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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거인 님의 서재입니다.

히로익멘션 : 이즈의 모험가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철거인
그림/삽화
가락송이
작품등록일 :
2022.05.12 17:09
최근연재일 :
2022.09.19 21:17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580
추천수 :
453
글자수 :
321,744

작성
22.07.15 23:24
조회
59
추천
6
글자
16쪽

#7. 추적 (6)

DUMMY

"신호다." 허공에 붉은 원이 그려졌다.


가베라가 보낸 신호를 확인한 크로커스는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건물과 건물 사이, 불빛이 닿지 않는 거리의 틈새 속에 베일럼의 주민들이 숨을 죽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경비대원 뿐만이 아니었다. 상점 주인이나 농부 등 무기라곤 다뤄본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고향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손에 칼을 쥐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골목 밖으로 달려가 대열을 갖췄다. "준비." 크로커스의 목소리가 나직이 퍼지자 수십의 궁수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훈련을 받은 경비대원들과 평소 사냥 등으로 활에 익숙한 이들이었다.


"발사!" 궁수들이 쏘아낸 화살이 일제히 하늘을 날았다. 그들은 한 차례 화살을 쏘아 보낸 뒤에도 연거푸 활시위를 당겼다. 일렁이는 불길 사이로 죽음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오크들의 비명이 밤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놈들은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해 텅 빈 거리를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많은 수의 화살이 바닥에 박혔으나 그만큼 많은 수의 오크들이 쓰러졌다. 뾰족한 화살촉에 심장을 뚫린 오크 하나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넘어갔다.


"제미니!" 크로커스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알고 있으니까 재촉하지 마." 제미니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눈 한번 깜빡일 사이에 주문이 완성되었다.


꿈틀거리는 빛 덩어리가 눈앞에 둥둥 떠 있었다. 제미니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허공을 찔렀다. 빛으로 이루어진 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 버렸다.


빛 덩어리는 오크들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오크 하나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마법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찌릿한 통증도 뜨거운 열기도 없었기에 놈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이해하질 못했다.


제미니의 마법은 오크들을 목표로 한 게 아니었다. 빛 덩어리는 이제 막 불길을 빠져나온 한 늑대의 코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부풀어 오른 비눗방울처럼 펑 터져 버렸다. 희끄무레한 빛무리가 늑대들을 감싸고 떨어져 내렸다.


늑대를 끌고 나오던 오크들이 한숨을 쉬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놈들은 늑대가 화살 때문에 겁을 먹고 머뭇대는 거라고 생각했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착각이었다.


늑대들이 목줄을 쥔 오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 오크들이 반응도하기 전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놈들의 목을 물어뜯었고 발톱이 피부를 헤집었다. 오크들의 대열 끝에서 또 한 번 비명이 울려 퍼졌다.


베일럼 사람들에게 행운이 따라준 결과였다. 만약 오크들이 늑대를 앞세웠더라면 늑대들 역시 화살에 큰 피해를 입었을 테고 제미니의 마법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오크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불길을 피해 멀리 우회했더라면 작전이 전부 어그러졌을지도 몰랐다. 크로커스는 오크들의 성급함에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비축해둔 화살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활을 쏘아대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궁수들이 뒤로 물러나자 이번엔 칼과 창, 방패 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오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로고는 부하들을 두 무리로 나누었다. 기습으로 많은 수의 부하들을 잃었지만 아직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열 남짓한 수의 부하들에게 늑대들의 처리를 맡긴 뒤 나머지는 전부 인간들을 향해 돌진시켰다. 그로고 역시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구의 오크들이 땅을 쿵쿵 올리며 달려오는 모습은 충분히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크로커스가 사람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소리 높여 외쳤다.


"병력은 우리가 더 많아요! 이길 수 있습니다!"


크로커스의 외침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었다. 얼굴에 검댕을 묻힌 병사가 결국 도망쳐 버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다잡고 대열을 지켰다. 그들은 손이 하얗게 질려버릴 때까지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이를 악문 베일럼 사람들과 오크 무리가 맞부딪쳤다. 오크들이 압도적인 힘으로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사람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댓잎처럼 휩쓸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악착같이 버티고 서서 칼과 창을 찔러 넣었다. 두 무리의 그림자가 어지럽게 엉켜들었다. 난전이었다.


