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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거인 님의 서재입니다.

히로익멘션 : 이즈의 모험가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철거인
그림/삽화
가락송이
작품등록일 :
2022.05.12 17:09
최근연재일 :
2022.09.19 21:17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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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53
글자수 :
32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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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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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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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6쪽

#4. 가베라 (5)

DUMMY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조용히 팔과 다리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무기의 간격을 재었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공격하기를 기다리며 침묵을 이어가고 있었다.


먼저 움직인 쪽은 가베라였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 히아신스의 행방을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 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양 팔이 흔들리고 빛이 번뜩거렸다.


그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던 크로커스는 빠르게 장검을 휘둘렀다. 두 자루의 단검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날아드는 건 단검뿐만이 아니었다.


가베라는 단검을 던지자마자 곧바로 몸을 날렸다. 그는 크로커스가 단검에 시선을 빼앗긴 잠깐 사이에 거리를 좁히고 사각을 파고들었다. 제미니를 제압했던 유령 같은 움직임의 재현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단검의 자루 끝으로 뒤통수를 후려칠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그것을 허용치 않았다.


크로커스는 빠르게 몸을 회전시키며 장검을 가로로 휘둘렀고 가베라는 다리를 굽혀 공격을 피했다. 이번에는 가베라가 몸을 일으키며 오른손에 들린 단도로 찔러 들어왔다. 크로커스는 장검을 끌어 당겨 막아내었지만 단도는 한 자루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가베라의 왼손에도 역시 단도가 들려 있었다.


또 한 자루의 단도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크로커스의 목줄기를 노렸다. 크로커스가 고개를 꺾어 단도를 피하자 다른 한 자루가 그 뒤를 이었다. 가베라의 단도는 끊임없이 베고 찌르기를 반복하면서 크로커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가 장검으로 가베라의 단도를 막을 때마다 공격은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몰아치는 가베라의 단도를 막고 피하면서 크로커스는 연신 뒷걸음질을 쳐야만 했다. 이따금 반격을 시도해 보아도 두 자루의 단도를 이용해 공격과 방어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가베라에게 빈틈은 보이질 않았다. 두 자루의 단도에 철저히 농락당한 크로커스의 손발은 점차 어지럽게 꼬여가고 있었다.


크로커스는 불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한 가지 수법을 떠올렸고 적절한 때가 오기만을 참고 기다렸다. 가베라의 단도와 장검이 맞부딪치며 소리를 내었다. 그 순간 그는 양손으로 장검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밀어붙였다. 무기를 다루는 솜씨는 둘째치고 완력만큼은 우위에 있다 확신했기에 단도 째로 가베라를 날려버릴 셈이었다.


그는 장검을 더욱 더 밀어붙였다. 단도 두 자루가 모두 밀려나면서 영향을 받은 가베라의 상체 역시 절반 쯤 방향이 틀어져 있었다. 공격이 먹혀들었다 확신한 크로커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곧장 달려들었고 순간 눈에서 불빛이 번쩍거렸다.


가베라는 크로커스의 숨은 한 수에 허를 찔렸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크로커스의 힘에 떠밀리는 반동을 이용해 발을 차 올렸다. 체중 뿐 아니라 상대의 힘까지 실린 발끝이 아주 날카롭고 정확하게 크로커스의 관자놀이에 꽂혀 들었다.


크로커스는 영문도 모른 채 비틀거리다 땅을 짚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흔들리는 눈꺼풀 사이로 땅바닥 위에 살짝 떠있는 가베라의 발이 보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크로커스는 가베라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자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패배마저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그의 푸른 은빛 눈동자가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골목 바닥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부러진 나무판자와 반쯤 타서 떨어져 나온 벽돌에 버려진 나무통 뚜껑, 쓸모없는 잡동사니들······.


그리고······., 가베라가 던졌던 투척용 단검과 괴한들이 쓰던 무기들!


크로커스는 바닥을 박차고 구르듯 달렸다. 아니, 굴렀다. 한 바퀴 땅바닥을 구르고 바로선 그의 손에는 투척용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는 곧장 가베라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가베라는 날아오는 단검을 가볍게 쳐냈다. 크로커스의 투척 실력은 제법 봐줄만했지만 그에겐 아무런 위협조차 되지 못했다. 도리어 거리를 벌린 크로커스를 향해 새로운 단검을 날릴 빌미만 만들어 준 셈이었다.


