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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거인 님의 서재입니다.

히로익멘션 : 이즈의 모험가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철거인
그림/삽화
가락송이
작품등록일 :
2022.05.12 17:09
최근연재일 :
2022.09.19 21:17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627
추천수 :
453
글자수 :
321,744

작성
22.05.20 21:55
조회
114
추천
12
글자
10쪽

#2. 제미니 겔드 (5)

DUMMY

성에서 나온 크로커스는 먼저 탐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조사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크로커스는 황당함을 느끼고 큰소리로 외쳤다. 추궁당한 자경단원은 불편한 얼굴로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찾아낸 자경단원은 대낮부터 술을 푸고 있었다. 그는 밤새워 경비를 서고 이제 겨우 한잔 걸쳤을 뿐이라며 항변했지만 불콰하게 취기가 오른 얼굴을 보니 한 두잔 수준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크로커스는 그가 술을 얼마나 마시든지 관여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다만 그의 대답이 문제였다.


"밤새 마법사를 추적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어디에서 놓쳤는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 거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했을 뿐인데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요?"


술에 취해 늘어지는 발음으로 대답하는 자경단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크로커스는 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추적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애초부터 모르고 있었거나······.


오가는 얘기를 들어보니 이전까지는 마을에서 자경단을 운영한 적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오로지 성의 병사들에게 마을의 치안을 떠맡기다시피 하고 있었고 이번에 마법사가 말썽을 일으키면서 급히 자경단을 꾸려야 했다는 것이다. 온갖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 자경단원의 모습에 크로커스는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할거란 사실을 직감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의 증언 역시 일관된 내용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군가는 마법사가 손에서 불덩이를 쏟아내 사람들을 해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가 어디에서 다쳤는지는 알지 못했다. 우물에서 물을 긷던 어느 아낙네는 몇 달전 한 중년 남성에게 희롱당했다며 그 자가 마법사일거라 강력하게 주장했다. 심지어 공터에서 뛰놀던 꼬마는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둘러 예쁜 불꽃놀이를 보여 주었다면서 신나했었다.


결국 탐문 조사를 포기한 크로커스는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안은 이방인이 숨기에는 너무 작고 단조로워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가 어려웠었고 누군가가 몸을 숨길 만한 장소라곤 이 숲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그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고 투덜거렸다.


숲에 도착한 크로커스는 어느 장소에서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주위를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정체 모를 하얀 로브가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렸던 바로 그 곳이었다. 그는 혹시라도 남아있을 흔적을 찾기 위해 모든 주의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친 발자국이 남아 있을까 땅을 기다시피 했고 키가 작은 나무가 보이면 잔가지 하나라도 부러져 있을까 일일히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단서를 찾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놈은 마치 유령처럼 이 자리에서 증발해버렸다. 설령 이 부근 어딘가에 마법사의 비밀 은신처가 숨겨져 있어 그곳에 몸을 숨겼다해도 이정도로 완벽하게 흔적을 감춘다는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얀 로브가 몸을 숨긴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고심하던 크로커스는 숲 안쪽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다부진 체격에 거친 용모를 한 남자였다. 사람을 째려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가 유난히도 인상적이었는데 등에는 활과 창을 매고 상의는 짐승의 가죽을 기워 만든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크로커스는 그를 보자마자 자경단원이 말했던 또 다른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현상금 사냥꾼 역시 크로커스를 보자 대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는 채를 해왔다.


"자네가 현상금을 노리고 새로 왔다는 그 친구로군. 듣던 대로 머리색이 특이한 걸. 언제 어디서든 바로 알아보겠어."


크로커스는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쓰였지만 작은 마을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중요한 사실은 알려주지도 못하면서 이런 사소한 소문만은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는 사실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를 거슬리게 하는 내용이 한 가지 섞여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백발은 아닙니다. 원래 은색인데 관리를 못해서 하얗게 보이는거 뿐이죠."


남들에겐 별것 아닌 하찮은 일일지 몰라도 크로커스에겐 중요한 문제였다. 머리카락의 색깔로 인해 여러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다 보니 생긴 일종의 방어기재였다.


"응? 자네 재밌는 친구로군 그래."


현상금 사냥꾼은 날카로운 눈매를 동그랗게 만들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은발 친구. 자네 이름은 뭔가? 난 빈스라고 하네. 이 부근에선 제법 이름을 날린 사냥꾼이지."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엄지 손가락으로 등 뒤에 매고 있던 창과 활을 가리켰다. 아주 오랜 기간 사용했는지 군데군데 작은 흠집이 나있긴 했지만 파손된 부분 하나 없이 길이 잘 들어 있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창날은 빛을 받아 번쩍였고 활대와 시위는 당장이라도 튕겨져 나갈 듯이 탄력적이었다. 크로커스는 잘 관리된 무기를 보면서 그 주인의 성격을 엿볼 수가 있었다.


"크로커스 하이랜더, 전직 선원이었습니다."


"호오, 이력도 무척 특이하군 그래."


빈스는 사소한 일로도 감탄을 터뜨렸다. 크로커스는 그가 첫인상과는 달리 수더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크로커스, 자네는 여기서 뭘 하고 있던겐가?"


"마법사의 흔적을 찾고 있었죠. 빈스 당신도 마법사를 찾기 위해 숲에 들어온 게 아닙니까?"


"그 말이 맞네. 하지만 이곳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아. 자네는 지금 헛수고를 하고 있단 얘기지."


