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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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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1,525

작성
22.07.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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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 카지노 (3)

DUMMY

“······임유나 오퍼레이터, 잠시 이야기 좀.”

“잠시만요, 저 지금 계속 따고 있는데요······! 흐름을 놓치면 안 될 거 같은데요?”


사람의 욕망이라는 게 다 비슷비슷한 거 같다.

테이블과 내 얼굴을 몇 번 번갈아가며 보더니, 자리를 정리하며 곧장 일어났다.

······나였으면 못 일어났을 거 같은데.

욕망은 비슷하지만, 의지라는 것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구나.


아무튼, 임유나 오퍼레이터가 자리를 뜨자 그 테이블의 모든 시선이 임유나에게로 꽂혔다.

‘감정’을 통해 동일하게 적힌 소속들을 확인하고나니, 이제서야 그들의 행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명분이 없었기에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붙잡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말은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하더니, 결국 나와줬네요?”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의 판단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오답을 낼 수도 있다.

이렇게나 맹목적인 믿음은 괜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하, 나는 너털웃음을 흘려 부담감을 살짝 줄이며 그녀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황하지 말고 잘 들으세요. 지금 눈만 살짝 굴려가면서 주위 상황을 봐주세요.”

“네, 네!? 갑자기 무슨!?”


갑자기 거리가 훅 줄어서 그런가, 당황하듯 물러나려던 임유나는 곧장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주위를 살피며, 그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 왜 저희를 보고 있죠? 제가 돈을 왕창 따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 카지노의 경비원이 오지 않는 것으로 봐선 문제가 될 정도로 딴 것 같지는 않고. 제가 생각하기엔, 일단은 감시 수준인 거 같은데······.”

“어째서요······? 역시 돈을 왕창 따서 그런가?”


그 부분은 확실하지 않았기에, 선뜻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길도의 계획이 알려져 이길성의 귀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에야, 저들이 다른 이유로 우리를 감시할 일은 없기에 그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럴 수도 있어요. 임유나 오퍼레이터가 돈을 잔뜩 따서.”

“하지만, 그건 운이 좋았을 뿐인데도요······!?”

“운이 좋았다기 보다도, 판 자체가 조작되고 있었어요. 처음에 돈 맛을 보여주고 그 이후에 임유나 오퍼레이터의 지갑을 탈탈 털 예정이었겠죠.”

“완전 소름이 돋네요. 진짜, 카지노라는 거 생각보다 별로인 거 같아요.”


내 말을 듣던 임유나는 제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근데 별로라는 거 치고 완전 신나게 즐기지 않았나?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돈을 잃어줘야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룰렛 테이블에서 돈을 더 따기엔 문제가 있을 거 같죠?”

“그건 그래요. 다른 곳으로 옮겨갈까요? 다른 테이블에서도 뭔가 운이 좋을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자신만 믿으라는 얼굴로 제 자그마한 알통을 자랑하는 임유나.

뽈록하며 조그맣게 튀어나온 걸 보니, 믿음직스럽진 않고 귀여운 사이즈라 생각만 들었다.


“일단 문제가 생기기 전에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는 게 우선일 거 같아요. 합류한 이후부터는 우리도 쪽수가 되니 문제 요소가 줄어들 거 같죠?”

“그건 그래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쪽이 훨씬 든든하긴 하지만······.”

“하지만······?”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와 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받는 것 같아서요.”


갑자기 훅 들어오지 마라.

저런 말을 들으니 괜히 송구스러워졌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곤 시선을 돌렸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일행의 쪽수가 늘어나도 카지노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길성의 끄나풀이라는 것은 변하지가 않는다.

허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해 전투가능 인원들과 합류하는 쪽이 더 나은 판단이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일행들의 대인전투 능력에 대해 확신이 서질 않는다.

리베르타 아카데미의 에스콰이어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레니게이드 전투에 정통한 존재들이지만, 대인전투에 얼마나 능통한지는 확인하지 못했기에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음, 홍서아 교관님의 백병전투 관련 강의를 지속적으로 들었으니, 어느정도 수준은 될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지만,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일단은 한 번 모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큼. ······박수정 연구원은 저희 누나랑 같이 있으니, 경환이부터 찾을까요?”

