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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691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15 21:30
조회
373
추천
3
글자
12쪽

221화

DUMMY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본 설진의 눈이 좁혀졌다.

57층의 목표. 그것도 전투와 관련 없는 목표임을 확인하니 의문이 생겼다.


‘연나비의 상점 방문이라고?’


상점 방문. 말 그대로 상점 방문이었다.

잡화점이나 대장간 같은 곳에 들어가 물건을 사면 되는 간단한 목표였다.


내용만 보면 쉬웠다. 그래서 설진은 더욱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탑은 전투와 관련된 목표를 배당한다. 혹여 전투와 관련된 목표가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스토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상점 방문.

말 그대로 전투 외적인 행위이며, 스토리와 전혀 관련 없는 목표였다.


‘왜 이런 게···.’


그토록 게임을 많이 해온 설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좋은 상황이고 나쁘지 않은 상황임은 맞으나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이상해.’


베드 엔딩과 슬픔만이 가득한 세계 속에서 변화가 생겼다. 긍정적인 일임은 맞으나 스페이스 온라인 특유의 암울함을 생각하니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불안했다. 대체 연나비 에피소드에서 뭐가 기다리고 있기에 이런 목표가 떠오른 것인지.

설진은 애써 침을 삼켰다. 목구멍을 넘긴 침이 아래로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침이 멎더니만,


‘일단-.’


천천히, 속으로 읊조렸다.

뭐가 됐든 떠오른 것은 목표고 앞으로의 행동 방향이었다.


방향성이 제시된 이상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게임이 제시하고자 하는 목표였고, 나아가야 할 길이었으니.


“상점으로 가죠.”

“바로 가려고?”

“뭔가 의심되는 건 있지만, 아직 정보가 부족해요. 더 높이 올라가 봐야 알 수 있어요.”


시연의 말에 설진이 답했다. 확실히 지금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기란 힘들었다.

정보가 필요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앞으로 나아가서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래야지만 이번 57층의 존재 의의를 알 수 있을 테니까.


“일단 이번 층은 기억으로 남겨야겠어요.”


설진은 생각난 부분을 공유하며 말했다.

가장 바라기 머지않았던 이상적인 층을, 가장 의심하게 된 뼈아픈 상황.

확실히 만족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불편했다.


그러나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탑의 목표를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더군다나 어떻게 봐도 이득밖에 돌아오지 않는 층이니, 설진 일행으로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했다.


“···상점으로 가죠.”


끼이익-.


옅은 찝찝함이 남은 손이 길드의 문을 열었다.


* * *


현재 설진이 장착하고 있는 장비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근력을 3, 민첩을 2 올려 주고 탑의 5층을 오를 때마다 민첩 수치를 증가시켜주는 장비 고유 스킬을 지닌 [고풍 사자의 검].


체력을 5, 민첩을 3 올려 주고 하루에 한 번 은신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비 스킬이 있는 [암살자의 망토].


그 외 활동하기 편한 가죽 갑옷을 두르고 있지만, 특수한 능력이 있는 건 이 두 가지였다.

생각해 보면 장비가 많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적다고 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는 망토뿐만 아니라 하의와 장신구도 장착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검과 망토 이 둘뿐이었다.


‘조금 더 장비를 채용할 만도 하겠는데.’


플레임 왕국 때는 없어서, 헤임 제국 때는 요한 때문이 정신이 없어서 새 장비를 장만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시스템 창에서 대놓고 상점을 방문하라는 목표를 제시했으니,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버린 것이다.


“어디로 갈 거야?”

“같이 뭉쳐 다니기보단 따로 흩어지는 건 어때요? 어차피 싸울 필요도 없는 층이니까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는 거죠.”


앞에서는 시연과 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넷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흩어져서 장비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간 모험가 업무와 층을 클리어하면서 벌어 둔 금화가 있기에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그리 큰 장애가 없었다.

오히려 많으면 많았지, 부족한 일은 없을 터.


“그럼 흩어졌다가, 저녁에 다시 길드에서 모이는 걸로 할까요?”


찬우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진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오케이. 그럼 조금 이따가 보자. 난 저쪽으로 갈게.”

“전 왼쪽 방향으로···.”


시연이 향한 곳은 대장간이었고 찬우가 향한 곳은 잡화점이었다.

시연은 새 방어구나 장식구 장만을 위해, 찬우는 스킬을 사용하는 데 있어 자원이 되는 촉매제를 구하지 위함이었다.


“오빠는 어디로 갈 거에요?”

“어? 아직 못 정했는데.”


두 명이 떠나가고, 이제 남은 건 설진과 채린이었다.

어디로 갈 거냐는 말에 설진이 답했다. 막연히 새 장신구나 장비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공격적인 장신구를 구입해 데미지를 높일지, 아님 반대로 수비적인 장신구를 구입해 안정성을 높일지, 그것도 아니라면 유동성을 중시할지.


명확하게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고민도 길어졌다.

본래라면 암살자의 망토에 붙은 ‘은신’이나 고풍 사자의 검에 달린 ‘민첩 증가 기능’처럼 유동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근력 수치가 20대인 지금 절대적인 공격력을 높이는 쪽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확실한 건 방어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설진에게는 이미 유지력을 보충할 방법이 있었으니까.


‘흡혈이 있으니까.’


설진만의 고유 능력, 흡혈.

최강의 방어는 공격이라 했던가.


설진은 이 흡혈의 능력을 궁극적으로 활용, 아무리 신체가 잘려도 미친 듯이 재생해 내는 기염을 토함으로써 흡혈의 성능을 증명해 냈다.