크로커스도 싸움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장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오크가 무기를 휘두르지 못하도록 거칠게 밀어 붙였다. 오크가 머뭇거리며 빈틈을 보인 순간 그의 장검은 여지 없이 놈의 회색 피부를 찢고 살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다음 상대를 찾기 위해 눈길을 돌렸다.


가베라는 지붕 위에서 뛰어내리며 단검을 던졌다. 두 자루의 단검이 지붕 아래를 지나던 오크의 어깨에 꽂혔고 그의 두 발은 땅바닥 대신 좁은 단검 자루 위로 아주 정확히 떨어져 내렸다. 속살을 헤집는 끔찍한 고통에 오크가 울부짖는 사이 그는 다시 한 번 뛰어오르며 허공에서 거꾸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공중에 떠있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가베라가 또 하나의 단검을 던졌다. 단검이 오크의 두 눈 사이로 깊숙히 파고드는 순간 비명 소리가 멎었다. 잘 닦인 칼날 위로 번득이던 주홍색 불빛이 놈이 본 마지막 풍경이었다. 놈의 두 눈에서 빛이 사그라들었다.


두 사람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승리는 여전히 까마득해 보였다. 싸움에 익숙치 않은 마을 사람들은 오크들의 공세 속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워했다. 일부 경비대원들이 힘을 합쳐 오크들을 쓰러뜨리고 있었지만 전황을 뒤집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대열이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그 때 였다. 긴 늑대 울음소리가 오크들의 등 뒤를 덮쳤다. 짐승들은 네 다리로 땅을 박차고 오크들의 목과 등을 마구 물고 할퀴었다. 늑대들의 숫자는 거의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고전 중이던 마을 사람들의 머리 위로 반짝이는 빛가루가 사락사락 뿌려져 내렸다. 그들의 머리와 어깨, 손등에 내려앉은 빛가루는 눈송이처럼 녹아 없어지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겁먹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사자와 같은 용맹이 새겨졌다. 오랜 긴장으로 지친 근육에서 스스로도 놀랄 만큼의 힘이 셈솟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더 이상 패배라는 두 글자를 생각하지 않았다.


"어때, 이제 해볼만 하지 않아?" 제미니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미니의 도움을 받은 늑대들은 그동안의 오랜 원한을 갚았다. 늑대들을 보조하느라 바빴던 제미니는 이제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주문을 외워서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오크들이 밀려나고 있었다.


그로고의 시선이 제미니에게로 향했다. 그는 작은 인간이 이상한 술수를 부려서 늑대들을 조종하고 인간들을 날뛰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문득 변명을 일삼던 부하의 말이 떠올랐다.


"교활한 꼬마! 주술사였구나!" 그로고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커다란 도끼를 마구 휘두르며 성큼 걸음을 옮겼다.


놀란 눈을 한 제미니가 과장된 동작으로 몸을 움츠렸다. 오크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손가락으로 그로고를 가리켰다. 늑대가 그로고의 등 뒤에서 달려들었다. 뒤이어 사람들도 마법사를 지키기 위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로고는 멈추지 않았다. 난폭한 오크들의 추장답게 그의 몸집과 힘은 부하들보다 훨씬 크고 강력했다. 도끼가 한 번 허공을 가를 때마다 사람과 늑대가 피를 흩뿌리면서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제미니는 몸을 피해야 하는 건 아닐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다분히 도발적인 웃음이었다.


그로고는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그만 인간 주술사의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당장이라도 뭉개 버리고 싶었다. 그의 성난 포효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크로커스는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내딛었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큰 소리로 외쳤다.


"너 따위는 나를 위협했던 위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폭력밖에 모르는 괴물아!"


그의 일갈에 오크 추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얀 인간, 감히 이 그로고의 앞을 막는가?" 그로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으르렁대었다.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꼬여드는 날파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난 하얀 인간이 아니다, 그로고. 내 이름은 크로커스 하이랜더, 이전엔 바다 위를 떠도는 뱃사람이었고 이제는 미슬론드를 탐험하는 한 사람의 여행자다!" 크로커스는 당당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무엇보다 내 머리카락은 하얀색이 아니라 은색이란 말이다!"


"제정신이야?" 그의 등 뒤에서 어처구니 없어하는 제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비장한 분위기로 그딴 걸 따져야겠어?"


