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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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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피지컬 만렙으로 발롱도르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완결

이고난
작품등록일 :
2022.09.02 16:08
최근연재일 :
2022.11.07 21: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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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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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7,795

작성
22.09.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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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난 언제나 제자리 걸음 - 1

DUMMY

난 언제나 제자리 걸음 - 1







스포츠 선수에게는 저주와도 같은 단어가 있다.

유리몸.

유리로 만든 것처럼 쉽게 부상당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아니 비난하는 말이었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도, 고질적인 부상 때문에 꾸준하게 출전하지 못한다면 그 재능을 개화시킬 수 없었다.

그것이 나, 고준의 1회차였다.

“미안한데, 너 저기 부산이랑 트레이드 되었다.”

“네? 트레이드요?”

트레이드가 흔하지도 않은 축구에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감독님에게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감독님의 저 말을 무슨 수로 반박할 수 있었을까.

“너 이번 시즌 나온 경기가 10경기야. 10경기. FA컵 포함해서. 그런데 이걸 계속 데리고 있자니, 앞으로 허벅지, 무릎, 고관절, 게다가 무슨 손가락 뼈까지 약하다고, 부상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내가 뭘 어쩌겠냐. 내가 말 했잖냐. 적어도 체중 조금만 더 불리면 안 되겠냐고. 너 몸 얇은 거 다 알아서 조금만 붙어도 너가 자랑하는 패스, 개인기 이런 거 다 막히는데. 나도 너 키우고 싶다고 위쪽에다가 계속 말했어.”

“.......”

“근데 그게 안 되더라···. 미안하다.”

나를 발견하고, 키우신 김 감독님의 말이라서 더욱 뼈아팠다.

“...알겠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시고, 고아인 나를 지원해주시고 프로까지 데뷔시켜주신 감독님이셨다.

김 감독님의 지도 덕분에 K리그 2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되었고, 그 활약으로 승격까지 했었다.

다만 한 시즌에 많아도 나오는 경기가 20경기 안팎이었고, 이게 구단 위에서는 좋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아악!”

삐삐삑!

결국 터지고 말아버린 치명적인 부상.

무릎 쪽 인대가 파열됨과 동시에 골절까지 벌어졌다.

이걸 재활하는 과정에서 한 시즌을 날려먹고, 다음 시즌에 복귀하긴 했지만, 겨우 10경기를 나왔을 뿐이었다.

이것이 구단 위에서는 좋게 보일리가 없었다.

나오지도 않고, 나와도 부상 이전만큼 해주지도 못하고, 그저 팀의 프렌차이즈라는 이름만 달고 연봉만 실력에 비해 많이 받아가는 놈.

그게 나를 바라보는 구단 고위층의 시선이었다.

이걸 통보해야하는 김 감독님에게 더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조심히 뛰어라.”

아픈 마음을 이끌고 간 다른 구단에서는 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몸이 얇고 근육이 잘 붙지 않는 내 몸 때문에 생긴 약점, 피지컬.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김 감독님은 나를 위한 전술을 세우셨지만, 다른 프로 팀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훈련에서 다쳐서 나오질 못하니까.

가끔가다 나오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피지컬에 밀려 제대로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 고준! 여기서 톡 찍어차는 패스!”

“박건영이 침투해 들어가면서, 몸을 날린 슈티이이이잉! 들어갔습니다!”

가끔가다 내 장점이 번뜩이는 장면이 나왔지만, 그걸 보기 위해서 데리고 있기에는 구단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계륵이었다.

로또를 긁기 위해서 로또를 계속 사는 것이 확률적으로 보면 손해인 것처럼, 나를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이 더 손해인 시즌이 더 많았으니까.

결국 31살이라는 축구 선수로서는 어린 나이에 은퇴를 결심했다.

“저 은퇴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마지막으로 은퇴했던 팀은 결국 돌고 돌아 처음 데뷔했던 그 구단.

김 감독님도 내 몸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은퇴를 말리지 않았다.

“먹고 마시고! 죽어보자고!”

그리고 나는 참아왔던 욕망들을 방출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고작? 이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나는 여태 술 한모금 안 마신 몸이라고.

안 그래도 다치기 쉬운 몸인데, 알코올이 들어갔다가는 무슨 문제가 생길 줄 알고.

하지만 이제는 은퇴한 몸.

“마시고 죽는 게 이런 거냐? 진짜 핑핑 돈다!”

“형! 그만 마셔요! 진짜 그러다가 집도 못 들어가.”

“몰라! 이젠 집도 필요 없어 이것들아!”

“아니 소주 반 병 마시고 완전 정신을 놓아버리신 것 같은데···.”

“주량이 저렇게 적은 거는 나 20살 때 이후로 처음 본다.”

“저 형 여태 술 한 모금도 안 마셨다고 하잖냐.”

“그럼 그럴 순 있긴 한데···.”

술을 처음 마시고 진탕 취한채로, 후배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집에 돌아갔다.

“형, 다음부터는 술 마시지 말고 콜라 마셔요. 뭐라 하는 놈들은 제가 막을테니까.”

“아우, 죽겠다. 이딴 걸 왜 마시는 거냐. 대체.”

“형처럼 되려고 마시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럼 내가 뭐, 어떡하라고. 내가 잘 못했다는 거냐?”

“거참, 빨리 발 닦고 잠이나 자요.”

기억이 가물가물한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쿵.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뻗어버린 기억만 남아있었다.

‘이러면 허리 아픈데···.’

이게 내 1회차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깨어나보니, 나는 18살로 돌아왔고 몸 상태도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과 비교하면 훨씬 좋았다.

“원래 이렇게 잘했나?”

“그냥 연습하니까 되더라고요.”

김 감독님도 놀랄만한 실력 상승··· 은 아니고 그냥 예전의 경험 덕분에 생긴 실력.