가베라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 좀 더 많이, 좀 더 과감하게 단검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여러 자루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러자 거리를 벌렸던 크로커스가 돌연 다시 달려들었다. 가베라는 서둘러 단검을 던졌다. 무슨 속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크로커스는 가베라가 던진 단검을 피하거나 튕겨내었다. 수는 많았지만 서둘러 던진 탓인지 이전만큼 빠르고 위협적이진 않았다. 더 이상의 방해는 없었다. 크로커스가 장검을 휘둘렀다.


가베라는 달라진 게 없는 크로커스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반대쪽 손에 들린 단도로 공격을 이어나갔다. 이 무의미한 싸움을 일분일초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그는 번개처럼 단도를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 공격마저 막히고 나니 가베라는 놀라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크로커스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왼손에는 괴한 중 하나가 쓰던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오른편의 장검에 비해 길이가 너무 짧아 균형이 맞지는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과거 바다위에서 해적 나부랭이들과 싸움을 벌일 때면 종종 양손에 무기를 들고 날뛰곤 했었다. 그 때의 경험이 지금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어 주었다.


크로커스는 다시 한 번 가베라를 밀어 붙였다. 장검과 단검을 이용해 가베라의 단도를 각각 하나씩 묶어 놓고 힘으로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가베라가 뒤로 물러나며 낭패한 기색을 보였다.


크로커스의 공격은 가베라의 단도만큼 빠르지는 않았지만 양 손에 무기를 쥐는 것으로 그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의 완력이 더 강한만큼 보다 유리하게 싸움을 전개해 나갈 수가 있었다.


어두침침한 골목길 사이로 장검과 단도, 단검과 단도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가베라가 빠르게 단도를 휘몰아칠 때면 크로커스는 힘으로 거세게 맞받아쳤다. 단도가 튕겨나가며 가베라의 양팔이 활짝 벌어졌고 크로커스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어깨로 가베라의 가슴을 들이 받았다.


쿵 소리를 울리며 가베라가 튕겨져 나갔다. 그가 처음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가베라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손에서 칼을 놓은 지 제법 오래되기는 했지만 그보다 어린 상대에게 당하고 나니 분한 감정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화가 나기보다 자존심이 상했고, 살의라기엔 끈적거리지 않는, 호승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서로 한 번씩 주고받은 셈이었으니 어떻게 하면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며 머릿속으로 가상의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면서 침묵을 유지했다.


방해꾼이 끼어들기 전까지는.


"여기다!" 낯선 고함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크로커스와 가베라는 놀란 눈으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대열을 이룬 채로 빠르게 골목길을 달려오고 있었다.


골목 한 쪽을 틀어막은 병사들은 방패와 창을 꼬나 쥐고 진형을 갖추었다.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도무지 승산이 없어 보였다.


잠시 후 병사들 사이에서 금발머리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히아신스였다.


크로커스는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가베라는 어느 샌가 모습을 감춘 뒤였다. 기척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정말 유령을 본 것만 같아 정신이 알딸딸하기만 했다.


"아가씨, 저 남자가 아가씨를 납치하려 했던 범인입니까?" 다른 병사들에 비해 화려한 갑옷으로 중무장한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히아신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 저를 도와준 은인입니다." 히아신스는 잠시 머뭇거리다 질문에 답했다. 그녀는 은인이라는 단어가 확실히 들리도록 힘을 주어 말했다.


중무장한 사내, 시머글림의 경비대장은 말없이 골목길 안쪽을 둘러보았다. 엉망이 된 골목 사이로 지쳐 보이는 하얀 머리의 청년과 다갈색 머리의 소년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경비대장은 그 소년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무언가 착오가 있으신거 같군요." 경비대장이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두 사람을 체포해라!"


병사들은 동시에 대답을 외치면서 크로커스와 제미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히아신스가 소리 높여 항의해보아도 발자국 소리에 묻혀버린 탓인지 경비대장을 비롯해 단 한 사람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오직 크로커스를 제외하고는.


에아닌의 부탁이 마음에 걸렸던 크로커스는 제미니를 두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를 변호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금발머리 소녀의 절실한 표정을 보고나니 긴장이 풀리며 전신에 힘이 쑥 빠져 버렸다. 마침 회복의 물약의 효력이 전부 떨어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시머글림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소동은 이렇게 끝을 맞았다. 밤 새 어둠을 밝히던 등대의 불빛은 물론 병사들이 손에 쥐고 있던 횃불들까지 하나 둘 꺼지며 도시가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수평선 너머 아득히 먼 곳에서 새벽 동이 트려 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간밤의 열기를 식혀주는 상쾌한 아침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병사들의 사나운 손길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크로커스는 환하게 웃어 보일 수가 있었다.




