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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거인 님의 서재입니다.

히로익멘션 : 이즈의 모험가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철거인
그림/삽화
가락송이
작품등록일 :
2022.05.12 17:09
최근연재일 :
2022.09.19 21:17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578
추천수 :
453
글자수 :
321,744

작성
22.06.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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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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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6. 광산 문제 (2)

DUMMY

일행은 얕은 언덕 위에 서서 저 멀리 높이 솟아오른 눈 덮인 산의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여러개의 봉우리가 들쭉날쭉 불규칙하게 늘어져 있었고 산등성이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흐르지 않는 강물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끝, 가파르게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좁은 오솔길이 꼬불꼬불 굽이쳤다.


절벽 위에는 우거진 수풀과 키가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나 있었지만 단층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산허리 아래는 미끄러운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오솔길만이 유일해 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로 향하는 그 길목을 일단의 무리가 가로막고 있었다.


"보아하니 도적떼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군." 가베라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산 입구에 진을 치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뾰쪽한 목책이 오솔길 주변을 물샐틈없이 가로막았고 경계병들은 엄중한 눈초리로 사방을 감시하고 있었다.


"일단 가까이 가보도록 하죠.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게 해줄지도 모르잖아요." 크로커스가 말했다.


일행은 경계병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최대한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럼에도 감시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에는 부족했다. 병사들 중 하나가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시오!" 그는 위협하듯 창을 들어 일행을 향해 겨누었다. 외침소리를 들은 다른 병사들도 우르르 몰려와 초소의 입구를 겹겹이 틀어막았다. 잘 훈련받은 군대의 움직임이었다.


동료들의 가세로 용기를 얻은 병사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당신들은 누구요? 무슨 목적으로 접근하냔 말이오!"


크로커스는 잠시 일행을 둘러보았다. 제미니는 시큰둥한 얼굴로 딴청을 부렸고 가베라는 슬쩍 뒤로 물러나 있었다. 병사의 질문에 답할 사람은 자신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최대한 공손하게 들리는 말투로 병사의 질문에 답했다.


"우리는 지나가던 여행자일 뿐입니다. 저 산에 올라보고 싶은데 길을 비켜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크로커스는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숨기기 위해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그는 산에 오르는 것뿐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병사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 떠오른 의심의 기색이 한층 더 짙어졌다.


"돌아가시오. 당신들은 지나갈 수 없소!" 병사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크로커스는 병사의 강경한 태도에 살짝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저 산에 오르려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된다고 했잖소! 감히 영주님의 명령을 거스를 셈이오?" 병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영주님의 명령이라고요? 대체 어디의?" 크로커스가 반문했다.


"당연히 브레포드의 영주님이시지 누구란 말인가! 아무런 볼 것도 없는 산에 오르겠다는 것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젠 당신들이 네거스힐의 첩자가 아닌지 의심스럽군." 병사가 눈을 부라렸다. 그가 말을 마치자 다른 병사들 역시 무기를 고쳐 잡으며 성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첩자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크로커스가 반박했지만 병사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 경고요! 네거스힐의 첩자가 아니라면 썩 꺼지시오!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병사가 호통을 치며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더 이상 대화가 통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크로커스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리자 제미니와 가베라는 말없이 뒤를 따랐다. 일행은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가야 했지만 병사들은 여전히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초소에서 멀어지자 제미니가 말했다.


"잘됐네. 이대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못 찾았다고 얼음덩이에게 말하자고. 영주의 명령이라는데 뭘 어쩌겠어."


제미니의 말에 가베라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긴 하지만 공작 전하가 좋아하진 않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통행증이라도 쥐어주고는 다시 쫓아내겠죠. 괜한 헛걸음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크로커스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는 천천히 흔들리는 말 등에 앉아서 병사가 했던 말들을 되새겨 보았다. 브레포드의 영주와 네거스힐의 첩자라는 말이 유독 신경이 쓰였다.


"가베라, 브레포드와 네거스힐이라는 곳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크로커스가 말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두 영지의 사이가 무척 좋지 못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이즈 성내에서 싸움을 벌일 정도였으니까요." 가베라가 대답했다.


