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311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8.26 21:30
조회
378
추천
3
글자
11쪽

207화

DUMMY

“···.”


리아엘라의 상태를 묻는 찬우의 말에 설진은 침묵했다.

정확히 말하면 입을 필요가 없었다.

찬우의 억양에서도, 설진의 얼굴에서도 이미 그 답이 묻어나왔으므로.


무망중 리아엘라의 말이 떠올랐다.

유독 기억에 남았다. 그저 남은 것만이 아닌, 쓰리고 쓰릴 정도로 강렬하게.


-“설진 님.”

-“제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아십니까?”

-“죽으려고 왔습니다.”


요한의 마력 폭풍을 돌파할 때 그녀가 했던 말이었다.

길티 실드를 펼치고서, 설진의 앞에 선 채 돌파구를 만들었던 일이 생각났다.


결과적으로 돌파구는 만들어졌다.

폭풍도 상처 하나 없이 타개해 낼 수 있었다.


‘후우.’


그리하여 요한의 심장에 단절석을 박아 넣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큰 상처 없이 전쟁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설진 자신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였다.

리아엘라는 달랐다. 죽을 각오를 했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그녀는, 죽으러 왔다는 말의 대가를 치르듯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전쟁이 끝난 후.

오엘과의 싸움이 끝난 후 천막에서 휴식을 취했을 때.

그때 본 리아엘라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고요하게 절규을 터뜨린 엘리나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


그만큼 전쟁의 여파는 쓰렸고, 참혹했다.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헤임 제국이 멸망할 만큼.


멸망하다 못해 처참하게 부서질 만큼, 말이다.


“형?”

“아, 미안.”


너무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했는지, 찬우의 말이 다시금 이어졌다.

설진은 대답하며 손에 쥔 애플하임을 주변에 두었다.


“리아엘라, 말이지.”

“네. 리아엘라 씨는 괜찮으신가 해서요···.”


기실 찬우도 리아엘라의 경위를 알고 있었다.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분명 들었을 터였다.


그럼에도 당돌히 질문을 건넨 건 그만큼 리아엘라가 걱정된다는 의미요, 그간 적잖은 정이 들었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설진은 입술을 달짝였다.

몇 번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보이더니 이내 결정했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걸을 수 있어?”

“네? 아, 네. 일단은요.”

“따라와 볼래.”


일으킨 몸을 이끌며 향한 곳은 문.

엘리나가 내어준 객실 밖으로 이동하려던 설진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어디 가는 거야?”

“리아엘라가 있는 곳이요.”

“···나도 가도 돼?”


시연의 물음에 설진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서는 시연도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 된데요. 너무 많이 몰려가는 건···.”

“아, 알았어.”


리아엘라는 시연의 빙의 대상이었다.

전쟁을 함께했던 찬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이 있을 터.


다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의사가 너무 많이 가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전쟁 후 보름. 리아엘라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입술을 다신 설진은 찬우를 데리고 문을 열었다.

사실 시연이 아닌 찬우를 데려가는 것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기도 했다.


‘찬우는 사제야.’


팔라딘인 아메르보다 더 짙은 마력을 가진 사제.

회복이 완료된 그라면 리아엘라의 상태를 낫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물론 기대는 기대일 뿐 많은 걸 바라기는 힘들었다.

이미 많은 의사가 리아엘라를 거쳐 갔다. 아티팩트를 사용해 보기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상등품 포션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깨어나지 않았던 것이 바로 리아엘라였다.

몸의 상처는 다 나았지만, 몸속 심혈이 미친 듯이 뒤틀렸기 때문이다.


‘몸 속에, 그것도 심장에 폭풍이 몰아친 격이라고 했나.’


제국의 저명한 의사의 말이었다.

심장 속에 폭풍이 몰아쳐 이리저리 망가뜨리고 간 격이라고.

함부로 건드렸다간 더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행복하진 않네.’


전쟁의 공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역이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

모두가 전쟁 후 평화를 누리는 데 반해 리아엘라는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안타깝고, 슬프고, 가엾기 그지없는 일.

