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 우기(雨期) - 시

우기(雨期)

 

당신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 곤두박질 치네요

 

미처 닿지 않은 구름의 시커먼 속까지야

내 알 바 없어도 당신 탓이 아닌 줄은 알아요

 

하늘에 예사롭지 않게 떠다니던 구름 덩이만 아니었던들

당신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릴 일은 없었을 것인데

 

억울하지도 않은가 보죠

아니 억울해서 울고 있나 보죠

소리로 고통을 붙들고

어둠 속 소리로 똘똘 뭉쳐 소리로서 흐르려고 그런가 보죠

 

당신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든 말든

무수히 갈라지는 빛 사이로 소리가 소리를 키우든 말든

당신이 너무 억울해 잠 못 들든 말든

당신의 눈물에 핏물이 퍼렇게 고이든 말든

밤새 쥐 죽은 듯이 당신을 바라보던 잎새 

다시 조그마한 땅 위에 돋든 말든

바람이 와요

당신 눈물 불러 어둠을 으깨고 부수는

마침내 당신

하늘을 뚫어 소리 높여 우릴 불러요

뇌성 벼락을 치듯 장대비 속에 우리 섰어요

당신 어둠 너머

여차저차

당신이 내 분신인데

묵은 때 씻은 깨끗한 얼굴로 모른 척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당신,