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59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23 21:30
조회
382
추천
3
글자
11쪽

227화

DUMMY

한순간의 바람이었다.

뺨을 스치고 옷자락을 휘날리는, 한순간의 바람이어야 할 터였다.


다만 시연의 눈엔 그것이 단순한 바람으로 비치지 않았다.

바람보다는 빠르나 폭풍보다는 약한.

그러나 허리케인의 회전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속도.


그런 광경이었고, 슈쿠랑은 그것을 재현하고 있었다.

검의 예기가 폭풍으로 변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만큼 슈쿠랑의 움직임은 날카로웠고 예리했으며 섬세하다 못해 정교했다.


‘이 정도 저력은 있다 이거지.’


한편 슈쿠랑의 공격을 직면해야 하는 시연은 그리 생각했다.

예비호위대라는 직위를 마냥 쉽게 따낸 것만은 아닌지.

그녀의 무력은 시연의 상상 이상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방심한다면, 곧이곧대로 날아와 제 목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대련의 범위라, 그런 일은 없겠지만.’


느낌이 그랬다. 단지 예리한 정도가 아닌, 잘 훈련받은 암살자가 적의를 뻗대며 죽음을 선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접근해 오는 슈쿠랑을 앞에 둔 시연은 방패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스킬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눈앞의 공격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시연은 숨을 뱉었다. 곧이어 집중하듯 눈을 감았다.

앞세운 방패에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우웅. 자신만이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진동 소리가 연쇄적으로 흘러 퍼졌다.


소리와 진동은 방패에 덧씌워졌다. 우웅. 우웅. 푸른 마력이 방패를 한 층 감싸는가 싶더니, 이내 일렁이는 막이 방패 전부를 덮었다.


일렁-.


무지갯빛을 띠는 색하며, 몽환적으로 일렁이는 빛하며.

흡사 작품을 보는 듯했다. 인간이 살지 않는 숲. 그곳 나무에서 사라락 떨어지는 잎사귀와 흐르는 물줄기를 빻아 섞기라도 한 것 같았다.


“자.”


준비는 이걸로 끝.

스킬, ‘미몽방위’를 사용한 시연은 들어오라는 듯 방패를 내세웠다.


“해보자고.”


극단적으로 강화된 방패.

미몽방위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대검을 사용할 수 없다는 패널티가 있었지만, 그건 패널티 축에 든다고도 할 수 없었다.


시연이 미몽방위를 사용하는 순간은, 필시 반격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일 테니까.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었다. 적어도 정령 마법을 사용한 슈쿠랑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반격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터.


시연은 침을 꼴깍 삼키며 공격에 대한 대비를 마쳤다.

이윽고 방패를 올림과 동시에 시선을 젖힌 순간,


휘익-!


사방으로 휘날리는 바람과 함께, 슈쿠랑의 돌진이 몰아쳐 왔다.


“하압!”


기세 좋게 함성을 지르며 접근해 오는 모습이 꼭 늑대를 연상케 했다. 행동 하나하나에는 망설임이 없었으며, 그 결과 공격은 파괴적인 위력을 뽐냈다.


팅!!


겨우 일 합을 막았을 뿐인데 방패가 찌르르 울렸다. 방패 너머,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과 팔에까지 알딸딸한 진동이 전해져 왔다.


입술을 짓씹은 시연이 한숨 돌리기도 전에 곧바로 연격이 쏟아졌다. 팅! 팅! 별이 선을 그리며 하늘을 수놓듯, 지금의 슈쿠랑 또한 그러했다.

시연을 중심으로 오각을 만들어 그 틈을 넘나들었다.

마치 제 땅이고 영역이라는 양 사선을 오가며 끊임없이 공격을 강행해 낸다.


촤악-!


“···!”


그 맹렬하디맹렬한 공격에 시연은 처음으로 상처를 허용했다.

오른쪽 어깻죽지. 대검을 들고 있는 손이 기어코 공격을 허한 것이다.


감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이어지는 연격에 피가 흘러나왔다. 큰 상처라 할 만한 것은 아니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바로 시연에게 공격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이었다.

설진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높은 순위에 등극한 하이 랭커였다. 그런 시연이었을진대, 미몽방위를 사용한 시연이었을진대 상처를 허하고 말았다.


‘대단해.’


둘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설진은 저도 모르게 그리 생각했다.

아무리 대련이고 전력이 아니라지만 나름 힘을 내보인 시연이었다. 그런 시연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설진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쯧.”