그걸 알고 있기에 설진은 쓰린 표정을 지으며 침을 삼켰다. 의식을 잃기 전 리아엘라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설진이었기에 복받쳐 오르는 감정은 더했다.


저벅, 저벅.


“여기야.”

“멀진 않네요.”

“이쪽 라인은 전부 의무실로 임시지정한 모양이더라고.”


걸음은 얼마 가지 않아 멎었다.

찬우가 쉬고 있던 방 라인의 끝자락이 바로 리아엘라가 있는 곳이었다.


“혹시 몰라서 그러는 건데, 웬만하면 조용히 해줘.”


설진은 찬우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많이 나아진 건 아니기에.

그런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대답을 들은 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스윽-.


온 몸이 뉘인 채, 고개만 겨우 돌린 리아엘라가 있었다.


‘···.’


침대 위 매트에 묻은 피가 보였다. 소량이 아니다. 매트를 흠뻑 적셨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꾸준히 관리하곤 있지만 치우는 피보다 나오는 피가 훨씬 많았다. 때가 될 때마다 수혈을 반복하곤 있으나 그리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불은 꺼져 있었고, 창문은 닫혀 있었다.

커튼 또한 빛을 허하지 않겠다는 듯 쭉 내려와 있었다.


빛이 들어오는 곳이라면 방금 설진이 연 문 하나. 설진은 리아엘라의 고개가 돌아갔다는 것을 깨닫고는 천천히 그쪽을 향해 다가갔다.


저벅, 저벅.


찬우 또한 마찬가지. 한눈에 리아엘라의 상태가 말이 아님을 깨달은 그는 착잡한 눈빛을 하면서 설진의 뒤를 따랐다.


오가는 말은 없었다.

애당초 리아엘라는 지금 말을 할 수 없었다.


폭풍이 성대마저 휘저은 듯했다. 괴로워하는 얼굴이나 기색은 없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점과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광경은 리아엘라의 몸 상태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듯했다.

그것도 굉장히 좋지 않은 쪽으로.


설진은 무심결에 찬우를 바라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찬우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는 듯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툭 건들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리아엘라과 찬우는 얇디얇은 자락에 불과해 보였다.


설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아엘라의 고개가 돌아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이나, 차마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책임은 자신에게 있었을지도 몰랐다. 방패막이가 되어 희생하겠다는 그녀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은 것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쯧.’


···그런 약한 생각을 할 정도로 리아엘라는 처참히 부서졌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아엘라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 돌연 어깨에서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찬우가 있었다. 고개를 살며시 젓고 있는 것이 잠시 뒤로 물러나 달라고 하는 듯했다.


설진은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났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간이 리아엘라의 병실에 들렀던 설진이었다. 그에 반해 찬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리아엘라를 본 것이고.


스윽-.


“후우, 하아.”


곧바로 비운 자리를, 찬우가 채웠다.

입가에서는 자그마한 들숨이 뿜어지고 있었다.


‘잠깐, 설마···.’


그와 동시에 찬우의 몸 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이건 마력이었다.

사제의 마력. 회복과 치료에 특화된 찬우의 마력이었다.


“형, 지금 저희 레벨이 49잖아요.”

“어.”

“남은 잔여 스텟 포인트. 전부 마력에 몰아넣었어요.”


스텟 포인트로 올릴 수 있는 네 가지 스텟.

민첩은 속도를, 근력은 힘을 올려주는 것과 같이 스텟은 인간의 ‘한계치’를 상승시킬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네 가지 스텟 중 하나는 한계치의 상승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런 표현보다는 ‘능력의 개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력은 인간이 가져본 적 없는 능력이며, 동시에 다뤄본 적도 없는 미증류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탑에 들어선 이래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기본적인 사용법이 학습된다곤 하지만, 평생에 걸쳐 써온 근력, 체력, 민첩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력에 대해서는 설진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어떻게 작용하고 반응하는지, 왜 공기 중에 뒤섞여 떠다니고 있는지.

아는 것은 극히 소수. 다만 그 소수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마력은, 초월적인 개념이야.’


인간의 한계치를 넘어선, 새로운 경지를 창조할 수 있는 기운이라는 것이다.