크로커스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땅히 있어야 할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조사를 하고 있던 참이었지만 어깨너머로 배운 그의 추적술로는 더 이상의 단서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무언가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시점이었다.


"자네에게 제안할 게 있네." 빈스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 나갔다. "보아하니 추적 실력은 초보 수준인 거 같은데 자네 실력으로는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할게 뻔해. 그러니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속이 뻔히 보이는 제안이었다. 만약 크로커스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모험가였다면 고맙다며 넙죽 절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현상금 사냥꾼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는 수많은 일들을 겪어보았고 그 중에는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으며 남을 속이려 들던 사기꾼과 드잡이질을 한 적도 있었다.


"원하는 게 뭐죠?"


크로커스의 직설적인 반문에 빈스는 잠시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윽고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질문에 답했다.


"7할. 현상금의 7할을 내가 가져가겠네. 실제 추적은 내가 전담하게 될테니 자네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야."


크로커스는 그의 말에 숨어 있는 의도를 알아챘다. 만약 그의 말대로 그가 혼자서 마법사를 쫓을 수 있었다면 굳이 크로커스에게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에 크로커스를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좋아요. 대신 마법사의 소지품은 제가 갖겠습니다."


"뭐라고?"


"어차피 마법사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귀한 물건들은 영주님께 바쳐야 할겁니다. 저는 그 중 남는 것들을 가져가겠다는 거죠."


크로커스는 돕스의 마법사들이 꾸미고 있을 음모를 알아내기 위한 단서가 필요했다. 마법사들이 작성한 일지라든가 혹은 지도 따위의 것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빈스로서는 그것에 숨겨져 있을 잠재적 가치에 대해선 모르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탄 사이로군. 안그런가? 전직 선원."


빈스가 손을 내밀자 크로커스는 그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서로 꿍꿍이가 다른 전직 선원과 현직 사냥꾼의 만남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둘 중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




소년은 나무로 둘러싸인 좁은 공터 안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주변을 서성거렸다. 밤 사이에 벌어졌던 일들이 그의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만들었다. 그를 잡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인내심의 한계는 더욱 빨리 찾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숨어있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소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이 모든 걸 끝내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다. 성급하게 굴다가 일을 그르칠 뻔 했던 경험은 한 번이면 족했다. 그는 어떻게 해야할 지 남아도는 시간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그럴듯한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면 되었지만 시간은 더디게만 흐를 뿐이었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먹다 남은 과자며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군것질로 시간을 때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유일한 장난감이라 할 수 있는 지팡이를 가지고 노는 것 역시 이미 질려버린지 오래였다.


오늘은 유난히도 지루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




이 글이 누군가의 취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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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9. 버려진 요새 (3) +8 22.08.15 38 3 13쪽
49 #9. 버려진 요새 (2) +8 22.08.08 48 4 13쪽
48 #9. 버려진 요새 (1) +6 22.07.29 73 3 14쪽
47 #8. 검은 황야 (4) +8 22.07.25 59 2 20쪽
46 #8. 검은 황야 (3) +6 22.07.22 44 2 13쪽
45 #8. 검은 황야 (2) +6 22.07.19 49 3 11쪽
44 #8. 검은 황야 (1) +4 22.07.18 54 2 10쪽
43 #7. 추적 (6) +10 22.07.15 61 6 16쪽
42 #7. 추적 (5) 22.07.13 50 2 12쪽
41 #7. 추적 (4) +4 22.07.11 43 5 11쪽
40 #7. 추적 (3) 22.07.08 57 3 13쪽
39 #7. 추적 (2) +2 22.07.06 57 5 14쪽
38 #7. 추적 (1) 22.07.01 45 4 10쪽
37 #6. 광산 문제 (6) +2 22.06.29 25 5 20쪽
36 #6. 광산 문제 (5) +2 22.06.28 74 4 12쪽
35 #6. 광산 문제 (4) 22.06.25 47 4 14쪽
34 #6. 광산 문제 (3) +2 22.06.22 43 5 14쪽
33 #6. 광산 문제 (2) 22.06.19 36 3 11쪽
32 #6. 광산 문제 (1) +2 22.06.16 56 3 14쪽
31 #5. 재판 (3) +4 22.06.14 59 3 19쪽
30 #5. 재판 (2) +2 22.06.09 4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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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4. 가베라 (2) +4 22.06.02 6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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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3. 오롤로죠 자이츠 (5) +4 22.05.28 76 7 13쪽
20 #3. 오롤로죠 자이츠 (4) +5 22.05.27 49 6 13쪽
19 #3. 오롤로죠 자이츠 (3) +8 22.05.26 104 9 13쪽
18 #3. 오롤로죠 자이츠 (2) +4 22.05.25 73 8 12쪽
17 #3. 오롤로죠 자이츠 (1) +4 22.05.24 91 10 11쪽
16 #2. 제미니 겔드 (9) +7 22.05.23 107 12 15쪽
15 #2. 제미니 겔드 (8) +7 22.05.22 73 11 11쪽
14 #2. 제미니 겔드 (7) +4 22.05.21 77 13 11쪽
13 #2. 제미니 겔드 (6) +10 22.05.20 99 10 15쪽
» #2. 제미니 겔드 (5) +8 22.05.20 115 12 10쪽
11 #2. 제미니 겔드 (4) +14 22.05.19 112 12 11쪽
10 #2. 제미니 겔드 (3) +10 22.05.19 10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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