이드가 놀라며 물었고, 피노는 열심히 머리를 끄덕였다.


“식물이 원래 이렇게 한 번에 자라던가...”


텅텅.

피노가 가슴을 두드리며 바라보자.


“하긴 네가 잘 알겠지.”


제이드는 적당히 수긍하며 넘어갔다.

그리고 문제의 그 장소를 지나치는데.


“뭐야, 짐승이 파헤쳤나.”


뒤집어진 흙더미에 제이드가 눈살을 찌푸린다.

피노는 있지도 않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기분을 느꼈고.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 태도에 안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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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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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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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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