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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59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8.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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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8화

DUMMY

리아엘라가 입은 피해의 25%.

절반도 아닌, 사 분의 일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다.


단지 의무실에 박혀 며칠 정도 아픔에 시달릴 뿐.

확실히 리아엘라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하지만,

아무리 경감되어 데미지가 들어온다곤 하지만, 찬우는 리아엘라를 보자마자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유 능력을 사용했다.

[선조와 길잡이, 그리고 대가]. 이 능력을 사용해 현재 레벨로 사용할 수 없는 사제 주문인 리스토레이션(restoration)을 강제 발동시켰다.


‘찬우 너도···.’


얼핏 찬우와 자신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진이 해피 엔딩을 만들기 위해 사지가 망가져가면서도 요한과의 결사항전을 벌였다면, 찬우는 사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희생을 했다.


아무래도 현실이 된 게임 속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자신만이 아닌 모양.

좋아해야 하는 일이 맞음에도 대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


설진은 삐걱거리는 발걸음을 가다듬으며 문을 닫았다.

의무실까지 찬우를 데려다 준 후,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뭐, 어찌 됐든.’


상황이 변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찬우가 회복에 들어감으로써 또 다른 진전이 생겼다.

바로 리아엘라 쪽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좋아지긴··· 한 건가.’


그것도 꽤 좋은 쪽으로.

여전히 말을 하는 건 무리지만, 손발을 뻗을 수 있게 되었다.

고개를 돌리는 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표정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던 처음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변화였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점차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었다.

황실의 의료 기술과 마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49층을 뜨는 건, 둘이 다시 만난 이후로 해야겠네.’


설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메시지는, 드물게도 탑의 오름과 머뭄의 결정권을 주고 있었다.


[50층으로 향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예를 눌러 50층으로 향하는 건 조금 더 미뤄질 것이다.

설진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미뤄진 쪽을 조금 더 선호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전쟁이 승리로 끝났고, 리아엘라의 상태도 다시 호전되고 있으니···.’


남은 건 온전히 호재에 그지없는 일들.

연나비로 향하기 전, 적어도 불행을 누리진 않아도 된다.


‘시간 나면 엘리나나 보러 갈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정세로 꽤 안정화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업무에 시달리는 엘리나의 모습을 보진 않아도 될 터.

그렇게 생각하며 객실의 문을 열었다. 시연과 채린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덜컥-.


“어?”


방 안에는 시연, 채린 말고도 세 사람이 더 있었다.

설진이 잘 알고 있는 사람들.

동시에 황실에서 높은 자리를 자치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어라? 설진 님 아닙니까?”


세 사람 중 한 명이 반갑다는 듯 입을 열며 다가왔다.

날렵하고 냉정한 듯한 모습을 한 사내.


암살자이자 설진이 빙의했던 인물인 아넬이었다.

전쟁이 끝난 그는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한 듯했다. 암살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옅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아넬. 다친 곳은 괜찮나요?”

“이젠 어느 정도 나은 덕에 생활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미 몇 번이나 들어온 말이겠지만, 황실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냥 돕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대가는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대가를 충분히 받았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설진이 엘리나에게 부탁한 내용은 플레임 왕국을 침략하지 않는 것.

솔직히 말해 설진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가지 않는, 소득 없는 대가였다.


‘간접적으로는 가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연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플레임 왕국에 있을 당시 이뤄진 배드 엔딩. 그러한 엔딩을 고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이다.


‘플레임 왕국의 멸망 원인은 따지고 보면 헤임 제국에도 있으니까.’


끔찍할 정도로 약화된 플레임 왕국에, 헤임 제국이 암살자를 보낸 것.

결정적인 멸망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리고 설진은 지금 그 멸망 원인을 완전히 차단시켰다.


‘플라임···.’


헤임 제국은 나름대로 유의미한 결말에 다가서고 있지만, 플레임 왕국은 아니었다.

설진은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에서 배드 엔딩을 맞았다. 그리하여 다신 없을 절망을 느꼈고, 그리하여 잔혹한 결말을 바꾸고자 했다.


헤임 제국에서의 일은 결말을 바꾸는 데에 있어 초석이 될 것이다.

이후에서도 하나씩, 하나씩 기반이 쌓여 결실을 맺으리라.


“설진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잊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아넬의 말이 이어졌다.

확실히 황실의 팔라딘인 그에게 있어 이번 전쟁의 일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저 과거로만 남는 것이 아닌, 잔향처럼 퍼져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터.

비단 아넬뿐만이 아니다.

아넬의 뒤에 있는 아메르도, 나타벨도 분명 그리될 터였다.


그만큼 이번 전쟁의 여파는 컸으되 강렬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설진은 말없이 긍정했다.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머잖아 말문을 열었다.


“좋은 일로 남았으면 좋겠네요.”


전쟁의 일. 그러니까, 리아엘라를 포함한 말이었다.

쓰게 웃은 설진은 아넬의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아메르와 나타벨.


“좋은 일, 말이죠···.”


