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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598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19 21:30
조회
372
추천
3
글자
11쪽

225화

DUMMY

“다들 저기 봐요.”


무언가를 지목하는 듯한 말투와 제스쳐.

채린에게서 뻗어진 손가락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연무장? 대련장? 뭐라 불러야 하려나.”

“오른쪽에 있는 건 엘프··· 왼쪽에 있는 건··· 수인인가요?”


대련장이었다.

시연의 중얼거림과 찬우의 목소리가 섞여 흘러나왔다.


“이런 곳이 있었네요.”


설진은 조금은 흥미롭다는 기색을 띤 채 대련장을 둘러보았다.

적당히 넓은 크기에, 부드러운 흙을 깔아놓은 바닥. 서로를 죽이는 생사결이라기보단 대련에 더 목적을 둔 장소인 듯 보였다.


동시에 역시나 싶었다.

시스템은 불가능한 목표를 주지 않는다. 그게 후반이 아닌 초반 스테이지라면 더더욱.

생각보다 금방 발견한 클리어 조건에 설진은 몸을 풀었다. 기왕 대련할 거라면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엘프들이 싸우는 모습도 궁금하고.’


엘프는 정령 마법을 이용한 공수가 주를 이루지만, 꼭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령 마법을 비틀어 신체 강화를 택한 쪽도 존재했다. 이럴 경우 정령사라기보단 격투가라는 호칭이 조금 더 알맞았다.


검을 들고 있으면 검사, 창을 들고 있으면 창사.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으면 격투가.


사람과 별다를 바 없는 호칭이었다. 세상 사는 곳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오른쪽에 있는 엘프를 바라보았다.


‘검사인가?’


수인과 반대 방향에 선 엘프는 검을 들고 있었다. 한 손으로도 충분히 쥘 수 있는 한손검에, 흰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은 자세였다. 보통 한쪽 발은 내뻗고, 나머지 발은 비교적 뒤로 놓는 데 반해 눈앞의 엘프는 일자로 서 있었다.


‘밸런스형?’


보편적으로 전자의 자세를 더 많이 쓰지만, 일자 자세도 각기 장단점이 있었다.

일단 속도가 따라준다는 가정 아래 공수의 전환이 자유로워진다는 장점.


더불어 왼발을 먼저 나갈지, 오른발을 먼저 나갈지.

상대에게 이지선다를 강요할 수 있는 자세였다. 맞춘다면 교전을 이어가고, 맞추지 못한다면 제법 빠른 기습을 가할 수 있는 밸런스형 자세.


다만 밸런스형이란 것이 으레 그렇듯 장단점은 명확했다.

이지선다를 강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끝. 다른 특출한 변수를 창출해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딱히 특출난 단점이 없는 대신 특출난 장점도 없었다.

단지 그런 자세. 설진은 생각을 마치며 대련장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왼쪽은···.’


오른쪽이 검을 든 엘프 검사라면, 오른쪽은 수인이었다.

그것도 늑대를 본뜬 수인족. 몸 곳곳에 나 있는 은색의 털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저쪽도 검사인가.’


은빛깔의 털로 둘러싸인 손에는 검이 쥐어져 있었다.

다만 엘프의 검과는 달랐다. 엘프의 것이 가벼운 한손검이라면, 늑대 수인은 거대한 대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한 손으로.

거대한 검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모습이 꼭 비현실처럼 보였다.


기실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수인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상회하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대검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건 간단한 일일 터. 중요한 건 한 손으로 집은 대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였다.


“그럼, 시작하지요.”

“잘 부탁합니다.”


싸우는 도중이 아닌, 싸우기 직전에 이곳을 발견한 건 나름의 행운이었다.

설진 일행뿐만이 아닌 다른 엘프들의 관심도 대련장에 쏠려 있었다. 자세한 건 알 길이 없으나 이 대련장은 연나비에서 꽤 유명한 듯 보였다.


“부디 방심은 말아주시길.”


전사라기보단 배우라 해도 믿을 정도로 깔끔한 몸매.

엘프는 그리 말하며 검을 치켜들었다. 반대쪽 늑대 수인도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머잖아 시작될 듯싶다.


스윽-.


서로를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직후 설진의 눈에 들어온 건, 순식간에 이어지는 공방이었다.


챙! 챙! 챙!


검과 검이 맞부딪힌다. 엘프의 검은 늑대 수인의 검에 비해 얇았으니, 정면 승부는 가급적 피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엘프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 승부를 환영한다는 듯이 기꺼이 검을 섞고 있었다.


대검과 한손검의 정면 대결.

굳이 상황을 보지 않아도 한손검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검이 좋은 건가. 꽤 버티네.’


아마 이대로 계속해서 공방을 주고받는다면 한손검은 부서지고 말 터.

그렇게 생각한 설진은 계속해서 상황을 응시했다. 그리고, 의외의 결과를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음?’


강도, 크기의 차이라는 게 있었다.

부러지진 않아도, 최소한 금이 가긴 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한손검은, 대검에 맞물리고 있을지언정 부러지지 않았다. 금조차도 가지 않았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 챙- 검을 부딪치고 있었다.

흥미가 돋은 설진은 엘프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답은 곧장 나왔다.


‘정면에서 들이박은 게 아니라.’


그저 정면 대결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리는 게 있는 줄 알았더니만.


‘대등하게 맞선 건가.’


아니었다. 굳이 불리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검을 주고받은 이유는, 불리함을 감수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고, 눈앞의 엘프는 비슷한 방법을 쓴 듯했다.

대검과 맞부딪힌 지 얼마 되지 않아 검을 뒤로 물린다.