"시끄러워! 널 지키고 있는 게 나란 걸 잊지 마!" 고개를 홱 돌린 크로커스가 짜증을 부렸다.


"이봐! 한눈팔지 말고 앞이나 똑바로 보라고!" 제미니가 다급히 경고를 보냈다.


크로커스가 황급히 정면을 바라보자 커다란 도끼가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감히 막아낼 생각도 못하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두꺼운 도끼날이 그가 서있던 자리를 가르고 바닥을 때리자 땅이 깊이 파헤쳐지며 돌조각이 튀었다. 그로고는 전투용 대형 도끼를 한 손만으로도 자유롭게 휘두르고 있었다. 크로커스는 그가 보여준 괴력에 내심 감탄하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내가 더 강하다, 하얀 인간! 얌전히 굴면 목숨만큼은 살려서 노예로 팔아주겠다."


"노예라고?" 충격을 받은 크로커스가 눈을 부릅떴다. "사람들의 목숨을 돈으로 거래하고 있다는 말이야?"


이즈에서는 노예 제도가 불법이었다. 영주 평의회에 속한 다른 영지들 역시 마찬가지, 예외가 있다면 저 멀리 남쪽에 있는 돕스였다. 오크들이 어떻게 돕스의 악질들과 거래를 틀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사실이 크로커스를 분노케 했다.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이 가슴 속에서 들끓었다.


차가운 무언가가 몸속 깊숙한 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크로커스는 그것이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분노가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평소와는 다른 압도적인 힘을 말이다.


크로커스가 장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로고가 도끼를 들어 공격을 막아 내자 또 다른 방향에서 칼날이 날아들었다. 그는 크로커스를 떼어내기 위해 도끼를 좌우로 휘둘렀지만 번번이 빗나가기 일쑤였다. 크로커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그리고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뿐 아니라 오크들까지 전장에서 싸우고 있던 모두가 크로커스의 움직임에 눈길을 빼았겼다. 그가 화려하거나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일격 하나하나에는 그것들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크로커스가 장검을 두 손으로 쥐고 아래에서 위를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휘둘렀다. 커다란 도끼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가볍게 튕겨져 나갔다. 그로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너 이상한 인간이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로고가 발악을 하며 도끼를 양손으로 쥐고 내려찍었다. 하지만 크로커스가 훨씬 빨랐다.


"너 따위는 절대 강자가 아니야! 그저 힘만 센 괴물일 뿐이지."


그는 자세를 낮추고 그로고를 향해 과감히 몸을 날렸다. 머리를 쪼개려드는 도끼날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긴 자루 아래에 도달한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힘을 쥐어 짜냈다. 장검이 그로고의 옆구리를 갈랐다.


그로고가 비명을 지르며 도끼를 땅에 떨어 뜨렸다. 비칠대며 물러선 그의 눈동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요동치고 있었다.


"후퇴! 후퇴한다!"


피가 벌컥거리는 옆구리를 움켜잡은 그로고는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다. 추장이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모습을 본 오크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허둥거렸다. 약탈을 기대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사기가 순식간에 바닥까지 떨어져 내렸다.


크로커스는 그로고를 쫓아 끝을 내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체력을 소진해버린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거렸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세상이 노랗게 보일 지경이었다.


오크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마을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그 뒤를 쫓았다. 승리의 함성이었다.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크로커스는 눈을 감았다.


그와 동료들이 베일럼을 지켜내었다.




※※※※※※※※※




부하들을 잃은 그로고는 혼자서 달리고 또 달렸다. 베일럼의 무너진 방책을 벗어나 작은 언덕을 넘어 숲속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야만 했다. 상처 입은 옆구리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고 점점 통증이 심해졌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숲의 가장자리에 다다르고 나서야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여기까지 쫓아오는 적은 없을 거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그로고는 이를 갈며 하얀 인간을 떠올렸다. 갑자기 이상한 힘으로 몰아붙이던 그 모습은 지금도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인간이 존재한단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인간이란 약한 힘을 교활함으로 채우는 존재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힘으로 군림하는 추장인 그로고가 허약한 인간에게 패한것도 모자라 싸움 도중 등을 돌리고 달아나 버리기까지 했다. 이대로라면 오크들 사이에서 무슨 취급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살아남은 부하들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그로고는 갑자기 강해진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 그는 먼저 동굴로 돌아가 상처부터 치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복수는 그 다음이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고블린 놈들과 손을 잡아야겠군."