※※※※※※※※※




가베라는 어느 민가의 지붕 위에 서서 크로커스와 제미니가 병사들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수많은 병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음에도 하얀 머리칼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그의 곁에는 금발 머리의 소녀가 찰싹 달라붙어 조금도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어쩔 줄을 몰라 표정을 일그러뜨린 경비대장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이걸로 의뢰는 완료인건가?"


가베라는 피식 쓴웃음을 지으며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렸다. 제법 높이가 있었음에도 그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고양이처럼 무릎을 굽혀 충격을 흡수한 뒤 가볍게 뛰어올라 신체에 가해지는 반동을 최소화 시켰다. 오래전 암살자 노릇을 하며 몸에 익혔던 몇 안 되는 쓸모 있는 기술 중 하나였다.


가베라는 예전의 직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오롤로죠를 만나게 되었고 또 어쩌다보니 고아원의 원장이 되어있었다. 그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했다. 비록 이스테나는 거침이 없었고 아이들은 말썽을 부리기 일쑤였지만 은퇴 후의 소일거리라 생각하면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는 오롤로죠와 맺었던 계약을 후회하지 않았다. 가끔 귀찮은 요구들을 떠맡아야 했지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무척 관대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베라는 히아신스를 지키라던 오롤로죠의 요청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말하기가 무척 껄끄러웠다. 본의 아니게 위협을 끼친 것도 모자라 한 술 더 떠, 엉뚱한 사람과 싸우느라 시간만 축내고 있던 차에 의뢰는 제멋대로 끝이 나버린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무사했지만 이래저래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일처리에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다.


가베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입구 주변에서 풀을 뜯던 리치가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법의 참새를 쫓느라 정신이 없어 고삐를 묶을 생각조차 못했던 그는 예상치 못한 행운에 몸을 떨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주인을 잃은 하얀 망아지가 리치의 곁에서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이거 놀라운걸. 졸지에 말 한마리가 더 늘어나 버릴 줄이야. 부자가 되는 것도 시간 문제겠군." 홀로 농담을 던지던 가베라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쩍 스쳐 지나갔다.


"좋아, 이제부터 네 이름은 리치(Rich)다." 기분이 좋아진 가베라는 등자를 밟고 리치의 등 위로 펄쩍 뛰어 올랐다.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그는 더 이상 리치가 아니게 된 리치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며칠 후, 고아원에 돌아온 가베라를 향해 이스테나가 질문을 던졌다.


"고아라더니 저 하얀 망아지가 어미라도 잃은 건가요?" 싸했다. 무척이나 싸한 눈길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가베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설마 출장 가서 도박이나 하다 온 건 아니겠죠?" 지레짐작한 이스테나가 경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검은 수말과 하얀 망아지를 구경하느라 신이 나서 꺅꺅거렸다. 고아원의 하루는 여전히 평화로웠다.




※※※※※※※※※




마지막 한 장 남은 서류마저 검토를 끝낸 오롤로죠는 집무실 한편에 마련된 발코니로 향했다. 그는 난간에 손을 걸치고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았다. 그의 집무실이 꼭대기 층에 마련된 것도 아닐진데 도시의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일 정도였다. 마치 도시의 모양을 본뜬 아주 조그마하면서도 거대한 모형을 보는 것만 같았다.


오롤로죠의 시선이 향하는 구석구석, 작은 건물 하나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혈을 기울여 정교한 예술품을 완성시킨 장본인이라면 으레 벅찬 감동을 느낄 법도 하건만, 금빛이 감도는 그의 눈동자는 일말의 흔들림 조차 없었다.


일체의 감정을 절대 떠올리지 않는 냉랭한 표정은 그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가 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즈의 안주인인 아마란스 공작부인과의 연애담은 너무나도 유명해 방랑시인들의 단골 소재로 자주 오르내릴 정도였다.


다만 아마란스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겐 철저하게 냉담함을 유지하였고 얼음공작이라는 경외 가득한 별명을 안겨다 준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냉담함이 비단 사람만을 향한 건 아니었다.


