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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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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76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18 18:06
조회
1,256
추천
10
글자
11쪽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DUMMY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화창한 아침과 다르게, 숙소 입구 게시판에는 기사들을 절망에 빠뜨릴 공문 하나가 걸려있었다.


-프리지아 로디니움의 회의 결과 제국력 1322년도 기사 임명은 0명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 온 힘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로디니움에서는 이번 년도 기사를 뽑지 않을 모양이다.

게시판 앞에 모인 수습기사들이 황망한 얼굴로 공문을 쳐다보았다.


“이거 실화냐?”

“아니 꿈인 듯. 한번 때려봐도 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은 두 기사 중 한명이 실제로 주먹을 휘두르고, 맞은 기사가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끄억, 너 인마...!”


움츠린 채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뒤에 서 있는 인물의 발을 밟아버렸고.

후딱 정신을 차린 수습기사는 뒤를 돌아서서 사과를 건넸다.


“앗, 미안.”


숙소에 있는 수습기사들을 두루두루 알고 있으니, 이 정도로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비켜.”


험악한 인상과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

수습기사들의 기피 대상 1순위 제이드가 있었다.


‘하필. 제이드였냐...!’

“하하, 미안...!”


사정없이 구겨진 표정으로 보아 당장에라도 주먹이 날아올 것만 같았다.

두 수습기사가 제이드의 말을 따라 어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재수 없는 새끼.”

“듣겠다. 조용히 해.”


수습기사들이 자신을 욕하지만, 제이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정확히는 신경 쓰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나라야.’


공문에 적혀있는 글구.

제이드는 게시판 앞을 점령하고 몇 번이고 글을 읽어나갔다.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 문구는 왜 쓰는 거야.’


낙심하는 제이드에게서 쾰른의 어렸을 적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험상궃게 변한 얼굴과 위협적인 분위기.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쾰른에 있어야 할 제이드가 어째서 프리지어에 있는 것일까.


‘내가 수습이라니......’


그런 것들은 젖혀두더라도 아직도 정식 기사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제이드를 충격에 빠뜨렸다.

우여곡절 끝에 프리지아에 도착했지만 제이드의 상황은 잘 풀리지 않았다.


*


수습 마법사들과 기사들의 숙소는 약간 떨어지게 지었지만, 식당은 두 기숙사 사이에 존재했다.


-차후 그들은 왕성에서 같이 일할 수도 있는 인재들, 어느 정도의 안면을 익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러한 왕실의 노력이 무색해지게 식당에는 수습 마법사들만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었다.

넓은 식당에 기사로 보이는 인물은 제이드 한 명.

오직 그만이 구석 식탁에 앉아 홀로 식사하고 있었다.


“콜린, 어제 연구동에 왜 갔어?”


마법사치고는 덩치가 큰 청년이 콜린이라는 청년에게 질문한다.

갈색 머리의 특징 없는 평범한 이목구비.

콜린은 생긴 것에 맞게 수습 마법사 중에서, 실력이 중위권 끝자락에 걸쳐 있는 마법사였다.


“조라 님이 부르셨어. 부탁받은 것도 있고.”

“무슨 부탁인데?”


덩치가 큰 마법사, 앙드레는 숟가락을 놓지 않은 채 콜린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저기 쟤 보이냐?”


콜린이 주변 눈치를 보더니, 모퉁이에서 식사 중인 제이드를 향해 턱을 들어 가리켰다.

앙드레는 고개를 돌려 제이드를 살펴보고, 앞에 앉아 있던 안경을 쓴 마법사 티론 또한 눈길을 돌렸다.


“제이드를 말하는 거야?”


티론이 바로 제이드의 이름을 거론했다.


‘응 의외네? 제이드를 알고 있나. 뭐 유명한 녀석이니까.’


의외로 티론 또한 제이드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이야기하기 편해졌다고 여겼다.


“걔가 왜?”