그 실력과, 부상을 어떻게든 입지 않으려고 하는 내 노력이 합쳐져서 그런지, 지난 삶보다는 훨씬 좋은 커리어를 보냈다.

K리그에서 J리그, 그리고 프리메이라 리가(포르투갈 1부리그), 리그 앙(프랑스 1부리그)까지 거쳤다.

물론 순탄하진 않았다.

J리그에서는 비교적 피지컬보다 테크닉을 중시하면서 내가 잘 적응 할 수 있었지만, 프리메이라 리가와 리그 앙에서는 정말 어려웠었다.

“이 개자식!”

“거지같은 놈! 엿이나 먹어!”

특히 달려와서 몸통박치기 날리고 씨익 웃은다음, 관중석의 팬들이 저런 말을 하는 걸 들을 때면 참 기분이 개 같았지.

그래도 나름 꾸준하게 주전 멤버로 활약했으니까, 이 정도면 성공한 축구 선수 아닐까 싶었다.

한국을 벗어나 유럽에서 뛰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 선수로 따지면 상위 몇 퍼센트에 달하는 수준이니까.

내가 뭘 가지고 해외 리그로 갈 수 있었냐고?

피지컬을 제외한 모든 것.

정확한 슈팅과 프리킥, 크로스, 창조성, 시야, 패스, 개인기를 통한 드리블, 탈압박까지.

솔직히 내가 나열한 것만큼은 세계 어떤 리그를 가도 상위권에, 아니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발목을 잡는 것은 언제나 이 망할 몸뚱아리.

물려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 몸이 가진 근육이 붙지 않는 체질에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근육과 인대.

이것만 어떻게 한다면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헤이, 고. 무슨 일이야?”

“혹시 네가 알고 있는 최고의 피지컬 코치 추천 좀 해줄 수 있어?”

“아, 이젠 내 차례인가?”

“음?”

“다들 동료들에게 한 번씩 물어봤다며. 슬슬 나한테도 물어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네.”

“그럼 빨리 알려줘. 미리 예상했다며.”

내가 아는 가장 피지컬 좋은 선수 중 하나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은 따로 없었다.

“나는 그냥 구단에서 시키는 것만 했어. 따로 내 몸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한 점이 없었다고.”

“...망할 유전자.”

“하하, 나도 네 발의 감각이 부러운데 말이야.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부드럽게 퍼스트 터치를 받고 라 크로케타를 할 수 있는 거야?”

“몰라. 그냥 하다보니 되었어.”

“거봐. 너도 이런 부분에서는 천재라니까.”

천재라···.

부정할 순 없었다.

내가 가진 축구적 재능은 다른 이들이 보면 가지고 싶어 안달난 것들이니까.

하지만 나한테는 오히려 바닷물 같은 것이었다.

마시면 마실 수록 갈증만 더 늘어나는.

몸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그때 거기서 몸싸움에 밀리지 않고 패스를 찔러줄 수 있었을텐데.

스피드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때 거기서 수비수에게 잡히지 않고 슈팅에 득점까지 넣을 수 있었을텐데.

슈팅력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그때 그 프리킥도 골키퍼가 반응하기 전에 넣을 수 있었을텐데.

활동량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그때 교체당하지 않고, 내가 직접 수비 가담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런 수많은 갈증들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축구를 그만할 수 있겠는가.

“조금 욕심을 버리고,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나는 이미 그걸 20년 넘게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31살의 나는 리그 앙의 몽펠리에에서 뛰고 있었다.

이미 리그 앙의 탑 티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지만, 한 시즌에 많아야 20경기 나오는 것은 동일했고 그 때문에 평가가 많이 깎였다.

심지어 나올 때는 다른 선수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선수라고, 욕도 많이 먹었지.

나를 활용하려면 나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하는데, 내가 나올수 있는 경기가 겨우 20경기 정도인데,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아주 합당하고 반박할 여지 없는 비판.

이런 것을 보고도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솔직히 나는 원래는 한 자리 더 높은 곳에서 뛰고 싶었다.

중앙 공격수, 스트라이커.

축구를 시작하는 모두가 한 번쯤은 꿈꿔보는 그 자리에서 내가 매 시즌 20골, 30골씩 뻥뻥 넣는, 그런 스트라이커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 피지컬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한 선 내려온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 포지션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삶의 끝은 아주 허무했다.

“흐읍!”

“잠깐만! 경기 중단시켜봐!”

“멈추라고! 지금 준이 죽으려고 하잖아!”

심장마비.

어이없게도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몰랐다.

그저 우리 팀이 공을 빼앗겨, 오랜만에 수비가담이나 좀 하려고 내려가려고 했건만.

갑자기 심장 쪽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곧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산소가 들어오지 않으니, 점점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준! 준! 정신 차려!”

“이대로 쓰러지면 안 되잖아!”

“닥터어어어! 빨리 구급차 불러! 심폐소생술 하라고! 빨리!”

동료들이 말하는 소리가 점점 멀리서 들렸고, 발음도 부정확했다.

“시··· 바···.”

술에 취해 어이없게 시작된 두 번째 삶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나버렸다.

그 와중에도 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존나 멋있는 골을 한 번 쯤 남기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으니.

내가 봐도 참 미친놈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것들을 지금 막 떠올린 순간.

“너는 방출이다, 준.”

“네?”

“맨유 유스에서 방출이라고. 너처럼 몸 좋은 놈이 소심해서 수비수들하고 비비지도 못하는데. 굳이 축구를 할 필요가 있겠냐? 차라리 크리켓이나 해라.”

나는 맨유 유스에서 방출당했다.

“몸도 좋은 놈이, 그 좋은 몸을 활용도 못하면서 원.”

그것도 다른 몸으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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