그는 적대관계인 고블린들의 손을 빌려서라도 인간들에게 보복하려는 마음을 가졌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복수는 꼭 필요한 일이었고 부족의 힘이 약해진 만큼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인간들을 죽이고 약탈한 재물을 나눠준다면 멍청한 고블린들도 만족하겠지." 그로고가 중얼거렸다. 그의 첫 번째 실수였다.


"참 다행이야.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겠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로고의 눈이 화등잔처럼 크게 변해버렸다. 그는 상처의 통증도 잊은 채 미친 듯이 사방으로 고개를 돌려 대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숨이 턱 막히고 손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누구냐! 겁쟁이처럼 숨지 말고 모습을 보여라!"


그는 위협적으로 고함을 지르더니 갑자기 등을 돌리고 나무의 그림자 사이로 몸을 던졌다. 이대로 동굴까지 달아날 셈이었다. 동굴에는 아직 부하들이 남아 있었으니 그곳만큼은 안전할 거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로고의 두 번째 실수였다. 만약 도망치지 않고 위협에 맞서 싸웠더라면 베일럼에서 쫓겨 온 그의 부하들과 합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기회는 없었다.


그로고가 발을 디딘 그림자가 꿈틀대나 싶더니 시퍼런 섬광이 날카로운 곡선을 그렸다. 그는 고함을 지르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끈적한 액체가 목구멍에서 솟구쳐 오르며 숨구멍을 틀어막아 버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온기가 새어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로고는 원인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지만 그림자 속에선 여전히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형체 없는 유령이 스쳐 지나간 것만 같았다.


유령은 아무런 소리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로고의 시체뿐이었다.




이 글이 누군가의 취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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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7.16 17:50
    No. 1

    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주인공이 흰머리라고 할때에 나는 은발!이라고! 할때마다...무언가 나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주인공 버프는 언제 시작하는 건가..제 느낌은 그랬답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스토리상 아직 전개가 안 된 거라고 생각하며...ㅊ.ㅊ)>꾸욱. 누르고 저는 이제 밥을 시켰습니다. 점심은... 건너 뛰었네요. 어쩌다 보니, 하하하. 건필하십시오! 화이팅!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고철거인
    작성일
    22.07.16 19:48
    No. 2

    은발 타령은 그냥 콤플렉스 같은 겁니다;;
    그리고 버프는 몇 번 있긴 했는데 그거론 모자라나 보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고철거인
    작성일
    22.07.16 20:09
    No. 3

    그리고 늦긴 했지만 식사 맜있는거 드십쇼
    저도 어쩌다보니 점심은 걸렀었네요 ㅎㅎ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7.16 19:53
    No. 4

    앞으로 더 기대 하고 있겠습니다. ^,,^)> '파이팅!'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고철거인
    작성일
    22.07.16 20:01
    No. 5

    감사합니다
    뾰족이언니님도 좋은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왕 말나온 김에 TMI랄까 설레발 좀 쳐보자면
    뾰족이언니님께서 짚어주신 은발 관련된(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주인공 버프의 비밀은
    후속작이라고 해야하나 시즌2라고 해야하나
    지금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끝나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풀어낼 예정이었습니다.

    근데 지금 상태 봐서는 이야기를 완결내더라도 계속 쓰게 될지 알 수가 없네요
    저 개인적으론 슬픈 일이지만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7.16 20:08
    No. 6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입니다. ㅎㅎ 분명 좋은 결과로 더 좋은 글을 쓰시게 될 것입니다. 댓글에 댓글이 길어 지는 것 같습니다. ^^)>편안 밤 되시길!!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9 꿀짜장
    작성일
    22.07.16 20:23
    No. 7

    판타지는 참으로 방대한 파노라마와 같아서 전 좋아합니다.
    하지만 쓰기엔 너무 벅차고 머리도 쬐금 아프고...;;
    또 많은 캐릭터를 일일이 다 섭려해야 할 때.. 정말 저는 두손 두발 다 듭니다.
    너무 방대하기 땜에...

