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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57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8.29 21:30
조회
364
추천
3
글자
11쪽

210화 - end, 이야기 속 세상(1)

DUMMY

[50층에 진입했습니다.]

[50층은 스토리 모드입니다.]

[플레이어의 상태창이 모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목표 : 스토리를 끝마치십시오.]


[에피소드의 마지막 스테이지입니다.]

[빙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전자 모드로 시점이 변경됩니다.]

[임의의 장소로 이동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한 에피소드의 끝을 알리는 엔딩 스테이지.


‘50층.’


50층.

바야흐로 그곳에 도달한 것이다.


시선은 부유하듯 떠 있었다.

유체이탈이라도 하면 이런 느낌일는지. 육체 없는 정신에 깃들어 앞만을 응시하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이 묘한 감각은 적응되질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적어도 마음만큼은.

플레임 왕국 엔딩 스테이지 때와는 다른 마음과 감회가 몸에 깃들었다.


‘해냈어.’


노력했다. 노력하고 발버둥쳐서 결실을 일구어냈다.

나타벨, 리아엘라, 아넬, 아메르 중 누구도 죽지 않았다. 엘리나 또한 생을 마감하지 않았고, 크게 다치지도 않았다.


리아엘라가 부상을 입긴 했지만 찬우의 고유 능력을 통해 치유했다.

황실의 승리를 이뤄냈고, 교회의 수장인 요한을 봉인시키기까지 했다.


희생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만족할 만한 결말을 이뤘다.

헤임 제국은 엘리나가 황녀인 상태로 존속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만들어졌다.


뒷맛이 쓰지 않고, 씁쓸하지 않고, 떫지 않은 이야기가.

충분히 해피 엔딩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이야기가 말이다.


‘···해냈어. 처음으로.’


스페이스 온라인의 에피소드에서 만족스런 결말을 이룬 것은 처음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주인공이 웃을 수 있는 결말을 이룬 것은 처음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전쟁이 끝난지 한 달하고도 나흘. 기쁜 감정은 이미 다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남아 있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실된 웃음이고, 플레임 왕국 이후 몇 번이고 지었던 웃음이었다.


달처럼 기울어진 미소는 한동안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육체는 없었건만, 그럼에도 설진은 그렇다고 느꼈다.


[이동을 완료했습니다.]


미소와 동시에 다시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집중했다. 지금부터는 설진이 헤임 제국을 떠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엔딩 이후. 에필로그나 외전과도 같은 이야기를.

행복한 이야기를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시야가 활성화됩니다.]


밝아진 주변이 이야기의 결말을 축복하는 듯했다.


* * *


본래 마법에 재능이 있는 나타벨이었지만, 그녀는 황실의 마법사가 아니었다.


“나타벨 님. 플레임 왕국으로부터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중요한 일인가요?”

“아뇨,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만···.”

“그럼 오른쪽 서랍에 보관해 주세요. 있다가 확인하겠습니다.”


그녀의 직위는 외교관. 타국과의 관계 개선과 분란 차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전쟁 이후 분란 수습을 위해 꽤 많은 시간을 들인 후, 나타벨은 빠르게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더는 전쟁 건으로 서류를 처리하지 않았다. 있다 해도 마을이나 도시에서의 크고 작은 분쟁들뿐.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사건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휴우. 이놈의 업무란···.”


지긋지긋해.

무망중 그런 소리를 한 나타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전쟁의 종결을 의미했고 다시 황실이 평화로워졌음을 의미했다.

누구나 그렇듯 평범하게 일을 싫어하는 사람. 업무보단 휴식을 좋아하고, 휴식보단 휴가를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나타벨이었다.

다시 되돌아온 일상에 자그마한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바로 나타벨이었다.


“으으. 이놈의 서류는 뭐 이리 많은 건지··· 언제 다 처리한담.”


사각- 사각-.


혼자뿐인 집무실. 움직이는 것은 나타벨의 손이었고, 방 안을 울리는 건 사각거리는 깃펜의 소리였다.

창틀 너머에선 바람이 나부끼고 있었다. 오후의 시간. 쨍하게 뜬 해가 바람과 함께 세상을 비추고, 바람은 꽃잎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었다.


휘릭-.


황성의 정원이 흔들렸다.

전쟁으로 발생한 분란보다는 작게 흔들렸다.

업무에 찌들어 수척해진 그녀일지언정, 돌아온 평화와 일상에 만족하고 있는 나타벨의 마음과 비슷하게 흔들렸다.

흐르고 흐르게 될 시간보다는 훨씬 크게 흔들렸다.


“하으으··· 쉬고 싶어라아.”


바람 소리가 울리고 햇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유유자적하게 흘러갈 터인 시간보다는, 훨씬 크게 흔들렸다.


* * *


리아엘라는 눈을 떴다.


“으···.”


그녀는 지금 누워 있었다.

교회와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어 몸을 회복하고자 누워 있었다.


“아···.”


원래라면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정도로 커다란 상처였으나, 찬우라는 뛰어난 사제 덕에 후유증 없이 부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움직인다.’


움직이기 시작한 고개. 돌아온 목소리에 이어, 이번에는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이지만 접고 펴지기를 반복하는 손가락의 감각이 느껴졌다. 눈으로 확인해 보니 확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곧 몸의 호전을 의미했다. 아직 일어설 만큼의 기력은 없지만, 적어도 식물인간처럼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음식도 이젠 어느 정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고기류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힘들지라도 죽이나 야채 같은 부드러운 음식은 넘길 수 있었다.


“나아지고 있구나···.”


