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히키코모리다. 집에서 안 나온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화장실조차 가기가 싫어서 음료수 산 페트병에다가 대충 누고, 대변을 싸러 갈 때나 라면을 데우거나 시킨 배달음식을 받으러 갈 때나 밖에 나간다.
대학교에서는 흔히 말하는 ‘아싸’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집에는 피규어를 소장하는 피규어 진열대가 있고, (물론 수백 가지의 다양한 미소녀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다)
커다란 다키마쿠라에는 라노벨 『냉면 먹다가 사래 들려서 죽었다가 태어났더니 이세계였습니다』의 히로인인 다시바 시이네 (田芝 椎音) 쨩이 반쯤 벗은 교복 차림으로 나를 향해 엉덩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 나는 오타쿠다. 그것도 중증이다. 흔히 ‘씹덕’이라고 이름 붙여지는 그것 말이다.
이미 내 벽지에는 온갖 캐릭터 일러스트들이 붙혀져 있다. 계중에는 내 게임 캐릭터를 커미션받아서 놓은 그림들도 있다. 내 닉네임, [히세리아♪]의 이름을 붙인 귀여운 마법소녀 캐릭터가 인기 길드원 한 분과 함께 로맨틱한 모습으로 그려진 그림과 함께, 다른 옆 쪽에는 자지를 손에 쥐고 열심히 봉사중인 내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이 캐릭터를 갖고 나는 컨셉을 잡았다. 14살의 마법소녀. 영원히 늙지 않는 어린 소녀. [히세리아♪]. 이 닉네임으로 SNS부터 『마블아웃사이드』의 고정닉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름 인터넷에선 유명한 고정닉이다. 저번에 초등학생을 성희롱하고 싶다는 글을 썼다가 인터넷 뉴스에까지 올라갔으니, 나의 위상은 이로 말할 수 없다.
SNS 계정에도 그 위상은 어디 가질 않는다. 매일 팔로잉하는 사람들과 밑의 내용 같은 역할놀이를 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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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세리아♪] @HiSeriA_Lover
@Buck_L 님에게 보내는 답글
우왕! 아조시 건 정말 커다랗네요! 어떻게 이 큰 걸… (선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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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t. 벅s] @Buck_L
후후… 재미있겠구나 히세리아 양... (자신의 것을 위아래로 흔들며 히세리아의 얼굴에 갔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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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세리아♪] @HiSeriA_Lover
아앙♡ 아저씨의 것 너무 크고 단단해… (그러면서 벅의 물건을 젖꼭지로 갖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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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위의 일들을 하면서 현실에서는 절대 못 해볼 일들을 해본다. 그게 너무나도 재밌다. 인터넷에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현실에선 33살 무직 백수일지 몰라도, 게임과 인터넷에서는 나는 14살짜리 소녀니까.
이 세계에선 그렇다. 가끔은 내가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여자로 태어나지 않으면 어떠리, 이렇게라도 대리만족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다름이다.
잠깐 쉬다가 라면 하나를 먹고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게임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강하다. 3일 전에 나온 최종 레이드 보스를 또 솔로 플레이로 클리어했다. 무기부터 방어구까지 모두 다 하이 클래스인 데다가, 등급도 가장 높은 아이템과 세트 아이템으로 완전무장한 상태다. 길드원들 중에선 아직 이 레이드를 혼자 깬 사람이 없다.
[히세리아♪] | [기르자이 솔플로 못하는 흑우 여러분들이 아직도 있으신건가요? 안쓰러워요... ]
[마초총각] | [기만자쉑]
[기무라오딱끄] | [아조시 게임 그만하고 제발 밖에 나가서 인생을 살아주세양...]
[왼손과오른손] | [구라 ㄴ 100% 주작임 이새끼]
부들부들대는 반응이 매우 보기 좋다. 기만하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없다. 턱을 만지자 까슬까슬한 수염이 느껴진다. 내 얼굴을 안 본지가 언제였더라, 아니. 애초에 언제 씻고 지금껏 안 씻었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렴 어떠리. 이래도 살아가는 게 인생인데.
이렇게 지내는 게 재미있는데, 누가 나보고 뭘 터치하겠어?
…그렇게 평생을 살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그렇게. 무의미하게 하루가 또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그 일상이 금가기 시작한 건, 『마블아웃사이드』에 한 글이 올라와서부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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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어조로 적힌 글을 처음에는 낚시글이겠으려니 싶었는데, 낚시글 치고는 댓글과 추천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신종 낚시글인가 해서 웃을 준비를 하고 게시글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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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밖에 나가지 마라. 시발 진심이다 병신들아. A4_KnifeLips 댓글 34 추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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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밖에 나가지 마셈 님들 뒤짐. ㄹㅇ루 농담하는거 아니다 얘들아 정신차려라
우리 동네 지금 밖에 막 좀비새끼들이 날뛰고 있음. 농담아님. 진짜임.
옆집에 아줌마가 막 주차장에서 생사람 뜯어먹고있다 진짜 농담아니다 너무무섭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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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52.xx.xx) | 병신새끼 망상병 또 도졌네 ㅋㅋㅋ
ㅇㅇ (47.55.xx.xx) | 일기는 메모장에 쓰자
Victor. | 갑분좀
ㅇㅇ (58.77.xx.xx) | 님 꿈 꾸심?
ㅇㅇ (44.85.xx.xx) | 야 시발 잠시만 꿈이 아닌것같은데????
ㅇㅇ (44.85.xx.xx) | 우리동네도 난리났음 미친새끼들 막 존나 괴성지르면서 다닌다 ㄷㄷ
응딩이방딩이 | 야 시발 뭐야뭐야 진짜야?
진짜로 일어난 사건인 것 마냥 진지하게 대답하는 댓글이 반.
장난에 구라까지 말라는 글이 반이었다.
흥미로운 글이다. 거짓말로 넘기기에는 뭔가 쓸데없이 설득력이 생긴 나는 곧바로 포털사이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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