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피려면
끝닿는 데가 있어야 했다
처음부터 끝날 데가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 같이 우리는
쇠그릇에 오래 눌러 붙은 음식 찌꺼기 보듯
서로를 갉아 댔다
시작은 분명한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말다툼은
어느 후미진 곳, 상처 입은 산 짐승 모양
집안 곳곳을
마구 휘젓고 다녀
미웁게 터지는 봄바람에도 통로를 찾아야 했다
숨죽이듯 포개이는 포개듯 사라지는
얼어 붙던 입자들도 녹아들 시간 남아 있는 손 끄트머리,
나비 되어 찾아온 꽃샘
그늘도 없는 빈 하늘 훨훨,
햇살 빗겨난 겨울 으스름 어느 입김에 녹았나
우리의 이골난 말싸움에 개나리
벚꽃처럼 두런거리다가
머지않아 봄이 올 모양인가
잠시 훈수 두 듯 내려앉았다
꽃샘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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