한편 전장의 외곽, 가장자리에 선 시연은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어깨를 타고 흐르는 피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흘러내린 피가 낙하하듯 천천히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상처와 바람이 맞물려 차가워졌다. 상처가 악화되어 더욱 고통이 엄습해 왔다.


‘잘 싸우네.’


여전히 고통은 느껴졌다. 어깨가 쉴 새 없이 자극됐다.

아픔을 느끼며 시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간만 지나면 괴물이 되겠는데.’


슈쿠랑이라는 엘프는 싸움꾼이었다.

그것도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싸움꾼.


‘···.’


대련으로 만들어진 상황, 허락해버린 어깨.

그리하여 시연은 헤임 제국 클리어 이래 고통이라 불릴 만한 고통을 느꼈다.


그런 고통을 느꼈으나,


“자.”


스윽-.


“여기까지.”


단지 그것뿐이었다.

어깨 한 합. 겨우 그것이 전부였다.


혼신의 힘을 다해 쏟아낸 전력은 단지 그것으로 그쳤다.

시연은 웃으며 방패를 올렸다. 여전히 공간이 제 것인 줄 아는 양 뛰어다니며, 접근의 전조를 보이고 있는 슈쿠랑을 향해-.


퍼어억!


“아?”


방패를, 밀었다.

직후 대련장의 상황은 한 마디로 일축할 수 있었다.


압제(壓制).


세게 밀쳐져버린 듯 벽에 부딪힌 슈쿠랑과, 방패를 내려놓은 채 오른쪽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는 시연만이 보였다.

다음 행동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양 눈을 동그랗게 뜬 슈쿠랑만이 어리둥절하며 당혹을 표할 뿐.


“어?”


볼멘 소리를 낸 그녀는 부딪힌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일어날 수 없었다. 미증류의 힘이 슈쿠랑의 몸을 빼앗기라도 한 것 같았다.

팔이 들리지 않았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정체 모를 상황에 슈쿠랑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벅.


“미몽(迷夢)이에요. 그게.”

“···?”

“뭐, 곧 있으면 움직일 수 있을 거에요. 세게 하진 않았거든요.”


벽까지 밀려난 슈쿠랑을 향해 걸은 시연은 손을 뻗으며 말했다.

미몽방위는 시연에게 있어 극상의 방어력을 선물하지만, 꼭 그것만이 전부인 스킬은 아니었다.


‘정신을 어지럽게 만드는 거지.’


대검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는 대신, 방패로 공격할 수 있었다.

그저 밀어내거나 부딪히는 것이 아니다. 약에 취한 양 상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어, 일시적으로 착란 상태를 부여해 알딸딸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게임에서는 줄곧 사용해 왔던 스킬이고.

현실이 된 지금의 경우, 헤임 제국 이후에 습득한 스킬이었다.


‘마냥 만능인 스킬은 아니지만.’


모든 스킬에는 약점이 있다.

미몽방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방어력 증가는 조건 없이 발동할 수 있는 효과이나, 상대에게 미몽 효과를 부여하기 위해선 꽤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아니, 절차라기보단 상대의 의지라고 해야 하려나.

상대가 흥분해야 하며, 정신계 공격 저항 스킬이 없어야 했다.


예를 들어 설진의 경우 차분한 마음이라는 정신계 공격 저항 스킬이 있었다.

그러니 통하지 않는다. 아주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되지 않는 이상에야 말이다.


그러나 슈쿠랑의 경우 정신계 공격 저항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불어 정령을 불러내 공격할 만큼 흥분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쉽게 미몽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텁.


“···졌습니다.”


뻗은 손을 맞잡은 슈쿠랑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신은 돌아온 상태. 그리하여 그녀는 방금의 상황을 되새기며 패배를 인정했다.


‘놀아났다···.’


놀아났다기보단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이지만, 슈쿠랑은 그렇게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로웠던 자세와 표정. 그리고 미몽방위.


속도는 슈쿠랑이 우위였지만 그 외 모든 것이 열세를 점했다.

기본적인 피지컬부터 시작해 순간 판단력과 동체시력까지.

과연 이게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이어야지만 이런 곡예를 펼칠 수 있는 건지.


덜덜-.


오히려 이쯤 되니 공포가 느껴질 지경이다.

대련이었다는 사실이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연 님은 정말로 강한 분이십니다.”

“이번 대련으로 무언가 도움이 되었나요?”

“네. 경험을 줘야 하는 건 제쪽인데, 역으로 받아 버렸군요.”


아직도 아까의 감각이 가시지 않는지, 슈쿠랑은 눈동자를 키우며 답했다.