부족한 방어 능력을 압도적인 재생 능력으로 수복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설진은 자신이 방어 능력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굳이 흡혈이 아니어도 은신과 초인이 있으니 몇 차례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그럼 남은 건 공격이랑 유동성인데.’


차연스럽게 선택지가 좁혀졌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지라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다.


“그럼 저 따라올래요? 전 사고 싶은 데 있는데, 오빠도 보면서 결정하는 건 어때요?”


고민이 길어지던 찰나, 마침 채린이 동행을 제안해 왔다.

함께 다니면서 천천히 결정하라고.

나쁠 것 없는 제안이라 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웃음을 지으며 걷기 시작한 채린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장신구점이었다.


‘장비가 있으니 장신구를···.’


설진이 본 채린의 장비는 이러했다.

유동성이 가미된 상의와 블링크의 소비 마력을 줄여주는 하의. 이 두 개의 장비가 주가 되어 그녀의 능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울 것이 있다면 장신구.

팔찌나 반지, 귀걸이같이 장착할 수 있는데도 장착하지 않은 부위가 있었다.


‘그걸 사러 온 거구나.’


그녀도 설진처럼 이번 기회에 쓸만한 장신구를 마련하고자 온 걸일 터.


“여기에요. 제가 생각했던 곳.”

“장신구점이네.”

“다른 장비는 있는데 장신구는 없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가지고 다니기 편한 장비를 마련해 두고 싶어요.”


끼익-.


그런 말을 하며 채린은 문을 열었다. 장신구점답게 내부는 깔끔했으며, 잘 정돈된 선반 위 올려져 있는 여럿의 장신구들이 보였다.

매장 안에 들어온 설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장식형··· 실용성 중시형···.’


장신구가 사용자의 능력을 올려주는 것은 맞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의미 그대로 장신구. 즉 장식용으로 된 물건들도 존재했다.

다만 이쪽은 말 그래도 장식용이라, 겉모습은 예쁘나 아무 능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설진이나 채린이 찾는 쪽은 장식형이 아닌 실용성 중시형이었다.


“저쪽인가 봐요. 저쪽에 몰려 있네요.”

“그러게.”


오른쪽 코너가 장식용, 왼쪽이 찾고 있던 실전용.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설진은 채린을 따라 걸음을 옮겨 왼쪽 코너로 향했다.


“이쪽, 이쪽이요 오빠!”


총총 뛰어가는 뒷모습이 꼭 토끼를 보는 것 같았다. 여동생이 있다면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무망중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어진 거리 사이로 손을 흔들어 오는 채린에게 답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기실 그리 먼 곳은 아니었는지라 도착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매장 안은 넓었다. 연나비에서 운영하는 건물이라기보단 왕국이나 제국이 연나비에 들어와 매장을 건설한 듯했다.

그래서인지 자연과는 동떨어진 몇몇 장신구들이 보였다. 설진은 눈앞에 보이는 장신구들의 설명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토납. 장신구를 비옥한 땅에 가져다대면 사용자를 보호하는 방어막 생성··· 메모라이즈. 마법을 저장하는 기능···.’


쓸만한 건 많고 많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아무 장신구나 가져가 써도 제법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또 다른 기능이 있나 싶어 고개를 돌린 찰나, 멀찍이서 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손을 흔들며 부르는 것이 꼭 이쪽으로 와보라는 모양새였다.

설진 또한 손을 슬며시 흔들며 채린에게 향했다. 그곳에는 채린이 눈여겨보고 있는 한 반지가 있었다.


“이거 어때요? 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붉은색 수정이 박힌 반지였다.

우웅-. 간헐적으로 진동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설진은 눈을 돌렸다.

고개를 올려 바라본 설명은 상상 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충전. 마력을 사용해 마법을 욀 때마다 스택을 쌓고, 쌓인 스택만큼의 힘으로 충격파를 사출하는 능력을 지닌 반지.


‘허···.’


준수하다. 아니, 준수하다 못해 좋을 지경이다.

에너지 볼트를 기반으로 강력한 저주를 거는 후반형 마법사인 채린에게 한 쌍의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조건. 채린의 고유 능력은 적을 적중시켜야 스택이 쌓이는 데 반해, 눈앞의 반지는 사용 자체가 조건이었다.

리턴값은 적지만 조건 충족이 쉬웠다. 발동한다면 상대와 거리를 벌릴 수 있는 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게 이런 건지.

가격이 좀 나가긴 했지만 아예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거 엄청 좋은 거 아냐?”


설진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요?”

“충격파라니··· 거기다 조건 충족도 쉬워··· 어디서 이런 게 나온 건지.”

“하, 하긴 성능이 좋긴 하네요. 네, 성능이요···.”


스윽-.


오른쪽 소지(小指)에 끼운 반지를 빼며 말한 채린의 입가는 어쩐지 구부러져 있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설진은 왜 그러냐는 듯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상투적인 대답이었다.


“그보다 오빠는 정했어요? 사고 싶은 건요?”

“어, 그러니까아···.”


잠시 후 채린의 입이 열렸다.

정한 게 있느냐는 말에 설진은 다시금 말을 흐렸다.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쉬이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단순히 공격력을 올리는 것도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것도.

어느 쪽을 골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텐데, 뭐 그리 고민이 길어지는지.


“어?”


그런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즈음,


“이거?”


설진은 하나의 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격력도 유동성도, 모두 잡을 수 있는 물건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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