티론은 콜린이 답하기 전에 다시 한번 질문을 건넨다.

그답지 않게 급히 물어보는 모습에 의문을 느끼면서, 콜린은 반대로 티론과 앙드레의 생각을 물었다.


“너희 어떻게 생각해?”


티론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고, 옆에 앉아있던 앙드레가 먼저 대답했다.


“뭔 생각. 쟤 생김새를 말하는 거면 참 무섭게 생겼지.”

“킥킥. 그거 인정이야.”


직설적인 앙드레의 답변에 콜린이 숨죽이며 웃었다.


“어휴, 살떨리긴 하지.”


제이드 특유의 험악한 분위기는 정말 무서웠기에,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근데 좀 멋지지 않냐.”

“으음. 그것도 인정.”


티론이 대화에 끼어들어 말을 툭 내뱉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체 풀어헤친거 보고 여자마법사들이 아주 난리였지.’


남자라면 부러워할 근육질 몸매에, 수습기사 중에 가장 강하다는 소문까지 도니 더욱 그럴 듯하게 보였다.


“그런데 너 왜 기분 나쁘게 평가질하냐. 요점을 말해.”

“너도 같이 시시덕거리다가 왜 나한테 뭐라 해.”


갑자기 티론이 정색하면서 더 말이 나오는 것을 막았고.

콜린은 어이없었지만, 자신이 말을 꺼낸 게 맞기에 억울해도 참고 본론을 꺼냈다.


“너희도 알지? 쟤만 남은 거?”

“그게 어때서.”


수습기사들을 좌절에 빠뜨린 공문이 내려오고, 그나마 남아있던 수습기사들이 짐을 싸들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덕분에 기사들의 숙소 게시판에 올라온 공문은 수습 마법사들한테도 잘 알려져 있었다.


“다들 미련없이 떠날 만 했어.”


모두가 떠났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제이드만이 홀로 남았다.

제이드가 무슨 생각을 하고 남아있는지, 알고 싶어도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었다.


“왜 남았나 물어 보려고.”


앞에 앉은 둘은 시큰둥했다.

궁금하기는 하나, 말 그대로 굳이 제이드에게 물어볼 것은 없었다.


“참 쓸데없는 짓을 한다.”

“그게 그리 궁금하냐?”


마법사들은 특히 개인주의가 강한 면이 있기에, 사적인 질문은 받기도 하기도 껄끄러웠다.

장난스럽게 굴던 방금과 달리 콜린이 진지하게 말했다.


“의도가 불순하다면 내보내야 한다고 들어서.”

“하, 네가 제이드를? 무슨 자격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티론은 숟가락을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난들 아냐. 조라 님이 그리 부탁하시는데.”


콜린이 자기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조라님이?”


조라는 왕실 마법사로 실력이 엄청난 사람은 아니었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한 마법사였고.

그런 마법사가 간곡히 부탁하니 콜린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거야 알 수 없는 일이지. 난 부탁받은 대로 할 뿐이야.”


식사를 마친 콜린은 식기를 정리하고, 제이드가 있는 구석 자리로 다가갔다.


한편, 제이드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여왕의 손아귀를 벗어날 생각을 했을 때부터, 제이드도 힘든 여정이 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첫발을 떼는 것에 시도했다.


‘출발은 좋았지. 의외로 쉽게 국경을 건넜고.’


현재는 기사가 되려는 첫 단계부터 대차게 꼬여버렸고, 타올랐던 열정이 신속하게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돌아갈 생각은 없어.’


독재자에게도 억압당하지 않을 힘을 가진다면 모를까.

힘겹게 겨우 탈출했기에 스스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이제 거기에는 남아있지 없으니까.’


자신의 전부였던 어셔 가문은 이제 고통만을 주었고, 견디지 못한 제이드는 모든 족쇄를 풀어헤치고 도망쳐왔다.


