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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68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04 21:30
조회
380
추천
4
글자
12쪽

214화

DUMMY

아직 엘리나에게 남은 미련은 끝나지 않았다.

남아있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고 싶긴 하지만, 일단 지금은···.’


그러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엔딩 후 곧바로 다음 이야기에 직면했다. 눈앞에는 연나비의 영주인 연화가 있으며, 입을 땐 것이 곧바로 문제점을 이야기하려는 듯 보였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자.’


엘리나의 일도 중요하지만, 연나비의 일 또한 중요했다.

지금 상황에서 둘 다 생각하다가는 집중이 어려울 터.


설진은 엘리나에 대한 일을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물론 잠시란 해도 55층의 스토리 모드가 끝나 다음 층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곧장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엘리나에 대한 일을 접어 두기로 했다.


“세계수의 힘이, 말입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입은 금방 열렸다.

설진의 의지보단 아퀴넬이라는 엘프의 의지가 더 많이 가미된 목소리였다.


확실히 세계수의 기운 감퇴는 엘프의 나라 연나비에서 심각한 사안이었다.

엘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나무인 세계수가 죽어가고 있다니.

비유하자면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격이라, 확실히 화두에 오를 만큼 중요한 사항임은 맞았다.


“···네.”


설진의 말에 연화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묘한 분위기를 품기던 눈동자가 차분히 가라앉고, 머리카락이 뽐내던 채광이 상당수 줄어들었다.


연화에게 있어 이건 집중의 의미였다.

이 사항에 대해 큰 심각함을 느끼고 있다는 뜻. 설진은 게임할 때 봤던 세계수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큰 나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나무의 크기였다.

괜히 세계수라는 말이 붙여진 게 아니듯 나무는 굉장히 거대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 마을 하나를 감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0평 크기의 집과 맞먹는 크기. 군데군데 뻗어 나간 굵은 가지와 나뭇잎.

마치 광활한 대자연을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세계수를 처음 봤을 때 ‘게임 그래픽이 이 정도였어?’라며 놀라곤 했으니.


“정확히 어떤 식으로 기운을 잃어가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설진이 생각을 이어가고 있자 다른 쪽에서 질문이 나왔다.

엘사임. 파란 머리를 가진 엘프였고, 채린이 빙의한 대상이었다.


채린은 자세한 상황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정보를 요구했다. 그 말에 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이렇습니다.”


후두둑-.


“가지는 부식된 양 썩어 있고, 나뭇잎은 변색되어 있네요.”


커다란 원형 탁자 위 연화는 세계수의 흔적을 올려놓았다.

가지와 나뭇잎. 그것만으로 세계수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듯했다.


‘확실히 이런 게 있으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겠지.’


설진은 시선을 좁혀 가지와 잎사귀에 집중했다.


제법 굵은 가지였는데,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꼭 누군가에게 기운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했다.

건드리면 부서져 버릴 것 같아서 설진은 만지지 않았다. 나뭇잎 또한 가지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은지라 손을 뻗지는 않았다.


“이게 정말 세계수에서 나온 겁니까?”

“네, 직접 이 눈으로 확인까지 하고 왔으니까요.”


다시 되묻자 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확실히 세계수에서 나온 가지와 잎임은 맞을 것이다. 그녀는 연나비의 영주. 나라의 존속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노력가였으니 적어도 거짓이지는 않을 터.


“연화님께선 말씀하셨죠.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이렇다고요.”


다시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아퀴넬의 설진도 엘사임의 채린도 아니었다.

나지리아. 노란 단발머리를 한 엘프의 말이었다.


그와 동시에 시연의 빙의 대상이기도 했다. 시연은 연화의 말을 복기하며 다른 정보를 요구하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변화도 있는 겁니까?”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보.

그렇게 언급을 마친 찰나, 또다시 탁자 위에 손이 날아들었다.


후두둑-.


이번에는 흙이었다. 앞선 이야기로 봐선 아마 세계수 주변에 있는 흙을 채취해 가져온 듯 보였다.

연화는 올려놓은 흙에 손을 뻗었다. 이윽고 몇 번 입을 달싹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마력을 방출해 흙 전체를 감쌌다.


“마법을 사용해야지만 알 수 있는 정보에요.”


우우웅.


흙에선 알게 모르게 탁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력이라기엔 사이하고, 투기라기엔 불길한.

꼭 흑마법을 보는 기분이었다. 불길하게 일렁이는 기운을 보며 설진은 미간을 좁혔다. 동시에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엘.’


기운의 정체를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으니.

이번 세계수 약화 사건의 배후는 최종 보스, 오엘이었다.


‘원래라면 이렇게 연나비에서 모습을 드러냈어야 했지만.’


어떻게 된 건지, 오엘은 헤임 제국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꽤 적대적인 태도로.

가히 최종 보스라는 이명에 걸맞은 무력을 가지고서 말이다.


‘···일단 제쳐두자. 아직 짐작할 만한 정보는 없으니까.’


오엘의 대해서는 추후 생각하기로 했다.