새삼 다친 곳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몸이 회복되고, 반면에 아픔은 점차 사라지고.

예컨대 정상에 가까운 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감각.


스윽-.


리아엘라는 손을 뻗었다.

뻗은 손이 향한 곳은 커튼.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 커튼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창문과 창문 너머의 빛이 보였다.


“으으, 눈부셔라···.”


오랜만에 본 빛은 리아엘라의 눈을 놀라게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향해진 시야에 리아엘라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다.

그녀는 일반인이 아닌 황실의 성기사. 빛과 어둠에 재적응하는 건 금방이었다.


‘오후.’


오후의 시간이었다. 태양이 중앙에 홀로 서 있었다.

리아엘라는 입가를 굽히며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스윽- 스윽-.


몸은 확실히 돌아왔다. 움직였고,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큼은.

하나만큼은 없는 광경이 있었다.


‘찬우 님.’


그가 없었다. 교회와의 전쟁에서 함께 싸우고, 자신을 위해 희생한 찬우는 다른 곳으로 여정을 떠났다.

단지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저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리아엘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찬우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다.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같이 무언가를 먹고도 싶었다.


그리하여 다짐하기를,


“기다리고 싶어요.”


언제가 걸릴지라도, 리아엘라는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휘익-.


그녀의 결심에 답하듯 포근한 바람이 불었다.

황성 전체를 감싸고도 남을 정도로 포근한 바람이.


* * *


그날 이후, 아메르는 깨달았다.

한 사제가 전쟁에서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적의 디버퍼 격이나 다름없었던 아카멜라의 저주 주문을 전부 해주하고, 더 나아가 아군에게 버프까지 넣을 수 있는 만능형 사제.

그것이 아메르가 본 찬우였다.


“어디, 분명 이렇게···.”


아메르에게 있어 찬우는 동경할만한 대상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헤임 제국의 사람도 아니요, 명확한 목적의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전쟁에 개입했으니.


그 덕에 교화와 요한이라는 제국의 악을 폐할 수 있었으니.


가히 영웅에 어울려 마지않는 모습. 아메르는 그때 봤던 광경을 복기하며 하나하나 재현을 시도했다.


“이런 식으로 마력을 움직였던가···?”


먼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났던 찬우의 해주 능력.

아카멜라의 저주를 해제해, 전세를 뒤집어버리는 광경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 아메르는 최대한 그때를 떠올리며 자신의 경지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큐어(cure).”


우선 간단한 상태 이상 해제 주문인 큐어부터 시작해,

큐어 라이트, 힐 라이트와 같은 난이도가 필요한 주문까지.


아메르가 주문을 욀 때마다 샛노란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아직 밤이 되지 않았는데도 별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사방으로 퍼진 별조각들은 해와 섞여 하나의 장관을 이뤘다.


“한 번 더.”


아메르는 계속해서 주문을 외었다. 사제로서의 경지 상승과 팔라딘으로서의 지위에 걸맞는 힘을 손에 넣기 위해서.

부지런하게, 성실하게.


비록 찬우보다 몇 수 낮더라도, 그의 마인드만큼은 가히 ‘팔라딘’에 어울렸다.

머지않은 시간에 아메르는, 찬우의 실력에 가까워질지도 몰랐다.


* * *


“오랜만이군.”

“아넬? 아넬인가?”


아넬은 본디 최전선에 배치된 팔라딘이었다.

사람과 싸우기보다는 몬스터와 싸워, 도시나 마을에 흘러들어가는 재액을 미리 제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단지 교화와의 기류가 어색해지자 엘리나가 아넬을 소환한 것뿐.

교화와의 전쟁도 끝나고 부상도 완치되었으니,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때가 온 것이다.


“그래, 나다. 내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나?”

“우리야 여전히 똑같지. 몬스터랑 싸우고, 신종 몬스터가 있나 찾고···.”


라큠의 경우처럼.

최전선의 병사들은 몬스터의 싸움뿐만이 아닌, 신종 몬스터 포획 및 연구를 담당하기도 했다.


“아, 요새 유독 몬스터 출현 빈도가 줄어들었다고나 할까··· 그 덕에 요즘 여유롭게 지나고 있어. 이러다가 군기가 풀리는 건 아닌지 원.”

“좋은 소식이지 않나.”

“좋은 소식이긴 하지··· 나도 일 덜해도 돼서 좋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던가.

교회와의 전쟁이란 고생이 끝나니, 다른 쪽에서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그럼 뭐 어떤가. 좋은 게 좋은 일이지.”

“음··· 그런가?”

“그보다 병사들 관리나 잘해. 너무 꽉 조여 매지 말고.”

“나 정도면 천사라고 생각하는데.”

“병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아넬은 픽 웃으며 눈앞에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최선전에 배치된 장군 중 하나로, 아넬과 친구 사이인 사내.


여전히 변한 건 없었다. 아넬은 그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지 말고, 심심한데 그날 얘기나 들려줄 수 있나?”

“그날?”


그날이라 칭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은 하나.

교회와의 전쟁. 눈앞의 사내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 왜, 황실과 교회의 세력 다툼 있지 않나. 우리 같은 최전선 부대는 황실 소식 듣는 게 유일한 낙이란 말이지.”


사내의 말에 아넬은 웃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싶었다.

겨울이었던 전쟁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봄. 몇 개월이 지난 세월은 최선전의 날씨까지 따뜻하게 바꾸는 듯했다.


“뭐, 그때라···.”


저벅.


아넬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무엇보다 규모가 컸던, 유례없는 전쟁을 입에 담으며.


지금은 지나간 이야기를 천천히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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