‘그냥 제국으로 갈걸 그랬나? 아니지 좀만 더 있어보자.’


제국까지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지나가는 길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디아나의 소식에 로디니움으로 걸음을 돌렸다.


‘...디아나 너는 잘살고 있구나.’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에 비해, 디아나는 여전히 승승장구하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프리지아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제국의 기관에 고용된 그녀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제이드는 똑같이 조국을 벗어났는데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처지에 쓴웃음을 지었다.


‘어찌 됐든 만나도 문제없다는 게 중요하지.’


나쁘지 않은 점이 딱 하나 있었다.


‘이제 나는 쾰른의 귀족도, 여왕의 수하가 아니지.’


디아나와 억지로 싸우거나 다툴 이유가 사라졌다.

적이 아닌 상태로 만난다면,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언제 올려나.’


디아나를 언제 만날지는 모르지만, 기대되는 요소임은 틀림없었다.


‘근데 저 새끼들은 뭐야?’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가 오래간만에 좋은 기분을 더럽힌다.

제이드라는 이름이 그의 귀에 속속히 들려왔다.


'다들린다. 마법사놈들아."


디아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라 몸을 사릴 생각이었지만, 참을 수 있을지 제이드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제발 나 좀 내비둬라.’


제이드의 성질은 좋지 않은 시절을 겪으며 난폭해졌고, 인내심은 어렸을 때가 훨씬 나았을 지경이니까.


“좋은 아침이야, 제이드. 오늘도 새벽 단련을 하고 온 거야?”


그것도 모르고 평범하게 생긴 수습 마법사가 다가오고, 가볍게 인사를 하며 앞자리에 앉았다.


“일과니까, 당연하지.”


제이드는 아직 식사를 마치지 않았기에, 수저를 멈추지 않았다.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식사에 집중하는 제이드가 콜린을 다그쳤다.


“용건이나 빨리 말해.”

“별 다른 게 아니라, 궁금한 게 있어서.”


기분 나쁠 수 있는데도 콜린은 웃으며 용건을 꺼냈다.


“다른 수습기사들은 전부 갔는데, 너는 다른 곳에 갈 생각 없어?”

“없어.”


고민도 없이 나오는 즉답.


'내가 왜?'


반복되는 일상이 따분하지만 다른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 의식주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곳을 나갈 이유가 없었다.

한번은 디아나를 만나기 위해 제국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으나, 그날 바로 생각을 철회해버렸다.


'괜한 짓이지. 나야 반갑겠지만. 디아나는 싫어할지도 모르지.'


예상보다 그녀가 반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고생하면서 찾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제이드는 디아나가 이곳으로 온다면 모를까. 굳이 스토커처럼 그녀를 쫓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그게 전부면 꺼져.”

“아니, 그으게 말이지. 내가 부탁받은 게 있어서.”


제이드의 단호한 어투에, 콜린이 말을 늘어뜨리며 조심스럽게 이어나갔다.

콜린은 자신의 머리를 짚으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골라 갔다.


“이유를 말해줄 순 없는 거지?”

“...”

“어떻게 할까. 음... 그래, 대련, 대련하자.”


제이드의 의도를 알아내지 못하자, 콜린은 대련으로 조라에게 받은 부탁을 대신할 생각을 했다.


'실력만 충분하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아무런 문제 될 게 없지.'


수습기사들의 뜬 소문 따위 믿을 수 없었고, 이 부분은 콜린이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 하자.”

“너 화끈하구나. 어디서 볼까.”

“제1 연무장이 그나마 넓어.”

“좋아. 거기서 보자.”


콜린은 빠르게 일이 진행되자 기뻐하며 자신의 친구들 곁으로 돌아갔고, 주변에서는 수습 마법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련...?"

"구경갈까?“


관람하러 올 것으로 보이는 저 수습 마법사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대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이드는 식후 운동도 거칠게 하는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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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5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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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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