의문점은 많지만 가지고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라, 추론할 수 있을 만한 단서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마 오엘에 대해 추론하는 건 상점 스테이지에서 슌을 만나고 난 이후가 될 터.

그 순간을 알게 모르게 고대한 설진은 다시금 고개를 돌려 연화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진전되어 있었다.


“짐작 가는 부분은 있으신가요? 연화 님.”

“없진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명확해서 의심이 들 정도로요.”


시연의 물음에 연화는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확실히 그녀의 입장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계수의 약화, 부식, 변색.

이러한 짓을 꾸밀 만한 이들이, 연화에게는 하나뿐이었으니.


“다크 엘프.”


연나비는 크게 두 진영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하나는 연화가 이끄는 엘프들의 세력.

또 하나는 설야가 이끄는 다크 엘프들의 세력.


세력의 규모와 영토의 크기로 따지자면 연화의 엘프 세력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나, 다크 엘프들은 전투 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일당백이라는 말이 붙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전투의 스페셜리스트였다.


“저는 이 사건의 범인을 다크 엘프라고 보고 있습니다.”


연화의 추론 자체는 정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답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용의자에 가장 가까운 쪽은 다크 엘프 하나뿐. 의심이 들 것도 없이 범인은 다크 엘프가 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가짜··· 이것도 가짜인 건가.’


헤임 제국에서의 일을 생각하던 설진은 조용히 생각했다.

가짜라고. 연나비의 이야기는, 전부 거짓되어 있다고.


엘리나처럼 이야기 속 캐릭터임을 자각하는 것이 아니다.

연나비의 모든 상황과 광경이 전부 거짓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화도 설야도 엘프도 다크 엘프도.


이야기의 자세한 내막을 생각하던 설진은 애써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집중하자.’


그러한 거짓을 막기 위해 연나비에 온 것이다.

연나비에 에피소드에 도전한 것이고, 결말을 맺고자 한 것이다.


설진은 범인이 다크 엘프라는 연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엘사임도 나지리아도, 그리고 찬우가 빙의한 루미네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엘프라··· 확실히 옳은 말 같습니다.”

“그들은 습격의 달인들이니까요. 실제로 년마다 피해자가 나오고 있고요.”


설진과 시연의 말이었다.

연화 또한 넷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선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럼,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기운을 잃어 망가져가는 세계수.

알 수 없는 계략을 꾸미려 하는 다크 엘프.


“세계수를 다시 회복시킬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 세계수는 망가진 것이 아니다. 그저 긁힌 정도의 타격을 받았을 뿐.

다만 그럼에도 세계수의 힘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연화는 시간이 더 흘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막고자 했다.


예정된 위기에 대비하는 것.

이 또한 지도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자세이며 소양이었다. 플레임이나 엘리나나, 그리고 연화나, 본질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당연하게도 세계수의 회복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처가 다 나았다고 해도, 상처를 준 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재발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그걸 위해 연화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원인을 확실하게 뿌리 뽑고, 나아가 박멸까지 할 수 있는 과감한 계획을.


“다크 엘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


다크 엘프와의 전쟁 선포.

그 말에 네 엘프의 말이 멎었다.


“묵은 원한을 뿌리뽑을 때가 왔다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좌시할 이유 따윈 없어요.”

“···.”


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넷은 묵묵부답.


‘어··· 확실히 뜬금없는 선언이긴 한데요···.’


연화는 갑작스러운 전쟁 선포에 당황에 말이 멎었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연화는 온화한 영주였으니.

그런데 이렇게 전쟁을 선포하다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말이 없는 건···.’


다만 이렇게까지 말문을 열었는데,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는 건 예상외였다.

생각한 것보다 이들은 전쟁에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를 즈음, 답이 들려왔다.


“묵은 원한을 뿌리 뽑아야 한다··· 연화 님의 말씀에는 찬성하는 바입니다.”

“아퀴넬···.”


설진이었다. 뒤늦게 연화의 말을 인지한 그는 늦게나마 입을 열었다.


‘묵은 원한···.’


다크 엘프에 대해 몇 가지 떠올리는가 싶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는지 연화의 말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설진이 그런 말을 했으니 다른 이들의 반응 또한 당연.

대부분 연화의 말에 긍정하는 내용이었다. 이윽고 확답을 들은 연화는 주먹을 쥔 채 결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기본 토대.

즉, 55층의 스토리 라인이었다.


[55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56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알았으니, 이제 스토리 모드는 종료.

56층으로 이동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동안 설진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기운을 잃어가고 있는 세계수. 다크 엘프와의 전쟁.

그 두 가지 논의안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음?’


그러던 중 은연중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연화가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온 연둣빛 머리카락을 가다듬던 그녀는, 설진에게, 정확히는 아퀴넬에게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설정 상 아퀴넬은 연화의 남동생이었다.

아마 자신의 의견에 긍정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보낸 미소일 터.


설진은 고개를 한 번 숙였다. 화답하고선,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았다.


[2 : 42]


한 에피소드의 여운이, 결론이 채 적립되기도 전에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플레임 왕국과 헤임 제국의 스토리와 맞먹다 못해.

제일 우울하다시피 한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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