그는 도로 한복판을 한참동안이나 막아섰던 두 대의 마차를 떠올렸다. 그 때도 두 영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만약 올드 가드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졌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브레포드의 병사들이 진짜로 경계하던 건 우리가 아니라 네거스힐의 개입이 아니었을까요? 네거스힐에는 알리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산속에 있는 거 같은데요."


크로커스는 그 무언가가 돕스의 마법사들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섣부른 추측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배우고 난 뒤였다. 그는 보다 확실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는 판단을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제미니가 고개를 돌려 초소를 힐끔거렸다. "강행돌파 하는 게 어때? 저 정도 숫자쯤이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텐데." 그는 말하는 도중에도 왼손의 손가락 전부를 계속해서 꼼지락대고 있었다.


제미니의 손가락 사이로 마법의 힘이 한 올 한 올 얽혀드는 것을 느낀 크로커스는 순간 질겁하여 소리를 질렀다.


"안 돼!"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크로커스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가베라도 그의 의견에는 뜻을 같이했다.


"괜히 일을 키울 필요는 없죠. 싸움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미니가 투덜거렸다. 그는 최대한 빠르고 간단하게 일을 끝마치고 싶었지만 두 사람 모두 만류하는 바람에 고집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의 손안에 휘감겨 있던 마법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뭐 좋은 계획이라도 있어?" 제미니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크로커스는 지도를 꺼내들고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 곳엔 브레포드라는 글자가 작게 쓰여져 있었다.


"일단 브레포드로 먼저 가보자. 영주가 병사까지 동원해 산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이유를 알아야 계획도 세우지." 크로커스가 대답했다.


"그게 좋을 거 같군요." 가베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미니는 여전히 얼굴에 불만이 한 가득이었다.


"난 정보 수집 같은 거 안 해!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크로커스는 불퉁대는 제미니를 달래가며 브레포드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와는 짧게나마 행동을 같이 했었지만 상황이 변했다. 그 때는 서로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만약 오롤로죠의 엄포가 아니었으면 제미니의 불만을 감당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정반대로 가베라는 불평 한마디 없이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지만 꼭 필요한 대화 말고는 먼저 말을 건네는 적이 없었다.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어쩌면 자신 이상의 실력자란 건 분명했지만 그 뿐이었다. 크로커스는 이들과 함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확신할 수 없었다.




※※※※※※※※※




브레포드의 영주 루고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집무실 안을 몇 번이고 서성거렸다. 네거스힐의 아이제어가 또 다시 문제를 키우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아이제어가 보낸 '편지'였던 것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내용을 전부 읽은 루고가 홧김에 갈기갈기 찢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주제파악도 못하고 콧대만 높은 매부리코 녀석."


아이제어는 영주 평의회에서 결정된 사안이 불만이었는지 협박에 가까운 언사를 늘어 놓았다. 광산을 개발할 우선권이 루고에게 있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무려 얼음공작이 공언한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산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해산시키고 광산을 공개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니. 이건 내정간섭을 넘어 전쟁이라도 일으키겠단 말이나 다름없었다.


루고는 아이제어의 협잡질에 호락호락 당해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영주 평의회에서 다른 영주들과 작당해 광산의 권리를 빼앗아 간 건 한 번만으로도 족했다.


그는 영지 전체에 징집령을 내렸다. 주변에 유명한 용병대가 있다는 소식에 거금을 들여 불러들였고 영지내의 대장장이들에겐 급하게 무기와 갑옷을 만들도록 시켰다. 영지의 제정이 한순간에 휘청거렸지만 광산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지민들도 마을을 부유하게 해줄 광산 개발이 네거스힐의 방해로 무산될 뻔 했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들은 네거스힐에 분노의 화살을 돌렸다. 루고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브레포드는 전쟁 준비에 한창이었다.




