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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이계와 미궁을 동시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카시오레
작품등록일 :
2018.10.17 17:32
최근연재일 :
2018.11.28 0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422
추천수 :
94
글자수 :
174,520

작성
18.11.14 20:00
조회
136
추천
4
글자
11쪽

라일로(2)

DUMMY

알에 새겨진 무수한 금을 따라 껍질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 깨어지며 안에 담긴 내용물이 들어났다.


“소년?”


위겐의 말처럼 긴 은발이 돋보이는 소년이었다. 은발은 알 수 없는 투명한 점막에 감싸이고 적셔져 있었다. 몸 전체에도 그런 점막이 몸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역시 판타지쯤은 돼야 알에서 사람도 태어나고 하는군. 박혁거새가 실제로 알에서 태어났다면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지만 불길한 느낌이 풍기는 거대한 마나를 지닌 이가 평범한 사람일리는 없었다.


“안녕하신가?”


그가 일어서서 우리를 보고 인사해왔다. 헐벗고 있는 남자의 몸 따위는 별로 보고 싶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선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이라면 그가 잘생겼다는거?


“자네는 누군가?”

“상위 차원의 존재인 라미레즈의 단말이라고 해두지.”


라미레즈라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어디서 들었었지?


“열두악마!”


아 대마법사가 저술한 열두악마에서 봤었군. 누군가가 외친 명칭에 예전에 읽었던 책의 정보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때는 악마에 그다지 흥미가 없어 대충 읽어 제대로 기억에 남지 않았나보다. 위겐과 스승님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별다른 동요가 없어 보였지만 긴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가 라미레즈였다면 아무리 마스터가 넷이라 해도 여기서 죽었겠지만 스스로 자신을 라미레즈의 단말이라고 했으니 충분히 상대할만 해보였다. 기사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 검을 빼들고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다.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두 기사는 사지가 찢겨 절명했다.


그런 동료들의 죽음을 보고 세명의 기사가 다시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그로인해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그가 일반적인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에는 엉겁결에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방금은 불길한 마나가 움직임을 똑똑히 느꼈다.


하지만 마나라면 자면서도 느낄 수 있는데 왜 불길한 마나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유쾌하진 않았지만 재밌는 만남이었네. 그럼 할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군”

“어림없는 소리!”


탑주님이 먼저 선공에 나섰는데 이렇게 되면 꼼짝없이 전투를 치러야 했다. 마력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아 많이 남아있었지만 이적을 사용한 뒤라 강력한 패가 없어 상대하기가 쉽진 않으리라 생각됐다.


허공에서 불로 만들어진 거대한 팔이 나타나 라미레즈를 쥐려 했지만 그의 주위에 나타난 은색의 방어막에 막혀 계란을 쥐고 있는 모양이 됐다. 그 모습을 보고 위겐이 허공에 얼음송곳을 여러 개 만들어 던졌지만 그도 방어막을 깨지 못하고 얼음송곳은 산산조각이나 부서진다.


“귀찮게 하는 군”


마치 파리라도 상대하는 어투였다. 그리고 정말로 파리를 쫒아내듯 손을 휘둘렀다.


“콰앙”하고 거대한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쿨럭”


무언가 한웅큼 식도를 타고 올라와 뱉었는데 피였다. 그나마 살아있어서 다행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온 마력을 끌어올려 방어막을 만들지 않았다면 죽었을 수도 있었을 위력의 공격이었다.


그 일격 한방에 마력은 가뭄이 온 논마냥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속은 부상으로 들끓었지만 상황을 더 지켜보고 싶었다.


“휴이!”


스승님이 내 꼴을 보고 달려오셨는데 스승님도 온전히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는지 입가에 피가 흘러내린 흔적이 보였다. 스승님도 회복마법을 익히지는 못하셨기에 딱히 상태가 나아지지는 않았다.


호기심에 나 자신만 죽는다면 모르겠지만 스승님까지 끌어들일 순 없었다.


탑주님은 아까 전 흑마법사들을 전멸시킬 때 사용했던 마법을 다시 펼치셨다. 분명 많은 마나를 필요로 했었는데 이번엔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발동되는걸 보면 결계의 영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강력한 열기에 다시 한번 커다란 공터가 사우나로 변했지만 라미레즈는 표정하나 마력하나 변하지 않아 보였다. 도대체 어떤 방식의 마법이기에 이런 마법에도 불구하고 끄떡없는지 궁금했다.


바닥에서부터 물이 올라와 방어막을 뒤덮었고 둥그런 구체 모양으로 순식간에 얼어버렸다가 사라졌는데 얼음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놈의 방어막과 함께 사라지며 놈이 무방비상태가 됐다.


받은걸 돌려줄 때였다.


관리자 모드에 들어섰지만 전과 같은 강대하고 자유로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소모되어버린 정신력 때문일 테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누구보다 먼저 스승님의 바람마법이 날아갔고 뒤를 이어 탑주님이 불마법이, 그 다음은 번개였다. 위겐은 강력한 이적을 사용해서인지 자신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런 위겐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린다.


놈은 데미지를 입었는지 그을음투성이였지만 그게 피해의 전부였다.


“젠장”

“돌아가거라”


더 이상의 마나도 이적을 사용할 정신력도 남아있지 않기에 스승님의 말을 따라야 했지만 걱정에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이래선 짐이나 다름없다고 애써 자신을 설득했다.


“왕자님 돌아가시죠.”


끼어들 타이밍을 찾지 못해 지켜보고 있는 왕자에게 말했다. 그 또한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내게 다가왔다. 임페리얼가드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기사 넷을 붙여줬다. 자신을 제외하면 전부인 숫자였다.