그리하여 최소한의 충격과 손상으로 동등하게 대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쯤 되니 늑대 수인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한 차례 몸을 물렸다.

한손검과 대검. 이상함을 깨달은 그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무슨 수를 쓰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제부터는 제대로 간다!”


다만 설진과는 달리 자세한 방법은 파악하지 못한 모양.

본래 한 손으로만 잡던 대검을 두 손으로 잡은 그는 포효에 가까운 함성을 지르며 재차 발을 놀렸다.


먹잇감을 물어뜯듯, 맹렬한 기세로 달려든 늑대 수인은 거대한 획을 그으며 움직였다.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까지 팔을 물리며 반동을 생성, 곧이어 가공할 만한 힘을 담아 앞으로 내친다.


후훅-!


그저 바람을 가르기만 한 대검에게서 난 소리였다.

아마 정면에서 맞는다면 곤죽이 날 터. 그걸 알고 있는 엘프는 스탭을 밟아 상체를 뒤로 뺐다.


“아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늑대 수인의 공격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순간적인 속력으로 발을 디딘 그가 삽시간에 엘프에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것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엘프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승리를 확신한 늑대 수인이 입가를 찢으며 힘을 빼려는 찰나,


스윽-.


일순 바람이 불었다.

대련장에서만 불어야 할 바람은 설진에게까지 퍼졌다. 뺨을 스쳐 간 바람은 마치 가속하듯 움직였고, 움직인 바람은 엘프의 발뒤꿈치를 밀었다.


늑대 수인이 가속한 것처럼, 엘프 또한 가속했다. 그것도 늑대 수인이 보여줬던 속도 이상으로.

그 순간 이미 결판은 나 있었다. 빠르게 늑대 수인의 뒤를 점한 엘프는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뒷목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

“···.”


이 이상의 행위는 무의미.

툭-. 늑대 수인은 대검을 떨어뜨렸다.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의사였다.


‘방금 사용한 게 정령인가.’


그 일련의 과정을 전부 관찰한 설진은 엘프의 발에 뭉쳐 있는 초록의 기운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바람의 정령. 아주 순간적이기는 하지만, 엘프는 정령을 불러내 기술을 사용했다. 그것도 가속이라는 고점 높은 기술을.


기운이 움직인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정령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초인을 사용한다면 볼 수 있겠지만 강화하기 전의 상태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비가시화 능력은 여전히 놀랄 만했다.


‘확실히 정령 마법이 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과는 달리, 정령 마법은 유에서 유를 창조한다.

본래 정령이 가지고 있는 힘을 끄집어내는 과정이었으니 같은 마력을 사용해 기술을 구사해도 정령 마법이 보다 높은 위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늑대 수인이 대검을 휘두를 때 힘을 뺐듯,

엘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수인의 뒷목을 노릴 때 찌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대련을 기준 삼아 시작한 전투였다. 유혈 사태나 심각한 부상은 없었다. 그저 전투 경험이라는 영양분을 흡수할 뿐.


“아직 밤도 아닌데 그 정도 신체 능력이라면, 그리고 거기에 기술을 사용했다면 제가 졌을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전부 가정일 뿐이지요. 오늘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달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기술을 사용하지도 않았건만.

늑대 수인은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양측 모두 좋은 경험을 얻어간 듯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늑대 수인은 대련장에서 내려갔다. 엘프는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음료를 마시며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으로 저와 자웅을 겨뤄 보실 분이 있으신지요.”


오 분. 비교적 짧은 시간이 지나자 엘프의 입이 열렸다.

다음으로라. 늑대 수인이 첫 번째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즈음, 옆에서 찬우가 말을 걸어왔다.


“물어봤는데 벌써 세 번째로 상대하고 계시다네요. 대단하네요.”

“그래?”


세 번 연속으로 전투하고서도 또다시 대련이라.

확실히 실력에 자신이 있어야지만 보일 수 있는 태도였다. 그리고 설진이 보기에, 눈앞의 엘프는 확실히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뭐, 그래도···.’


영주 연화나 엘리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말인즉 설진 또한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라는 말이 된다.


‘엘프에겐 미안하지만.’


목표. 그것도 60층으로 넘어가기 바로 전 단계인 59층의 목표인 이상 설렁설렁할 생각은 없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요량. 참여자를 찾고 있는 엘프에게 손을 흔들고자 팔을 들었을 즈음이었다.


“설진아 잠깐만.”


돌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나가도 될까?”


목소리의 주인은 시연이었다. 손을 들어 올리려는 설진의 모습을 본 그녀는 다소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작지만 열망이 섞인 것 같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설진은 들어 올리려던 손을 밑으로 내렸다.


“괜찮아요. 전 열심히 구경할게요.”

“흐흣. 그럼 잘 보고 있어.”


설진이 나서려고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엘프가 검사였기 때문이다.

설진과 같은 무기를 사용했기에, 미러전 개념으로 나가려고 한 것인데.


‘그것 때문이지, 딱히 반드시 싸워야 한다는 건 아니니까.’


시연이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설진 대신 나서겠다는 말과 함께.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설진은 몸을 뒤로 물려 틈을 만들어 주었다. 시연은 손을 흔들며 만들어진 틈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방패와 대검을 섞어 쓰는 기사와 한손검의 검사의 대련이라.’


둘의 싸움 스타일을 곱씹으며 다시금 시선을 위로.

대련장을 향한 설진의 눈이 재밌겠다는 양 빛났다.


‘어떻게 싸우려나.’


과연 한손검, 그것도 가속할 수 있는 적을 상대로 시연이 어디까지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설진은 흥미롭다는 기색을 띠며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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