    하지만 작가님은 재미있게 조리있게 잘 쓰고 계시는군요..
    늘 건필하시구요.. 복날 몸보신 잘하시구요 추천 드려유~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고철거인
    작성일
    22.07.16 21:01
    No. 8

    오히려 실제 역사 기반이 더 힘들지 않나요?
    역사 고증해야하고 자료도 더 철저하게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자료 찾는게 쉬운 것도 아니고요
    저 같으면 자료 찾다가 글자 하나도 못쓸거 같은데요 ㄷㄷ;;

    쿤터님도 맛난거 드셨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남해검객
    작성일
    22.08.05 15:56
    No. 9

    오크 세계에도 루저는 있는 법^^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고철거인
    작성일
    22.08.05 16:54
    No. 10

    ㅎㅎ 주인공들이랑 엮이기 전까진 나름 성공한 오크였는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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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10. 우블케 (1) +8 22.08.27 30 3 11쪽
51 #9. 버려진 요새 (4) +6 22.08.20 59 2 21쪽
50 #9. 버려진 요새 (3) +8 22.08.15 37 3 13쪽
49 #9. 버려진 요새 (2) +8 22.08.08 46 4 13쪽
48 #9. 버려진 요새 (1) +6 22.07.29 71 3 14쪽
47 #8. 검은 황야 (4) +8 22.07.25 57 2 20쪽
46 #8. 검은 황야 (3) +6 22.07.22 43 2 13쪽
45 #8. 검은 황야 (2) +6 22.07.19 49 3 11쪽
44 #8. 검은 황야 (1) +4 22.07.18 52 2 10쪽
» #7. 추적 (6) +10 22.07.15 60 6 16쪽
42 #7. 추적 (5) 22.07.13 49 2 12쪽
41 #7. 추적 (4) +4 22.07.11 42 5 11쪽
40 #7. 추적 (3) 22.07.08 56 3 13쪽
39 #7. 추적 (2) +2 22.07.06 53 5 14쪽
38 #7. 추적 (1) 22.07.01 43 4 10쪽
37 #6. 광산 문제 (6) +2 22.06.29 25 5 20쪽
36 #6. 광산 문제 (5) +2 22.06.28 74 4 12쪽
35 #6. 광산 문제 (4) 22.06.25 46 4 14쪽
34 #6. 광산 문제 (3) +2 22.06.22 43 5 14쪽
33 #6. 광산 문제 (2) 22.06.19 36 3 11쪽
32 #6. 광산 문제 (1) +2 22.06.16 54 3 14쪽
31 #5. 재판 (3) +4 22.06.14 58 3 19쪽
30 #5. 재판 (2) +2 22.06.09 41 3 11쪽
29 #5. 재판 (1) +4 22.06.08 74 3 14쪽
28 #4. 가베라 (5) +2 22.06.05 49 3 16쪽
27 #4. 가베라 (4) +2 22.06.04 45 4 11쪽
26 #4. 가베라 (3) +4 22.06.03 59 5 12쪽
25 #4. 가베라 (2) +4 22.06.02 62 4 16쪽
24 #4. 가베라 (1) +2 22.06.01 54 5 13쪽
23 #3. 오롤로죠 자이츠 (7) +2 22.05.30 64 6 13쪽
22 #3. 오롤로죠 자이츠 (6) +8 22.05.29 65 7 10쪽
21 #3. 오롤로죠 자이츠 (5) +4 22.05.28 76 7 13쪽
20 #3. 오롤로죠 자이츠 (4) +5 22.05.27 49 6 13쪽
19 #3. 오롤로죠 자이츠 (3) +8 22.05.26 101 9 13쪽
18 #3. 오롤로죠 자이츠 (2) +4 22.05.25 73 8 12쪽
17 #3. 오롤로죠 자이츠 (1) +4 22.05.24 91 10 11쪽
16 #2. 제미니 겔드 (9) +7 22.05.23 106 12 15쪽
15 #2. 제미니 겔드 (8) +7 22.05.22 72 11 11쪽
14 #2. 제미니 겔드 (7) +4 22.05.21 76 13 11쪽
13 #2. 제미니 겔드 (6) +10 22.05.20 97 10 15쪽
12 #2. 제미니 겔드 (5) +8 22.05.20 113 12 10쪽
11 #2. 제미니 겔드 (4) +14 22.05.19 111 12 11쪽
10 #2. 제미니 겔드 (3) +10 22.05.19 10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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