멀찍이서 둘을 지켜보고 있던 설진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음을 느꼈다.


둘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을 채워나갔다.


[59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60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엘프와의 대련. 설진이 아닌 시연이 한 것이었으나 그들은 파티였다. 전부가 아닌 한 명이 조건을 충족해도 클리어하는 것이 가능했다.


‘드디어.’


59층을 넘어선 60층.

이른바 스토리 모드라 불리는 에피소드의 중요 분기에 도달한 것이다.


클리어 메시지 밑, 남은 시간이 보였다.

5분. 째깍거리며 내려가고 있는 시간이 점차 귓가를 울렸다.


대련장에서는 슈쿠랑과의 인사를 마친 시연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에선 놀란 듯 숨을 삼키고 있는 엘프들도, 열광하고 있는 엘프들도 있었다.


“애들아. 나 왔어.”

“언니, 수고했어요! 엄청나게 잘 싸우시던데요?”

“어제 땅 하나 터뜨린 게 누군 줄 알고 그런 소리를···.”


놀을 잡기 위해 온갖 폭발을 일으킨 채린을 보며 한 말이었다.

이어 대화에 참여한 설진과 찬우는 웃으며 말을 받았다.


“이제 삼 분쯤 남았네요.”


60층, 숫자로는 두 번째 스토리 모드.

이번에는 과연 누구의 인물로 빙의될지. 시작하기도 전에 궁금증이 생겼다.


[2 : 23]


그런 궁금증이 인 동안에도,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멈출 기미 따윈 보이지 않았다.


[1 : 53]


“그보다 언니가 쓴 스킬, 미몽방위 맞죠?”

“맞아. 연나비에 들어와서야 익힌 거야. 습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스킬이니까.”

“언니도 이제 주력 스킬 다 찾은 것 같은데요? 이제 남은 건···.”

“하나 내지 둘 정도야. 이것도 조만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아.”


[1 : 16]


“어떤 스토리 모드가 진행되든, 끝나면 시작될 거에요.”

“다크 엘프의 습격 말하는 거야? 하긴, 그쯤 되면 시작되겠네.”

“유그드라실에 내려가는 건 언제쯤이 적당하다고 봐요? 게임에서는 둘의 싸움이 종결된 이후에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너무 늦은 것 같아서요.”

“···하긴, 그렇게 돼서 거지 같은 결말을 맞았었지.”


[0 : 15]


“넌 아직 습득 못한 스킬 뭐 남았냐?”

“으음··· 난 아직 많지. 리서렉션(resurrection)같은 상위 회복 주문 같은 거.”

“습득하려면 오래 걸리나?”

“좀 걸릴걸. 너랑은 다르게 사제는 대다수의 스킬이 레벨업 후에 열람되니까.”


[0 : 03]


“아, 슬슬 가겠네요.”


[0 : 02]


시간이 흐르고 흐른다.

흐르고 흘러-


[0 : 01]

[0 : 00]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야 할 때가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정기 연재 전환 공지입니다. 22.09.26 210 0 -
공지 제목, 소개글 변경 공지입니다 21.12.09 643 0 -
300 300화(완) 23.01.12 346 6 12쪽
299 299화 23.01.11 180 3 11쪽
298 298화 23.01.10 172 3 11쪽
297 297화 23.01.09 165 3 12쪽
296 296화 23.01.08 164 3 11쪽
295 295화 23.01.06 169 3 11쪽
294 294화 23.01.05 153 4 11쪽
293 293화 23.01.04 161 3 11쪽
292 292화 23.01.03 154 3 12쪽
291 291화 23.01.02 158 3 11쪽
290 290화 22.12.31 170 3 11쪽
289 289화 22.12.29 159 3 12쪽
288 288화 22.12.28 167 3 12쪽
287 287화 22.12.27 156 3 12쪽
286 286화 22.12.26 163 3 11쪽
285 285화 22.12.25 173 3 11쪽
284 284화 22.12.22 180 3 12쪽
283 283화 22.12.21 181 3 12쪽
282 282화 22.12.20 168 3 12쪽
281 281화 22.12.19 166 3 11쪽
280 280화 22.12.18 168 3 12쪽
279 279화 22.12.17 169 3 11쪽
278 278화 22.12.15 177 3 13쪽
277 277화 22.12.14 174 3 11쪽
276 276화 22.12.13 171 3 11쪽
275 275화 22.12.11 178 3 12쪽
274 274화 22.12.10 167 3 11쪽
273 273화 22.12.08 181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