“단장님 같이 가시죠.”

“엘도펠러의 시민이자 기사단의 단장으로서 악마의 발호를 구경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미약한 도움이지만 이곳에 남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남겠습니다.”


단장은 뭐라 하려 했지만 카를로 왕자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기다리던 나를 따라나서는 모습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돌아가는 길에 빛의 구를 생성할 마나도 남지 않아 횃불을 꺼내 불을 붙여야 했다. 지금의 나는 일반인과 다름이 없다.


지상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멀어져야할 소음과 진동은 1층으로 올라섰을 때 가장 강해졌다. 스승님이 걱정됐지만 시야에서 사라져 드리는 것이 가장 제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일이란걸 잘 알고 있기에 굳이 남지 않았다.


“이럴 때면 마스터가 아닌게 너무 분하군. 심지어 무력감까지 드네”

“굳이 왕자님께서 적을 물리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자는 마스터 넷의 마법을 가볍게 넘길 정도로 강하니 자책하실 필요는 더더욱 없으십니다.”


왕자는 그 이후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부른 병사들을 따라 그렇게 왕성으로 돌아갔고 입구 근처에 앉아서 대기 중이었는데 자꾸만 눈이 감겨왔다.


잠깐 졸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잠에서 깼다. 낭패한 기색의 스승님이었다. 뒤로 묶어 올린 머리는 산발이 됐고 마스터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옅은 마나가 흘러나왔다. 무언가를 업고 계시다 내려놓았는데 위겐의 시체였다. 심장 부근에 구멍이 뚫려있어 사인을 짐작케 했다.


뒤를 이어 올라온 사람은 탑주님이었는데 오른팔이 없었다. 창백한 안색이 지금 쓰러지시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예상은 되었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놈은 어떻게 됐습니까?”

“놓쳤네”

“남아있던 기사들은...”


탑주님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저었다.


목숨을 바치고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기사들의 죽음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개죽음일까? 아니면 그래도 조금은 의미가 있었을까?


탑주님의 귀환에 마탑은 뒤집어졌다. 남아있던 7명의 원로 마법사들은 위겐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야 했다. 그의 마법이 강력하진 않았지만 이적을 잘 다뤄 마법과 이적을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센스는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정도였다.


탑주님은 상황이 완벽하게 마탑의 손을 벗어났으며 왕실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했다. 라미레즈의 단말을 잡으려면 최소 3명의 소드마스터와 4명의 마스터가 필요하다고도 했는데 펄럭이는 오른쪽 소매가 이를 뒷받침했다.


“그가 팔을 자르고 나를 죽이려는걸 위겐이 대신해서 맞았네. 이런 볼품없는 늙은이를 살리겠다고 아까운 이가 죽었어.”


탑주님은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위겐이 죽은 후에 유리가 이적을 이용해 내 쫒았네. 직접 당하진 않았지만 엄청난 압력에서 몸부림치다 간신히 빠져나간 뒤 도망쳤지.”


이적을 이용해 자신이 이미지하지 못하는 압력까지 기압을 올리는 마법이었다. 걸리게 되면 일반적인 사람은 벗어나지 못하지만 라미레즈의 단말은 사람이 아니었다.


“휴이를 습격한 이들을 쫓는 일은 사브리나가 맡고 열두악마중 하나인 라미레즈 단말의 추격은 유리가 지휘할걸세. 사브리나를 제외한 모든 원로원 및 마스터를 소집하게.”


사실상 총력전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었다. 원로원은 탑주님의 말에 논란이 일었지만 원로원 중 일인의 죽음과 탑주님의 오른팔의 상실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처음 보는 탑주님의 단호함에 회의는 역대 최단 시간으로 끝이 났고 그제야 방으로 돌아가 기절할 수 있었다.


****


“형 일어나”


눈꺼풀이 가볍게 올라가고 충분한 수면으로 상쾌함이 몸 안에 깃들었지만 어딘가 피곤함을 느꼈다.


“웬일이가 늦잠을 다 자고”

“피곤했나봐”


기지개를 펴고 시계를 보니 6시 50분이었다.


“그래도 교육원에 있을 때가 좋았던것 같습니다. 상점 밥은 먼가 인스턴트 같아서 좀”

“나도나도”


상점에서 산 밥을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E코인 하나로 상점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업그레이드를 하면 E코인으로 살 수 있는 스킬과 무기 음식등이 추가됐다. E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등급도 가능하니 콜라를 마실 그날까지 열심히 해야겠다.


마트는 아침부터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부터 움직이는 헌터들이 많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마트는 총 4층짜리였는데 1층은 생필품, 2층은 방어구, 3층은 무기, 4층은 vip 아이템을 판다고 했었지만 우리 입장에선 1층 이상의 층은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필요한 생필품과 6인용 보트를 사고 나오니 공금으로 모아둔 F코인이 많이 줄었다.


보트를 인벤토리로 손쉽게 운반해 수로에 띄웠다. 노를 젓지 않아도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이동했는데 현실의 보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소음이 아예 없어서 더 좋았다.


우리를 밀어내는 보트를 밀치듯이 흐르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드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교육원에서 교육이후 하는 첫 사냥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고 앞으로 매일 뭔가를 죽이며 살아야할 팀원들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보트 직이네. 항상 이런걸 갖고 싶었다. 집이 바닷가 근처라 요트타는 쉐끼들 을매나 부러웠는지 아나”

“형네 집 서울이야. 우리집 옆에.”

“부산에서 있을 때 말하는 기다. 형말에 태클좀 걸지마라. 칵 그냥”


현과 티격태격하는 무진이 보였다. 걱정이 없지는 않을 텐데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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