“좋아요, 근데 가람씨는요······?”

“걔는, 조금 늦게 찾아도 알아서 잘 할 걸요? 걔 성격 보셨잖아요?”

“하긴, 가람씨가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 다음으로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생도긴 하죠.”


도대체 어떤 부분으로요?

그 의문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으나, 대답을 들으면 상처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내뱉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가람씨도 혼자인데······. 저희와 합류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저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언제나 규칙과 원칙을 우선시하려는 임유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에 그저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뇨, 경환이를 우선으로 하죠. 그리고 제가 이렇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글쎄요, 음······. 믿음이라 해야하나?”


플레이어블 캐릭터.

즉, 주인공에 대한 믿음과 한가람에 대한 믿음이 혼재되어 있기에 뭐든 해낼 수 있는 가능성과 의외성을 믿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게, 레니게이드조차 몰지 못하던 녀석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금은 한 명의 훌륭한 후보생으로 일인분은 하지 않는가.

게다가 그 녀석의 강점은 전략과 전술이니, 충분히 내 계획을 보조해줄 수도 있고.


······그리고 내 계획대로라면 단독으로 움직이며, 이후에 합류하는 쪽이 훨씬 도움이 된다.

이 녀석이 할 일은 따로 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합류해야 할 사람은 경환이, 그리고 또 다른 조력자들 뿐이었다.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유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내 옆으로 바짝 따라붙어 손을 잡았다.


“에스코트, 이거 아직도 유효한 거예요?”

“당연하죠, 빨리 이동해요. 경환이가 기다리겠······.”

“내가 돈을 땄다는데, 뭐가 문제지? 원래 이 카지노라는 곳은 손님 대접을 이딴 식으로 하나? 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임유나는 깜짝 놀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붙잡은 손까지 화들짝 놓을 정도다.

······조력자님께서 드디어 와주셨구만.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 저 분······.”

“예,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적확한 존재가 드디어 이곳에 오고 말았네요.”


우리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엔 타오르는 불꽃이 떠오르는 존재가 경호원과 대판 시비가 붙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홍서아 교관.

그리고 그 옆엔, 불쌍한 희생양으로 보이는 박철 교관님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 * *


맨몸 대인전투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손에 꼽으면 딱 한 사람이 떠오른다.

내가 얻은 ‘무예의 달인’ 특성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이자, 검의 달인이며, 레니게이드를 베어버린 기사.

심지어 대형종들과도 맨몸으로 싸울 수 있는, 무장전선 세계관의 몇 안되는 헌터······.


“쳐다보는 자들은 다 한패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래서 어떻게, 이쪽과 싸우기라도 할 건가?”


······홍서아 교관님은 당장이라도 뒤집어 엎을 기세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임유나가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했지만,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유나 누나, 저분 성격이 원래 저러셔?”

“평소에는 조금 더 무신경하다고 해야할지, 쿨하시다고 해야할지······.”

“쿨한 편이긴 하죠, 아무래도······.”


소동을 일으킨 주범, 홍서아 교관을 중심으로 모여든 일행은 그저 혀를 내두르며며 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경환이의 경우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깜짝 놀라 와보니 일행과 마주친 상황이었고, 박수정과 이지수는 애당초 이 근처 블랙잭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물흐르듯 합류할 수 있었다.


“큰 문제가 일어나는 걸 바라지는 않을텐데?”


홍서아 교관님, 성능 참 확실하구만.

원작 내에서도 웨이브를 막는 성능 자체가 단일 개체로는 당연히 최강이었지만, 이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일행을 하나하나 찾으러 갈 필요도 없애주고, 이렇게 보호와 감시의 차단까지 확실하게 해주니 그저 국밥을 먹은 것마냥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미안하게, 되었군. 홍서아 교관이. 크흠.”

“아닙니다, 박철 교관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휴가나온 김에, 지하 층에 카지노가 있단 이야기를 홍서아 교관이 하더군. 그래서 가볍게 즐길까 했는데 워낙에 성격이 불같아야지. 계속해서 돈을 따다보니 경비가 내려왔고 보다시피.”