※※※※※※※※※




일행은 이미 한 번 밟은 적이 있었던 언덕을 빠져나오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대로를 따라 움직이는 쪽이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지만 시간을 아끼고 싶었던 그들은 삭막한 황야를 가로지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듬성듬성 자라난 나무와 큰 바위, 그리고 지평선 너머로 솟아오른 산봉우리뿐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말위에서 보내자 강을 따라 쌓아놓은 제방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물씬 풍기는 젖은 흙의 냄새와 함께 부드러운 풀들의 초록 빛깔로 사방이 물들어 있었다.


고고하게 흐르는 도네인강의 넓은 물줄기는 그들의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길잡이 삼아 이동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외곽의 농경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농장 주변에 세워진 울타리 너머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농작물들이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상하군. 어째서 농부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지?" 가베라가 중얼거렸다.


울타리 안쪽에는 몇 채인가의 농가가 모여 있음에도 바삐 움직여야 할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농장을 지키는 개들의 짖어대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릴 뿐이었다.


일행은 계속해서 강을 따라 올라갔고 강물을 가로지르는 아치 모양의 다리가 보였다. 브레포드가 코앞이었다.


그들은 고삐를 단단히 쥐고 다리 위를 통과했다. 단단한 돌바닥 위로 편자가 부딪치며 또각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브레포드 주민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 글이 누군가의 취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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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8. 검은 황야 (2) +6 22.07.19 49 3 11쪽
44 #8. 검은 황야 (1) +4 22.07.18 52 2 10쪽
43 #7. 추적 (6) +10 22.07.15 59 6 16쪽
42 #7. 추적 (5) 22.07.13 49 2 12쪽
41 #7. 추적 (4) +4 22.07.11 42 5 11쪽
40 #7. 추적 (3) 22.07.08 56 3 13쪽
39 #7. 추적 (2) +2 22.07.06 53 5 14쪽
38 #7. 추적 (1) 22.07.01 43 4 10쪽
37 #6. 광산 문제 (6) +2 22.06.29 25 5 20쪽
36 #6. 광산 문제 (5) +2 22.06.28 74 4 12쪽
35 #6. 광산 문제 (4) 22.06.25 46 4 14쪽
34 #6. 광산 문제 (3) +2 22.06.22 43 5 14쪽
» #6. 광산 문제 (2) 22.06.19 36 3 11쪽
32 #6. 광산 문제 (1) +2 22.06.16 54 3 14쪽
31 #5. 재판 (3) +4 22.06.14 58 3 19쪽
30 #5. 재판 (2) +2 22.06.09 41 3 11쪽
29 #5. 재판 (1) +4 22.06.08 74 3 14쪽
28 #4. 가베라 (5) +2 22.06.05 49 3 16쪽
27 #4. 가베라 (4) +2 22.06.04 45 4 11쪽
26 #4. 가베라 (3) +4 22.06.03 59 5 12쪽
25 #4. 가베라 (2) +4 22.06.02 62 4 16쪽
24 #4. 가베라 (1) +2 22.06.01 54 5 13쪽
23 #3. 오롤로죠 자이츠 (7) +2 22.05.30 64 6 13쪽
22 #3. 오롤로죠 자이츠 (6) +8 22.05.29 65 7 10쪽
21 #3. 오롤로죠 자이츠 (5) +4 22.05.28 76 7 13쪽
20 #3. 오롤로죠 자이츠 (4) +5 22.05.27 49 6 13쪽
19 #3. 오롤로죠 자이츠 (3) +8 22.05.26 101 9 13쪽
18 #3. 오롤로죠 자이츠 (2) +4 22.05.25 73 8 12쪽
17 #3. 오롤로죠 자이츠 (1) +4 22.05.24 91 10 11쪽
16 #2. 제미니 겔드 (9) +7 22.05.23 106 12 15쪽
15 #2. 제미니 겔드 (8) +7 22.05.22 72 11 11쪽
14 #2. 제미니 겔드 (7) +4 22.05.21 76 13 11쪽
13 #2. 제미니 겔드 (6) +10 22.05.20 97 10 15쪽
12 #2. 제미니 겔드 (5) +8 22.05.20 113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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