나타벨은 설진이 지은 쓴웃음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그림자가 드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금 찬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는 설진과는 달리, 그들은 모르고 있으니.

그들은 여전히 리아엘라가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숨길 것도 없으니까.’


설진은 찬우를 생각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세 분. 조금 있다가 리아엘라의 의무실에 들러주시겠어요.”

“리아엘라 씨가 있는 곳이라 함은···.”

“여기서 조금 더 구석에 있는 방 말입니다.”


리아엘라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단지 상태가 심각해 만날 기회가 없다시피 했을 뿐.


설진은 그리 말하며 곁눈질로 한 침대를 바라보았다.

시연, 채린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침대.

아까까지 찬우가 누워 있던 침대였다.


“적어도 어제보단 훨씬 나아졌을 겁니다.”


찬우의 부재를 강조하며 리아엘라의 몸 상태에 대해 언급했다.

이쯤 되니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한 아넬과 나타벨 대신, 아메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마 찬우 님이···.”

“···.”

“저, 정말로···.”

“치료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치료와 관련된 주문, 그리고 마력의 농노가 뛰어난 것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리아엘라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었다. 고유 능력까지 사용해가며, 높은 마력 수치를 투자해가며 왼 주문은 그야말로 기적이었으니.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감사는 찬우에게 하시죠. 며칠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설진은 그 말을 끝으로 방 안 깊숙이 들어갔다.

애초 방안에 있는 침대는 네 개였다.

전쟁 후 보름까지는 사용했던 침대를 바라보며 천천히 엉덩이를 붙였다.


시연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셋은 설진이 나가자마자 들어왔다고 한다.

꽤 적잖은 시간 동안 사담을 나눴다고.

슬슬 갈 때가 됨을 자각한 셋은 고개를 숙이며 방을 떴다. 방에 들어왔을 때보다, 방에서 나갈 때 보인 표정이 훨씬 더 밝아 보였다.


단순히 전쟁이 끝난 것에 기뻐하는 것이 아닌, 전쟁의 여파로 다친 동료의 회복에 기뻐하는 듯한 얼굴.

그런 사람들이었다. 돌연 황실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덜컥-.


이윽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귓가를 한 번 울리고,

삼 층의 객실 안, 창문 너머에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밝은 빛은 아니었다.

굳이 빛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파란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가 져 저녁이 되어, 저녁을 넘어 밤이 찾아와 세상을 덮을 즈음.

아스라이 떠오르는 달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바닥에 비치는 창문의 그림자가 눈앞을 맴돌았다.


설진은 앉은 자세에서 누운 자세로 바꿨다.

나름 담담한 척은 했지만, 사실 속은 그렇지 않았다.


찬우가 걱정됐다.


아무리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날 상처라도, 다쳤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아서 설진은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양 얼굴을 돌렸다.


“오. 설진이 여기서 자는 거야? 되게 오랜만에 여기서 자는 것 같네.”

“누나, 채린아.”

“응?”


아마 시연도 대략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까와 대화에서 찬우의 침대를 곁눈질하고 리아엘라의 상태를 언급했으니.

설진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더니만, 이내 결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리아엘라의 상태가 어떤지는 얘기해 줬죠.”

“엄청 심각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의식은 돌아온 것 같은데, 고개만 돌릴 수 있지 그 이상은 못한다고···.”

“그 상태에서, 순식간에 나았어.”


채린의 말에 답하듯 말했다.


“지금 찬우의 레벨로선 할 수 없는 일이야.”

“···역시.”


셋, 아니. 찬우를 포함한 넷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온 사람들이었다.

비록 얼굴을 알고 지낸 기간보다 모르고 지낸 기간이 많다고 하나 그들은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그러한 그들일진대, 찬우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짐작하는 건 일도 아닐 터.


“선조와 길잡이, 그리고 대가··· 였던가.”


시연의 말이었다. 조금은 놀랐다는 기색이 섞여 있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게임에서 찬우가 그 고유 능력을 선택한 이유는 어느 정도의 성능이 보장되기도 하지만, 페널티가 현실의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저 게임 캐릭터가 HP를 잃는, 그런 페널티였다.

정해진 기간 동안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그런 작은 페널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이,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아픔과 고통이 느껴지는 온전한 현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찬우는 고통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위해서.


시연이 놀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설진은 찬우의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연과 설진의 말에 턱을 짚었다. 창문에 비쳐 들어오는 달밤의 빛은 그런 그녀를 비추듯 유영했다.


“많이 다치진 않은 거지?”

“괜찮아요. 사나흘 정도면 금방 회복될 거래요.”


걱정된다는 양 말한 시연의 질문에 답하며 설진은 몸을 뉘었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눈을 감았다.


“아으. 그럼 다행이고. 난 또 걱정했네.”


옆에서는 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중이다.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리아엘라는 회복될 것이다. 비교적 크지 않은 대가를 치러서.


‘찬우가 깨어나면.’


리아엘라와의 시간을 갖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감은 눈에 힘을 풀었다.


헤임 제국 에피소드의 엔딩 직전, 또다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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