본디 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경지 창조란 곧 기적을 뜻했다.

그러니까 그 말인즉···.


“리스토레이션(restoration).”


지금 보고 있는 광경 또한, 기적의 일부라는 것이다.

설진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리스토레이션. 저건 분명···.’


설진이 알기로 찬우가 사용한 주문- 리스토레이션은 사제 주문 중에서도 상위, 아니. 최상위로 분류되는 주문이었다.

못해도 70레벨 이상은 되어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주문.

그런 주문일진데, 찬우는 사용했다. 아직 49레벨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설마···.’


생각해 보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설진이 흡혈을, 시연이 리플렉션을 사용할 수 있듯.

찬우에게도 분명 고유 능력이 하나쯤은 있을 터.


‘찬우도 똑같은 걸 선택한 거야?’


설진은 그것을 스페이스 온라인에서의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유 능력, [선조와 길잡이, 그리고 대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한계치의 주문보다 상위 주문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능력.


찬우의 레벨이 49정도에 머물러 있으니, 70레벨 때 사용 가능한 리스토레이션(restoration)의 영창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

그렇게 해서 주문을 왼 듯 보였다. 등 뒤에 찬란한 광휘가 퍼진 찬우의 모습을 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고유 능력이 곁들어진 회복 주문이라 그런지 효과가 있어 보였다.

조금이지만 리아엘라의 손가락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고개가 돌아가는 것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꽈악.


설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리아엘라의 상태 호전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지만, 마냥 그것만은 아니었다.


‘페널티투성이잖아.’


다시 짚어, 찬우의 고유 능력은 [선조와 길잡이, 그리고 대가.]

능력의 이름에서도 나와 있듯 찬우의 능력에는 필연적으로 페널티가 따른다.


우선 재사용 쿨타임이 존재했다. 그것도 꽤 길게.

설진이 알기로는 한 달이었다. 이제 찬우는 한 달 동안 지금 사용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것만 해도 치명적인데, 끝이 아니었다.

대가란 설진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끔찍한 것이었다.


“으, 커- 커헉.”

“···찬우야.”


고유 능력으로 회복시킨 상대가 입은 피해의 사분지 일.

즉, 25%를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 한다는 페널티가 존재했다.


주문 영창이 끝난 후, 고통을 호소하는 찬우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 아니, 실제로 쓰러지고 있었다.


텁-.


설진은 찬우의 몸을 잡았다.


“···조금 더 쉬어.”


잡은 몸을, 다시 의무실로 옮기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정기 연재 전환 공지입니다. 22.09.26 208 0 -
공지 제목, 소개글 변경 공지입니다 21.12.09 642 0 -
300 300화(완) 23.01.12 345 6 12쪽
299 299화 23.01.11 180 3 11쪽
298 298화 23.01.10 172 3 11쪽
297 297화 23.01.09 165 3 12쪽
296 296화 23.01.08 164 3 11쪽
295 295화 23.01.06 168 3 11쪽
294 294화 23.01.05 153 4 11쪽
293 293화 23.01.04 161 3 11쪽
292 292화 23.01.03 154 3 12쪽
291 291화 23.01.02 157 3 11쪽
290 290화 22.12.31 169 3 11쪽
289 289화 22.12.29 159 3 12쪽
288 288화 22.12.28 167 3 12쪽
287 287화 22.12.27 156 3 12쪽
286 286화 22.12.26 162 3 11쪽
285 285화 22.12.25 172 3 11쪽
284 284화 22.12.22 180 3 12쪽
283 283화 22.12.21 180 3 12쪽
282 282화 22.12.20 166 3 12쪽
281 281화 22.12.19 164 3 11쪽
280 280화 22.12.18 166 3 12쪽
279 279화 22.12.17 167 3 11쪽
278 278화 22.12.15 176 3 13쪽
277 277화 22.12.14 173 3 11쪽
276 276화 22.12.13 169 3 11쪽
275 275화 22.12.11 176 3 12쪽
274 274화 22.12.10 166 3 11쪽
273 273화 22.12.08 180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