박철 교관님의 시선이 홍서아 교관님께로 향한다.

음, 그래서 저런 상황이.


그래도 참 적확한 타이밍에 움직여준 건 감사한 일이다.

카지노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통속이라는 것까진 대비하진 못했지만, 홍서아 교관님의 합류로 탈선했던 내 계획이 차츰 원래의 자리를 되찾고 있었다.


“그러는 자네들은······.”

“휴가 아니겠습니까, 휴가. 도박보다도 체험의 느낌에 가깝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게 어딜 봐서 체험이라 생각하나?”


박철 교관의 시선은 박수정과 이지수의 칩 바구니를 향했다.

······그 칩 바구니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칩들이 쌓여 있었다.


“그러고보니, 임유나 오퍼레이터. 칩들은요?”

“당연히 잘 챙겨왔죠?”


임유나는 제 바구니에 담겨있는 칩들을 내게 보여줬다.

······임유나가 딴 칩들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여기서 벌어들인 액수들의 합이 상당히 아찔하단 걸 깨달아 버렸다.


“아무튼, 너무 도박같은 것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학중이고, 우리도 휴가중이니 교관과 생도의 관계가 아닌 먼저 더 산 어른의 조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군.”

“······네. 당연한 말씀입죠.”


우리의 시선은 모두, 너무나도 확실한 반면교사를 향해 있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 반면교사가 감시를 차단해준 덕에, 제대로 수색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만, 조금 문제가 생겨버렸다.

이것에 관해서는 한 배를 탄 이지수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누나, 잠깐만······.”

“응? 왜, 길수야?”


나는 조용히 일행들에게서 벗어나, 이지수를 향해 손짓했다.

그 손짓을 본 이지수는 내 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알아낸 거 있어?”

“음, 블랙잭을 하는 법? 길수는 알아낸 거 있어?”

“와, 진짜 굉장한 걸 알아냈네. 대단하다. ······아무튼, 누나. 우리를 제외한 여기 모두가 한통속이라고 보면 돼. 길도형이 말하던 아버지의 끄나풀인 것 같아.”

“······전부? 직원들?”

“아니, 손님까지.”


내 말에 이지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나도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상당히 경악스럽긴 했다만······.


“······길도 오빠가, 그냥 우리 지갑을 털어먹으려고 카지노로 유인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진짜 연구소가 있는거야?”

“안타깝게도 길도 형의 말이 맞는 거 같아. 인원 배치를 보니, 지하에 진짜 비밀 연구소가 있는 것 같아. 문제는 저쪽 머신들이 있는 곳이랑 룰렛 테이블까지 돌았음에도, 입구로 보이는 곳이 전혀 없었다는 건데. 입구같은 거, 본 적 있어?”

“끙. 미안해, 길수야. 길수가 이렇게 열심히 찾고 있는지도 모르고 블랙잭만 하고 있었으니······. 누나를 질책하고 힐난해도 괜찮아······!”

“됐거든요.”


거짓 울음을 터트리며 내게로 안겨드는 이지수를 가볍게 밀어내는 것으로 질책과 힐난을 퍼붓기를 거부했다.

이지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시무룩해진다.


“아무튼 한가람 쪽에게도 연락을 넣어둘테니, 우리도 여길 중심으로 각자 움직여보자. 홍서아 교관님이 감시를 원천차단해주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면 문제가 없을 거야.”

“······이번에야 말로, 이 누나가 열심히 해볼게! 알았지······? 길수야, 이 누나만 믿어?”

“네에, 네. 믿어요, 믿어.”


그 말을 끝으로 나와 이지수는, 홍서아 교관님을 방패로 삼아 그 자리를 이탈했다.


······비밀 연구소의 입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곳일까?

나는 의심이 될만한 곳들을 모조리 ‘감정’스킬로 확인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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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3. 고인물 (3) 22.07.29 120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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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1. 이중 게이트 (1) 22.07.17 19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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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6 9 13쪽
55 15. 카지노 (4) +1 22.07.02 293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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