허공에서 맑게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가 귓가를 간질여도 오롤로죠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윽고 깃털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조그만 새 한마리가 그의 곁으로 날아 들었다. 아마란스의 동생인 히아신스가 반짝이라 이름 붙인 바로 그 작은 새였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황금을 녹여 뽑아낸 듯한 금빛 깃털이 햇빛 아래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난간 위에 내려앉아 두 발로 총총거리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보석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오랜만이군." 오롤로죠가 말했다.


새는 갸우뚱 거리듯 작은 머리를 좌우로 까닥거렸다. 새의 작고 까만 눈이 오롤로죠를 향했다.


"시치미 떼지 마라. 별로 귀엽지도 않으니까."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통통거렸다.


"장난은 그쯤 해둬. 어린 아이랑 어울리다 보니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새가 날개를 축 늘어뜨리더니 오롤로죠의 손가락을 부리로 콕콕 찍어대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보낸 자 말고도 히아신스를 도와준 이가 있었다고? 그들이 스카페이스의 졸개들을 해치웠다라."


오롤로죠는 턱을 손으로 문지르며 이마를 찡그렸다.


"하얀 머리와 마법사라고? 가베라가 그 자들과 싸웠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는 군."


새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래 알았다. 도와줘서 고마웠고 히아신스에 대한 건 앞으로도 계속 부탁하도록 하지."


새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 버렸다. 조금 더 발코니에 머물던 오롤로죠가 집무실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문을 콩콩 두드렸다.


"들어와요." 오롤로죠가 직접 문을 열면서 말했다.


문 앞에는 아마란스가 손수 쟁반을 들고 서 있었고 그 위에는 하얀 찻주전자와 간단한 다과가 차려져 있었다. 그녀가 오롤로죠에게 휴식을 취할 겸 티타임을 권했다. 그는 그러겠다 대답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롤로죠의 금발이 하늘 위의 별들처럼 반짝거렸다.




※※※※※※※※※




이 글이 누군가의 취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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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8. 검은 황야 (1) +4 22.07.18 54 2 10쪽
43 #7. 추적 (6) +10 22.07.15 61 6 16쪽
42 #7. 추적 (5) 22.07.13 50 2 12쪽
41 #7. 추적 (4) +4 22.07.11 43 5 11쪽
40 #7. 추적 (3) 22.07.08 57 3 13쪽
39 #7. 추적 (2) +2 22.07.06 57 5 14쪽
38 #7. 추적 (1) 22.07.01 45 4 10쪽
37 #6. 광산 문제 (6) +2 22.06.29 25 5 20쪽
36 #6. 광산 문제 (5) +2 22.06.28 74 4 12쪽
35 #6. 광산 문제 (4) 22.06.25 46 4 14쪽
34 #6. 광산 문제 (3) +2 22.06.22 43 5 14쪽
33 #6. 광산 문제 (2) 22.06.19 36 3 11쪽
32 #6. 광산 문제 (1) +2 22.06.16 56 3 14쪽
31 #5. 재판 (3) +4 22.06.14 59 3 19쪽
30 #5. 재판 (2) +2 22.06.09 41 3 11쪽
29 #5. 재판 (1) +4 22.06.08 76 3 14쪽
» #4. 가베라 (5) +2 22.06.05 52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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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4. 가베라 (2) +4 22.06.02 62 4 16쪽
24 #4. 가베라 (1) +2 22.06.01 54 5 13쪽
23 #3. 오롤로죠 자이츠 (7) +2 22.05.30 65 6 13쪽
22 #3. 오롤로죠 자이츠 (6) +8 22.05.29 65 7 10쪽
21 #3. 오롤로죠 자이츠 (5) +4 22.05.28 76 7 13쪽
20 #3. 오롤로죠 자이츠 (4) +5 22.05.27 49 6 13쪽
19 #3. 오롤로죠 자이츠 (3) +8 22.05.26 103 9 13쪽
18 #3. 오롤로죠 자이츠 (2) +4 22.05.25 73 8 12쪽
17 #3. 오롤로죠 자이츠 (1) +4 22.05.24 91 10 11쪽
16 #2. 제미니 겔드 (9) +7 22.05.23 106 12 15쪽
15 #2. 제미니 겔드 (8) +7 22.05.22 73 11 11쪽
14 #2. 제미니 겔드 (7) +4 22.05.21 76 13 11쪽
13 #2. 제미니 겔드 (6) +10 22.05.20 97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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